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오브 세븐은 를르슈 황자의 약혼자였다. 무려 10살 차이가 나는 연상의 약혼자였지만, 를르슈는 나이트 오브 세븐이 자신의 약혼자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나이트 오브 세븐은 를르슈 황자에게 다정하고 상냥했지만, 전투에서는 하얀 사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싸울 줄 알았다. 아직 어려서 전투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를르슈 황자는 건너건너 들리는 소식들에 의하면 자신의 약혼자가 나서는 전장에서는 언제든 승리가 함께한다는 것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나이트 오브 세븐은 매번 전투가 끝나고 다음날이면 황제의 알현을 마치고 를르슈 황자를 만나기 위해서 아리에스에 들렀다. 나이트 오브 세븐이 오늘 들린다는 소식이 들리면 를르슈 황자는 평소보다 공들여 씻고 옷을 고르는데 한껏 집중하고, 그가 들릴 자기 방이나 응접실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나이트 오브 세븐에게 자신이 10살이나 어린 약혼자라서 무시당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를르슈 황자의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우선 보여지는 것부터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다음은 를르슈 황자 10세의 일이었다.
“마리안느 님이 오후에 또 자리를 비우셨다면서요? 전하 혼자 외로우셨겠어요.”
“괜찮아, 오후부터는 스자쿠가 온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널 믿고 외출하신 거야.”
“저도 빨리 올 걸 그랬네요.”
“왜? 내가 그렇게 걱정돼?”
“걱정은 물론이고, 전하가 보고 싶으니까요.”
를르슈의 외로웠던 지난 일주일을 알아주는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시선을 피하고 괜히 뺨을 만져보면서, 를르슈는 자신의 하얀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진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럼 좀 보기 흉하잖아. 를르슈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스자쿠는 다정한 목소리로 를르슈에게 말했다.
“변함 없이 잘 지내시는 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아아, 응. 스자쿠는 어떻게 지냈어?”
“저야 뭐, 이번 원정은 급하게 불려나간 거라서 뭔가 전달받기에도 시간이 애매했고… 그래도 이겼으니까 다행이지 싶었다네요. 전하가 보고 싶어서 힘들었어요.”
“……나도.”
를르슈의 수줍은 고백에 스자쿠는 활짝 웃어주었다. 스자쿠는 응접실의 창문 너머를 보더니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라고 말했다. 요즘 계속 추워지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날이 좀 풀렸나봐요. 날씨 이야기를 하는 스자쿠에게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맞아, 그래서 오늘 나나리가 외출하기 전에 어머니한테 코트를 입고 싶지 않다고 떼를 써서 곤란했어.”
“이런, 그래도 몸은 차가운 것보다 따뜻한 게 훨씬 나아요. 전하도 밖에 나오실 때에는 꼭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나도 알아.”
모처럼 날이 좋으니까 응접실에만 있는 것도 손해일까. 를르슈는 고민을 했다. 아리에스의 장미정원은 추위 때문에 딱히 볼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드물게 어머니도, 나나리도 없이 스자쿠를 독점하는 시간인데 응접실이나 살롱에서 틀어박혀 있는 것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딱히 중요한 건 아닌데… 아니 중요하다고 해야 할까.”
“네?”
“오랜만에 스자쿠랑 단둘이 있는데 뭔가 특별한 걸 하고 싶어.”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특별한 거요, 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런 스자쿠의 목소리에 를르슈는 괜히 가슴이 뛰었다. 평소의 스자쿠와 다르게 목소리를 낮추고, 시선을 날카롭게 하는 스자쿠는 를르슈를 밤마다 잠 못 이루게 했다.
“스자쿠가 그럴 때마다 이상해져.”
자리에서 일어난 를르슈는 자신에게 시선을 맞춰주는 스자쿠의 뺨을 꼭 붙들고는, 입을 맞추었다. 황자전하의 사랑스러운 키스에 스자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그를 쳐다보았다. 방금 전에 어딘가 무서우면서도 멋있던 스자쿠는 어디 가고, 평소와 같은 스자쿠가 되니까 를르슈는 그것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럴 때라는 게 언제를 말씀하시는 거죠?”
“스자쿠가 스자쿠 같지 않을 때가 있어. 지금이랑 좀 달라.”
“그래요? 그러면 무섭지 않나요?”
“무섭지 않아. 스자쿠니까.”
“…그래서 키스해주신 건가요?”
“그럴 때의 스자쿠는 좀 무섭긴 한데… 그런 스자쿠도 내 꺼니까. 내 꺼에 키스하는 게 뭐가 나빠?”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를르슈는 갑자기 한숨을 몰아쉬는 스자쿠를 보고서 당황하며 쳐다보았다. 나 이상한 말 했어? 스자쿠는 아뇨, 라고 말하면서 를르슈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작은 몸이 한팔에 감겨드는 것이, 이 황자전하는 10살이나 어린 소년이라는 걸 실감하게 했다. 하지만 ‘내 꺼’라고 말하는 당당함 같은 것이나, 그런 스자쿠마저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집착 같은 것이 스자쿠 못지 않은 욕정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방금 전에 키스도 그렇고.
“전하, 저랑 특별한 거 할까요?”
를르슈는 자신의 어깨를 끌어안은 채로 머리 위에서 속삭이는 스자쿠의 목소리를 들었다.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를르슈에게 전해지는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반짝이던 초록의 눈빛은 어두웠다. 어딘가 위험하고, 무서운 스자쿠라고 생각이 들지만, 를르슈는 그런 스자쿠도 이미 자신의 스자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응, 할래.”
그렇게 를르슈는 스자쿠의 무릎 위로 올라앉았다. 스자쿠의 시선만큼 높아졌다. 를르슈는 마주하는 스자쿠의 시선이 어딘가 가라앉아있지만 뜨겁게 느껴졌다. 자신을 샅샅이 훑어보는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 그런 시선에 놓여진 것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지고, 부끄러워지는 기분이라서, 를르슈는 스자쿠와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왜 눈을 피하세요?”
“스자쿠가… 계속 쳐다보고 있어서.”
“어떻게 쳐다보는데요?”
“모르겠어. 근데, 평소랑은 달라.”
스자쿠는 평소랑은 다르다고 말하는 를르슈의 입술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딱딱한 어른의 손끝이 아이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는 느낌은 배덕감 그 자체였다. 를르슈는 제 입술을 문지르는 스자쿠의 손길에 조심스럽게 입을 벌렸다. 말캉한 속살이 벌어지면서 붉은 속을 보여주는 것에 스자쿠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를르슈 황자 10세의 가을, 나이트 오브 세븐과 첫 키스를 한 어느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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