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오브 세븐 X 제11황자
나나리 비 브리타니아는 자기 오빠에 대해서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 어렸을 적에는 자주 놀았던 것 같기도 했지만, 햇빛에 오래 나와 있으면 쓰러지거나, 혹은 그늘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전부였다. 더 나아가서는 나나리의 옆방이었던 방을 옮겨서 아리에스 궁에서 가장 어두운 방으로 옮겼고, 예전에 몰래 훔쳐보았을 때에는 햇빛이 들지 않는 검고 두꺼운 커텐을 달고 있는 방에 살고 있었다. 전등 하나만으로도 눈이 부신지 늘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쩌다 한 번, 나나리가 몰래 그 방의 문을 열어서 빼꼼히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가 있었다. 그 방의 문이 잠기지 않을 때는 드물었는데, 대부분 나이트 오브 세븐이 아리에스 궁에 들렀을 때였다. 평소처럼 푸른 망토를 두르고 있는 나이트 오브 세븐은 보통 오빠가 앉아있던 의자에 걸터 앉았다. 나나리는 문에 바짝 달라붙어 두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오래 걸렸네.”
“응, 계속 자리를 비우고 있었으니까….”
“배고파서 미칠 것 같아.”
낮은 오빠의 목소리는 옛날에는 좀 더 다정하고 상냥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는 나나리를 보면 늘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손에 닿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나나리가 있는 곳으로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늘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안녕, 나나리. 그럼 나나리는 멀찍이 서있어도 그에게 들리도록 답했다. 안녕하세요, 오라버니.
하지만 나이트 오브 세븐에게는 오빠는 모든걸 허락했다. 예를 들면, 지금처럼 방에 들어가는 것, 그의 물건에 손을 닿는 것도 전부. 길게 이야기하는 것도 나이트 오브 세븐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망토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단추가 풀어지는 소리, 그리고 그 사이 사이 웃음소리가 들렸다. 낮은 목소리로 웃는 오빠는 나나리에게는 낯선 것이었다.
“살살 물어, 를르슈.”
“별로 아프지도 않잖아.”
“따끔한 정도가 다르니까.”
나이트 오브 세븐은 오라버니의 이름을 격식없이 부른다. 그건 예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칭얼거리며 말했다.
왜 나이트 오브 세븐만 오라버니의 방에 들어갈 수 있어요? 오라버니와 똑 닮은 어머니는 드레스 자락을 고치고 있던 중에 물어보는 공주의 질문에 웃음을 지었다.
‘둘은 특별하기 때문이란다.’
‘나나리는 특별하지 않아요? 오라버니의 여동생인데도?’
‘후후, 나나리에게도 특별한 사람이 나타나면 특별해지겠지. 나이트 오브 세븐도, 를르슈도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니었어. 아, 를르슈는 내 욕심 때문에 그런 거라지만…. 그렇게 될 줄은 나도 몰랐으니까.’
어머니는 늘 영문 모를 이야기를 했다. 나나리는 입고 있던 연분홍색의 드레스를 입고서 야회에 나갔다. 그날 야회에는 드물게 나이트 오브 세븐이 나타났다. 늘 오라버니의 방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인사를 나누는 것이 고작이었기에, 그와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좋은 밤입니다, 나나리 황녀 전하.’
‘…안녕하세요, 나이트 오브 세븐. 이런 곳에서 뵐 줄이야.’
‘항상 길게 이야기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그런가요?’
‘를르슈와 같이, 아니, 를르슈 황자 전하와 어렸을 적에는 같이 놀곤 했으니까요. 그때의 이야기를 언젠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나나리가 너무 어렸을 적의 기억이라 희미한 윤곽처럼 남은 기억이었다. 그래도 그것을 같이 알고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나나리는 들떠서 나이트 오브 세븐에게 달라붙었다.
‘그, 그런가요? 오라버니랑 저랑 사이가 좋았죠?’
‘그랬죠. 저는 외동이라서 그런지, 두 분의 사이가 좋은 모습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오빠와 사이가 더 가까운 것은 나나리가 아니라 나이트 오브 세븐이었다. 누군가 뒤에서 ‘스자쿠!’하고 나이트 오브 세븐을 불렀다. 다른 라운즈인 것 같았다.
‘황녀 전하, 저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아리에스에서 뵙겠습니다.’
‘아, 그래요…. 이야기 즐거웠어요, 나이트 오브 세븐.’
홀로 남은 나나리는 유페미아와 코넬리아가 불러서 그들의 무리에서 다시 웃고 떠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곳에 오지 않는 제 오빠를 떠올렸다. 오라버니는 그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혼자 있는걸까. 누구를 기다리면서?
나이트 오브 세븐을 기다리면서?
그래서 나나리는 나이트 오브 세븐이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장기전으로 돌입할 것 같다는 전장에서 비교적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고 돌아온 그는 나나리에게 인사를 하기도 전에 바로 그 어두운 방으로 달려갔다. 그의 빠른 발소리가 복도를 울려서, 나나리는 다른 하녀들이 나이트 오브 세븐이 왔다는 소리를 전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조심, 또 조심해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나이트 오브 세븐의 상의는 거진 벗겨졌다. 어깨와 등쪽의 선이 단단하게 뻗어있는 뒷모습에 나나리는 얼굴이 붉어졌다. 다른 남자의 벗은 몸을 보는 것은 숙녀로써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모습 앞에 태연한 오빠의 모습이 궁금했다.
“…!”
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는 오빠는 아주 즐거워보였다. 나나리에게는 늘 희미한 미소만 지었으면서, 나이트 오브 세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미소를 지으면서, 보이지도 않는데도 그렇게 웃었다. 혀를 내밀어 그의 살갗을 핥고, 그리고서 앞니로 가볍게 깨무는 것도, 그는 즐거워보였다.
“간지러워, 를르슈.”
“아프게만 하면 싫다며?”
“…그렇지만 이렇게 마른 거 보니까, 빨리 배부르게 해주고 싶은걸.”
“네가 심한 일들은 적당히 처리하면 되는데, 고지식하게 다 해내니까…. 안 그러면 내가 굶을 일도 없지.”
말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오빠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날카롭게 빛나는 송곳니가 나이트 오브 세븐의 목덜미에 박혔다. 구멍을 내고 나서, 그 사이로 흐르는 피를 홀짝거리는 오빠의 모습은 아주 익숙해보였다. 나이트 오브 세븐의 허벅지에 걸터앉아 아주 만족스럽게 흡혈을 하는 오빠의 모습에 나나리는 쥐고 있던 문고리를 꽉 붙들었다. 안 그랬다가는 문을 쾅소리 나게 닫고 복도를 내달릴 것 같았다.
“…이제 배불러?”
“으응.”
“근데 더 하고 싶지 않아?”
“네, 네가 하고 싶은 거면서.”
“맞아, 내가 하고 싶었어. 계속.”
이번엔 핏자국이 묻은 오빠의 입술을 나이트 오브 세븐이 먹었다. 나나리는 소리를 죽이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복도의 응달이 진 곳으로 들어서는 순간, 순식간에 자기 방으로 뛰어갔다. 문은 아마 소리를 내며 닫혔을 것이다.
하지만 나나리가 봤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하겠지. 나나리는 방문을 등진 채로 울음을 억누르다가 결국 눈물을 떨구었다. 옛날에 아리에스의 정원에서 셋이서 뛰어 놀았던 때, 햇빛에서 길게 놀지 못하는 오빠를 위해서 늘 가던 커다란 나무, 스자쿠 씨, 하고 부르면 나무를 타는 법을 알려줬던 나이트 오브 세븐. 잊고 있던 그 모든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는 나나리가 있는 쪽으로 오지 못하는 오빠가 가여웠다. 그래서 그렇게 웃은거군요, 오라버니. 나나리는 드레스 자락이 더러워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계속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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