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이름은 아자드, 같이 다니는 네 살 어린 여동생의 이름은 할라였다. 할라는 프레이야의 섬광에 눈이 멀고, 먼 눈으로 길을 다니다 지뢰를 밟아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설정이라고, C.C.는 할라에게 음식을 떠먹여주는 아자드를 바라보았다. 를르슈도 두 사람이 식사를 하는 모습에 얼굴을 떨구었다.
“다른 가족이나, 의지할 어른은 없는 건가.”
를르슈의 낮은 목소리에 아자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이런 고생 같은 거 안 했을거야. 아자드는 L,L.와 C.C.라는 기묘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잘도 자기 이야기를 터놓았다. 어렸던 를르슈가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지 못했던 것과 달랐다.
할라는 오빠와 다르게 경계심이 강했다. 오빠의 등 뒤에서 를르슈를 노골적으로 피했다. 어쩌면 보이는 눈보다, 보이지 않는 눈이 그녀에게 많은 것을 알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프레이야를 그 전장에 끌어들인 원죄가 를르슈에게 있다는 것, 그런 것을 알았을 지도 모른다.
“할라, 그렇게 달라붙으면 움직이기 힘들어.”
“그렇지만, 오빠…. 이름도 알려주지 않는 사람들이랑 계속 이야기하면.”
“괜찮아, 어차피 헤어지고 말 사람들인걸. 내일 또 멀리 떠나야하니까 자야지.”
싫은 표정이 역력했던 할라는 오빠의 손이 눈꺼풀을 덮으며 잠을 자라고 하자마자 편안해졌다. 아귀에 맞지 않는 전개에 를르슈와 C.C.는 그가 다시끔 기어스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기어스는 보통 눈과 눈을 통해서 먹히는 법이었다. 손에 닿는다고 모든 게 된다면? 게다가 를르슈와 같은 종류의 기어스임이 틀림없었다.
눈을 보는 것보다는 적은 범위에서 쓰이지만, 손에 닿는다면 100% 먹히는 절대복종의 힘이라니, 세상에서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이다. C.C.는 를르슈와 시선을 주고 받았다. 두 사람의 비상식량으로 평소보다 배부르게 먹었다는 아자드는 여동생의 옆에 드러누웠다. 금방이라도 잘 것 같던 아자드는 밖에 나가려던 두 사람을 붙잡고 어딜 가냐고 물었다.
“별 구경이라도 하려고.”
“낭만적인 데이트네. 근데 여긴 아직 판이 좁아서 그런 건 소문날걸.”
“데, 데이트 같은 게 아니다! 아무튼 어린애는 일찍 자!”
낄낄거리는 아자드의 목소리를 등 뒤로 하고, C.C.와 를르슈는 허물어져가는 건물 뒤편으로 걸어갔다. 목소리를 낮추면 어느 정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를르슈는 아자드와 할라가 자고 있는 곳을 힐끔거리며 쳐다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자드가 기어스의 조각을 가지고 있어.”
“그래, 할라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어.”
“……아자드 없이 할라는 혼자 살 수 없어.”
“그럼 어떻게 해? 기어스의 조각은 또 변질되어서 이젠 눈이 아니라 다른 모양으로 변했잖아. 닿기만 해도 통한다니. 더 위험해지기 전에.”
“위험하지 않잖아, 지금은…. 두 사람이 서로의 몸을 지킬 정도인데.”
“너도 처음에는 그랬어.”
“…….”
“나나리를 위한 세상이면 된다고, 그래서 이 지경이 됐지.”
를르슈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할 말이 없는 이야기였다. 한참이나 이어진 침묵 끝에 를르슈가 입을 열었다.
“난 못해.”
“너와 나나리를 보는 거 같아서?”
“하다못해 스자쿠 같은 존재가 있으면.”
“친구가 있으면 좀 나아질 거 같아? 그건 아니지.”
마리안느를 친구로 두었던 C.C.에게는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하룻밤만 더 지켜보게 해줘.”
“……그래.”
C.C.도 말은 매섭게 했지만 아자드와 할라는 안쓰럽게 여기고 있었다. 무력한 오빠와 만신창이 여동생. 두 사람은 앞으로 살아갈 가능성보다 일찍 죽을 확률이 더 높았다. 냉정하지만, 현실이 그러했다.
원하는 결론을 얻고 나서 를르슈와 C.C.는 아자드와 할라 옆에서 잠을 잤다. 예상 외의 상황에 지친 것인지 를르슈는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C.C.는 자는 를르슈의 뺨에 손을 뻗으려다가, 그만두었다. 녀석은 잠귀가 밝으니까. 담요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자면 한기가 조금 가셨다.
다음날 아침에, 아자드는 어제 산 감자를 으깨서 를르슈와 C.C.에게 대접했다. 이렇게 호화로운 아침은 오랜만이라고 를르슈가 말하자, 아자드는 씩씩하게 웃었다. 하룻밤의 정이지, 뭐!
“아자드는 계속 여기서 살 건가?”
“아직 모르겠어. 할라는 여기가 별로라고 하고. 나도 사실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은데…. 여기가 이제껏 다녔던 곳보다 먹을 게 많거든.”
“그래? 난민캠프는 별로인가?”
“난민캠프는 흑의 기사단이 있는 곳이잖아, 싫어.”
‘흑의 기사단’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할라가 들고 있던 스푼이 떨어졌다. 아자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땅바닥에 떨어진 스푼을 주워서 물로 헹군 후에 다시 할라에게 쥐어주었다.
“함부로 말한 나도 나빴지만 떨어뜨리지 마.”
“으, 응….”
할라는 고개를 푹 떨구며 겨우 한술을 떴다. 느린 속도로 그릇을 다 비운 할라와 C.C.를 함께 두고서, 아자드와 를르슈는 설거지를 하기로 했다. 마을 광장까지 가지 않아도 주변에 흐르는 개울에서 설거지를 하면 됐다. 깨끗하게 흐르는 물은 목욕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세수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희 남매는 흑의 기사단을 싫어하나?”
를르슈는 거칠게 세수를 끝낸 아자드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아, 싫지. 싫은 게 당연하잖아. 부모님이 펜드래건에 있었을 때, 프레이야로 죽었어! 그때 할라의 눈도 그렇게 됐고!”
“그건 브리타니아가, 그 황제가 나쁜 거잖아.”
“브리타니아가 나쁜 걸 알면서도, 제로는 그걸 한참동안이나 내버려뒀잖아! 나중에 다 끝난 후에야 를르슈 황제를 죽이면 해결될 일이 아니었어! 그 전에, 더 이전에 죽였어야 했다고! 적어도 도쿄에 프레이야가 떨어지기 전에, 그 황제가 나타나기 전에!”
“제로는, 몰랐을 지도….”
“내 앞에서 제로의 편 같은 거 들지 마!”
버럭 지르는 아자드의 목소리에 를르슈는 입을 다물었다. 아자드는 눈을 부릅뜨고서 를르슈를 노려보았다. 노기가 서린 시선에 를르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지금은 외로우니까 너네처럼 이름도 안 밝히고 있는 녀석들에게 이러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너네 따위!”
그릇을 내동댕이치는 아자드의 모습에 제 모습을 겹쳐보던 를르슈는 한숨을 쉬었다. 외로움 같은 건, 를르슈는 한 번도 인정한 적 없었다. 아자드는 그런 점에서 달랐다.
확실해졌다. 이 녀석은 위험해질 가능성은 없지만, 그렇다고 얌전히 있을 놈도 아니라는 걸. 를르슈는 내팽개친 그릇을 다시 물가에 헹구면서 그것들을 옆구리에 끼고서 돌아가는 길목까지 앞장서서 걸었다. 분노로 헐떡거리던 숨을 고르던 아자드는 를르슈를 힐끔거리며 쳐다보다가 눈물을 훔치며 중얼거렸다.
“L.L., 미안해.”
“아니다. 네 사정을 모르고 아무렇게나 지껄인 나도 잘못했지.”
“…다들, 제로를 싫어한다고 말하면 나를 미친놈 취급해서, 어디가서 말을 잘 못했는데, 그런 게 쌓여있던 모양이야.”
“솔직한 꼬마군.”
“솔직한 게 나쁜 거야? 거짓말 하는 것보단 낫지.”
“…그렇지. 거짓말보단 훨씬 낫지.”
“제로가 얼마나 정의로울지는 몰라도, 난 정말 싫어….”
세계를 누비며 활약 중인 흑의 기사단과 제로의 탈을 쓰고 있는 스자쿠를 생각하면, 아자드의 의견에는 동조할 수는 없었지만, 를르슈는 누군가의 정의 때문에 희생당하는 사람의 고통을 알고 있었다.
“싫은 건 어쩔 수 없어.”
를르슈는 아자드의 말에 힘을 더하듯 그렇게 말을 보탰다. 아자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할라도 제로를 싫어해?”
“응. 제로도 할라의 이야기를 들으면 미움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걸. 할라는 가엾은 애야, 내 동생이 아니었어도….”
그건 를르슈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나나리도 그랬다. 나나리는 악의에 의해서 세상으로부터 빛을 잃고 서지 못하는 가엾은 아이가 되었다. 하지만 할라는, 악의도 아닌 정의를 위해 희생당한 것이다. 그것도 를르슈 때문에. 를르슈는 아자드의 아직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자국을 보고서 뺨을 쓸어주었다. 아직 한창 성장기임에도 제대로 크지 못하는 아자드도 가엾기 짝이 없었다.
“뭐, 뭐야!”
“사람의 체온은 눈물을 그치게 만들어.”
“그런 거 필요없어!”
“어린애한테는 필요한 법이야.”
울음을 그친 아자드는 할라가 웃으며 기다리고 있는 것에 만족한 것 같았다. C.C.와 를르슈에게 보였던 경계심도 어느 순간 누그러딘 할라 덕분에 아자드는 방금 전보다 더 종알거리며 떠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너네들은 어디로 갈 거야?”
“찾고 있는 게 있거든. 그게 우리를 어디로 갈지 이끌거야.”
“너네는 꼭 수도사 같아. 그, 신의 뜻을 찾아 떠돌아다니는…그런 거.”
“비슷하지.”
신의 뜻에서 한참이나 멀어진 것들이라 사람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C.C.와 를르슈였다. 우리는 기도하는 법에 대해서 잘 알아. 아자드는 두 손을 깍지끼고 모으며 중얼거렸다. 브리타니아어가 아닌 다른 나라 말이었다. 할라도 아자드의 낯선 언어에 두 손을 모았다. 신을 믿을 수 없는 C.C.와 를르슈도 두 사람을 흉내내며 손을 모았다. 아자드가 긴 기도문 끝에 무어라 강하게 끝맺는 단어를 말하자, 할라도 그 말을 되풀이하며 두 손을 풀었다. C.C.와 를르슈는 감았던 눈을 뜬 아자드에게 무엇을 빌었냐고 물었다.
“신의 열두 사자들이 너희들의 운명을 수호하기를.”
“열두 명씩이나?”
“뭐, 우리가 믿는 신은 열두 명의 사자를 거느리거든.”
“12라는 숫자는 동서양 막론하고 다양한 뜻을 가지지. 뭐, 그럴싸하다. 브리타니아만 해도 열두 명의 기사가 있었으니까.”
“나이트 오브 라운즈를 말하는거지?”
“알고 있어?”
아자드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출신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보는, 브리타니아의 가장 정의로운 제도였으니까. 할라는 아자드의 손을 꼭 붙잡으며 중얼거렸다.
“오빠는 아빠처럼 군인이 되어서, 언젠가는 나이트 오브 세븐처럼 되길 바랐거든.”
“옛날 일이야…. 브리타니아가 망하고 나서부터는 소용없어졌으니까.”
C.C.와 를르슈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브리타니아를 무너뜨린 장본인들이 할 말이라고는 없었다. 할라와 C.C.가 집을 지키고, 아자드와 를르슈는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들고서 시장바닥으로 나갔다.
어제처럼 아자드는 감자를 얻었다. 아자드가 판 것은 어머니가 남긴 작은 보석이었다. 보라색으로 빛나는 보석이었는데, 아자드는 브리타니아 제정이 망하면서 보라색은 불길한 색으로 통한 탓에 값을 제대로 못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를르슈는 달랐다.
—퍼플 다이아몬드입니다. 알아보시는 분은 진가를 알아보시겠죠?
그 말에 감자를 들고서 작은 보석을 이리저리 비추던 상인은 혀를 차면서 아예 한 포대를 아자드에게 내밀었다. 이렇게나 많이? 아자드가 놀란 눈으로 를르슈를 쳐다보았다. 를르슈는 쿡쿡 웃으면서 빨리 챙기고 떠나자고 했다.
돌아가는 길에, 를르슈는 아자드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여기는 오래 못 있게 될 거야.”
“왜?”
“팔았던 거, 퍼플 다이아몬드가 아니거든. 그냥 아메시스트야.”
“왜 거짓말을 해…?”
“여기는 위험해. 제로가 싫어도 너는 난민캠프로 들어가는 게 좋겠어.”
“뭐?!”
나를 여기서 내쫓으려고 일부러 그런 거짓말을 한 거냐?! 아자드의 바락바락 내지르는 소리에 를르슈는 귀를 틀어막았다.
“그럼 할라를 계속 저렇게 내버려 둘 거야?! 제로가 싫다는 그 이유만으로, 나을 수 있는데 낫지 않고 계속 저렇게 방치할거냔 말이다!”
“할라는…!”
이제 나을 수 없다, 라고 말하려는 순간 아자드는 입을 다물었다.
“포기하지 마. 볼 수 없더라도 걸을 수 있을 수도 있어. 어떤 가능성도 포기해서는 안 돼. 오빠가 그러면, 여동생은 뭘 바라겠어?”
마치 어렸던 자기 자신이 했던 다짐처럼, 를르슈는 아자드에게 말했다. 아자드는 감자 포대를 꼭 끌어안고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아직 포기하면 안 돼.
“제로를 이용하는 거야. 제로에게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지. 스자쿠를 만나기 전까지.
를르슈는 아자드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돌아가서는 할라에게 많은 감자를 받았다는 말과, 이 마을을 떠나서 흑의 기사단이 운영하고 있는 난민캠프로 떠나자는 말을 했다. 중간에 긴 황무지를 거쳐야했지만 아자드는 할라의 손을 꼭 잡고서, 거기 정도는 눈 감으면 금방 건널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할라는 싫은 표정을 지었다가도, 다리가 나을 수도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C.C.는 를르슈를 보고서 한숨을 쉬었다. 감자 수프를 가득 해먹고 나서, 아자드와 할라가 잠들 때까지 기다린 C.C.와 를르슈는 어젯밤에 만났던 곳에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쩔 셈이야? 제로에게 보낸다고?”
“…….”
“기어스의 조각은 회수한다. 이게 지금 우리의 목적이자 규칙인 걸로 알고 있는데, L.L. 나만 그렇게 생각했어?”
“아자드는…기어스를 나쁜 의도로 사용하지 않을 거야. 지켜야할 게 있고, 뭐가 옳고 그른지 알아. 나는 그를 이대로….”
“난 놓아주지 않아. 아무리 어리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할 때가 와. 그때 우리가 옆에 있을 리가 없지. 지금 밖에 없어.”
“그럼 할라는?”
“…….”
“할라는 혼자 남아버리잖아. 눈도 안 보이고, 걷지도 못하는 채로, 오빠 없이 홀로 남겨져서…. 그래서 살아가는 의미가 있겠어?”
“있어.”
너와 나나리가 홀로 서있는 것처럼 말이야. C.C.의 마지막 말에 를르슈는 고개를 저었다.
“스자쿠와 네가 있었으니까 우리는 해낼 수 있었어. 아자드에겐, 그럴 사람이 없어…. 그러니 기어스라도.”
철컥.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와 잠금쇠가 풀린 총이 를르슈의 이마를 향했다. C.C.는 낮은 한숨과 함께 를르슈, 하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 죽으면 또 얼마나 오래 걸려서 너를 깨우게 될지 모르겠지만, 난 몇 번이고 널 살려낼 거야. 그러니까 원망은 깨어나서 해. 얼마든지 받아줄 테니.”
“나를 쏘려고?”
“코드가 불완전하지만, 너는 우선 사람이 아니니까. 나처럼.”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려고 작정한 순간이었다. 를르슈는 눈을 감고 있었다. 이런 일이라면 C.C.의 판단이 옳았다. 총구를 들이댄 순간에 C.C.는 자기 정답 말고는 아무것도 인정하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그게 그녀가 가진 강단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를르슈의 상냥함은 계획을 그르치는 것 말고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도.
체념한 를르슈의 앞에서 C.C.는 총의 장전을 풀고, 잠금쇠를 걸었다.
“됐어, 이제 밤이고,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아자드와 할라는 여기에서 충분히 눈에 띄는 인물이었으니까 당장에 없어지면 티가 나.”
“…….”
“여기서부터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어떤 행동도 취하지 마. 알겠어? 네가 아자드와 할라를 보고서 뭘 느끼는지 알겠지만.”
너는 이제 를르슈가 아니잖아.
“그래, 나는 를르슈가 아니지.”
낮게 중얼거리는 를르슈는 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모른체 하면서, C.C.는 권총을 다시 숨겼다. C.C.의 작은 목소리가 내일의 일정을 정했다.
난민캠프 근처에 도착하면, 기어스의 조각을 회수하고 할라는 캠프 앞까지 데려다주는 것. 그 곳은 항구도시이기 때문에 배를 타고 떠나서 대륙을 건너면 될 것이다. 따뜻한 바다를 지나가기 때문에 추위도 걱정이 없었다. 그래, 를르슈는 모든 걸 다 수긍했다.
계획에 아자드의 이름 같은 건 없었다. 그는 죽어야하는 운명이었으니.
공지 | <부활의 를르슈> 스포일러 있는 글은 * | 2019.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