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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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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1. 手をつなぐ

DOZI 2019.06.13 20:08 read.185 /

뱀파이어 스자쿠 X 마법사 를르슈 

 

 

 

 

 

 

 

 

 

 

 

 

 

 

 

깊게도 파묻었네. 스자쿠는 입 안에 흙이 들어오지 않게, 눈에도 흙이 들어가지 않게 겨우 위를 향하면서 올라가고 있었다. 위로 올라가면 달빛이 보이겠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기능하지 않았던 스자쿠의 생체시계는 지금이 밤이라고 알리고 있었다. 햇빛이 닿아도 상관없긴 했지만 지금의 피로감으로는 햇빛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나가는 순간 소멸, 그 자체다. 그렇게 되면 이제껏 살아왔던 것이 아까웠다. 

정말 얼마나 깊게 파묻은 것인지, 스자쿠는 손톱이 아파올 지경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 굳은 몸을 겨우 작동시키는 것도 고작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가만히 있다가는 또 긴 가사 상태에 빠져서, 어중간한 위치에서 발굴당하는 것도 질색이었다.

 

나는 가야할 곳이 있어.

찾아야할 사람이 있어.

그녀에게, 돌아가야만 한다.

 

스자쿠는 다시 뇌리에 스치는 그 사람의 얼굴에 눈을 질끈 감고 머리 위의 흙을 파내었다. 그것이 마지막인 것 같았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신선한 공기에 스자쿠는 콜록거리면서 다시 한 번 손을 휘저었다. 바닥으로 보이는 탄탄한 흙들은 이제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스자쿠는 겨우 위로 올라왔다.

스자쿠가 원하는 대로 밖은 달빛이 휘영청했고, 스자쿠는 겨우 땅 위로 올라왔다. 길바닥 한 중간이었는지 풀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소위 흡혈귀를 묻는 방식은 그러했다. 사람들의 단단한 발소리에 위에 올라올 생각은 얼씬도 말라는 고전적이 방식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흡혈귀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들은 은에 약하지도 않았고, 십자가를 보면 기겁하지도 않았으며, 땅에 묻혔다고 해도 죽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가사 상태, 호흡을 멈추고 긴 수면을 취할 뿐이었다. 

 

“지친다…. 배고프고.”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알고 있다. 바로 동물의 피를 주식으로 삼는다는 것.

스자쿠는 돼지나 소의 피를 더욱 선호하는 편이지만, 주변에 널린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을 먹는 횟수가 많을 뿐이었다. 그리고 한 번에 먹는 양이 많고, 또 지혈하는 방법은 모르기 때문에 한 번 잡아먹은 인간은 죽을 때까지 먹을 뿐이었다.

예전에는 뭔가, 안타까운 마음은 있었지만, 스자쿠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자기 나이는 207살이었다. 그런 측은지심을 버린지는 한참이었다. 계속 걷다보면 토끼 같은 것이 나올지도 모르지. 스자쿠는 자신이 파고 나온 구멍에 흙을 다시 덮었다. 동물이 파낸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단순한 뒷처리를 해놓고서, 옆에 있는 산을 타기 시작했다.

 

다리가 아프고, 팔근육이 뻐근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토끼라도 먹고 싶어. 멧돼지, 더 좋지. 뱀…먹으면 배가 좀 아프지만 급하지만 파충류도 먹을 수 있을지도. 개구리? 그건 뼈까지 먹어버리게 되니까 싫어. 식감도 별로고. 

스자쿠는 답지 않게 헉헉거리며 산길을 올랐다. 이런 깊은 산속에는 오두막이 두어 채는 꼭 있었다. 사냥꾼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고, 땅꾼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고, 아니면 도적떼가 둥지를 튼 곳이기도 했다. 

여기는 어디일까. 모두 스자쿠의 적수가 되지 못할 건 확실했다. 스자쿠는 문앞에 서서 똑똑, 하고 문을 두드렸다. 200년 가까이 변하지 않는 인간의 습성은 그것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밝히면, 사람은 필요 이상의 경계는 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지나가던 사람인데요.”

 

거짓말 1. 스자쿠는 사람이 아니다.

진실 1. 스자쿠는 지나가던 중이었다

-1 과 +1 이니 아직까진 진실의 스코어는 제로, 원점이었다.

 

“괜찮다면 하룻밤만 묵어가도 될까요?”

 

거짓말 2. 스자쿠는 이곳이 아니어도 산중 어디에서도 잘 수 있다. 

진실 2. ‘괜찮다면’ 묵어가고 싶다.

아슬아슬하게 진실의 스코어는 여전히 제로, 원점이다.

 

‘죄송합니다만, 지금 여동생이 아파서….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문 안쪽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남자였다. 아주 지치고 피곤한 남자의 목소리에 스자쿠는 흠, 하고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진실의 스코어가 스자쿠에게 경종을 울렸다. 그건 위험한 거짓말이잖아, 하지만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보이는 걸. 그래도 괜찮아, 나는 방법이 있어. 스자쿠는 문에서 멀어지는 인기척을 느끼며 빨리 말을 걸었다.

 

“제가 가진 약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약초꾼이십니까? 저도 어지간한 약초를 써보았기에.’

“약초라고 하기보다는, 정제된 약물입니다. 아직 위험해서 다들 쓰지 않지만…. 도박을 할 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문이 열렸다.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가 울 것 같은 얼굴로 스자쿠를 쳐다보았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이 뒤따른다. 어쩔 수 없지. 스자쿠는 나름대로 흙을 털어냈지만 엉망일 제 얼굴을 떠올렸다. 남자는 스자쿠 또래의 소년이었다. 하지만 등 뒤로 보이는 마법서나, 약초에 대한 서적 같은 것은 그 나잇대 또래의 소년들이 읽을 법한 책도 아니었다. 그리고 모을 수도 없을 만큼 오래된 책도 있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는 아무튼 확실한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스자쿠가 고개를 숙이자 머리에서 흙먼지가 투두둑, 떨어졌다. 망했군. 스자쿠는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남자는 그렇습니까, 하고서 고민하는 목소리로 어디론가 스자쿠를 끌고 갔다.

작은 방문 앞에는 ‘Nunnally’라는 색색깔의 나무로 장식된 팻말이 덜렁거렸다. 여동생 이름이 나나리인가. 스자쿠가 분명 더러운 행색인데도 불구하고 남자는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제 여동생, 나나리입니다. 보시면 알다시피….”

“위험하네요.”

 

뭐가 위험한지는 모르겠지만, 스자쿠의 눈에는 인간이 볼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 보였다. 흡혈귀의 힘이었다. 

무엇에 강하게 붙들려 있는 몸은 눈과 다리를 꽁꽁 싸매고 있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거역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것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바로 운명이다. 스자쿠는 남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할지, 말아야할지 몰라서 눈치를 보았다. 

 

“할 수 있는 마법과 약초를 다 써보았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단계인 거 같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상의 존재가 손을 대야만 했다. 방법은 하나,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죽거나, 살아도 인간처럼 살지 않는 것. 스자쿠는 그것의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면, 자신의 정체를 밝혀야한다는 것 때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이 남자는 자기 입으로 ‘마법’이라고 말했으니, 최소 마법을 믿는 자, 최대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가 틀림 없었다. 

흡혈귀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는 부류일지, 아니면 혐오하는 부류일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지금은 여동생의 병마에 지쳐서 피로해보이는 소년에 불과했다.

 

“아, 자기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스자쿠, 동방에서 왔습니다. 성은 없습니다.”

“…를르슈입니다. 여동생은 나나리라고 합니다. 도와줄 방법은 혹시, 아시는 게 있다면.”

“없는 건 아닙니다만, 말했다시피 위험하니까요.”

“나나리는 강합니다. 이겨낼 수 있어요.”

 

글쎄, 당신이 약해보이니까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은데…. 스자쿠는 그런 말을 꾹 참으면서 를르슈를 힐끔 쳐다보았다. 나나리라는 여자아이는 물결치는 어두운 금발머리를 하고서, 독에 당한 공주님처럼 새근새근 자고 있었지만, 사실은 저주에 걸린 상태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운명에 갇혀서 죽어버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게 인간의 운명이라면, 그렇다는 것이다.

 

“잠깐 씻을 수 있을까요?”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욕실의 준비를 해두겠습니다. 를르슈가 자리를 비우고, 나나리와 스자쿠는 단 둘이 되었다. 

나나리의 손을 잡은 스자쿠는 그녀의 맥이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언젠가 죽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강하게 싸우고 있는 의지도 느껴졌다. 그녀는 보이는 것과 다르게 정말 강했다. 를르슈는 제 여동생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편이었다.

준비되었습니다. 스자쿠는 를르슈가 시키는 대로 목욕을 했다. 준비된 속옷은 좀 빠듯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나중에 이 집을 털어서 나갈 때 제일 먼저 속옷을 사고 싶었다. 설마 를르슈가 입는 건 아니겠지. 옷도 그럭저럭 맞았다. 다 씻고 개운한 기분으로 나온 스자쿠는 를르슈와 함께 거실에 앉았다.

 

“지금까지 진단 받은 병은 무엇이었죠?”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실명, 근육 손실…. 그런 것들이죠. 먹일 수 있는 약초와 구할 수 있는 마법은 모두 써보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걸 믿지 않잖아요.”

 

스자쿠는 를르슈를 바라보는 눈빛을 날카롭게 했다. 를르슈는 그 눈빛에 쓰게 웃으며 답했다.

 

“저주, 누군가의 저주가 나나리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맞는 말이다. 정답. 

그것을 맞추는 인간은 드물었다. 스자쿠는 이제 자신의 정체를 밝혀도 된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보름달이 뜨는 밤. 스자쿠의 마력도 적은 양으로도 어지간한 힘을 낼 수 있는 날이었다. 아직 피 한 방울 마시지 않은 몸이지만, 그래도 200년을 산 그 힘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는 흡혈귀, 뱀파이어입니다.”

“…사람이 아니군요.”

“당신이 저주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를르슈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정답을 알고서, 한참이나 망설이고 있던 것이다. 스자쿠는 편하게 말해도 되냐고 물었다.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사람이 살아봤자 100년, 모든 사람들이 어린애로 보이는 것은 흡혈귀의 특징이었다.

 

“를르슈, 나나리를 인간의 운명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방법은 하나 밖에 없지.”

“…나나리를 뱀파이어로 만든다고?”

“그래. 아니면 늑대인간도 상관없지. 그저 인간이 아니게만 만들면 돼. 그렇다면 살 수 있어.”

“그게 유일한 방법인가?”

“내가 알기로는.”

“너는 몇 년을 살았지?”

“최근에 기억한 날짜로부터 207년, 지금은 몇 년이지?”

 

를르슈는 대답 대신 달력을 가리켰다. 스자쿠는 허어, 하고 한숨을 쉬었다.

 

“307살이네. 나이는 허투루 먹지 않았을거야. 최근 100년을 제외하고는.”

“이 마을의 전설에 있는 흡혈귀가 바로 너겠지?”

“무슨 전설?”

“…어린 아이를 닥치는대로 잡아먹어서, 마을 변두리에 있는 마차도로에 묻어버린 흡혈귀.”

“아마도 나일 거 같은데.”

 

스자쿠는 글러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를르슈도 나나리도 잡아먹고 다음 산길을 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를르슈는 긴 고민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나나리의 운명은 걷잡을 수 없이 심장을 파고 들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운명이 뒤틀리는 저주에 걸리는걸까? 인간들은 대단하지. 스자쿠는 혼자 결론을 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이제 식사시간을 가질 때가 온 것 같았다.

 

“좋아, 나나리를 도와줘.”

“응?”

“…흡혈귀로 만들어도 상관 없어.”

“너, 흡혈귀가 된다는 게 뭔지 알아?”

“영생을 살면서 동물 피를 먹는 거 아닌가?”

“햇빛이나, 은에 대한 면역이 없는 것도 알아?”

“나를 멍청이 취급하지 마라. 그런 건 다 거짓말이잖아.”

“잘 알고 있네….”

 

를르슈는 손을 내밀었다. 스자쿠는 그 손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나나리를 흡혈귀로 만들어, 그럼 내가 너의 소원을 들어주겠어.”

“하하…. 지금 네가 부탁하는 입장이라는 건 알지? 그리고 나의 소원, 그런 건 없어.”

“찾고 있는 사람이 있잖아.”

“…….”

“찾아줄게. 나나리를 도와줘.”

 

그 아이는 내 모든 것이니까. 모든 것, 이라는 말에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스자쿠는 그 말을 믿어보고 싶었다. 인간과 인간은 손을 맞잡는 것으로 서로의 무해함을 입증한다. 인간과 흡혈귀 사이에서도 과연 그럴까? 스자쿠는 오랜만에 먹잇감을 앞에 두고서 ‘약속’이라는 것을 했다.

이게 누구에게 과연 독이 될까?

아마도 를르슈에게 독이 되겠지, 아니면 나나리라는 애가 괴롭게 되거나. 인간은 서로의 체온이 없이는 살 수 없는 동물이다. 줄곧 인간이었던 사람은 흡혈귀가 되면 영생에 미쳐버려, 인간이었던 때를 잊게 되니까.

스자쿠가 줄곧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