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장난 goood
뜻하지 않게 긴 시간을 살아온 그녀를 사람들은 마녀라고 불렀다. 긴 시간동안 살면서,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낼 수 있는 힘을 얻은 이후로부터 그녀의 이름보다 마녀라고 불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래서 이름을 잃고 마녀라고 불린 것이 더 익숙해졌을 때,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주 예전에 그녀를 알고 있던 사람들을 찾아내기로 했다. 찾아내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들은 소위 말하는 ‘계약자’로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해놓고서는 대부분 도망가버렸다. 지금껏 살아온동안 만난 계약자들 중에서 성실하게 계약에 임해온 계약자가 있는가 하면, 불성실하게 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공통점은, 모두 그녀가 주는 힘을 두려워하며 도망갔다.
그래서 쫓아가서 벌을 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낡은 가게의 한 구석에 앉아서 이대로 그냥 불로불사의 삶을 보내야하는가, 생각할 때 그녀는 아주 오래 전에 죽었던 친구이자 계약자를 떠올렸다. 힘을 주었지만 마지막까지 계약자가 가진 힘이 무엇인지 무엇인지 몰라서 뜻밖의 사고로 죽어버렸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죽었음에도 계약자와의 관계는 이어지고 있어서, 그녀는 백 년만에 당황했다.
그리고 십 년이 채 안 되어서, 그 친구의 아들에게 힘을 주었다. 필사적으로 살아 남기 위해 마녀까지 이용했던 그 소년을 떠올리며, 마녀는 가게를 떠났다.
마녀 안에 느껴지는 무수한 계약자들의 끈이 있다. 그 중 하나의 끈을 더듬어 찾아갔다. 어느 세계에서든 살아만 있다면 마녀는 그를 데려올 수 있다. 어떤 세게에서든 벗어난 곳에 있는 것이 마녀고, 어느 세계에서나 있는 것이 계약자다. 이렇게나 많이 계약을 했다니, 나도 필사적이었군. 마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오랜만에 그 소년을 만났다.
부드러운 하얀 옷과 다르게 피투성이의 가면을 끌어안고 있는 소년은 어깨를 떨며 울고 있었다. 마녀는 소년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를르슈, 계속 울고만 있을 거냐?”
“…C.C.”
오랜만에 불린 제 이름에 마녀는 웃음을 지었다.
“이제 내 소원을 들어줄 차례다.”
“나는 이제 죽어서, 네 소원을 들어줄 수 없어. 이제, 모든 게 끝이 나서…. 미안하다.”
“죽은 계약자만이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어.”
“네 소원은 죽는 거였잖아?”
“그건 네가 살아있었을 때의 소원이고.”
“…죽어서도 네 소원을 들어줘야하는 거냐?”
“기어스를 얻은 대가는 크거든.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수 없으니.”
가면도, 이름도, 기어스도 필요 없는 곳으로 가자. 동화책 속의 마녀가 아이들을 유혹하는 달콤한 말투로 말한다. 를르슈는 웅크렸던 몸을 일으키고 그녀를 따라갔다. 를르슈의 뻥 뚫린 가슴을 보며 C.C.는 웃었다.
“살아서 흉한 꼴을 당했나보구나.”
“…흉한 짓을 많이 했으니까.”
“그래서 그렇게라도 끝이 났으니 편한가?”
“끝이 났다고 생각은 하는데, 편하냐고 물으면, 글쎄.”
이제 어디로 가는 거지? 를르슈의 물음에 C.C.는 건조하게 대답했다. 편해질 수 있는 곳.
안개가 자욱한 길을 걸으면서 를르슈는 무언가 하나씩 잃어갔다. 이런 일을 저질렀고, 저런 짓도 했으며, 또 이런 사건을 겪었고, 누군가를 사랑했으며, 그렇게 잃었던 기억들을. 그리고 남은 것은 를르슈라는 제 이름, 절대 복종이라는 자신의 기어스, 기어스를 준 마녀인 C.C.가 전부였다.
마치 꼭… 갓 태어난 아기 같은 걸. 를르슈는 멍해지다 못해 텅 비어버린 제 머릿속을 그렇게 정의했다. C.C.는 다 도착했다고 말했다.
“여기가 어딘데?”
“소원을 들어주는 가게.”
낡은 이층집. 간판 하나 달려 있지 않은 그 집을 가게라고 부르며 C.C.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먼지가 한 가득이었다. 먼지가 붙을 테니까 신발을 신고 들어오라는 C.C.의 말에 를르슈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보면 C.C.의 공간은 C의 세계 말고 다른 곳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꽤나 낡은 곳이군. 를르슈의 감상에 C.C.는 오늘 아침까지는 깨끗했다고 대답했다.
“그쪽 시공으로 넘어가면서 시간이 꽤 흘러버린 것 뿐.”
“시공?”
“그래. 여러 차원의 시공이 존재해. 그 시공마다 몇몇의 계약자들을 찾아내서 나는 이곳에 데려와서….”
“……?”
“일꾼으로 쓰지. 이번엔 네 차례다, 를르슈. 지금까지는 공범자였다면 오늘부터는 ‘고용주’와 ‘피고용주’ 관계다.”
“뭐? 너는 죽은 사람에게 별걸 다 시키는 군. 지금 내 꼴도 흉한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네 꼴이 어때서?”
“가슴에 칼을 맞았는데 멀쩡할 리가 없지?”
를르슈는 제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그저 구멍 하나 없이 말끔한 옷감이 느껴질 뿐이었다. 이게 뭐야. C.C.는 멀쩡하니 일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든 제멋대로인 논리는 여전해, 하여간. 갑자기 멀쩡해진 몸이나 멍청해진 머리나 모든 것이 논리적이지 못했지만 모든 것이 C.C.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
2층 집은 사실상 지하, 1층, 2층으로 세 곳으로 나눌 수 있었다. 지하는 서고와 창고였고, 1층은 거실과 부엌, 식당, 응접실, 2층은 객실 네 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두 다 먼지투성이었다.
“그래서 네 소원은 나보고 일하라는 건가?”
“그렇지.”
“그래서 내가 얻는 대가는?”
“과연 를르슈, 샤를과 마리안느의 아들이다. 호락호락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어. 내가 너에게 주는 건 자유다.”
“…나는 이미 죽어서 자유가 아닌가?”
“기어스를 가진 사람은 죽어서도 기어스에 묶여있어. 그래서 내가 너를 찾으러 간 거지.”
“……비겁하군.”
“내가 찾아 계약을 해제해주기 전까지 평생 기어스에 묶여있는데, 너는 죽자마자 내가 찾으러 갔으니 운이 좋은 거지, 를르슈. 혼자서 계속 있다가 미쳐버리는 것보단 낫지 않아?”
C.C.는 창고에서 빗자루와 쓰레기통, 걸레를 꺼내면서 를르슈에게 내밀었다. 2층부터 열심히 쓸고 닦아. 네가 잘 방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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