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라치오.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타이밍에 그 말을 들으니 스자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를르슈 람페르지 또한 지금 상황을 비겁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스자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부어오른 목구멍이 아프고, 아직 열감이 미지근하게 남은 몸은 축 늘어질 것처럼 무거웠다. 이런 상황에서 펠라치오를 하면 설까? 를르슈 람페르지를 힐끔 쳐다보면, 그는 스자쿠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래, 이 상황에서 발기할 수는 없을 거야. 난 원래 이렇게 아프지도 않았는데 거의 죽을 것처럼 아프던 중이었으니까 발기할 수가 있겠어?
스자쿠는 죽이 담겨있던 그릇을 치우며 설거지를 할 준비를 하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떨리는 손끝을 보았다. 그 또한 이런 상황 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서로 불발이 될 가능성이 컸다. 스자쿠는 그 가능성에 걸어보자고 생각했다. 스자쿠는 아파서 서지 않고, 를르슈 람페르지는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이유로 펠라치오는 두 사람 사이에서 영원히 시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시나리오는 짜여졌다.
스자쿠는 달그락거리며 싱크대에 설거지할 그릇을 넣어두는 를르슈 람페르지에게 말을 걸었다.
“좋아. 해줘, 펠라치오.”
스자쿠의 허락에 를르슈 람페르지의 손에서 그릇이 미끄러져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깨지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를르슈 람페르지는 당황한 눈으로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스자쿠는 고개를 젓지도 않고, 끄덕이지도 않은 채로 를르슈 람페르지의 시선에 응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물기에 젖은 손을 털어내고서 스자쿠의 앞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정말로 해도 돼?”
“응. 를르슈한테 미안하니까. 아, 이런 미안함 때문에 를르슈한테 펠라치오를 받는 건 너무한가?”
“아, 아니야. 오히려 나한테는 기회니까…. 스자쿠한테 괜히 부담 주는 게 아닌가 싶어서.”
“부담…이긴 하지만, 를르슈한테 약속했잖아. 같이 노력하기로.”
“그랬지….”
를르슈 람페르지는 의자에 앉아있는 스자쿠의 앞에 섰다. 설마 지금 당장 빨려고 하는 걸까? 스자쿠는 제 어깨에 손을 얹는 를르슈 람페르지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나, 아직 안 씻었고 냄새 날 거니까… 씻고 나서 하는 건 어때?”
“스자쿠한테서 냄새 같은 건 안 나.”
“땀 냄새가 날 텐데.”
“오… 오히려 좋아.”
를르슈 람페르지는 고개를 숙인 채로 중얼거렸다. 스자쿠 냄새가 나는 거니까, 좋아…. 그의 낮아지는 목소리에 스자쿠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땀 냄새가 좋다는 변태 같은 고백인데도, 를르슈 람페르지가 하니 뭔가 그림이 되는 게 억울할 지경이었다.
앉아있는 스자쿠와 다르게 서 있는 를르슈 람페르지가 먼저 입을 맞추려고 했다. 스자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키스를 피하는 스자쿠의 모습에 를르슈 람페르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스자쿠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댔다.
“감기 옮잖아.”
“키스로 옮을 감기에 걸릴 정도로 약하진 않아.”
“그래도….”
“키스 말고 펠라치오도 하는데 이제 와서 키스를 안 하는 건.”
“그… 그래도 를르슈가 아픈 건 싫어.”
스자쿠가 입술까지 가리면서 하는 말에 를르슈 람페르지는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스자쿠, 다리 벌려줘. 스자쿠는 그 말에 를르슈 람페르지가 제 다리 사이에 들어올 수 있을 만큼 다리를 벌렸다. 허리, 조금만 들어줘. 를르슈 람페르지가 하는 말들은 단순했지만, 그 내용은 펠라치오를 하기 위한 단계적인 절차라고 생각하면 머리가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 스자쿠는 방금 전에 먹었던 죽이 속에서 부글거리는 기분이었다. 허리를 들면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가 입고 있었던 트레이닝복 바지를 천천히 벗겼다. 이제 파란색 드로즈만 덜렁 남았다. 스자쿠가 허리를 내리고, 를르슈 람페르지는 드로즈를 따라 드러난 스자쿠의 페니스 라인을 훑으면서 긴장의 한숨을 내쉬었다.
“벗길게.”
“응.”
이건 스자쿠에게도 도전이었다. 같은 게 달린 남자에게 페니스를 내밀고 빨아달라고 해야 한다니. 죽어도 싫은 일이지만 를르슈 람페르지에게 해야 한다고 하면 또 못할 것도 없었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그가 침을 꿀꺽 삼키는 게 느릿하게 보였다. 스자쿠는 드로즈의 고무 라인을 천천히 내리는 손길에 잠깐 머뭇거렸지만, 이내 훤히 드러나는 제 페니스를 보고서 이제 일은 시작되었으니 돌이킬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새, 생각한 것보다.”
“응?”
“커서…… 입에 안 들어갈 거 같은데.”
“그, 그래?”
“그래도, 해볼게.”
“으응….”
그렇게 말하던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축 늘어진 페니스를 손끝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머뭇거리는 손길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애무라고 하기보다는 그것은 관찰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이었다. 스자쿠의 검붉은 페니스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어색한 손길에 다행스럽게도 반응하지 않았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귀두 끝을 살짝 문지르면서, 자신이 자위하듯이 했던 때의 움직임으로 스자쿠의 페니스를 만지기 시작했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입술이 벌어졌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그는 스자쿠의 페니스를 어떻게 삼켜야 할지 고민하는 듯 했다. 어떻게 해야 입안 가득 물 수 있을지 계산하고 있는 듯한 표정과, 어색하게 남의 자위를 돕는 듯한 손놀림에 스자쿠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펠라치오 같은 건 여자애들한테도 받아봤는데. 이제 와서 이런… 새삼스러운 부끄러움을 느끼다니. 스자쿠는 열이 한 번 올랐던 머리가 다시 한 번 익어가는게 아닌가 싶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페니스를 부드럽게 쓸어보고, 가끔씩 테스티클을 만지작거리면서 손으로 자극하려고 애를 썼다. 스자쿠는 물리적인 자극에 약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를르슈 람페르지의 손길에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어지간히 남자가 싫은 자신을 깨달았다.
다행이다. 안 될 거 같아. 발기 안 해. 안 선다고.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에게 반은 거짓말, 반은 자신을 걸고 한 도박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정말 발기라도 했다가는 스자쿠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 같았다. 그러나 스자쿠의 몸은 정직하게 여자와 남자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의 손길에는 아무리 야한 반응을 주더라도 서지 않는 쪽으로.
“이제… 핥을게.”
그러나 를르슈 람페르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자쿠는 조심스럽게 혀를 내밀어 스자쿠의 처진 페니스 끝에 맞닿는 느낌에 허리를 떨었다. 흥분이나 쾌감의 그것은 아니었다. 단지, 를르슈 람페르지의 혀가 적나라하게 귀두 끝을 핥는 느낌에 놀랐을 뿐이었다. 왼손으로는 스자쿠의 허벅지를 붙잡고, 오른손으로는 아직 발기하지 않은 페니스를 쥐고서 혀 끝으로 굴리려고 하는 를르슈 람페르지.
남자에게 욕정하는 남자라면 어쩌면 좋은 반찬거리겠지만, 스자쿠는 짧게 숨만 토해낼 뿐이었다. 타액에 젖어 미끈한 혀가 페니스 끝의 구멍을 파고들듯이 문질렀다. 분명 이상한 맛이나 냄새가 날 테지만, 를르슈 람페르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자쿠의 음모 사이를 조심스럽게 쓸면서 를르슈 람페르지는 오른손을 천천히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민 혀끝을 뾰족하게 모으기도 하고, 넓게 내밀어 기둥을 핥아올리기도 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정말 못했다. 그냥 고양이가 핥는 수준(고양이한테는 실례지만)이나 다를 바 없었다. 스자쿠는 따뜻하면서도 미지근한 혀가 오가고 나서 타액이 묻은 부분만 차게 식는 것이 느껴졌다. 손으로도, 혀로도, 열심히 움직이는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에게 시선 한 번 맞추지 않고서 열심히 핥고 있었다.
그러나 스자쿠의 반응이 미미한 것을 알자, 를르슈 람페르지는 보다 과감하게 움직였다. 방금 전처럼 무언가 하겠다는 선전포고 없이,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페니스를 천천히 삼켰다. 스자쿠의 페니스가 그의 입안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귀두 끝이 를르슈 람페르지의 입천장에 닿는 느낌은 이상했다. 치아에 닿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입은 작고 좁았다.
기둥의 절반까지 겨우 삼킨 를르슈 람페르지는, 턱을 있는 힘껏 벌린 듯 했다. 되게 아플 텐데. 스자쿠에게 펠라치오를 해줬던 여자애들 중에서 가끔씩 솜씨 좋게 스자쿠의 페니스를 거의 다 삼켜서, 목구멍 안쪽까지 받아들여 조여오는 기술을 보여주는 애도 있었다. 그녀와 비교하자면, 를르슈 람페르지는 거의 유치원생 수준이었다. 딥 스롯이라고 하나, 그런 거 되게 좋긴 했어. 스자쿠는 발기하지 않은 자신의 페니스를 더 삼키려고 욱욱거리면서 목구멍을 열려고 하는 를르슈 람페르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할 정도로 내가 좋아? 땀 냄새 나고 씻지도 않은 페니스를 빨 정도로?
무심코 만졌던 를르슈 람페르지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생리적인 눈물을 참느라 그렁그렁해진 보라색 눈동자가 빛을 내다 질끈 감기면서 사라졌다. 그는 스자쿠의 허벅지를 움켜쥐면서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스자쿠의 페니스를 한 차례 더 삼키려고 애를 썼다.
이런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자쿠는 좁은 입술 안쪽으로 어떻게든 자신의 페니스를 빨아올리려고 애를 쓰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머리카락을 살살 헤집으면서, 그에게 이제 괜찮다는 말을 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다시 눈이 마주쳤을 때, 를르슈 람페르지는 정말로 울고 있었다. 입 안 가득 채워진 페니스 때문에 괴로워하는 게 아니었다. 스자쿠가 여자애와 섹스하느라 들어오지 못했던 그때처럼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그가 울음을 삼키느라 목구멍이 조이고, 스자쿠는 그 압박감에 미간을 찌푸렸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페니스를 천천히 입안에서 빼내면서 울음을 삭히는 소리를 냈다.
“이제… 됐어. 안 할게. 스자쿠가 노력해줬는데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를르슈 람페르지의 쉬어가는 목소리는 안쓰러울 정도였다. 스자쿠는 자신을 올려다보면서 눈물 젖은 뺨을 닦으려고 하는 그의 얼굴에 알 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이상했다. 남자의 눈물을 보는 건 아무렇지 않을 일인데, 를르슈 람페르지는 자신의 타액에 젖은 스자쿠의 페니스를 힘없이 놓고 울고 있을 뿐인데, 어째서?
그의 눈빛에서는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와 더불어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 것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가 서려있었다. 포기하겠다고 해놓고서, 를르슈 람페르지의 얼굴은 포기가 영 안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그 표정이, 야하네.
야하다고 느낀 그 다음부터는 이성을 잃고서 저지른 일이었다. 스자쿠는 페니스를 놓으려고 하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손을 제 손으로 붙잡았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동그랗게 벌어진 입술에 제 페니스를 다시 물렸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놀란 소리를 내면서도, 스자쿠의 페니스를 밀어내지 않았다. 스자쿠는 얇은 입술 너머로 들어간 제 페니스가 단단하게 부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를르슈 람페르지도 발기하는 스자쿠의 페니스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당황한 시선은 페니스를 물고 있는 것 치고는 너무 순진해서, 스자쿠는 그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헤집던 손을 조금 거칠게 움직였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입천장에 거칠게 닿는 페니스는 치아에 부딪쳐 미세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것마저도 쾌락처럭 느껴졌다. 스자쿠는 헐떡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머리를 붙잡고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가 움직이는대로 흔들리느라 바빴다. 눈물에 젖은 뺨은 마를 새가 없었다. 헐떡거리는 스자쿠의 숨과 를르슈 람페르지의 구역질을 참는 소리, 그리고 페니스가 입 안에서 눌리면서 빨리느라 축축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허벅지를 밀어내면서, 가끔씩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기도 했다. 억지로 벌려진 목구멍 끝에 스자쿠의 페니스가 가득 들어차자, 그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아, 그 표정도 야하네.
여자아이한테는 이렇게 난폭하게 해본 적 없던 스자쿠는 그가 를르슈 람페르지라는 이유로 이렇게 흥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당혹스러움에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를르슈 람페르지의 얼굴을 보면서 스자쿠는 아랫배를 치고 올라오는 사정감에 온몸을 가볍게 떨었다. 사정하기 직전의 페니스가 한 차례 부풀어, 혀 끝에 닿는 페니스의 맛이 달라지는 것에 를르슈 람페르지가 고개를 빼내려고 했다. 그러나 스자쿠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머리는 쾌감과 열락으로 몽롱했다. 난폭하고 막무가내로 굴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를르슈 람페르지가 스자쿠의 정액을 다 삼키지 못하고, 혓바닥으로 받아낸 정액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그 모습에 스자쿠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니스를 천천히 빼내면 이어지는 타액의 줄기가, 그간 스자쿠의 페니스를 를르슈 람페르지가 얼마나 빨아댔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스자쿠는 식탁 의자에 툭 걸터앉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내밀었던 혀를 겨우 삼켰다. 스자쿠의 정액으로 엉망이 된 입가와 턱 근처가 끈적거리는 것에 당황하면서, 동시에 목구멍 너머로 삼켜진 정액의 적나라한 끈적거림에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숨을 고르는 두 사람의 소리가 어딘가 멀게 느껴졌다. 스자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고, 를르슈 람페르지가 당황하며 스자쿠를 부르는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이게 모두 다 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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