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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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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자루루+쥬리루루

DOZI 2019.05.18 18:32 read.1200 /

스자루루(+쥬리루루)

 

 

 

 

 

 

 

 

 

 

 

 

 “이름만 나이트 오브 라운즈라는 녀석이 바로 너군.”

 

 경쾌한 음악 사이로도 날이 선 말은 또렷하게 들렸다. 스자쿠는 오랜만에 참석한 황제의 연회에서 자신만만하게 자신에게 싸움을 걸어온 상대를 노려보았다. 제멋대로인 성질머리로는 브리타니아 황실에서 제일 가지만, 황제에 대한 충성은 어느 신하보다 높은 열두 번째 황자. 

 

 “처음 뵙겠습니다, 줄리어스 전하. 나이트 오브 세븐, 쿠루루기 스자쿠입니다.”

 “처음까지 말할 정도인가? 네가 지금 그 녀석의 턱받이 신세라고 들었는데.”

 

 분명 를르슈를 말하는 것이다. 스자쿠는 아무렇지 않게 숙인 고개를 들었다. 

 

 “를르슈 전하께서도 줄리어스 전하를 그리워하고 계십니다. 한 번쯤은 아리에스에 들려주시는 게 어떠신지요.”

 “밖에 나올 용기도 없는 겁쟁이를 상대할 시간도 없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래, 잘 달래주던가.”

 

 검은 망토가 춤추는 그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린다. 스자쿠는 그의 뒷모습을 살피며 잔 속의 샴페인을 비웠다. 지노와 아냐가 다가왔다. 아마 줄리어스와 스자쿠가 대화를 나누는 걸 미리 본 것 같았다. 

 

 “오랜만이네, 스자쿠.”

 “응. 지노랑 아냐도 잘 지냈어?”

 “그럭저럭이라고 해야하나…. 줄리어스 전하랑 이야기 하는 거 같던데.”

 “이야기 정도는 아니고 안부 인사는 했지.”

 “…….”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똑같이 생겼네.”

 

 기분 나쁘게. 스자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지노와 아냐는 그걸 고자질할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스자쿠는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 가만히 있던 아냐가 그의 안부를 물었다. 

 

 “를르슈 전하는 어때?”

 “잘 지내셔. 건강하시고.”

 “……여기 안 왔지?”

 “응.”

 “빨리 돌아가봐야겠네.”

 

 아냐의 말에 스자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리에스로 돌아가겠다고 사람을 불렀다. 황제의 연회에 이렇게 빨리 빠지는 황제의 기사가 있다면 분명 크게 뒷말이 돌아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황제의 명령으로 그는 지금 아리에스로 향하고 있기에, 걱정할 것이 없었다. 

 사실 이제 명령이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것이다. 

 

 “를르슈?”

 

 황자의 이름을 마음대로 부르면 안되지만, 스자쿠는 조용히 침대에서 자고 있는 황자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불렀다. 아직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였지만, 그래도 무사한 그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연회에 가기 전에 를르슈는 불안한 눈초리로 계속 스자쿠를 쳐다봤다. 황제의 연회에 나이트 오브 라운즈가 빠지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를르슈는 안 갔으면 하는 눈치였다. 결국 보내주긴 했지만. 

 

 “…스자쿠.”

 

 살짝 부어있는 눈가를 손으로 쓸어주면 를르슈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겨우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어서오라고 손끝에 입술을 맞추는 를르슈에게 스자쿠는 가볍게 이마에 키스를 돌려주었다. 

 

 “깨워서 미안. 그래도 돌아왔다고 말하고 싶어서.”

 “…여기서 자고 가.”

 “씻고 옷 갈아입고 올게, 그럼.”

 “…싫어. 여기서.”

 

 결국 침대에 끌어앉히는 모양새에 스자쿠는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뭘 어떻게 해? 이제부터는 를르슈가 나서는 수 밖에 없었다. 

 스자쿠는 를르슈에게 단 하나 뿐인 사람이었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죽은 궁. 남은 남동생은  를르슈를 버리고 떠났다. 몇 차례의 암살 시도 덕분에 나이트 오브 라운즈를 임시 호위로 받았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이 아리에스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건 너 뿐이라고 를르슈는 고백해야했다. 

 몇 번이고 스자쿠를 끌어안고 말하고, 그 입술에 입을 맞추며, 몸을 기대어 속삭였다. 그렇게 말하면 스자쿠는 화가 난 것인지, 울 것 같은 지, 알 수 없는 얼굴로 를르슈를 안아주었다. 그에게 돌아오는 말도 모두 사랑스러웠다. 

 정말 나 밖에 없어? 이런 것도, 그 이상의 것도 나 말고는 아무도 하지 않을거지? 

 

 —그렇게 하면 스자쿠는 계속 내 곁에 있어줄거야?

 

 를르슈는 가끔 창녀 같았다. 스자쿠는 제 품에서 새근거리며 자는 알몸을 끌어안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를르슈의 처지와 창녀가 뭐가 다르지? 몸 하나로 스자쿠를 끌어안으려고 필사적인 이 황자는, 이게 사랑인지 집착인지 구별하지도 못할 정도로 어리다. 그저 자신의 몸으로 줄 수 있는 최대의 쾌락으로 스자쿠를 잡으려고 한다. 

 만약 스자쿠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몸에 손을 대서 사랑한다고 말하면, 를르슈는 거절할까, 아니면 다리를 벌려줄까. 어머니와 여동생을 테러로 잃었고, 쌍둥이 남동생의 왼쪽 눈도 테러로 잃었다. 서로를 의지해도 모자랄 마당에 남동생은 아리에스 밖을 뛰쳐나갔다. 를르슈는 자기까지 아리에스 밖을 나가면 별궁이 헐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면 황족으로써 몸을 맡길 곳이 없었다. 두 차례의 테러를 당할 정도로 나약한 황족을 후원하는 귀족은 드물다. 애쉬포드도 지금은 힘을 잃고 변방의 에리어로 쫓겨났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죽은 계단을 하루에 두 번 오르내릴 때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남동생이 제 손을 뿌리치고 나간 서재 밖을 나서지 못하는 몸으로 살고 있었던 를르슈 앞에, 스자쿠가 나타났다. 

 

 ‘나이트 오브 세븐, 쿠루루기 스자쿠입니다.’

 

 누구에게도 의지해본 적 없던 그 몸이 무너진 건 순식간이었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손을 잡고서 희미하게 웃었다. 

 피투성이가 되었던 그 계단을 같이 올랐고, 버려지고 홀로 남았던 서재에서 스자쿠와 책을 읽었다. 스자쿠가 있다면 를르슈는 다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를르슈의 상태가 호전된 것 같다는 소식이 황제에게 닿은 듯 했다. 스자쿠의 전장으로 복귀 명령이 떨어졌다.

 

 ‘가는 거야?’

 ‘황제 폐하의 명령이니까. 를르슈도 이제 괜찮아졌고.’

 ‘…가면 안 돼?’

 ‘를르슈는 밖에서도 잘 해낼 수 있어. 나도 밖에서 기다릴게.’

 ‘밖?’ 

 ‘응. 를르슈랑 쌍둥이 동생인 줄리어스 전하도 잘 지내시는 거 같고.’

 ‘싫어!’

 

 스자쿠는 제 입술에 닿는 것이 를르슈의 입술이라는 것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지 마, 스자쿠. 싫어. 밖으로 나가지 마. 여기 있어. 응? 를르슈의 보채는 소리와 함께 를르슈는 입고 있던 셔츠를 벗기 시작했다. 스자쿠, 어떻게 하면 안 갈거야? 제발. 나를 줄게. 나는 가진 게 나 밖에 없어. 다 잃어버렸어. 스자쿠 밖에 없어. 가지 마.

 자기 밖에 없다고 말하는 를르슈는 어설프게 계속 입을 맞추었다. 나한테 예쁘다고, 귀엽다고 스자쿠가 그랬잖아. 여자보다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를 줄게. 스자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주겠다는 황자의 몸은 하얗게 부서지듯 아름답고, 스자쿠는 갖추고 있던 옷차림을 모두 풀고 그를 침대에서 탐했다.

 스자쿠를 받아내는 몸은 온몸으로 스자쿠를 붙잡고 있었다. 붉은 울혈 자국이 곳곳에 남아도 를르슈는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스자쿠를 계속 불렀다. 스자쿠가 조금이라도 뒤로 빠져나갈 모양이면 눈물을 떨구었다. 우는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 스자쿠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몇 번이고 타액을 나누면서, 를르슈 안에 사정하면서 스자쿠는 계속 같이 있겠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황제에게 를르슈의 건강이 다시 나빠졌다는 보고를 했다. 나빠지긴 했다. 나이트 오브 세븐이 아리에스에 머무는 기간이 늘었다. 그 사이 를르슈는 스자쿠와의 섹스라는 수단을 쓰면서 그를 몸으로 붙잡아 두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입을 맞추며 스자쿠에게 펠라치오를 하는 를르슈는 필사적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나는 너를 지켜줄 텐데…. 스자쿠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를르슈가 저에게 매달리는 것이 썩 나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길들여온 주제에, 이제 와서 창녀 같다는 감상은 스스로 우스운 것이다. 순진한 창녀. 모순적인 말을 하며 스자쿠는 자고 있는 를르슈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오랜만이네, 줄리어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남동생은 심기가 불편해보였다. 를르슈는 차를 내오는 메이드의 손짓만 살폈다. 줄리어스는 변함 없는 아리에스와 제 쌍둥이 형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머물고 있던 저택에 테러가 있어서 여기에 머물게 됐어.”

 “…응.”

 “별로야?”

 “그럴 리가 없잖아.”

 “내 방은 그대로? 참, 내가 있으니 나이트 오브 세븐은 이제 필요 없지 않아?”

 “…스자쿠한테 갑자기 나가라고 하는 건 그래. 우선 아리에스의 호위 중이고.” 

 “약해 빠진 녀석.”

 

 기사 후보가 들어오지 않는 아리에스의 황자들에게 기사는 황제가 특별히 붙여준 나이트 오브 세븐 밖에 없었다. 줄리어스는 차를 따르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를르슈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줄리어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너랑 있기 싫어.”

 “…….”

 “저녁은 방에서 먹을 거니까 그렇게 준비해.”

 “…알았어.”

 

 그동안 자리를 피해달라고 말했던 스자쿠는 줄리어스가 자리를 비우는 모습에 를르슈의 맞은편에 앉았다. 줄리어스 몫으로 내어온 찻잔을 들고서 스자쿠는 차를 마셨다. 를르슈는 태연하게 행동하려는 스자쿠의 배려에 웃음이 났다. 

 

 “줄리어스가 당분간 여기에 있을거래.”

 “아, 그 테러. 줄리어스 전하의 저택이었구나.”

 “스자쿠는 알고 있었어?”

 “응. 나이트 오브 라운즈 동원 명령이 떨어졌거든. 저택을 거의 반파시켰나봐.”

 “…….”

 “아리에스에 계시는 기간 동안에는 나도 돌아갈까 생각 중인데…. 줄리어스 전하도 편히 못 쉴거고.”

 “아냐, 스자쿠는 안 가도 돼. 내가…스자쿠는 계속 여기 있을 거라고 그랬으니까.”

 

 조금이라도 인력을 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를르슈는 이기적인 마음에 그렇게 말했다. 스자쿠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싫은 를르슈를 위해서 1층의 서재에서 둘은 자리를 옮겼다.

 문을 잠갔다. 스자쿠는 를르슈가 입을 맞추는 것에 입을 열어주었다. 일부러 혀를 움직여주지 않자 스자쿠가 느끼는 여린 살을 어떻게든 파고드려는 간절함에 결국 그의 혀까지 빨아들이며 몸이 으스러져라 안아주었다. 헐떡거리는 더운 숨과 를르슈의 아래가 부풀어올라서 스자쿠의 허벅지에 문지르고 있는게 느껴졌다. 

 

 “줄리어스 전하가 계시는데….”

 “안 내려올거야. 줄리어스는 나, 를…싫어하니까.”

 “를르슈는 나를 좋아하고?”

 

 대답 대신에 스자쿠의 버클을 푸는 를르슈의 손길에 스자쿠는 웃음이 났다. 를르슈가 몸을 숙여 펠라치오를 하려는 것에 스자쿠는 짧게 신음했다. 예전에는 물고 핥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스자쿠가 느끼는 부분을 알고서 혀끝으로 애무하기도 하고, 가끔은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삼켜주기까지 했다. 사정한 정액을 삼키는 건 부지기수였다. 그래도 줄리어스가 있다는 사실에 를르슈의 빨아올리는 소리가 평소보다 작았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머리를 붙잡고 얕게 허릿짓을 하며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이런 짓을 하지 않아도 너를 좋아하고, 아껴주고, 사랑해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리에스 밖을 나가지 않아서 모르는 를르슈…. 스자쿠는 다 삼키지 못한 정액을 핥아내려고 혀를 내미는 를르슈가 저와 시선이 마주하는 것에 결국 를르슈를 서재의 책상에 엎드리게 했다.

 바지와 속옷은 단숨에 벗겼다. 스자쿠의 정액으로 범벅이 된 입 안에 손가락을 밀어넣고 빨게 했다. 질척해진 손가락으로 구멍을 풀자 를르슈의 허리가 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느끼는 지점도 아니고 그저 손가락을 밀어 넣었을 뿐이었는데도 를르슈는 느낀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거지? 스자쿠는 발기한 를르슈의 페니스를 보면서도 손가락의 갯수를 늘렸다. 스자쿠를 부르는 애타는 목소리가 들렸다.

 

 “빨리 해?”

 “스, 스자쿠 마음대로….”

 

 마음대로, 라는 말은 얼마나 이기적인 말인가. 스자쿠는 다시 발기한 자신의 것을 를르슈의 안에 밀어넣었다. 하으윽…! 를르슈는 책상을 긁듯이 붙잡았다. 스자쿠의 허리가 움직일 때마다 를르슈는 울음을 터뜨렸다. 하, 하읏, 윽, 아앙, 아! 스자, 쿠! 아, 아앗! 헐떡대는 숨 사이로 들리는 제 이름에 스자쿠는 를르슈의 페니스를 문질렀다. 앞과 뒤의 자극에 를르슈는 금방 절정에 다다랐다. 안에다가 하면 씻기 힘들겠지. 스자쿠는 를르슈의 안에서 제 것을 빼내 하얀 엉덩이 위로 사정했다. 뿌연 정액으로 엉망이 된 엉덩이에 스자쿠는 혀를 찼다. 

 

 “손수건으로 닦아줄게, 기다려, 를르슈.”

 “스자쿠….”

 “응?”

 “나랑 계속 있을거지?”

 

 를르슈의 엉덩이에 뿌려진 정액을 닦아낸 스자쿠는 대답 대신에 키스를 해주었다. 를르슈는 입이 떨어지자마자 재차 물었다. 

 

 “줄리어스가 만약에 같이 아리에스를 떠나자고 해도 나를 선택해줄거야?”

 “를르슈 옆에 있을거야.”

 “약속해.”

 “약속합니다.”

 “뭐야, 그게. 더 정중하게 해.”

 

 그럼 어떤 약속을 해줄까. 스자쿠는 제가 알고 있는 맹세의 서약을 대부분 떠올렸다. 이미 나이트 오브 라운즈로 황제의 기사가 되었으니 기사의 맹세는 안 되고. 무슨 맹세가 있지? 계속 같이 있겠다는 맹세 중에 가장 적절한 맹세가 있긴 있었다. 다만 이 상황에 맞나 싶기는 하지만. 

 

 “를르슈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그건 결혼식 맹세잖아.”

 “계속 같이 있겠다는 약속은 같잖아.”

 “…그래. 스자쿠는 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계속 내 옆에 있는거야.”

 

 너는 내 전부를 가졌으니까. 

 를르슈는 스자쿠의 품에 기대며 중얼거렸다. 왜인지 모르게 오늘따라 를르슈의 등이 더 하얗고 차갑게 느껴져서 스자쿠는 그를 있는 힘껏 끌어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