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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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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ZI 2019.06.11 00:34 read.488 /

캠퍼스물 스자루루

 

 

 

 

 

 

 

 

 

 

 

 

 

 “3년의 동거가 이렇게 끝이 날 줄이야….”

 “헤어지는 게 아니니까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

 “를르슈는 나한테 너무 매정해.”

 “제대로 집중해서 찾아주기로 했잖아, 스자쿠.”

 

 캠퍼스 내 카페. 계절학기만 듣는 사람들로 한산한 이 카페 안에서 유일하게 활발한 손님 둘. 학기 중에도 유명한 캠퍼스 미남들이었으나, 계절학기에 접어들면서 유일한 눈보신으로 계절학기를 듣는 사람들의 큰 위안이 되고 있다.

 커피 두 잔을 시켜놓고 두 사람은 노트북 두 대를 열심히 돌려가며 무언가를 알아보고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동거를 하고 있는 두 남자는 학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시간표를 맞춘다거나, 점심시간을 같이하거나, 잡지에 적혀있는 ‘청춘 연애 대학생활’의 정석을 밟고 있었다. 

 

 “나까지 껴서 살면 안 돼?”

 “가족끼리 사는 집에 네가 살면 불편하다.”

 “나도 이제 가족이지! 이웃으로 지낸 시절만 10년이 넘고, 를르슈랑 사귄 시간…!”

 “됐어, 나 혼자 알아 볼테니 너는 수업이나 듣고 와!”

 

 머플러를 두르면서 파우치에 노트북까지 덥썩 넣고 일어나는 를르슈를 붙잡은 스자쿠는 이제 안 그러겠다고 빌었다. 성심성의껏 부동산 매물을 뒤지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거라. 예스 유어 마제스티. 스자쿠는 제 노트북을 뒤지면서 한숨을 쉬었다. 

 

 “진짜로 오는 구나, 로로랑 나나리.”

 “과연 나의 동생들이다. 그리고 둘 다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나도 를르슈랑 같은 학교 간다고 했을 때 를르슈가…

 

’네가 내 수준을 맞출 수 있을까? 무리하지 말고 적당한 데로 가.’

 

 라고 하면서 그 다음엔 

 

 ‘안 쫓아오면 죽을 때까지 죽여버릴거니까!’

 

 라고 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것도 벌써 4년 전이구나.”

 

 부끄러운 추억을 미담처럼 떠드는 스자쿠의 노트북을 거의 박살낼 수준으로 내리친 를르슈는 벌겋게 물든 얼굴을 감추었다. 

 

 “너는…성적도 안 좋아서 계절학기를 듣는게 별 걸 다 기억해.”

 “수업도 없는데 맨날 나 쫓아와서 밥 먹어주는 를르슈도 참 대단해.”

 “…….”

 

 3년동안은 돈을 아끼겠다는 이유로 둘이서 지지고 볶고 거의 신혼 살림을 차리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 3년 후에 ‘형이랑 같은 학교 가게 됐어!’, ‘오라버니와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어요!’라는 메일이 왔다. 한겨울의 눈보라 몰아치고 섹스가 한바탕 끝나서 노골노골하게 풀린 몸으로 끌어안던 중에 떨어진 청천벽력이었다. 

 

—스자쿠, 헤어지자, 아니, 그, 동거는 해소다. 너보다 소중한 사람이, 아니 그러니까, 왜 단어 선택이 이렇지?! 로로와 나나리가 이쪽으로 온다! 이 두 사람과 살아야하니까! 너랑은 헤어진다! 

 

 많은 것이 생략되었지만 아무튼 알아먹은 스자쿠는 를르슈를 진정시켰다. 알았으니까 우선 두 사람한테 축하전화를 해. 응, 응, 난 괜찮아. 우선 전화를 해. 누구한테 먼저 거냐고? 집 전화로 걸어, 그래야 공평하니까.

 그리고 집 전화로 축하를 받은 로로와 나나리에게 를르슈는 들떠서 앞으로의 계획을 떠들어댔다. 셋이서 같이 살자. 집이 좀 허전해지겠지만 방학 때마다 다시 가면 되니까, 응, 응, 설에는 다시 갈게! 응! 항상 사랑한다. 건강해야 돼, 감기 조심 하고. 

 그리고 그 날 이후부터 성인 셋이 살 수 있는 집을 알아보고 있다. 동거인을 잃은 스자쿠 역시 홀로 살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긴 하지만, 그 적극성을 잃은 지는 오래되었다. 

 

 “그냥 내 집은 그대로 둘까?”

 “그 집은 월세가 비싸지 않아?”

 “음…. 우리집 부잣집이고?”

 “돈 낭비 하지 말아라.”

 “알바를 늘릴게.”

 “성적도 안 좋은 게, 돈 벌 시간에 알바를 한다니.”

 “를르슈랑 같이 살았던 집인데, 그냥 치워버리긴 그렇잖아.”

 

 새로 올라온 매물을 훑어보며 무선 마우스 휠을 굴리던 를르슈는 고민하는 소리를 냈다. 스자쿠는 미간을 찌푸렸다. 결국 이 동거의 해소에 마음 쓰는 건 나 뿐이군. 를르슈는 로로와 나나리 생각 뿐이야. 

 

 “나 없이 혼자서 텅 빈 집에 있는 스자쿠 생각을 하면 마음이 더 쓰여서 안 돼. 새 집으로 이사 가라.”

 “…응?”

 “내가 있었던 흔적을 붙잡으면서 술먹고 울 네 생각을 하면 걱정이 된다.”

 “…술도 안 먹고 울지도 않.”

 “술은 안 먹어도 울 거잖아.”

 “…….”

 “앞으로 길어봤자 고작 4년이다. 나는 로로와 나나리가 대학 졸업을 하고 난 4년 이후는 너와 결혼해서 같이 살 생각인데 왜 그렇게 섭섭해 하는지….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도록. 눈도 예쁜 숲색이면서.”

 

 를르슈는 스자쿠의 볼을 잡아 늘렸다. 이런 소리까지 해줘야지 속이 풀리지. 다음 수업까지 30분 남았으니 이제 그만 뒤져보고 수업 들을 준비나 해라. 스자쿠는 아프지 않게 꼬집은 를르슈의 손을 꼭 잡으며 웃었다. 

 진짜 나랑 4년 후에 결혼할거야?

 그리고 내 눈 예쁜 숲색이야?

 너한테는 좋은 말을 해주면 좋게 돌아오는 법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