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이었다. 평소와 같이 를르슈를 끌어안고 자던 스자쿠는 먼저 눈을 떴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어린 아내를 보다 깊게 품에 끌어안으면, 를르슈는 스자쿠의 온기를 좇아 더 품을 파고들었다. 를르슈의 기분 좋은 체향을 들이마시던 스자쿠는 오늘은 느긋하게 뒹굴 수 있는 주말의 첫날인 것에 여유로워졌다. 한껏 를르슈를 즐기고 평일의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스자쿠는 를르슈의 파자마 사이로 손을 밀어넣었다. 높은 아이의 체온으로 말랑거리는 속살이 기분이 좋았다.
스자쿠가 허리를 쓰다듬자 를르슈는 앓는 소리를 내면서 몸을 뒤틀었다. 가볍게 등골을 문지르는 손길에 를르슈가 더운 숨을 내뱉는 것에, 스자쿠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평소의 를르슈의 몸 치고는 왜인지 더 뜨겁게 느껴졌다. 만지는 살결은 평소보다 더 촉촉하게 달라붙었다.
“를르슈, 눈 좀 떠봐.”
“싫어, 더 잘래….”
“너 열 나는 거 같아서 그래.”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스자쿠의 가슴팍에 뺨을 부비던 를르슈는 이불을 걷어내자 춥다고 중얼거렸다. 역시 오늘따라 달라붙는 체온이 평소보다 뜨거운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를르슈의 이마에 손을 얹은 스자쿠는 뜨끈하게 도는 열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를르슈는 잔병치레가 잦은 아이는 아니었지만, 한 번 아플 때 호되게 앓는 편이었다. 게다가 아프면 칭얼거리고 우는 버릇도 있어서 곤란했다. 그럴 때마다 아픈 걸 대신 아파해줄 수도 없는 것이 스자쿠는 속상했다.
“스자쿠, 나 추워. 안아줘.”
아니나 다를까 보채는 것이 벌써 시작된 모양이었다. 스자쿠는 붉어진 뺨을 하고서 졸린 눈을 부비면서 스자쿠의 품을 다시 찾는 를르슈에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를 한팔에 끌어안았다. 약 먹어야지, 하고 말을 꺼내보면 를르슈는 고개를 내저었다. 나 하나도 안 아픈데. 말끝이 늘어지고 있는 것을 모르는 를르슈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스자쿠에게 그냥 조금만 더 자자고 졸랐다.
“밥 조금만 먹고 약 먹고 한숨 자자. 어때?”
“싫어, 그냥 잘래….”
를르슈는 이불을 끌어당기면서 자리에 드러누웠다. 스자쿠의 옷자락을 쭉 잡아 당기면서 자신의 옆에 누울 것을 강요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요청대로 그의 옆에 누워서 를르슈의 눈물이 글썽거리는 속눈썹 끝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숨을 내쉬던 를르슈는 이내 미간을 찌푸리면서 울먹거렸다.
“스자쿠, 나 머리 아픈 거 같아.”
“그러니까 열 난다고 했잖아. 빨리 약 먹자, 응?”
를르슈를 달래면서 스자쿠는 그의 등을 토닥거렸다. 부드러운 손길에 를르슈는 스자쿠의 티셔츠를 움켜쥐고서 싫다고 중얼거렸다. 스자쿠는 귓가에 닿을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조금씩 헐떡이기 시작하는 를르슈가 걱정이 되었다.
“뭐가 싫어, 를르슈.”
“약 먹는 거 싫어.”
“아픈 거 빨리 나아야지.”
“맛없으니까 싫어.”
“왜 이럴까, 를르슈.”
“스자쿠가 약 가지러 가는 거도 싫어. 계속 옆에 있어.”
“바로 돌아올게.”
“싫어….”
를르슈는 연신 싫다는 말만 하면서 약 먹는 것을 거부했다. 스자쿠가 궁여지책으로 ‘다른 사람한테 약 가져달라고 할게’ 라고 말했지만 그마저도 싫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평소라면 어른스러운 를르슈가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고 자기 속내를 꾸밈 없이 드러내는 모습이 귀엽긴 했지만, 지금은 아픈 를르슈가 우선이다 보니 그 귀여움은 다음 일이었다.
를르슈는 아플 때마다 스자쿠가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두려워하고 불안해했다. 생존본능처럼 스자쿠를 찾으면서 그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매번 그랬으니, 지금쯤이면 상황을 타개할 요령이 있을 법도 했지만, 스자쿠는 매번 를르슈가 아플 때마다 익숙해지지 않았다.
빈속에 약을 먹일 순 없으니 간단하게나마 식사도 해야 하고, 약도 먹여야 하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를르슈가 자기 옆을 떠나지 말라고 할 때면 스자쿠는 그 말에 붙들려 그의 옆을 지켰다. 스자쿠가 있으면 덜 아픈 거 같아, 라고 말하는 를르슈의 말에 그랬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면서.
스자쿠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하는 를르슈의 이마를 한 번 닦아주었다. 겨우 눈꺼풀을 내린 를르슈는 색색 소리를 내면서 얕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깐 닿았던 이마의 열은 그 사이에 더 높아져서 스자쿠는 더욱 초조해졌다.
“금방 다녀올게.”
를르슈의 뺨에 입을 맞추고서 스자쿠는 부엌으로 내달렸다. 사용인들이 스자쿠의 다급한 표정에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를르슈 입에 들어갈 모든 것을 다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지금 홀로 자신의 침실에서 아프고 있을 를르슈를 생각하면 그럴 시간이 없었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죽 좀 만들어주시겠어요? 를르슈가 아파서요.”
“아아, 네.”
“그리고 딸기도 조금 부탁해요. 다 되면 제 침실로 가져다주세요.”
“알겠습니다, 도련님.”
물병과 잔을 챙긴 스자쿠는 상비약 사이에서 어린이용 해열제를 골라들고서 다시 침실로 돌아갔다. 그 사이에 일어난 를르슈가 스자쿠를 보더니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앙, 하고 우는 소리에 스자쿠는 협탁 위에 물병과 잔, 해열제를 두고서 를르슈를 급하게 끌어안았다.
“미안, 약 가지러 갔다 왔어.”
를르슈는 울음소리 사이로 웅얼거리면서 싫다는 말만 반복했다. 스자쿠는 그의 등을 토닥이면서 를르슈에게 물 한 잔을 권했다. 열도 나는 데다가 한바탕 터뜨린 울음 때문에 를르슈는 목이 마르는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을 절반 가량 채운 잔을 입술에 가져다주면 를르슈는 꿀꺽꿀꺽 삼켰다. 쉬지 않고 잔을 다 비운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조금 안심했다.
“조금 있다가 죽 올 거니까, 그거 먹고 약 먹고 같이 자는 거야.”
“죽 먹기 싫어….”
“그럼 딸기 먹을까?”
“딸기 좋아….”
“그래, 딸기 먹자.”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땀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하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물수건을 챙겨오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따뜻하다 못해 뜨끈한 를르슈의 몸을 안고 있으면, 스자쿠는 오늘 밤이 꽤 길어질 것이라는 것에 각오를 다졌다. 한 번 아프기 시작한 를르슈의 열은 하룻밤을 견디면 꺾이고 이튿날이면 금세 털고 일어서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 하룻밤 동안 대신 아파해줄 수도 없고 아픈 것을 보고 안아주기만 할 수 있다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딸기 말고 또 먹고 싶은 거 있어?”
“푸딩… 먹고 싶어.”
먹고 싶은 것에 대해서 아직 입맛은 있는 모양인 듯 싶었다. 그것은 다행이었다. 스자쿠는 를르슈를 위해서 항상 구비해두는 집안 냉장고의 푸딩을 떠올리며 그것도 먹자고 했다.
그때 스자쿠의 침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금방 떨어질 것 같은 스자쿠의 모습에 를르슈는 스자쿠의 옷자락을 잡으면서 가지말라고 말했다. 를르슈의 애원에 스자쿠는 문밖에 있을 사용인에게 들어오라고 말했다.
그녀는 를르슈를 끌어안고 있는 스자쿠의 모습에 조금 놀란 듯 했지만, 이내 침착한 얼굴로 모락모락 김이 나는 죽과 딸기가 담긴 트레이를 들고 들어왔다. 스자쿠는 협탁 위에 놔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대로,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스자쿠의 말대로 협탁 위에 트레이를 올려두었다. 더 필요하신 건 있으실까요, 라고 그녀가 묻는 것에 스자쿠는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스자쿠의 침실을 재빠르게 나섰다. 눈치가 빠른 사람인 것 같았다.
스자쿠는 품 안에 안겨 있는 를르슈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를르슈, 죽 조금만 먹을까? 딸기는 너무 차갑잖아.”
“싫어….”
“맛있는 냄새 나는데, 그래도 싫어?”
“딸기, 딸기 먹을래.”
딸기를 찾는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를르슈가 한입에 먹기 쉬운 딸기 중에서 하나를 골라 초록색 꼭지를 떼고 입에 넣어주었다. 빨간 딸기가 붉은 입술에 닿았다가 밀어넣어지면 또 우물우물 씹는 모습에 스자쿠는 그것이 꽤 외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느릿하게 딸기를 씹어 삼키던 를르슈는 곧 다 먹었는지 입술을 벌리며 다음 것을 요구했다.
딸기의 빨간 과즙으로 붉게 물든 를르슈의 작은 혀 같은 것이 평소보다 더 야하게 느껴지는 건 를르슈한테 너무한 일이겠지? 스자쿠는 겨우 속을 달래면서 다음 딸기를 골라 입에 넣어주었다. 평소대로라면 혼자서 야무지게 딸기를 먹을 수 있는 를르슈지만, 아플 때에는 사소한 것 하나 하나까지 스자쿠의 손길을 원하는 것이 어딘가 안타까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딸기를 네 알 정도 먹은 를르슈는 이내 배부르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더 먹어주었으면 했지만 억지로 먹였다가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를르슈가 토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자쿠는 먹이는 것을 포기했다. 이제 약을 먹여야 할 차례였다. 어린이용 해열제 시럽을 들이밀자 를르슈는 입술을 다물면서 고개를 돌렸다.
“약 안 먹어….”
“먹어야 빨리 낫지.”
“맛없어.”
“딸기맛 나는 약이래, 괜찮을 거야.”
“그래도 싫어….”
“를르슈, 빨리 낫고 싶지 않아?”
스자쿠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빨리 낫기 싫어, 라고 열에 잠긴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것에 스자쿠는 의아한 듯이 쳐다보았다.
“빨리 나으면… 스자쿠 나 혼자 두고 가니까.”
를르슈는 생각만으로도 외로운지 눈물이 고인 눈을 깜빡거렸다. 주르륵 흐르는 눈물에 스자쿠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손을 뻗어 그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고 있던 를르슈는 그 상냥한 손길이 떨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혼자 있는 거 싫어.”
를르슈는 그렇게 말하면서 힘없는 손으로 스자쿠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러니까 계속 아파도 돼, 라고 말하는 입술은 쓸쓸해보였다. 스자쿠는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쪽 소리가 나며 붙었다 떨어지는 입술에 를르슈는 희미하게 웃었다.
“를르슈 혼자 있는 거 싫었구나, 미안해.”
“으응….”
“그래도 난 를르슈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
“왜…?”
“를르슈 아플 때 키스할 수도 없고 섹스도 못하니까.”
“키스는 방금 전에 했잖아….”
“를르슈가 더 좋아하는 키스 있잖아.”
“…….”
“물론 나도 하면 기분 좋아.”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스자쿠의 애원하는 듯한 눈빛에 를르슈는 작은 목소리로 약을 달라고 했다. 스자쿠는 기꺼이 그에게 해열제 시럽을 가져다주었다. 숟가락 가득 채워진 약을 한 입 가득 채워 문 를르슈는 그것을 이내 꿀꺽 삼켰다. 를르슈가 삼키는 것까지 다 살핀 스자쿠는 물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는 반 잔의 물까지 다 비워낸 를르슈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스자쿠의 손길대로 누운 를르슈는 스자쿠를 자신의 옆에 꼭 붙든 채로 물었다.
“스자쿠… 나 많이 아픈 거 같아?”
아마 저녁이 되면 열이 더 올라갈 것이지만, 약을 먹으면 하룻밤이면 금방 나을 감기일 것이다. 스자쿠는 늘상 그래왔던 를르슈의 발열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약 먹었으니까 내일이면 다 나을 거야.”
“내일, 너무 멀어.”
“멀어?”
“나… 나 지금 스자쿠랑 키스하고 싶어.”
를르슈의 솔직한 고백에 스자쿠는 소리 없이 웃으면서 그의 뺨에 입을 맞추어주었다. 그러자 를르슈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거 말고, 스자쿠랑 내가 더 좋아하는 키스 말한 거야.”
“내일 많이 해줄게. 지금 하면 를르슈가 힘들 거야.”
를르슈는 그 말에 ‘지금은 하나도 안 아픈데….’라고 대꾸했다. 약도 먹었으니까 이제 다 나았을 지도 몰라, 하고 말하는 모습에 스자쿠는 그를 끌어안아주었다. 이불 속에서 스자쿠의 품에 안긴 를르슈는 덥다고 말하면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거 알아, 를르슈?”
“뭐 말이야?”
“감기한 사람이랑 키스 하면 감기가 옮거든.”
그 말을 듣던 품 안의 를르슈가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럼 키스하면 안 되겠네, 라고 추측하는 를르슈의 영특함에 스자쿠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아쉬워하며 한숨을 내쉬는 를르슈에게 스자쿠는 비밀을 말하듯 속삭였다.
“내가 감기 걸리면 를르슈가 계속 옆에 있어줄래?”
“당연하지. 스자쿠가 안 아파도 계속 옆에 있을 거야.”
“하루 종일 를르슈 귀찮게 할 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그럼 감기 걸려도 를르슈가 있으니까 좋겠다.”
“응.”
나는 스자쿠의 아내니까, 계속 옆에 있을 거야. 를르슈는 아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를르슈의 귀여운 고백에 스자쿠는 그의 열로 들떠 마른 입술 끝을 쓰다듬었다. 아랫입술을 지긋이 문지르는 그 손길에 를르슈는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스자쿠의 두 눈은 섹스할 때의 그 눈빛과 비슷하게 젖어있었다. 를르슈의 아랫입술을 문지르는 손길도 야릇하게 느껴졌다. 를르슈는 작은 혀를 내어 자신의 입술을 만지는 스자쿠의 손끝을 핥았다. 낼름 핥는 그 혀의 움직임에 스자쿠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를르슈랑 키스해도 되겠지?”
를르슈가 고개를 끄덕이자, 스자쿠는 그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삼키기 시작했다. 열을 내느라 마른 입술을 덮어가듯 맛보고, 작은 머리의 뒤를 받쳐서 깊게 혀를 삼킬 수 있도록 하면 를르슈의 혀가 스자쿠의 것에 문질러졌다.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는 입안이 안쓰러우면서도, 스자쿠는 아픈 를르슈까지 맛볼 수 있다는 것에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코로 숨을 내쉬면서 혀를 섞는 사이 사이마다 신음하는 를르슈가 스자쿠의 타액을 삼키면서 스자쿠의 가슴에 매달렸다. 익숙하게 혀를 빨아들이면서도 아직은 어설프게 움직이는 그 키스에, 어느샌가 스자쿠는 를르슈의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몇 번의 깊은 키스 끝에 를르슈가 숨을 고르던 중, 스자쿠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더 하면… 스자쿠가 감기로 많이 아플까?”
“더하고 싶어?”
“응….”
솔직하게 대답하는 를르슈에게 스자쿠가 아쉬울 것은 없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열이 오르고 있는 중에 섹스를 했다가 를르슈가 더 아플지도 모른다는 것 뿐이었다. 안 그래도 섹스할 때마다 달아오르는 를르슈의 몸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열이 솟으면 를르슈가 녹아버리지 않을까, 스자쿠는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한 게 우스워져서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스자쿠가 망설이는 것을 알아차린 를르슈는 작게 스자쿠의 이름을 불렀다. 스자쿠가 가까워지면, 를르슈는 스자쿠의 목덜미에 제 입술을 붙이면서 그 살갗을 가볍게 빨아들였다. 덥고 습한 숨과 함께 목덜미가 간질거리는 느낌에 스자쿠는 를르슈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작은 혀로 스자쿠의 목덜미를 문지르면서, 언젠가 스자쿠가 를르슈에게 키스마크를 남길 때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를르슈는 입술을 맞대고 있다가 숨이 차는 모양인지 곧 떼어내고서 스자쿠의 목에 매달렸다. 작은 몸이 덥석 달려드는 것에 스자쿠는 흔들림 없이 그를 받아냈다. 살살 일으켜 세운 뒤, 스자쿠는 를르슈의 파자마 상의 단추를 벗기면서 말했다.
“하다가 머리 아프면 바로 말해.”
“응.”
“아픈 거 참으면 안 돼, 를르슈.”
“으응.”
를르슈의 몸은 열이 나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촉촉하게 젖어있는 느낌이었다. 발갛게 열이 오른 몸을 다 벗겨 놓기에는 를르슈가 추울 것 같았다. 떠올린 궁여지책은 불편하지만 옷을 입힌 채로 하는 것이었다. 스자쿠는 상의 단추를 반쯤 풀어놓고서, 가슴팍만 드러내게 한 채로 를르슈의 빳빳하게 서기 시작한 유두 끝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흐응… 스…자쿠, 입으로 해줘.”
를르슈가 나른한 신음을 흘리며 스자쿠에게 말했다. 아내의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주고 싶은 스자쿠는 를르슈의 말대로 그의 분홍빛 유두를 입에 머금었다. 작은 유두는 유륜까지 단숨에 빨려들어갔고, 를르슈는 스자쿠의 혀가 자신의 유두 끝을 튕길 때마다 허리를 떨어가며 소리를 높였다. 비어있는 다른쪽 가슴까지 손끝으로 굴려가면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가슴을 더 내밀었다.
스자쿠의 머리를 끌어안은 를르슈는 이내 타액으로 흠뻑 젖은 제 가슴팍을 보면서 붉어진 얼굴로 스자쿠에게 다음을 요구했다. 발기한 클리토리스로 답답해진 파자마 바지를 벗겠다고 허리를 뒤틀면서 움직이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그의 몸을 뒤집었다. 갑자기 뒤집힌 시야에 스자쿠가 들어오지 않자, 를르슈는 당황했다.
“오늘은 옷 입고 할 거야. 그래서 좀 불편하지만 이 자세로 할게.”
“이 자세…?”
를르슈는 스자쿠의 손이 자신의 바지를 벗기는 것을 느꼈다. 그는 선언한 대로 옷을 입힌 채로 할 생각인 듯 싶었다. 바지와 속옷을 동시에 벗기면서, 하지만 허벅지 근처까지만 내린 상태로 스자쿠는 를르슈의 허리를 붙잡았다. 엉덩이만 뒤로 뺀 자세가 되고 나서, 를르슈는 불안한 듯 스자쿠의 이름을 불렀다.
“괜찮아, 를르슈.”
“아, 아…! 아, 거기, 거기… 핥으면… 아, 아앙…!”
스자쿠는 엉덩이 사이를 벌려 를르슈의 애널을 핥기 시작했다. 한참 달아오른 체온 때문에 온몸이 따끈한 를르슈의 안에서 제일 뜨겁게 느껴졌다. 스자쿠는 타액을 흘려가면서 를르슈의 애널을 혀끝으로 툭툭 두드려보기도 하고, 구멍을 벌려 혀를 밀어넣기도 했다. 스자쿠의 혀가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를르슈는 눈앞에 놓인 베개를 끌어안고서 허리를 흔들었다. 자지가 들어갔을 때보다 얕지만 스자쿠가 주는 쾌락은 강렬했다.
를르슈가 신음하며 흘리는 타액에 베갯잇이 젖어가는 것을 본 스자쿠는 손가락을 밀어넣기 시작했다. 혀보다 더 단단하지만, 자지보다 가는 손가락이 안쪽을 들쑤시는 것에 를르슈는 스자쿠의 손길이 결정적인 쾌락의 지점을 비껴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지만 그 주변을 둥글게 휘저으면서 애널 안을 넓히고 있는 느낌도, 열이 오른 몸에는 충분한 자극이 되었다.
두 손가락을 밀어넣은 스자쿠는 를르슈의 애널이 평소보다 뜨겁다는 것과 그 뜨거워진 애널 안에 자신의 것을 박아넣었을 때의 쾌락을 기대했다. 를르슈도 그것을 기대하고 있는 모양인지, 구멍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스자쿠의 손가락을 삼키고 있었다. 세 개째의 손가락이 들어가자 를르슈는 애타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으응, 싫어, 손가락, 싫어…! 이제 자지… 자지 넣어줘, 스자쿠…!”
를르슈의 애원에도 스자쿠는 쉽게 넣어주지 않았다. 를르슈는 자신의 안에서 움직이는 손가락이 야속하기만 했다. 허벅지까지 내린 바지 때문에 다리를 더 벌릴 수 없는 게 답답하게 느껴지고, 가슴팍만 드러낸 상의는 어정쩡하게 유두를 문지르며 자극을 더해가고 있었다.
스자쿠의 타액으로 젖은 를르슈의 뒤가 완전히 풀리고 나서야, 스자쿠는 전희를 멈추었다. 한참을 넣고 휘젓던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를르슈의 애널은 스자쿠를 받아들일 보지가 되어 있었다. 길었던 전희로 발갛게 부어오른 입구에 스자쿠는 아래를 풀러 자신의 페니스를 갖다댔다. 뜨거운 스자쿠의 페니스를 느낀 를르슈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면서 스자쿠의 페니스가 들어오는 것을 기대했다. 스자쿠는 오래 기다린 를르슈의 바램을 들어줄 생각으로 그의 엉덩이를 살짝 벌린 채로 페니스를 밀어넣기 시작했다.
“를르슈가 좋아하는 자지, 넣어줄게.”
“하아, 아, 아… 아읏…!”
“안 아파?”
“아, 안 아파, 더, 더 깊게, 들어와… 응, 으응, 아, 아…!”
를르슈의 보지는 기특하게도 스자쿠의 자지를 모두 삼켰다. 오래 공들여 풀어준 만큼의 보상이 스자쿠에게도 느껴졌다. 뜨거운 내벽이 스자쿠의 페니스를 꽉 조이는 느낌에, 스자쿠는 를르슈의 몸을 느릿하게 열어가는 여유를 잃을 뻔 했다. 이 작은 몸을 발가벗기고 원하는대로 치받고 싸지르고 싶은 충동을 겨우 이겨낸 스자쿠는 를르슈의 땀에 젖은 뒷목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음모가 를르슈의 엉덩이에 닿을 때까지 밀어넣었다.
“움직일게, 를르슈.”
“흐아, 아, 아앙, 아! 아읏, 스, 스자쿠…!”
삽입이 끝나고 나서부터는 스자쿠의 움직임대로 를르슈는 흔들릴 뿐이었다. 뱃속을 거칠게 긁어내리는 스자쿠의 것에 를르슈는 쥐고 있던 베개를 놓치고 침대 시트를 그러쥔 채로 흔들려야 했다. 를르슈가 엉덩이만 내민 자세는 계속해서 무너지려고 했기에, 스자쿠는 를르슈의 골반을 붙잡고서 허리를 움직였다.
다리를 더 벌릴 수도 없고, 파고들 수도 없이 애매하게 옷을 입힌 채로 하는 건 제약이 크구나. 스자쿠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를르슈의 발기한 작은 페니스를 움켜쥐었다. 갑자기 클리토리스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를르슈는 헐떡거리면서 뒤를 돌아 스자쿠를 쳐다보았다.
“자지로 박히는 게 좋아, 아니면 클리토리스 만지는 게 좋아?”
“하, 하으…! 으응, 아, 모, 몰라, 둘 다, 좋아, 아, 좋아, 좋으니까…!”
“둘 다 좋아?”
대답으로 를르슈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에 스자쿠는 얕게 흔들던 허리를 깊게 움직였다. 젖어가는 뒤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에 를르슈는 오늘따라 더 야한 섹스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보지를 들쑤시는 열기는 더욱 깊고 빠르게 느껴졌고, 쉽게 따라주지 않는 몸뚱이가 섹스를 하기 위해서만 최소한으로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이제까지의 섹스보다 더 기분 좋고, 좋다 못해 둥둥 뜨는 기분이 들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스자쿠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골반을 쥐고 있는 스자쿠의 손에 감싸지는 기분은 좋았지만, 얼굴을 보는 것만한 안정감은 없었다.
“후, 를르슈… 안에다 할까?”
“우읏, 하으, 아, 안, 안에다가, 해줘…!”
스자쿠가 속도를 높여가며 박아대는 것에 를르슈는 속절없이 흔들리면서 그 움직임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얼마 안 가서 뱃속이 뜨거운 것으로 넘실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스자쿠가 사정한 것이다. 정액으로 가득찬 뒤를 스자쿠는 발기가 풀리지 않은 페니스로 몇번 휘저었다. 를르슈의 뜨거운 내벽에 자신의 정액을 더 바르려는 것처럼 움직였다. 스자쿠의 그런 행동에 를르슈는 뒤에서 나는 물소리가 더욱 질척하게 나는 것에 숨을 고르면서 듣고 있었다.
이내 그 움직임도 멈추고, 스자쿠가 페니스를 꺼내면 안에 가득 찼던 정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허리를 놓아주고서 그가 조금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주었다.
“괜찮아, 를르슈?”
“으응… 스자쿠, 얼굴.”
“얼굴?”
“얼굴 보고 싶어….”
스자쿠는 를르슈의 옆에 누우며 얼굴을 마주보았다. 를르슈는 겨우 마주본 스자쿠의 얼굴이 반가웠다. 섹스를 하느라 상기된 얼굴의 스자쿠를 보는 걸 좋아했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같은 모습이 좋았다.
아직 열이 오른 상태인지라, 를르슈의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격하게 움직였던 것 때문에 땀에 흠뻑 젖어버린 몸은 파자마가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스자쿠는 열기로 일렁이는 보라색 눈동자에서 만족스러움을 읽어냈다.
“나는 스자쿠 얼굴 보고 하는 게 좋은 거 같아.”
“그래? 오늘은 그럼 별로였어?”
“아니, 기분 좋았어. 근데, 얼굴이 안 보여서… 좀 무서웠어.”
“그럼 나중에 할 때는 키스도 해줄게. 덜 무섭게.”
“약속이야.”
새끼 손가락까지 건 약속을 했다. 스자쿠는 이제까지 계속 섹스를 했으면서, 아이처럼 약속을 나누는 를르슈의 모습이 천진난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를르슈였고, 스자쿠의 사랑하는 아내였다.
공지 | <부활의 를르슈> 스포일러 있는 글은 * | 2019.0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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