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Very2ndPlace
< >

줄리어스 대리로 간 를르슈

DOZI 2020.03.19 23:15 read.488 /

 유로 브리타니아는 스자쿠의 주 무대였다. 자잘한 테러 진압부터 대전투까지 스자쿠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래서 지금 같은 경우는 드물었다. 터키의 끝자락을 가로지르며 속도를 내고 있던 랜슬롯은 박살이 난 철도 끝에 서있었다. 남아있는 전력은 충분하다. 상황을 살피고 있을 세실에게 연락이 왔다. 

 

 ‘나이트 오브 세븐, 지금 막 들어온 연락으로, 테러에 희생된 열차는 민간 열차가 아니라 브리타니아 황족 전용 열차로….’

 “타고 계신 황족 분은?”

 ‘황족 분이 타고 계신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럼 어떤 무기가?”

 ‘…킹슬레이 경입니다.’

 

 스자쿠는 지금 전투 중이라는 상태인 것을 알면서도 장갑을 낀 손 그대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차라리 브리타니아의 비밀 무기가 실려 있었으면 좋았을 지도. 브리타니아의 감당 안되는 군사가 상대라니. 

 

 “킹슬레이 경의 생사는?”

 ‘아직 열차 내에서 대치 중이라고 합니다. 이쪽의 전력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곧 갑니다. 킹슬레이 경의 위치 정보를 계속 보내주세요.”

 

 줄리어스 킹슬레이. 황제에게 절대 충성하는 심복이자 뛰어난 전술로 지금까지 많은 에리어의 테러를 진압하고, 진압 이후의 사태까지 완벽하게 막아내는 새로운 군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잔혹한 방식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는 황제가 직접 하명한 군사였기 때문에 모든 것의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운 군인이었다. 나이트 오브 라운즈라고 하더라도 그의 선두 지휘 앞에서는 따르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자쿠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리에스 궁의 쌍둥이 황자 중에서 철없는 동생으로, 황제의 108명의 황후 중에서 가장 아꼈다는 마리안느 황후의 소생 중 한 명이었다. 줄리어스는 마리안느 황후의 테러 사건 이후로 황적을 버리고 떠나 힘을 길러, 자신의 쌍둥이 형인 를르슈의 힘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했으나. 

 늘 목숨을 내던지듯 무모한 작전과 ‘그것을 계산했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방식으로 무마하려는 것에 스자쿠는 질릴 지경이었다. 랜슬롯으로 있는 힘껏 달려 거의 뒤집어진 열차를 보며 스자쿠는 혀를 찼다. 

 

 “킹슬레이 경의 위치는?!”

 ‘조종칸, 첫번째 칸 입니다!’

 “그 외의 인질은? 다른 나이트 오브 라운즈는 없습니까?”

 

 줄리어스의 호위에는 늘 나이트 오브 라운즈가 따른다. 대부분 나이트 오브 세븐인 스자쿠가 희생당하기 일쑤였다. 스자쿠는 물어보면서도 헛웃음이 났다. 나이트 오브 라운즈가 있었으면 이꼴이 났을까. 

 

 ‘없습니다. 킹슬레이 경 뿐이라고 합니다.’

 

 다 죽었다는 뜻이다. 스자쿠는 랜슬롯 앞으로 총탄을 갈기는 사람들을 한바탕 걷어냈다. 이 사람들도 귀찮지만 제일 귀찮은 건 줄리어스다. 얌전히 저택에서 를르슈랑 체스를 두는 건 그 성격에 힘드나? 아니면 케이크 굽기는? 재상부 회의에서 를르슈랑 만나서 나나리한테 줄 학 접기는 안되니? 왜 자꾸 유로 브리타니아까지 와서…! 안 그래도 를르슈 볼 시간도 없는데 너를 구하는 일까지 해야할까!

 거칠게 열차 내부를 뜯어냈다. 칸 하나가 종잇장처럼 뜯겨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내부가 들여다보였다. 세실이 말한대로 첫번째 칸에는 줄리어스와 그를 잡아두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이 있었다. 줄리어스의 꼴은 심했다. 자존심이 완전히 박살이 났겠군. 입은 재갈로 틀어막힌 데다가 손발은 꽁꽁 묶여있었다.

 

 “킹슬레이 경을 찾았습니다. 이제부터 테러를 진압합니다.”

 ‘…킹슬레이 경을 보호하고, 그 외에는 모두 사살하라는 슈나이젤 재상 각하의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나이트 오브 세븐.’

 “슈나이젤 재상 각하께서?”

 

 이 변방의 유로 브리타니아 일에 직접 사살 명령을? 

 살인은 즐겁지 않지만 줄리어스에게도 시간 낭비를 하게 만든 벌을 보여줄 때이다. 전쟁터는 네가 체스판처럼 놀만한 곳이 아니라고. 줄리어스 주변에 있는 사람은 모두 일곱. 스자쿠는 한숨을 내쉬었다. 랜슬롯에서 재삐르게 뛰쳐나왔다.

 줄리어스의 머리통을 노리고 있는 사람부터 제일 먼저 처리. 그리고 그 옆. 다리를 다 먼저 노렸다. 일곱이 모두 쓰러졌다. 탄창을 한 번 갈아끼운다. 이쪽은 ‘브리타니아의 하얀 사신’이다. 겁을 먹는다면 그쪽이 먹는 게 맞지. 스자쿠는 귀찮게 흔들리는 망토의 방향에 흔들리지 않게 총을 한 번 다잡고 다시 남은 사람들을 쏘았다. 죄다 머리를 쏴서 죽였기 때문에 두 번 확인사살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시체 숫자를 다 세어보고 마지막으로 줄리어스에게 다가갔다. 줄리어스는 평소와 다른듯한 얼굴이다. 자존심이 상했다면 미간이나 찡그리고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지금의 줄리어스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다. 덜덜 떨리는 오른쪽의 보라색 눈동자가 낯설지 않다. 스자쿠는 설마, 하는 마음의 그의 입을 틀어막은 재갈을 풀어냈다. 그리고 나머지 묶였던 손발도 풀어냈다. 

 

 “…스, 스자쿠.”

 “를르슈? 왜 여기 있어?!”

 “주, 줄리어스가 아파서…. 내, 내가 대신.”

 

 겨우 풀린 손으로 저를 끌어안는 것이 의심할 수 없는 를르슈였다. 스자쿠는 그 몸을 끌어안으면서도 동시에 어이가 없었다.

 

 “세실 씨?!”

 

 통신기 너머로 세실을 부르면 세실이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킹슬레이 경의 대리로 를르슈 전하가 오셨기에, 그걸 비밀로 하기 위해서…. 재상 각하께서 모든 테러리스트의 사살을 직접 명령 내리신 것도 그 이유였습니다, 나이트 오브 세븐.’

 “저한테까지 비밀로 하시면!”

 ‘를르슈 전하라고 하면 이성을 잃을 스자쿠 군이 걱정되는 마음에~ 내가 그러자고 했달까? 스자쿠 군! 세실 군을 너무 괴롭히지 말라구~ 이제 슬슬 랜슬롯도 한계일텐데 얼른 얼른 기지로 귀환!’

 

 통신기를 꺼버렸다. 이 배신자들…. 스자쿠는 오랜만에 만나는 연인을 끌어안았다. 시체들 사이에서 만나는 건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직접 얼굴을 보니 기뻤다. 그러나 그건 스자쿠 뿐인 것 같았다. 스자쿠의 손끝이 닿는 를르슈의 몸은 계속 잘게 떨리고 있었다.

 

 “아직 추운가? 랜슬롯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처리 부대가 오면 따로…?”

 “아니, 스자쿠랑 같이…있고 싶은데. 뭐라고 해야하나, 기, 긴장이.”

 “…응?”

 “어, 어머니의 사건이 생각나서, 조금 겁이 났다.”

 “…….”

 “나는 재상부에서 일해서 군부 쪽은 잘 모르지만, 너, 너와 줄리어스는 이런 곳에서, 위험하게…….”

 “…무서웠지.”

 

 뺨을 만져주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줄리어스의 흉내를 내느라 하고 있는 안대 안쪽도 눈물로 젖어있을 것이다. 풀면 안되나? 눈물을 닦아주던 스자쿠가 그 안대를 풀려고 하자 를르슈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 있는 건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가 아니야, 줄리어스 킹슬레이다. 보는 눈이 없어도, 그렇게 행동해야 돼.”

 “……난 줄리어스를 끌어안는 취미가 없는데.”

 “너도, 줄리어스도 대단하네. 항상 보고서나 자료만 봤을 때에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줄리어스보다 를르슈가 여기에 있으면 좋겠지만…. 뭐, 어디에 있어도 를르슈가 안전하면 안심이고. 여기까지는 진짜 무슨 일이야?”

 

 방금 전보다 안정된 를르슈는 살짝 미소를 띄었다. 

 

 “줄리어스가 이제 나이트 오브 라운즈 없이 자기 혼자서 시찰을 나갈 정도가 됐다고, 아리에스에 자랑을 하러 왔거든. 차 한 잔 하면서 이야기 들어주는데, 평소보다 들뜬 기색이 심하길래 열을 재보니까 열이 엄청나서….”

 “그렇다고 를르슈가 시찰을 올 필요는 없잖아.”

 “황제 폐하가 처음 맡긴 혼자 만의 시찰 임무를 미루고 싶지 않다고 하길래.”

 “…줄리어스가 너에게 떼를 썼어?”

 “반은 그렇고, 반은 내 의지다. 유로 브리타니아에는 네가 있으니까. 잘하면 만나서 인사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만. 이런 꼴이 날 줄이야.”

 

 브리타니아 국내외로 줄리어스 킹슬레이는 유명인사다. 항상 나이트 오브 라운즈를 대동하는 특별 대우 받는 황제의 군사가 홀로 돌아다닌다는 정보가 새어나갔고, 그 군사를 단숨에 처리할 기회를 놓칠 사람들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반전은 유로 브리타니아는 스자쿠의 무대이고,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줄리어스가 아니라 를르슈였다는 것이다. 

 

 “유로 브리타니아의 기지는 거의 나만 쓰는 기지라, 객실이 멀쩡한 곳이 없을거야. 수리할 비용을 로이드 씨가 랜슬롯 개조에 다 써버리거든….”

 “아, 그러면 호텔에서….”

 “킹슬레이 경은 군사이기 때문에 군사시설에서 머무는 게 주변 사람 눈에는 당연할 텐데.”

 “…줄리어스가 유로 브리타니아에 올 땐 보통 어디에 있는데?”

 “호텔.”

 “그럼 나도 호텔에 있을게.”

 “아니지!”

 

 스자쿠는 으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를르슈는 스자쿠를 줄리어스 같이 행동하는 게 낫지 않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그래, 그게 정론이긴 한데, 왜 나는 그게 싫지. 스자쿠는 중얼거리다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내 방에서 자고 가.”

 “……키, 킹슬레이 경이 어떻게 나이트 오브 세븐의 방에서.”

 “작전 회의 했다고 해.”

 “너네 둘은 아침에 5분 동안 작전 회의 하고 너가 마음대로 싸운 다음에 줄리어스가 짜증내면서 보고서 쓰잖아!”

 “…오랜만에 보는데, 인사만 해? 진짜로?”

 “기지 내의 다른 방은 없어?”

 “세실 씨, 로이드 씨, 랜슬롯 격납고.”

 “…….”

 “격납고에서는 음성 녹음까지 다 되니까 안 돼. 로이드 씨 방은 어쩌면 안 들어올 지도 모르니까 괜찮…”

 “네 방에서 잘게!”

 

 원하는 대답에 스자쿠는 환하게 웃었다. 응! 를르슈를 저도 모르게 꽉 끌어안았다. 바보야, 난 지금 줄리어스라고. 키스라도 하고 싶었지만 벌써 처리 부대가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다. 어색한 안대를 만지작거리며 를르슈가 눈웃음을 지었다. 얼른 끝내고 같이 아리에스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