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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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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 Take

DOZI 2019.06.14 01:26 read.497 /

나이트 오브 세븐 X 브리타니아 제11황자

 

 

 

 

 

 

 

 

 

 

 

 

 

 

 

 

나이트 오브 세븐은 저질이다. 질이 나쁜 남자다. 가능하면 곁에 두고 싶지 않다. 사랑하는 나나리는 더더욱 그 남자와 가까이해서는 안된다.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의 머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머리 아래의 몸은 그렇질 못했다. 정확히는 머리까지도 그랬다.

쿠루루기 스자쿠는 저를 제대로 보고 있는 황자가 제 목에 매달려서 어쩔 줄 모르는 걸 보고서도 가만히 있었다. 이 황자 전하 안에서 제 안의 평가가 얼마나 최악으로 떨어지고 있는지, 그도 대충 가늠은 하고 있었다. 순백에 가까울수록 얼마나 더러운 것에 민감한지, 스자쿠는 잘 알고 있었다.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신 이 황자의 내면에 묻어가는 스자쿠는 순식간에 검정색으로 물드는 악과 같았다.

선악과는 달다고 했던가, 뭐라고 했던가. 예전에 존재했던 종교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은 선악을 알게 되어 나약해지고, 도덕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고통받고….

 

“전하, 그렇게 하시면 움직이기가 어렵습니다.”

“그럼, 그럼 경이 먼저 움직이면 되잖아…!”

 

정직하게 충고를 하면 황자는 울먹거리면서 대답했다. 키스마크를 남기는 것도 머뭇거리는 이 황자 전하는 저랑 똑같은 나이에, 전쟁터 위에 군림한 횟수도 엇비슷 하면서도, 연회에서도 비슷하게 얼굴을 비추고 있을 텐데도 이렇게도 순진했다.

온실 속의 화초, 라는 말보다는 더 좋은 표현이 있으면 좋으련만. 새장 속의 새? 하지만 날갯짓을 할 줄 아는 새는 새장 속에만 있지 않다. 잘 길들여졌다고 하기에는 너무 순진하다. 스자쿠는 제 목에 매달린 황자를 살짝 떨어뜨려놓고, 그가 했던 어설픈 애무보다 더욱 진하고 또렷하게, 키스마크를 그의 하얀 목덜미에 남기면서 쇄골까지 깨물었다. 

 

“흐, 으윽, 아, 나, 나이트 오브 세븐….”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전하.”

“알고 있으면서…!”

“주군이 말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게, 기사입니다.”

“…너는 내 기사도 아니면서.”

“하지만 나이트 오브 라운즈는 황족 밑의 신분입니다.”

 

게다가 저는 천한 넘버즈 출신이라는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고개를 저었다. 경의 출신 따위 내가 알 게 아니야. 그 말에 쿠루루기 스자쿠는 낮게 웃었다. 황족들은 스자쿠와 함께 하는 출정을 늘 미루거나 취소한다. 혹은 그의 장례식이 될 수도 있는 전쟁터에만 이끌고 나가서 총알받이를 시키고 싶어한다. 

그런 황족들 사이에서 를르슈는 특별했다. 외적인 면에서나, 내적인 면에서나. 

 

“왜 더 안아주지 않는거냐!”

“장소가 장소다보니…. 아직 저는 퇴장한다고 알라지도 않았고.”

“거짓말 하지 마, 예전에는, 아무 여자나, 같이…!”

 

를르슈는 스자쿠의 허벅지가 제 다리 사이로 들어오는 거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발기한 아래의 열기를 서서히 문지르는 허벅지가 싫으면서도 좋았다. 다리가 더 벌어지는 것을 겨우 참으면서 를르슈는 벽에 손을 짚었다. 스자쿠는 신음 하나 내지 않고 를르슈를 애무했다.

그것이 싫었다. 스자쿠는 익숙하고, 자기 자신은 이런 것에 맥을 못추리는 것이. 를르슈는 커텐이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최대한 깊어지길 바라면서 스자쿠의 몸으로 제 몸을 기울였다.

 

“여자랑은 끝까지 하러 갔잖아.”

“전하는 남자니까요.”

“…거짓말.”

“저는 거짓말 같은 거, 하지 않습니다. 전하.”

“나한테만, 그러는 건, 너무하지 않나.”

 

금세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어도 나이트 오브 세븐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기울어지는 를르슈의 허리를 똑바로 세웠다. 가슴팍을 만지면서 유두 끝이 스치는 것에 를르슈는 히끅거리면서 스자쿠의 손을 내치지도 못하고 애매한 자세로 가슴을 내밀었다.

 

“전하께서야말로, 왜 저한테만 그러십니까?”

“나는, 난, 경이 좋다….”

“나이트 오브 라운즈 중에서, 제일 좋다, 이겁니까?”

“아니, 아니라는 걸 알고 있잖아. 나는 경이, 세, 세상에서 제일 좋아.”

 

어린애도 안 할 법한 거짓말 같은 고백을 하면서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키스를 졸랐다. 고개를 숙이면서 입술 끝을 동그랗게 벌리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작게 웃었다. 입술 대신에 촉촉하게 젖은 볼에 키스를 하면 를르슈는 불만족스러워 보였다.

 

“나나리 전하보다 더 좋습니까?”

“나, 나리는….”

“나나리 전하보다는 별로다, 이거군요?”

“쿠루루기 경은 왜 그런 심술 궃은 질문만…. 계속, 나한테만 좋아한다는 말만 시키고.”

“그러게요.”

“왜 쿠루루기 경은 나를 좋아한다고 해주지 않는건가?”

 

스자쿠는 아래를 빳빳하게 세우면서도 여전히 귀여운 소리를 하는 황자 전하를 쳐다보았다. 붉어진 뺨, 혼자서 흥분한 탓에 젖어드는 땀 같은 것이 흥건하게 묻어나고 있는 이 황자는 혼자서 열락을 다스리지 못하게, 스자쿠가 길들여놓은 몸이었다. 스자쿠는 늘 그렇듯 제대로 된 대답보다는 둘러서 표현했다. 

 

“글쎄요….”

“대답해라, 나이트 오브 세븐….”

 

술 기운도 적잖이 돌고 있기에 이렇게 솔직한 걸까. 

아니면 쾌락 앞에서 그런 것일까? 스자쿠는 를르슈의 아래를 살짝 만져주었다. 부드러운 천자락으로 감싸인 아래에 스자쿠의 손이 닿자 를르슈는 허리를 떨면서 또 벽에서 몸이 떨어져 나갔다. 스자쿠가 어깨로 꾹 짓눌러야 를르슈의 몸이 고정되었다. 다시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워지자, 를르슈는 젖은 눈으로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왜 나를 좋아한다고 해주지 않아?”

“…전하는 저를 좋아하십니까?”

“좋아한다고 말했잖아. 몇 번이고…. 섹스도 너랑만 하잖아.”

“저랑 있을 땐, 저랑만 하는 것이죠.”

“너 없을 때도 안 한단 말이다! 쿠루루기 경, 왜, 맨날 그런 말만….”

“…….”

“정말, 정말 좋아한다.”

“그래요.”

“그래요, 가 아니라, 너도, 나를….”

 

결국 옷 위로 떨어지는 눈물에 스자쿠는 눈가 근처에 키스를 해주었다. 눈물을 홀짝여주면 를르슈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울먹거리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입술에 키스를 해주면, 기다렸다는듯이 입을 벌려 혀를 섞기도 했다.

숨을 고르면서 를르슈는 거의 반쯤 정신을 놓고 있었다. 오늘의 연회에서 오랫동안 춤을 춘 것도 있지만, 스자쿠의 동향을 살피며 그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적으로 피곤한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나나리보다 사랑한다고 하면, 좋아한다고 말해줄 건가?”

“…전하께서는 그런 말을 하고 싶습니까?”

“너에게서 그런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저를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정말 좋아한다. 사랑해.”

“…….”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다. 너를 위해서라면 난, 황제라도 될 수 있어.”

 

누가 들었을지 몰라서 스자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 북쪽의 테라스였기에 다행이었다. 를르슈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지, 웅얼거리는 말로도 좋아한다, 사랑한다, 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전하를 못 믿는 게 아닙니다.”

 

스자쿠는 눈을 감으면서, 스자쿠의 품에서 거의 잠들기 일보 직전인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를 바라보았다. 아직 풀리지 못한 열은 스자쿠가 조금만 자극을 줘도 사정하면서 잠에서 깰 것이고, 를르슈는 그 수치심에 못 이겨서 잠으로 도망을 가던가, 아니면 스자쿠에게 더 끈질기게 달라붙을 것이다.

를르슈의 머리카락이 밤바람에 산들거리는 것을 바라보던 스자쿠는 연회의 불빛이 바깥까지 총총 빛나고 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는 아무도 안 믿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사랑에 보답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