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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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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주일 하고도 나흘이 지났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생각이 잠깐씩 나긴 했지만, 스자쿠는 꽤나 바쁜 시간을 보냈다. 공부도 해야했고, 중간고사도 치러야했다. 그리고 잠깐 친구의 부탁으로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서 미팅도 나갔다. 거기에서 만난 여자와 오랜만에 섹스를 하기도 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내가 여자와 섹스를 하는 걸 알까? 스자쿠는 섹스를 하는 도중에 를르슈 람페르지의 생각을 했었다. 전립선을 못 찾아서 로션으로 적신 뒷구멍에 손가락만 겨우 집어넣었던 를르슈 람페르지.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스자쿠를 흥분시키기 위해서 또 혼자서 뒤를 만지고 있을까? 그 핑크색 애널을? 눈앞에서는 여자의 질을 들쑤시고 있는데도,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하얗던 엉덩이를 떠올렸다.

여자의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나온 뒤, 스자쿠는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었다. 다음날 수업이 없었기 때문에 여유롭게 나와도 좋았지만, 스자쿠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샤워를 하고 나왔다. 아침을 같이 먹자는 여자의 말에도 웃으면서 거절했을 뿐이었다. 섹스는 나쁘지 않았는데, 뒷맛이 영 좋지 않았다는 게 신기했다. 어딘가 바람을 피우는 기분이 들었다. 전혀 바람이 아닌데도.

를르슈 람페르지 때문이야, 분명. 스자쿠는 그렇게 생각했다. 를르슈 람페르지를 너무 신경쓰고 있어서 그런 거야. 섹스 중에도 그 남자 생각을 할 정도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스자쿠가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를르슈 람페르지가 스자쿠의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겨있는 문앞에서 혼자서 어깨를 추욱 늘어뜨린 채로.

 

“무슨 일이야, 를르슈? 약속한 날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던 걸로 아는데.”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어두운 낯빛에 긴장하며 물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약속한 날이 아니면 찾아오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딘가 지치고 헬쓱해보였다. 마치 하룻밤을 새버린 얼굴이었다. 스자쿠의 질문에 를르슈 람페르지는 시선을 겨우 맞추다가, 스자쿠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울음 같은 것을 참는 소리를 냈다.

 

“계속… 기다렸는데.”

“응?”

“어젯밤에, 올 줄 알고… 기다렸어.”

“어젯밤?”

 

를르슈 람페르지는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그는 ‘흐윽….’하는 소리와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어젯밤 내내 서러웠다는 듯이 울기 시작하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모습에 스자쿠는 당황했다. 계속 세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 우선 현관문을 열고 그를 아파트 안으로 들여보냈다.

회색 가디건을 입은 를르슈 람페르지는 젖어가는 옷소매 끝으로 눈물을 연신 닦아내면서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스자쿠가 의자에 앉혀주고서 등을 두드려주면 그제서야 훌쩍거리면서 들썩이던 어깨를 멈추었다.

성인 남자가 운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달래준 것은 처음이었다. 스자쿠는 그의 눈물에 안절부절 못하면서 휴지를 갖다준다거나, 등을 쓸어내려주고, 덜덜 떨리는 손끝을 잡아주거나 했다. 스자쿠가 손을 잡아주었을 때, 를르슈 람페르지는 숨을 한 번 멈추고서 천천히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후으, 후우우…. 깊게 심호흡을 하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모습에 스자쿠는 희미하게 웃었다.

 

“다 울었어?”

“아마도…….”

“뭐 때문에 울었는지 물어봐도 돼?”

“별로…… 듣기 싫을 걸.”

“그래도 신경 쓰이잖아. 나 때문이야?”

 

를르슈 람페르지는 살짝 부은 눈으로 스자쿠를 쳐다보았다. 스자쿠는 울어서 붉은 빛이 도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눈가를 식혀주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는 얼음 같은 것이 없었고, 아쉬운 대로 손을 뻗어 그 눈가를 문질러주었다. 스자쿠가 만지는 손길에 를르슈 람페르지는 눈을 감고서 가만히 숨을 골랐다.

 

“네가 미팅에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어.”

“아.”

“나랑… 계속 노력해준다고 생각했어서…… 술만 마시고 돌아오겠지, 하고 기다렸어.”

“…….”

“그런데도 새벽이 되어도 안 들어와서.”

“으응.”

“넌 원래 여자랑 잤으니까…… 내가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원래 맞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드니까.”

“…….”

“나도 내가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거야.”

 

를르슈 람페르지는 다시 울 것 같이 미간을 찌푸렸다. 눈물을 있는 힘껏 참는 추한 모습인데도, 를르슈 람페르지의 미모는 무너지지 않았다. 스자쿠는 그게 신기하면서도, 우선 손은 정직하게 휴지를 뽑아서 손에 쥐어주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고맙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닦았다.

그러니까, 스자쿠의 정리에 따르면……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가 다른 여자랑 섹스하고 오는 걸 기다리는 중에 힘들어서 울었다는 것이다. 그럴 법도 해. 를르슈 람페르지가 여자였다면 스자쿠는 자신이 한 짓이 쓰레기 짓이라는 것 정도는 금방 인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를르슈 람페르지는 남자였고, 스자쿠를 좋아한다고 해도 남자였다. 남자라서 이런 마음의 상처 같은 건 안 받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스자쿠는 이제까지 좋아하던 여자들이 바람을 좀 피웠다고 하더라도 기분이 나빴던 적이 없었으니까 더욱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처럼 무신경한 남자가 아니었다.

 

“를르슈는 열심히 해주고 있어.”

“…….”

“내가 알아, 네가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건.”

“근데 넌 다른 여자랑 섹스하고 왔잖아.”

 

애매한 위로의 말은 스자쿠를 궁지로 몰았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가 하는 말에 조금 울컥했는지 목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했다.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해도, 너는 다른 여자랑 섹스를 하고……. 내가 전립선을 찾으려고 할 때에도, 너는 내 생각 같은 건 안 하잖아. 노력하고 있다고 하면서 한 번도 발기한 적도 없잖아.”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스로 말해놓고 비참해졌는지 아랫입술을 또 살짝 깨물고서 스자쿠를 노려보았다.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가 쏟아내는 말들을 들으면서 뭐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사실이라서 할 말이 없었다. 조금 고쳐주고 싶은 부분은, 여자랑 섹스할 때에도 네 생각을 했어, 라고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자쿠가 아무라 둔하고 무신경하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을 지적해서는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내가 노력해도 안 되는 게 네 마음이라면 어떡해?”

“…….”

“죽을 때까지 노력해도 안 될 거 같은데, 그러면 난 어떡해야 돼?”

“…….”

 

를르슈 람페르지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고이는 것 같은 눈물을 닦아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스자쿠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가 미안해할 것이 없는데도, 를르슈 람페르지는 사과를 했다.

 

“왜 를르슈가 사과하는 거야?”

“어차피 네가 나로 안 되는 것 정도는 알고 시작했는데, 이런 걸로 투정을 부렸으니까.”

“…….”

“너도 이런 남자는 싫잖아. 사귀지도 않는데, 혼자서 멋대로 찾아와서 기다리고, 만나자마자 울어버리고.”

 

이제 더 이상 안 올 거야.

를르슈 람페르지는 그런 말을 했다. 더 이상 안 올 거라니, 이 아파트에 를르슈 람페르지가 더 이상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스자쿠는 그 말을 듣고서 잠시 멈칫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그 사이에 현관까지 저벅저벅 걸어갔고,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대로 나가려는 를르슈 람페르지를 붙잡은 것은 스자쿠였다.

 

“잠깐만, 를르슈.”

 

붙잡은 를르슈 람페르지는 돌아보면 눈물을 또 흘리고 있었다. 캠퍼스에서 쿨 뷰티라고 소문난 이 미인이 사랑 앞에서 자주 우는 남자였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자쿠는 그의 눈물에 당황함을 삼키고, 그를 붙잡으려고 애를 쓰는 자신의 필사적임에 대한 의문까지도 무시했다.

지금은 다만, 를르슈 람페르지가 더 이상 자신을 찾아주지 않는다는 것이 신경쓰여서 견딜 수가 없었다. 뭐야, 그게. 갑자기 그만둔다고? 나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내 앞에서 애널 자위를 할 정도로 나를 좋아하는 주제에, 내가 다른 여자랑 섹스 한 번 하고 왔다고…… 포기하는 거야? 왜 마음대로 포기해?

그런 막무가내의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으면서 스자쿠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애원을 했다.

를르슈 람페르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고, 다가오는 그의 얼굴을 붙잡고서 입술을 맞댔다. 울음을 참느라 통통하게 부어오른 촉촉한 입술에 자신의 것을 맞대면서,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그 촉감에 단순히 맞대고만 있는 키스를 했다. 살짝 벌어지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입술에 혀를 섞을 뻔 했지만, 스자쿠는 그랬다가는 이 남자가 또 울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서 참았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입술에 닿기만한 키스를 잠깐 하고 나서, 스자쿠는 그에게서 멀어졌다. 남자와 키스를 하다니. 남자의 입술에 키스를 하다니.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에게 애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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