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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의 섹스 끝에 를르슈는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뒤에 가득 찬 정액과 다물리지 못한 구멍의 느낌에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스자쿠는 잠시도 쉬지 않고 를르슈를 탐했다. 를르슈의 등을 집요하게 문지르면서 뭐라고 속삭였다. 날개, 또 나오게 해봐, 꼬리도 흔들어 보고. 그런 말들을 했던 것 같았다. 를르슈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가득 차고 배가 부른 포만감에 정신을 못 차리면서 엉덩이를 흔드는 수 밖에 없었다.
를르슈의 얼빠진 얼굴을 바라보면서 스자쿠는 그의 입에 처박았던 페니스를 꺼냈다. 타액과 정액이 길게 이어져서 흐르는 꼴을 보면서 스자쿠는 발기가 풀려 말랑해진 페니스를 를르슈의 얼굴에 부볐다. 헤엑, 헤엑, 하고 숨쉬는 를르슈의 입가에 페니스를 또 문지르면 를르슈는 무의식적으로 그 끄트머리를 물려고 애를 썼다. 일부러 물려주지 않자 를르슈는 풀어진 시선으로 애타는 표정을 지었다.
배가 부른데도, 더 먹고 싶고, 더 하고 싶고, 더 탐이 난다.
그런 를르슈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자쿠는 엉망으로 젖은 를르슈의 얼굴을 닦아주면서 키득거렸다.
“섹스하니까 기분 좋아보이네, 를르슈. 제법 악마 같은 표정도 짓고.”
손수건으로 닦아주는 손길은 어딘가 거칠었다. 스자쿠는 잠깐 휴식, 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침대에 드러누웠다.
피투성이의 옷을 다 벗고서 알몸이 된 스자쿠의 옆에서, 를르슈는 배를 끌어안고서 쌕쌕거리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체액으로 범벅이 되었던 얼굴을 스자쿠가 한 번 닦아주었기 때문에 시야는 말끔하게 보였다. 그제서야 천장이 보였다. 낡고 좁은 방의 천장. 천장이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꽤나 방값이 싼 방이 틀림없었다. 스자쿠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는 를르슈를 바라보며 말했다.
“꽤 아늑해, 여기도.”
“…내가 머물렀던 성당도 나쁘지 않았어.”
“아, 그 성당. 이게 완전히 박살이 나서 못 돌아갈 거야.”
“뭐?”
“당분간은… 뭐, 여기서 지낼래?”
“뭐?”
“내 말이 잘 안 들려? 귀는 회복이 덜 됐나?”
“그게 아니라… 너 내가 뭔지 알고서도….”
“네가 악마여도 썰어버리면 그만이지. 너는 살이 연해서 잘 썰리기도 하고.”
“그런 감상 필요 없어!”
스자쿠는 좁은 방 안을 왔다갔다 거리면서 작은 냉장고에서 와인을 꺼냈다. 병째로 들이키면서 를르슈를 향해 씩 웃어보였다. 이거 마실래? 맛있거든. 꽤 좋은 술이야. 를르슈는 고개를 돌리면서 거절했다. 지금은 섹스로 가득 채운 정기를 만끽하고 싶었다. 술이라는 부수적인 첨가물을 더해서 순수한 즐거움을 혼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악마는 인간에 대해서 별로 궁금하지 않나봐?”
“뻔하지. 욕망에 눈이 멀어서 허튼 짓이나 하는 족속이잖아.”
“맞는 말이긴 한데… 를르슈가 그렇게 말하니까 왠지 알밉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너는 나에 대해서 궁금하진 않아?”
“그걸 알아야 돼?”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멍하니 있다가 하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맞는 말이지, 굳이 알 필요는 없지만… 이왕 섹스한 사이가 된 거, 마음도 맞으면 좋잖아? 스자쿠의 말은 아귀가 맞는 듯 하면서도 맞지 않았다. 섹스했다고 마음까지 맞아야 하나? 를르슈로써는 그런 상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악마의 마음까지 알고 싶으면 그건 다른 문제야.”
를르슈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전보다 더 또렷해진 정신으로, 스자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라고 말을 덧붙이면 스자쿠는 와인병을 내려놓고서 계속 말해보라고 말했다. 무슨 말을 해주길 바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를르슈는 자신이 아는 상식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상대는 스자쿠였다. 악마의 살갗과 그 속살을 전부 다 파헤쳐본 미친 남자.
“마음까지 묶이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진짜 ‘계약’의 영역에 들어가. 너는 나에게 종속되고, 나도 너에게 종속되는 그런 계약. 끔찍하잖아.”
“헤에….”
“정확히 말하면 인간이 악마와 생과 사를 함께 하는 운명공동체가 되는 거지.”
“그거 참, 낭만적인데.”
“그래? 인간은 그런 것에 얽매이는 걸 끔찍하게 여기는 줄 알았거든.”
“계약하면 를르슈는 나 없이 못 사는 몸이 된다는 건가?”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멍청한 소리를 들으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스자쿠의 말투가 싫었다. 뭔가 를르슈를 섹스에 안달난 사람처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그렇게 따지자면 너도 나 없이 못사는 몸이 되는 거라고!”
“으음… 뭔가 싫은 거 같기도 하면서, 를르슈 정도면 나쁘지 않을 거 같고.”
“인간이라면 자고로 장래를 함께 할 인간과 인연을 맺는 게 좋아. 악마와 계약하면 천국에도 못 간다고.”
“천국에 못 간다고 말하는 악마는 처음 봐.”
“악마 자체를 처음 보겠지.”
“그것도 맞는 말이야.”
스자쿠는 를르슈에게 말했다. 어떻게 하면 그런 계약을 할 수 있는 거야? 무슨 서류라도 써? 스자쿠의 멍청한 말에 를르슈는 한숨을 내쉬었다. 간단하지만, 내용은 간단하지 않아. 를르슈의 수수께끼 같은 말에도 스자쿠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나는 어차피 천국 같은데 가도 만날 사람은 없거든.”
“천국에 갈 거라는 그 자신감이 엄청난데.”
“그러니까 지옥에 가는 김에 를르슈랑 계약해서 가는 거도 나쁘지 않다 이거지.”
“너 왜 그렇게 나한테… 집착하는 거야?”
이제 서로 볼 것 다 봤고, 볼일도 끝났으니 멀어지면 그만인 사이인데.
“를르슈가 마음에 들었거든.”
스자쿠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동양인이지만 마피아의 말단에서 일하고 있고, 보스가 좋게 보고 있어서 스자쿠에게도 나름의 임무가 주어지고 있다는 것. 원래 살던 곳은 일본이었지만, 어찌저찌 얽힌 인연들이 복잡하여 스자쿠는 마피아가 되었다. 마약을 운반하거나 살인청부를 도맡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패밀리 간의 항쟁이 일어나면 뛰어드는 것도 불사했다. 그런 나쁜 짓만 골라 했으니 천국 같은 곳에 못 가는 건 당연하다고 스자쿠는 덧붙였다.
를르슈는 악마보다 더 악하게 살아온 스자쿠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런 선택을 한 거야?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웃을 뿐이었다. 그냥 그렇게 된 거야. 그래도 너를 만난 건 재미있는 일이야.
“를르슈는 나랑 계약하면 뭐가 좋아?”
“…보다 더 안정적인 마력 공급을 할 수 있다는 거? 계약하는 의도에 따라서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흐음,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계약할 거야?”
“난 인간이랑 계약 안 해. 애초에 인간들도 그런 걸 원하지 않을 거고.”
“내가 원한다면?”
“왜 내가 계약을 해줘야 할 것처럼 말하지?”
스자쿠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는 를르슈의 혓바닥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좋잖아, 나랑 섹스하는 거.”
“섹스 없이도 평생을 잘 살았어.”
“앞으로는 그렇게 못 살 걸.”
“그런 자신감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스자쿠는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를르슈는 웃기만 하는 스자쿠의 시선에 눈을 맞추다가, 알몸으로 저를 끌어안는 팔에 휩쓸리면서 침대에서 한바퀴 구르고 말았다. 스자쿠의 품에 이끌려서 무너지듯 서로를 끌어안고 있으면, 잠시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그리고 를르슈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계약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야. 상호종속의 계약은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
“결혼하는 거랑 다른가?”
“…정확히 말하면, 결혼이랑 비슷해. 대신 서로에 대한 욕망이 가득해야 맺어지는 악질적인 계약이지.”
“욕망? 아하하, 진짜 웃긴다. 나 자신 있어.”
의미불명의 자신감이 넘치는 스자쿠를 보면서,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계속해서 계약에 대해서 설명하느니, 아예 한 번 맺는 시늉을 하면서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빠르다고 생각했다. 좋아, 일어나봐, 스자쿠. 를르슈는 침대에 앉으면서 스자쿠와 마주보았다.
“혀 내밀어.”
“…이렇게?”
“그래.”
를르슈는 내밀어진 스자쿠의 혀 위로, 잘 아문 엄지손가락을 일부러 깨물어 핏방울을 만들어 떨어뜨렸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 것, 이런 정성을 들일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 번 보여주고 안된다는 것을 설명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대의 욕망에 충실한 종이 되리라.”
그러자 감춰져 있던 를르슈의 검은 날개가 뻗어나왔다. 평소보다 더 힘이 있고 강하게 뻗어나가는 날개는 더욱 더 커지고 있었다. 를르슈는 꼬리까지 바짝 선 느낌에 눈을 부릅뜨고서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정말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 말도 안되는, 멍청한 남자가,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천국에 가지 못할 것이고 지옥에 떨어질 거라고 자부하는 이 남자는, 정말로 를르슈를 순수하게 욕망하고 있던 것이다.
를르슈의 눈이 붉게 빛이 나면서 스자쿠를 노려보았다. 잔뜩 핏발이 선 눈동자를 보면서 스자쿠는 키득거리면서 혀를 낼름 삼켰다. 악마의 핏방울이 뚝 떨어진 혀는 붉어지고, 앞으로는 그 피의 주인에게 종속되어 그 욕망을 바쳐야 하는 계약이 맺어졌다. 밖에서는 까마귀가 울어대고, 를르슈는 자신의 몸이 말도 안되는 온도로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종속된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구나.
그것은 사랑에 빠지는 느낌과 비슷해서, 세상이 뒤바뀌고 몸이 새로 짜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앞의 사람을 영원히 욕망하게 되는 저주에 걸리는 기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품에 쓰러지면서, 말도 안되는 계약을 맺어버린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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