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우라지 츠카사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밝다. 그렇다고 해서 어두운 면모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무명시절이 있는 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대해서 최선을 다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인간적으로도 썩 나쁘지 않은 인성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나름대로의 존경과 애정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아낌없는 편이기도 하며,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출할 때에는 두려움에 굴하지 않는 편이다.
한 마디로 밝은 만큼 어두움도 있는 편이지만, 그 밸런스를 다룰 줄 아는 나름의 어른인 것이다.
요다카 쥰은 빙판 위에서 미끄러지듯이 내달리고 있는 아케우라지 츠카사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요다카 씨, 하고 멀리서 부르는 소리에 요다카는 못들은 척 하면서 링크 밖에 있었다. 아케우라지에 대해서 저렇게 깊게 생각할 건 없었지만, 요다카의 머리는 요새 자기 뜻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아케우라지와 관련된 일이면, 생각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요다카의 발끝을 박살낼 것마냥 달려들었다.
요다카가 계속 대답이 없자 아케우라지는 아예 링크 밖으로 나와서 요다카의 옆에 섰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대답이 없어요? 아케우라지의 말에 요다카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아케우라지의 186cm의 큰 키가 만드는 그림자에 갇히는 제 자신에 대해서 잠시 할 말을 잊었다.
—나는 어디에도 속한 적 없고, 어디에도 속할 수 없고, 또 어딘가에 머무를 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케우라지의 그림자에 그늘이 지는 것은 어딘가 낯선 기분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늑한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들었다. 요다카는 요즘 들어 이상한 생각이 늘었다. 아케우라지에 대해서 난데 없이 자체평가를 내린다거나, 혹은 자신에 대한 미묘한 감상이 드는 것에 대한 것들이 늘어난 것. 이런 이상현상에 대해서 요다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답답함이 들었다.
무엇을 대답하려 해도 시원찮은 기분이었다. 요다카가 대답 없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것에 아케우라지는 ‘음?’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널 보고 있으면.”
“…네?”
“이상해도 괜찮은 거 같아.”
요다카의 다소 맥락 없는 대화에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겼다고 여겨왔던 아케우라지는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그에게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할지 몰랐다. 이상해도 괜찮다?— 그럼 저 이상하다는 거예요? 아케우라지의 어딘가 편협한 그 의문에 요다카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 대신에 얼음 위를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스케이트 날이 내는 소음 속에서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감추듯이 몇번이고 빠르게 획을 그어 달려나갔다.
밤의 링크장 데이트가 끝나고 나면 새벽이 다 되었고, 아침이 되어 도착한 집에 요다카가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뒷정리를 마치고 온 아케우라지가 요다카의 옆에 누웠다. 암막커텐으로 꼼꼼하게 막은 창문에는 햇빛이 한 점도 들이치지 않았고, 간접 조명조차 두지 않는 두 사람의 침실은 어둡기만 했다.
어두움에 익숙해진 요다카는 아케우라지의 손에 제 손을 겹쳐보았다. 코치 일을 하고 나서도 아케우라지 츠카사는 계속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들었다. 최대한 다음 날 영향 없는 일들을 했다고는 하지만, 보수에 따라서는 험한 일도 마다않았다고 들었다. 고작해야 빙판 위를 넘어지는 것을 딛고 일어나는 데에 썼던 자신의 손과는 다른 느낌이다. 자신의 꿈, 인생을 건 일들에 최선을 다한 아케우라지의 손을 쥘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손을 쥐고 있는 사람은 아니러니하게도 자신이라는 것에… 요다카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감동이라던가, 승리감이라던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알 수 없군. 알 수 없고 이상해. 요다카는 그의 손금을 따라 자신의 손끝을 그어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잠이 안 와요?”
반쯤 잠에 겨운 아케우라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요다카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에 손을 빼내고 덮다만 이불을 끌어올려 목 끝까지 덮었다. 아케우라지는 손을 빼내는 요다카를 보고서 웃으면서 그를 품에 끌어안았다. 따끈한 온기가 올라온다. 맞닿은 어깨부터 허리까지 서서히 풀리는 온기에 요다카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전신 찜질을 받는 기분이야.”
“따뜻해서 기분 좋다고 말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좋다고 한 적은 없는데.”
바스락거리는 이불의 소리에 요다카와 아케우라지는 한동안 끌어안고 있을 뿐이었다. 아케우라지의 새액거리는 숨소리를 듣다가 요다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알 수 없고 이상하고 참을 수 없는 이 기분을 달래는 방법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순간부터는 아케우라지를 자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요다카의 모습에 아케우라지가 찬 기운에 그를 다시 이불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요다카는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 던졌고, 걸치고 있던 스웨트 바지를 속옷까지 단숨에 벗어내렸다. 난데 없이 알몸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는 요다카를 보며, 아케우라지가 눈을 천천히 까암-빠악-하고 뜨는 것을 본 요다카는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말했다.
“벗어.”
| 4 | 츠카쥰 의식의 흐름 | 2025.09.14 |
| 3 | 돈만 주면 스케이트 하는 미친놈 | 2025.02.20 |
| > | 요다카 쥰이 꼴리는 밤 | 2025.02.09 |
| 1 | 밤마실 | 2025.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