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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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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감금강간 연상연하의 연애

DOZI 2025.11.04 22:49 read.127 /

섹스가 끝나고 를르슈는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스자쿠에게 뭔가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강렬했던 스트레스 때문인지 더는 말도 못한 채로 섹스가 끝나자마자 잠들고 말았다. 스자쿠의 섹스는 말했던 대로 다정했다. 를르슈는 그의 품에 녹아가면서 계속해서 울음을 터뜨렸던 기억 뿐이었다.

그렇게 잠든 를르슈를 깨운 것은 스자쿠였다. 오후 9시, 귀가하지 않은 를르슈를 걱정한 나나리가 전화를 한창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었다. 잠에서 깬 를르슈는 휴대폰을 내미는 스자쿠를 보고서 느릿한 동작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더 자야 하는데… 근데 더 늦었다가는 나나리가 걱정할 거 같아서.”

“알아. 지금 전화할 거야.”

“응, 하다가 대답하기 어려우면 나한테 넘기고.”

“…….”

 

를르슈는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잠에서 덜 깬 머리가 엉망진창으로 뒤엉킨 기분이었다. 그런 를르슈의 앞머리를 쓸어넘기면서, 스자쿠가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면 스자쿠가 파이팅, 이라고 속삭였다. 뭐가 파이팅이야, 지금 싸우자는 건가. 를르슈는 힘없이 휴대폰의 잠금을 풀고서 나나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나리는 저녁 식사 시간에도 돌아오지 않는 를르슈를 걱정하고 있었다. 오라버니, 위험한 곳에 계신 건 아니죠? 나나리를 달래기 위해서 를르슈는 괜찮다고 말했다. 쿠루루기 씨한테 친척 여동생 분을 소개 받았어. 나나리도 알지? 여동생 분이 약간 특수한… 케이스라서 나도 연락하기가 힘들었어. 너무 걱정하지 마. 시간이 늦어져서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바로 돌아갈게. 를르슈의 거짓말에 상냥한 나나리는 더 이상 길게 묻지 않고 전화를 끊어주었다.

 

“졸리지? 더 자도 돼.”

“……잘 거야.”

“옆에서 같이 있어줄게.”

 

같이 있어줘서 뭘 하겠다고…. 를르슈는 협탁 위에 휴대폰을 아무렇게나 올려두고서 다시 침대 위에 누웠다. 스자쿠가 를르슈의 이불 사이로 파고들었고, 를르슈를 끌어안았다. 스자쿠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렸다. 를르슈는 그 두근거리는 소리에 따라서 천천히 호흡하고 있는 자신이 낯설다는 생각을 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앞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만지작거렸고, 입술 근처에서 손가락을 굴리더니 가볍게 입을 맞추고서는 잘 자, 라고 속삭였다. 그렇게 말하면 잘 자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건가. 를르슈는 그런 스자쿠를 모른척 하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를르슈는 어젯밤 잠들었던 호텔에서 눈을 떴다. 샤워를 마치고 나면 스자쿠가 호텔 조식이라도 먹겠냐고 물었다. 아마 를르슈가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물은 말이겠지. 를르슈는 어제 저녁보다는 맑아진 정신으로 조식을 먹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거의 구겨진 셔츠를 주워입던 스자쿠는 를르슈의 대답에 잠깐 행동을 멈추었다.

 

“그러니까… 를르슈가 나랑 아침을 먹는다고?”

“그래. 빨리 내 옷도 줘.”

“……그거 놀라운 일인데. 나나리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거절할 줄 알았거든.”

 

스자쿠가 내민 교복 셔츠와 바지를 입으면서, 를르슈는 스자쿠의 말대로, 나나리가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스자쿠와 평범하게 아침을 먹어보는 것 정도는 해야할 것 같았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식당으로 내려가면 모양새가 나쁘지 않은 조식 뷔페가 있었다. 자리를 잡은 스자쿠와 를르슈는 적당히 먹을 것을 고른 뒤에 마주보고 앉았다. 를르슈가 고른 것을 보고서 스자쿠는 혀를 찼다.

 

“스프랑 샐러드 밖에 없으면 어떡해? 고기를 먹어야지.”

“고기를 씹을 힘이 없어.”

“무슨 소리야, 를르슈? 너 아직 열여덟 살이잖아.”

“어젯밤에 누구 때문에…….”

 

사람들이 한적한 식당이라 더 길게 말할 순 없었다.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씨익 웃으면서 그렇구나, 라고 말했다. 그래도 고기는 먹어. 그리고는 잘 구워진 베이컨을 를르슈의 접시에 덜어주었다. 를르슈는 그것을 밀어낼까 하다가, 씹을 힘이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맛있게 베이컨을 씹어 삼켰다.

를르슈가 자신이 내민 음식을 먹은 것을 본 스자쿠는 눈을 반짝였다.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권하거나 먹을 것을 떠넘기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저 베이컨 한 조각을 먹어준 것이 순수하게 기쁜 모양이었다.

를르슈는 스자쿠와 눈을 맞추면서 천천히 식사를 했다. 스자쿠는 음식을 음미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깔끔하게 접시를 비워내면서 를르슈에게 간간히 맛있냐고 물어보기도 하면서, 가끔은 두 사람이서 먹는 소리만 내는 침묵의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를르슈는 음식이 무슨 맛인지 모를 것 같았다고 생각했지만,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은 맛이 있었다. 새콤달콤한 샐러드 드레싱이나, 쌉싸름한 채소, 스자쿠가 준 짭쪼름한 베이컨, 따뜻하고 부드러운 스프. 맛있는 아침이었다.

식사를 끝마친 스자쿠와 를르슈는 방에 한 번 들렀다. 를르슈는 어젯밤에 일어났던 일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스자쿠가 아닌 남자한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벌벌 떨었던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짓을 뻔뻔하게 벌려놓고 를르슈와 아침을 맞이한 스자쿠에 대해서. 가장 의문인 것은 어째서 더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는 자신이었다.

스자쿠의 좋아한다는 말에는 이제 도망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해서 그런 거겠지. 를르슈는 마지막 서류가방을 챙기는 스자쿠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스자쿠는 를르슈를 클럽하우스까지 데려다주었다.

스자쿠의 운전은 처음 그의 차에 탔을 때처럼 완벽했다. 를르슈는 잠깐 졸아버렸고, 스자쿠가 깨워주는 것에 일어났다. 스자쿠는 문을 열어주면서 말했다.

 

“를르슈, 다음 주 금요일에 시간 돼?”

“안 된다고 하면?”

“를르슈가 안 된다고 하면 이제부터 되게 만들게.”

 

스자쿠가 무슨 짓을 할지 안 봐도 뻔했다. 또 말도 안되는 납치극에, 약을 쓰거나, 아무튼 어떻게 해서라도 를르슈의 금요일을 차지하려고 들 것이다. 를르슈는 한숨을 내쉬면서 스자쿠가 열어둔 차의 문을 닫았다.

 

“시간 되니까 평범하게 와.”

“평범하게? 나 안 평범해?”

“정상은 아니야.”

“그런 소리 많이 들어.”

“칭찬도 아니야.”

“그건 아쉽네.”

 

를르슈가 클럽하우스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스자쿠는 손을 붕붕 흔들면서 그를 배웅했다. 를르슈는 딱 한 번 뒤를 돌아보았을 뿐이었다. 그때 눈이 마주친 스자쿠가 활짝 웃어주었다. 를르슈는 순간 멍해졌다.

그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다니. 납치, 감금, 강간, 불법 약물까지 쓰는 쓰레기 주제에. 

스자쿠는 다음주 목요일이 될 때까지 연락이 없었다. 평일 내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를르슈는 그의 연락을 기다리는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기다리고 있는 걸까. 나 약간 그런 건가, 스톡홀름 증후군 같은…… 가스라이팅에 넘어간 피해자 같은 게 아닐까.

를르슈 스스로도 나름대로 정답에 다다랐다고 생각했을 목요일 저녁이었다. 스자쿠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영상 하나와 함께.

그 영상에서는 목소리와 숨소리를 최대한 죽인 스자쿠와 팔이 묶여 있는 를르슈가 함께 뒹굴고 있는 모습이 나왔다. 섹스라고 하기에는 일방적인 강간 같았던 그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혀있었다.

 

‘쿠…루루기 스자쿠? 당신이야?’

‘싫어, 들어오지 마, 만지지 마…!’

‘당신, 스자쿠지? 쿠루루기, 스자쿠라고, 말해….’

‘스자쿠… 라고 말해. 읏, 무섭단 말이야. 싫어, 그만, 멈, 춰….’

 

를르슈는 그 영상을 누르자마자 흐르는 자신의 울음소리에, 스자쿠가 새삼 가학적인 성향의 구제불능 변태라는 것을 실감했다. 이어폰을 황급히 끼고서 영상을 살펴본 를르슈는 한참 뒤에야 스자쿠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를르슈 너무 귀여워.]

 

를르슈는 귓가에 흐르는 신음소리를 무시하며 답장을 보냈다. 

 

[이런 영상을 찍어서 날 협박하는 거야?]

 

스자쿠와 협박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남자는 진짜로 를르슈를 좋아하고 사랑해서 이런 영상을 찍은 것이라는 걸, 를르슈는 알고 있었다. 이해할 순 없지만 그 사실은 인지할 수 있었다.

스자쿠에게 사진 한 장과 답장이 왔다.

 

[이걸로 한 발 뺐어.]

 

검붉은 페니스 끄트머리에 하얀 정액 자국이 나있는 사진이었다. 스자쿠의 손으로 감싸진 페니스는 사진으로만 봐도 흉흉하게 발기된 상태였다. 를르슈는 틀어둔 영상 속에서 울리는 자기 신음소리와, 갑자기 보내진 스자쿠의 페니스 사진에 당황하며 휴대폰을 꺼버렸다.

머릿속을 울리던 소리들이 잠잠해지기는커녕 이상한 방향으로 를르슈를 부추기기 시작했다. 를르슈는 다리 사이를 오므리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지할 수 있는 사실이 있었다. 이건 스자쿠가 를르슈를 좋아해서, 사랑해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사실이고, 실제 상황인 것이다.

 

[를르슈도 찍어서 보내줘.]

 

스톡홀름 증후군, 가스라이팅의 피해자. 를르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자신의 위치를 재정비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피해자라면 이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쳐야하고,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면 전문가와 상의 끝에 알맞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함이 분명한데. 

를르슈는 바지를 벗고서 천천히 자신의 페니스를 문지르고 있었다. 이어폰을 꽂은 귓가에서는 자신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그리고 스자쿠의 페니스가 자신의 애널을 마구잡이로 들쑤시는 영상을 보면서,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간간히 새어 나가는 신음 사이로 스자쿠의 이름을 부르면서, 마지막은 스자쿠가 보내준 페니스 사진에 혀를 내밀고 핥기까지 했다.

스스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를르슈는 스자쿠가 원하는대로 하고 있었다. 다리를 벌리고서, 정액으로 뒤덮인 분홍색 페니스가 덜덜 떨리는 것을 바라보면서, 헉헉거리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고 모자라서, 벌름거리는 엉덩이의 구멍을 손끝으로 천천히 더듬었다. 밀어넣는 것은 순식간이었고, 를르슈는 얕게 쑤시면서 넓혀가기 시작했다. 히익, 흣, 으으우…! 다리를 활짝 벌리고서 애널에 손가락을 묻기 시작했다.

가슴을 만지면서 유두를 꼬집고, 깊은 곳까지 닿지 않는 애널의 피스톤질을 아쉬워 하면서, 를르슈는 스자쿠를 떠올렸다. 

그래, 지금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 이것이 사랑인 것이 좋겠다.

사랑인 편이 훨씬 낫다.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