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 를르슈는 남자입니다 ^^
한번 쯤 써보고 싶었던 소재였기 때문에 갈겨봅니다~
다음편 나올 수도 있슴....
를르슈가 쿠루루기 스자쿠의 부인이 된 것은 벌써 십 년도 더 된 일이었다.
를르슈는 그때 막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하기 시작할 나이였다. 그런 를르슈를 본 스자쿠는 열두 살이나 어린 제 신부를 만족스러워 했다. 를르슈는 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웃는 스자쿠를 좋아했다. 비록 브리타니아에서 쫓겨나 먼 극동의 일본으로 팔려온 신세였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에는 그저 웃는 스자쿠를 좋아할 뿐이었다.
스자쿠는 저를 따라다니며 늘상 생글거리는 를르슈를 귀여워했다. 그는 자신의 신부를 끔찍하게 아끼는 남자였다.
* * *
를르슈의 기상은 스자쿠의 키스로부터 시작했다. 미지근한 혀가 입안 구석구석을 훑는 것에 를르슈는 눈을 감은 채로 그의 혀와 제 것을 비빌 뿐이었다. 를르슈의 혀가 움직이는 것에 스자쿠의 삼켜진 웃음이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떨어지려는 스자쿠의 체온을 두 팔로 붙들어 잡으면, 스자쿠가 항복하듯이 입을 떼어냈다.
“를르슈, 일어났어?”
스자쿠의 속삭이는 말에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끌어안은 두 팔을 부드럽게 풀어내면서, 스자쿠는 를르슈가 섭섭하지 않게 그를 다시 품에 끌어안았다. 이제 일어나야 돼, 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아쉬움이 듬뿍 묻어났다. 를르슈는 그의 뺨에 입을 맞추며 몸을 떼어냈다.
이불에서 먼저 벗어난 스자쿠를 바라보던 를르슈는 제 몸을 살폈다. 어젯밤의 정사가 끝난 뒤에 기억이 없는 탓이었다. 스자쿠는 그런 를르슈를 보고서 어젯밤에 다 씻겼다고 말했다. 를르슈는 불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깨우지. 일어날 수 있는데.”
“일어날 수 있었으면 진작에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했어. 몸은 괜찮아?”
“움직일 수 있어.”
“그래도 오늘은 쉬어야 돼.”
스자쿠는 옷장에서 를르슈의 옷들을 꺼내왔다. 다소곳이 놓인 속옷들을 보고서 를르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벗은 알몸이 부끄럽긴 했지만 스자쿠의 앞이라면 괜찮았다. 제 앞으로 다가오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소리 없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의사 불러주면 안 돼?”
를르슈는 제 다리 사이로 팬티를 밀어넣는 스자쿠의 손길을 받으며 물었다. 두 다리 사이로 꿰어진 천조각은 를르슈의 아래를 가리는 역할에 충실했다. 클리토리스를 살짝 문지르는 스자쿠의 손길이 조금 야릇하긴 했지만 흥분할 정도는 아니었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손을 아래에서 떼어내며 브래지어를 집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가슴을 가리는 브래지어를 둘러주었다. 를르슈의 후크를 잠가주면서 스자쿠는 반문했다.
“의사는 왜?”
“…이번엔 아기가 생겼을 거 같아서.”
“어제는 두 번 밖에 안 했잖아. 아직일 거 같은데.”
“그, 그런가…?”
를르슈는 브래지어가 제 가슴을 가리는지 확인했다. 납작한 가슴도, 닿으면 예민하게 서버리는 유두도 브래지어 안쪽으로 모두 들어갔다. 를르슈의 확인을 살피던 스자쿠는 그의 빈틈없이 채워진 브래지어 끝을 만지며 말했다.
“아기 생기면 가슴이 커진다는데. 를르슈는 왜 그대로일 것 같지?”
“아냐, 커질 거야.”
“처음 했을 때랑 똑같잖아.”
“나, 나도 노력하고 있어.”
를르슈는 억울한 듯 스자쿠를 노려보았다. 를르슈의 노력을 스자쿠도 알고 있었다. 스자쿠가 브래지어를 풀어주고 나면 혼자서 열심히 가슴을 주무르는 를르슈의 마사지 방식을 가르쳐준 것도 스자쿠였다. 스자쿠가 속옷을 제대로 입혀주고 나면 를르슈는 나머지 옷들도 스자쿠의 손에 쥐어주었다.
하얀 셔츠와 검은 바지, 하얀 양말까지 신겨주고 나면 스자쿠의 일은 끝이 났다. 옷을 다 갖춰입은 를르슈는 스자쿠를 돌아보았다. 아직 티셔츠와 속옷 차림의 스자쿠는 귀찮은 듯이 제 옷장을 열어보고 있었다.
“스자쿠도 내가 입혀줄까?”
“나는 괜찮아.”
“알았어….”
괜히 시무룩해진 를르슈는 제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서 스자쿠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뭐든지 스자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자신과 다르게 스자쿠는 혼자서 알아서 척척 해내었다. 그런 점에서 또 어른과 아이의 차이를 느껴버리는 것은 서글펐다.
를르슈의 마음을 읽었는지, 금세 옷을 갖춰입은 스자쿠는 그를 등 뒤에서 끌어안았다. 얇은 옷자락 아래로 그의 브래지어가 지나가는 등 라인을 문지르면 를르슈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
“를르슈가 나중에 어른 되면 부탁할게, 그때 해줄래?”
“…이제 섹스도 할 수 있는데. 언제까지 애 취급이야?”
“아직 아기가 안 생기는 거 보면 여기는 어린애인 거 아닐까?”
를르슈는 제 아랫배를 감싸는 스자쿠의 손길에 미간을 찌푸렸다.
“내 자궁에는 문제 없어.”
“나도 문제 없어. 그건 를르슈가 제일 잘 알지?”
어젯밤에도 실컷 제 안쪽에 사정한 그 감각이 떠올랐다. 를르슈는 붉어진 뺨을 가릴 생각도 못한 채로 스자쿠를 바라볼 뿐이었다. 대꾸할 말이 없었다. 아직 어리다고 하면 어릴 수 밖에 없었다.
를르슈의 뒷목에 입을 맞춰주고 나서 스자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자쿠는 시계를 보고서는 혀를 찼다. 아침이라도 같이 먹을까 했는데…. 그 말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를르슈는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서 스자쿠에게 다가갔다.
아직 한참 작았지만 스자쿠가 고개를 숙여주면 키스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었다. 오늘도 스자쿠의 넥타이를 살짝 끌어당겨 그에게 키스를 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 숙여지는 스자쿠의 고개에 를르슈는 혀를 내밀어 그의 아랫입술을 핥았다. 스자쿠의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혀를 섞고 그의 타액을 넘겨 받아 삼키는 것을 반복했다.
그것이 를르슈의, 오늘의 스자쿠를 충전하는 방법이었다.
* * *
스물여섯 살의 스자쿠는 아직까지는 일을 물려받기엔 어리다는 이유로 회사의 말단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후계자로 내정된 것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회사를 다니는 것은 불편한 일이었지만, 그 특유의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버텨내기는 쉽지 않았다. 스자쿠는 저에게 떨어진 아버지의 호출에 인상을 쓰며 퇴근길에 나섰다. 아버지가 불러낸 곳은 그가 자주 가는 고급 일식집이었다. 밥맛 떨어지게 하는 대화를 하기에는 너무나도 고상한 곳이었다.
“대체 언제까지 고집을 부릴 거냐, 그 꼬맹이랑 소꿉놀이 하는 것도 작작해야지.”
아버지는 보자마자 그 이야기를 꺼냈다. 말을 둘러서 하는 편은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기분 나쁘게 말하는 것도 늘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 꼬맹이를 제 신부로 붙여놓고 호적까지 넣으신 분이 그런 말을 하시다뇨.”
“하,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상황도 달라졌고. 카구야도 이제 기다리는데 한계가 있어.”
“그 카구야도 혼기 놓치기 전에 빨리 다른 곳에 시집가는 게 좋겠죠. 쿠루루기의 첩이 되는 건 너무 비참하잖아요?”
“너는!”
“계속 그 말씀만 하실거면 가보겠습니다.”
스자쿠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제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술잔에 스자쿠는 눈을 질끈 감았다. 피할 수 있었지만, 한 대 맞고 풀려날 일이라면 맞아줄 생각이었다. 스자쿠의 예상 궤도와 다르게 술잔은 벽에 부딪혔고, 그 파편이 튀어 스자쿠의 볼을 긁었다. 빨갛게 핏물이 떨어지는 것에 스자쿠는 쓰린 상처를 만지작거렸다.
“아버지 손버릇은 여전하시네요.”
“스자쿠!”
그를 자극하는 말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이미 입밖으로 튀어나온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었다.
“후계자 문제는 아버지가 자초하신 겁니다. 저는 를르슈 말고는 다른 사람 들일 생각 없어요.”
“너는 너 혼자만 생각하는 게 문제야! 대체 그 브리타니아 남자애랑 언제까지 붙어먹을 생각이냐?! 적당히 하고 떨궈야지!”
스자쿠는 그 말에 주먹을 쥐며 말했다.
“말씀 똑바로 하세요. 를르슈는 여자에요. 제가 그렇게 키웠어요.”
“하, 그 변태 같은 놀음 아직도 하고 있단 말이냐?”
“그럼 진작에 말리셨어야죠. 그런 를르슈를 이용해서 브리타니아랑 협상하신 건 생각 안 나시나봐요?”
“그 놈은 그정도의 가치만 있었을 뿐이야!”
를르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스자쿠도 냉정을 잃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추한 주제에 대해서 를르슈를 언급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스자쿠가 자리를 박차고 나오자, 등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수차례 들렸다. 그러나 스자쿠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공지 | <부활의 를르슈> 스포일러 있는 글은 * | 2019.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