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에 와닿는 감촉이 어쩐지 따가워서 살짝 밀어냈다. 다가오던 를르슈는 저를 저지하는 손길에 감았던 눈을 떴다. 스자쿠? 열이 오른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잔뜩 묻어났다. 왜 밀어내냐고 묻는듯한 눈빛에 스자쿠는 제 입술에 만졌다. 손끝이 닿자 따끔한 느낌이 더했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를르슈는 스자쿠의 손을 치우고는 그의 입술을 살폈다.
“입술이 텄어.”
“어쩐지 아프더라.”
“피도 나는데.”
“진짜?”
“많이 아파?”
“그렇진 않고, 그냥 따끔해.”
“그럼 참아.”
“뭐?”
스자쿠는 입술에 와닿는 체온에 눈을 휘며 웃었다. 따끔한 것도 금방 익숙해졌다. 를르슈의 팔이 제 목을 감싸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허리를 더욱 끌어안고 몸을 붙이고, 혀를 더 깊숙하게 밀어넣어 휘젓고 있으면 를르슈가 소리를 흘렸다. 한참을 입술을 맞대다가 침대 위로 를르슈를 눕혔다. 벌어지는 옷가지 사이로 속살이 드러났고, 그때마다 입을 맞추고 있으면 를르슈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다 벗은 몸을 아래에 두고 저도 빠르게 옷을 벗었다. 서로의 알몸에 시선을 두는 것도 잠시, 얽히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날짜가 바뀔 때까지 한참이나 했다. 를르슈가 기절하듯이 자버렸고, 스자쿠는 늘어진 를르슈를 씻기고 침대 시트까지 갈고 나서 그 옆에 누웠다. 새벽빛이 새어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서 스스로 혀를 찼다.
같이 살면 불안한 것도 덜하고, 불같이 달라붙는 것도 덜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같이 살면서 몸을 부대낄 시간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진 않았다. 스자쿠와 를르슈는 예상 외로 이성적이지 못했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편이라는 것을 동거 30일째에 깨달았다. 어른의 사정으로 바빠서 못 만나는 때에는 본능적으로 갈구하는 행위는 더욱 심해졌다.
사이가 좋은 거니까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 이건 무슨 만년 발정기도 아니고. 스자쿠는 를르슈를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따뜻한 체온에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
“일어났어?”
입술에 간질간질한 감촉이 느껴졌다. 눈을 뜨면 를르슈의 얼굴이 보였다. 출근할 때 입는 수트 차림이었다. 아침이구나. 스자쿠는 비몽사몽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를르슈는 사이드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올려두었다. 하품을 길게 하며 기지개까지 켜고 나니 정신이 좀 들었다.
“더 일찍 깨우지.”
“오늘 비번이니까 더 자도 된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이거, 입술 건조하면 계속 발라.”
“응?”
“립밤.”
그러고 보니 입술이 뭔가 갑갑하기도 하고. 낯선 느낌에 스자쿠가 입술을 계속 만지자 를르슈는 손을 막았다.
“만지지 말고. 건조하니까 입술이 트는 거야, 자주 발라줘. 그래야 덜 아프지.”
“귀찮아.”
“까칠한 입술이랑 키스하는 건 별로야.”
딱히 반박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스자쿠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착하지. 를르슈는 스자쿠의 머리를 슥슥 만져주었다. 를르슈를 배웅하러 현관으로 나갔다. 를르슈는 구두를 신으면서 오늘의 일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오늘은 일찍 끝날 거 같아. 바쁜 일은 다 해둬서.”
“그럼 저녁은 밖에서 먹을까?”
“나쁘진 않지. 스자쿠는 약속 없어?”
“응.”
“그럼 거실에 청소기 한 번 돌리고, 빨래 좀 해.”
“Yes, your majesty.”
“훌륭하다, 쿠루루기 경.”
만담 같은 대화를 하면서 를르슈를 보냈다. 닫힌 문을 뒤로 하고, 스자쿠는 거실 소파에 드러누웠다. 할 일이 두 개나 생겼지만 우선은 졸렸다. 팔 안에 있을 를르슈 없이 혼자 자려니까 허전한 탓에 잠은 금방 오지 않았다. 졸리기만 무한정 졸릴 뿐. 쓸데 없는 정신소모에 스자쿠는 겨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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