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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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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Of Nightmare

DOZI 2019.05.16 11:25 read.508 /

야쿠자 스자쿠 X 마피아 를르슈

 

 

 

 

 

 

 

 

 

 

 

 

 일본의 지하시장에서 가격 대비 큰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매춘도 아닌 마약이었다. 사실 마약을 하면 매춘도 덩달아 이루어지기 때문에 둘을 떼어놓을 순 없지만, 아무튼 매출의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이라고 하면 마약이다. 쿠루루기 조(組)의 차기 후계자인 쿠루루기 스자쿠는 자신의 몫으로 떨어진 클럽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절반은 약에, 절반은 술에 취한 인간들이 수두룩했다.

 룸에 들어간 사람들 중에서 스자쿠를 찾는 사람이 있다 해서 오늘밤 그 후계자가 친히 나타난 것이다. 스자쿠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취한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자기 한 몸 정도는 거뜬히 건사하는 편이지만, 스자쿠는 이런 과보호에 넌더리가 나면서도 익숙해져 있었다.

 

 “아, 스자쿠. 왔군요.”

 

 스메라기 카구야는 클럽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후리소데 차림이었다. 거추장스럽지도 않은지, 그녀는 소매까지 정갈하게 정리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조용한 룸은 완벽하게 폐쇄되어 바깥의 소음마저 들리지 않았다. 

 

 “안녕, 카구야.”

 

 스자쿠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아무것도 섞지않은 채로 스트레이트로 들이킨 술 한 잔으로 카구야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스자쿠의 몇 안되는 믿을 수 있는 친족 중 한 명이었다. 스자쿠가 검은 돈을 벌어들이면, 카구야는 흰 시장에서 그것을 내돌리는 사람이었다. 서로의 역할이 확실한 스메라기 조와 쿠루루기 조의 후계자들의 사이는 험악하지도 않고, 좋지도 않았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약혼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거절할 만큼의 손해가 없기 때문에 이어지고 있는 관계였다. 즉, 두 사람은 건조하게 만나고 있지만 약혼자였다.

 

 “주말이 끝나가는 데도 사람이 많네요.”

 “그래도 지금 시간은 더 들어올 사람도 없이 끝물이지. 무슨 일이야?”

 “오랜만이지만 여전히 말을 둘러서 하지 않네요. 오늘 여기에 온 건 이거 때문입니다.”

 

 카구야는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내밀었다. 스자쿠는 그것이 어둑한 조명 아래에서 빛나는 걸 보고 미간을 찡그렸다. 

 그건 스자쿠가 맡고 있는 지역에서 최근 말썽을 부리고 있는 녀석이었다. 아름다운 곡선으로 휘어진 장난감 같은 그것의 이름은 ‘리플레인’이었다. 군이나 윗선에서는 자백제의 용도로 쓰인다는 그것은 마약 시장에 돌면서 이름을 바꾸었고, 사람들에게 달콤한 환각을 보여줌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싼 가격에 풀리고 있는 탓에 스자쿠가 끄나풀 몇 명을 잡아서 손발을 잘라내도 계속 풀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긴자에서도 돌고 있습니다. 스자쿠, 뭘 하고 있는겁니까?”

 “긴자까지?”

 “리플레인이라고 하죠, 이거. 일본에서 만든 게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

 “알고 있는 정보를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의 리플레인은 어제의 절반 가격에 팔리고, 어제는 클럽에서 무작위로 팔렸지만 오늘은 호스티스 클럽에서 여자들이 돌아가면서 맞고 있더라구요.”

 “…그건 알고 있어.”

 

 그 배후도 알고 있다.

 

 “브리타니아가 일본을 장악하려는 걸 그냥 두고만 보고 있을 겁니까?”

 

 그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은 건 스자쿠다. 스자쿠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할 말이 없는 것은 여전했기 때문이었다. 

 

 “브리타니아의 마약상이 지금 신주쿠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름은 모르겠고 성은 람페르지라고 하더군요. 남자라고는 들었습니다만, 이건 아직 확실하지 않은 정보라 확정 짓기는 힘듭니다.”

 “……어떻게 알았어?”

 “리플레인으로 알아냈습니다.”

 

 엘렌 스페이서라는 남자를 붙잡았다고 했다. 람페르지 옆에서 잠깐 일했던 남자였지만, 리플레인을 주사하자마자 묻는 말에 모두 대답하고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의 이름을 부르며 한동안 행복한 듯 웃다가, 얼마 못가 쇼크를 받아 죽어버렸다고 했다.

 

 “리플레인이 그 정도라고?”

 “아뇨, 제가 봤을 때는…람페르지가 매달 풀고 있는 리플레인의 농도가 점점 진해지는 것 같습니다. 리플레인 시장의 충성도를 높히는거죠.”

 “…어제보다 오늘은 더 강한 약을 풀다니.”

 “그것도 여전히 같은 가격으로.”

 “…….”

 

 스메라기 호텔 1811호의 카드키를 내민 카구야는 싱긋 웃었다.

 

 “여기까지 제 손을 빌렸으니, 스자쿠는 저에게 빚을 진 겁니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

 “아뇨, 이제부터 번거롭게 될 건 스자쿠니까요.”

 “…….”

 “람페르지의 정보를 알아보려고 할수록 알 수가 없었습니다. 대놓고 노출되어 있는 브리타니아에서 그렇게 꽁꽁 싸매고 있는 인물이라면 상대하기가 버겁겠죠. 힘내세요, 스자쿠.”

 

 카구야가 사람들과 함께 나가는 걸 보고서, 스자쿠는 카드키를 주머니 안에 집어 넣었다. 몇 잔의 술을 더 마시는 것 대신에 카구야가 안전하게 빠져나갔을 법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스자쿠도 밖으로 나왔다.

 람페르지. 브리타니아. 리플레인.

 야쿠자의 아들로써 원치 않는 삶을 살고 있지만, 스자쿠는 아직 손가락 열 개 중에 하나도 자르지 않을 만큼 원하는 대로 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사고도 치고 있지 않은 순풍만범인 스자쿠의 인생에 나타난 이레귤러를 어떻게 해치워야 하나. 이미 카구야가 손댈만큼 손대버려서 그쪽에서도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깊게 생각하여 작전을 세우는 건 스자쿠의 방식이 아니었다. 

 

 스메라기 호텔에 도착한 스자쿠는 높은 건물 앞에서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나이프는 있지만 총은 들고 오지 않았다. 소음기를 단 총은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잘 안 들고 다녔더니, 오늘처럼 생각없이 움직인 날에는 꼭 필요했다. 하지만 나이프 하나로도 해결할 수 있으니까, 스자쿠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스자쿠는 스메라기 호텔의 직원들이 입는 옷으로 갈아임었다. 그리고 VIP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며, 1811호를 향했다. 이 방은 스위트 룸이었다. 카페트는 먹먹하게 스자쿠의 발 소리를 잡아먹었고, 스자쿠는 1811이라는 숫자가 내걸린 문 앞에서 깊게 심호흡을 했다. 

 문을 세 번 두드린다. 이것은 스메라기 호텔의 방식이었다. 카구야는 이 곳에 먹이를 두고, 스자쿠가 그것을 해결할 때 자주 쓰는 방식이었다. 

 

 ‘…누구세요?’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스메라기 호텔입니다만, 손님께서 두고 가신 물건이 있어서요.”

 ‘아아. 잠시만요.’

 

 문이 열렸다.

 늦은 밤에도 말쑥한 수트를 입고 있는 마른 남자가 나왔다. 남자라는 걸 안 것은 그의 낮은 목소리 때문이었다. 스자쿠는 복도의 하얀 조명 때문에 그의 눈동자가 검은색이 아니라 보랏빛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묘하게 생겼다. 묘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의 외모가 아름다운 것 뿐만이 아니라 분위기도 일조했다.

 등 뒤에서 숨겨놓은 검은 서류가방 같은 것을 내밀자 남자는 곤란한듯이 웃었다. 

 

 “그건 제 물건이 아닌 거 같은데요.”

 “그러신가요? 손님의 이름이 적혀있길래 손님 것인줄 알고. 람페르지 씨가 아니십니까?”

 

 그러자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저는 스페이서입니다. 엘렌 스페이서.”

 

 스자쿠는 가방 뒤로 숨겨두었던 나이프를 그의 목에 들이밀었다. 스자쿠가 옷을 갈아입으면서, 이 복도의 CCTV는 카구야가 손을 봐두었을 것이다. 순식간에 닫힌 문과 스자쿠 사이에 갇힌 남자—람페르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러는 걸 보면, 두 명 중 한 명이겠군.”

 “네가 브리타니아의 람페르지군.”

 “너는 스메라기? 아니면 쿠루루기?”

 “…….”

 “내가 죽어도 브리타니아는 멈추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내가 죽어도 리플레인은 막을 수 없을걸.” 

 “브리타니아는 비겁하군.”

 “독점하고 있는 입장에서 누가 더 비겁할까?”

 

 스자쿠는 혀를 가볍게 찼다. 그러자 람페르지는 여유롭게 웃었다.

 

 “너는 쿠루루기군. 틀림없어. 쿠루루기 스자쿠, 맞지?”

 “…!”

 “마약 시장을 독접하고 있는 건 쿠루루기, 쿠루루기가 번 돈을 굴리는 건 스메라기. 네 단순한 반응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너, 생각보다 멍청하군.”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건 그만두는 게 좋을거야.”

 “죽이면 다 된다는 단순한 사고를 하는 게 바보가 아니면 뭐지?”

 

 나이프의 날이 람페르지의 목을 살짝 그었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피가 흐르는 걸 느낀 람페르지는 처음으로 여유로운 미소를 지웠다.

 

 “진짜로 죽일 셈인가?”

 “너는 이대로 죽기에는 아쉬운 게 많은 모양이야.”

 “과연?”

 “그러지 않고서야 계속 말을 할 이유가 없어.”

 “…예상 외로 심하게 멍청하지도 않군.”

 “하지만 내가 바로 너를 죽여도, 너의 말처럼 브리타니아는 멈추지 않겠지.”

 

 스자쿠는 나이프를 거두었다. 나이프를 접고서 주머니에 넣었다. 닫힌 문을 자기가 가지고 있던 카드키로 열고서, 스자쿠는 1811호의 안으로 를르슈를 앞장 세워 들어섰다.

 

 “이제껏 일본과 관계 없던 브리타니아가 여기에 온 이유를 알아내겠어.”

 “무슨 수로, 그렇게 자신만만한거지? 쿠루루기 스자쿠.”

 “네가 들여온 좋은 물건으로 말이야.”

 

 스자쿠는 주머니 안에서 리플레인을 꺼냈다. 람페르지의 얼굴은 구겨졌다. 본인이 만들어놓고도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스자쿠는 오히려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보통 면역이 생길 정도로 즐기는 편이 아닌가.

 

 “진짜 바보군.”

 “그럼 순순히 말하시던가.”

 “좋아, 차라리 그게 낫지.”

 “…….”

 “나는 일본에 괜히 들어온 게 아니야. 나와 계약을 하자, 쿠루루기 스자쿠.”

 

 그의 이름은 를르슈. 를르슈 람페르지이며, 패밀리 네임은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

 마약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리플레인은 공급만 맡고 있지 직접 즐기는 편은 아니라고 했다. 일본에 들어온 지는 오늘로 딱 100일째. 스메라기 카구야나 쿠루루기 스자쿠가 접촉해오길 기다리며 대놓고 스메라기 호텔만 골라서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실 소파에 서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은 현실성이 없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사실도 다 거짓말 같았다.

 

 “우리는 스메라기가 손을 대고 있는 사쿠라다이트를 노리고 있어.”

 “사쿠라다이트는 일본 밖으로 수출하지 않아.”

 “알고 있다. 하지만 너희들만 즐기게 내버려두기엔 브리타니아는 탐욕스러워서.”

 “…….”

 “사쿠라다이트로 만들 수 있는 폭탄은 지금 일본의 기술로는 아주 조잡한 것 뿐이지만, 브리타니아의 기술과 함께 한다면 그 위력은 어마어마할거다.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 형님의 기술력은 발군이거든.”

 “…그럼 카구야에게 직접 말하지 그래?”

 “자기가 바보라고 남도 바보취급 하지 말아주길 바라. 사쿠라다이트의 실권을 쥐고 있는 건 스메라기가 아니라 네 아버지, 쿠루루기 겐부잖아. 뭐, 10년 안에는 네가 가질 게 뻔하지만.”

 

 이쪽은 타겟 손님을 정확히 정했다고. 를르슈는 찻잔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한 모금 삼켰다. 

 

 “사쿠라다이트의 채굴권을 브리타니아에게 팔아라. 그렇다면 리플레인의 제조법까지 너에게 팔겠다. 아, 물론 사쿠라다이트와 마약 시장의 가치를 동등하게 둘 수 없지. 전자가 훨씬 이득이 되는데. 사쿠라다이트 채굴과 그에 따른 이득의 50%를 너희에게 주겠어. 이 를르슈 람페르지가 보장한다.”

 “……너희에게는 그렇게 득이 될 게 없는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거지?”

 “글쎄. 거기까지 알기에는 나는 사실 말단이라 잘 모른다. 하지만 이런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오라는 게 내 일이라.”

 

 세일즈맨은 고달픈거야?

 를르슈는 스자쿠와 제 사이에 있는 테이블 위 리플레인을 힐끔 쳐다보았다.

 

 “거절한다면?”

 “리플레인 만으로도 모자라서 새로운 약을 더 풀거다. 지금보다 열 배는 강력한.”

 “…….”

 “우리 형제들은 사소한 것 하나에도 놓치는 법이 없거든.”

 “그럼 이제 네 거짓말을.”

 

 거짓말을 다시 진실로 말해. 스자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를르슈는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스자쿠는 다시 한 번 말했다. 거짓말 하지 말고, 진짜 목적을 말하라고. 밝은 불빛 아래서 푸른 빛이 돌 정도로 반짝이는 스자쿠의 두 눈이 를르슈의 흥미를 끌었다.

 

 “진짜 목적을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사쿠라다이트를 원한다.”

 “아니, 그건 브리타니아다. 너의 목적을 묻고 있는거야.”

 “…….”

 “확실히, 나는 너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건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엔 알겠어. 너는 그 이상으로 바라는 게 있으니까 이렇게 필사적인거야.”

 

 스자쿠와 를르슈 사이에서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스자쿠는 그 끝없는 침묵에 지쳐서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잠금을 해제하고, 다이얼 화면을 띄워서 를르슈 쪽으로 돌렸다. 리플레인 옆에 놓인 스자쿠의 휴대폰에 를르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번호, 입력해.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

 “…뭐?”

 “지금 졸려서 이제 더는 이야기 들어도 생각 못할 거 같거든.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남자가 있는 호텔에서 머무는 취미도 없고. 집에 갈래.”

 “내가 만약, 내일 여기서 사라지면.”

 “브리타니아의 목적은 사쿠라다이트라며? 나를 또 만나려면 여기에 있을 수밖에 없지 않아?”

 

 스자쿠의 날카로운 지적에 를르슈는 쓴웃음을 지었다. 스자쿠의 휴대폰에 제 번호를 누른 를르슈는 자기의 울리는 휴대폰까지 보여주었다. 

 

 “내일은 밖에서 보자고. 호텔에서 만나는 건 좀 그러니까.”

 

 길게 기지개를 켜고 말하는 스자쿠의 모습에 를르슈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호텔 직원의 옷차림으로, 들고 왔던 가방을 다시 든 스자쿠는 문앞까지 배웅을 나온 를르슈를 보고서, 마찬가지였다. 

 

 “그럼 손님, 좋은 밤을.”

 “…아, 감사합니다.”

 

 둘은 연극 같은 마무리를 하며, 인사를 했다.

 내일 점심에 봐. 스자쿠는 호텔 밖으로 나오며 그렇게 말했다. 넥타이를 풀고 있던 를르슈는 스자쿠의 메시지를 보고서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