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딩님 리퀘스트
[운동부 스자쿠와 그냥 를르슈]
[스자쿠가 유니폼을 입는 걸 보고 싶은 걸로 시작했떤...! 푸딩님의…!]
지난달에는 배구부, 이번달에는 농구부.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는 실내 스포츠라는 점이다. 여름이 오면 코시엔에 가겠다고 달려드는 야구부를 위해서 햇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을 달릴 것이다. 야구부만큼은 봐줬으면 하는데.
스자쿠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를 기다리기 위해서 땡볕에서 기다리는 취미는 없다. 지금 를르슈는 실내 체육관의 2층에서 스자쿠가 한창 활약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저 거리에서 슛을 쏜다고 들어가는 것도 웃기지만, 그걸 또 막을 생각도 안하고 보고 있는 녀석들도 한심하군. 스포츠와 연이 없는 주제에 를르슈는 스자쿠 외의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
스자쿠는 운동부의 용병이다. 일주일의 이틀 정도는 매일 연습에 불려나간다. 본인이 좋아하고 있으니 딱히 말릴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사귀고 있는 이상 연인과의 하교 데이트도 신경 써주었으면 했다. 그것이 알게 모르게 티가 났는지, 사귀고 처음 두세 달 정도는 운동부 용병을 그만두었다. 그랬더니 역으로 를르슈에게 스자쿠를 빌려달라고 하는 녀석들도 늘어나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결국은 지금처럼 용병으로 활약 중인 스자쿠를 그늘 한 구석에서 쾌적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스자쿠는 를르슈가 지루할까 걱정했지만, 그것은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
를르슈가 이렇게 기다리기 전까지 알고 있는 스자쿠의 옷은 대체로 일관적이었다. 교복, 그가 편하게 입는 옷, 잠옷으로 입는 트레이닝복, 학교 체육복…. 무난하게 입는 스자쿠는 의외로 노출이 적은 옷을 자주 입었는데, 그게 스자쿠를 한편으로는 금욕적으로 보이게 해서, 섹스할 때의 스자쿠와 갭이 느껴져 를르슈에게는 은밀하게 흥분되는 소재였다.
하지만 이렇게 운동부의 용병으로 뛰는 스자쿠를 보고 있으면, 보통의 를르슈와 같이 있으면 생각할 수 없는 옷차림의 스자쿠를 만날 수 있다.
탄탄한 허벅지가 반은 드러나는 짧은 반바지를 입고서, 반팔 티셔츠 위에 팀 플레이어용 유니폼을 겹쳐 입은 스자쿠의 모습에 를르슈는 침을 꿀꺽 삼켰다. 워밍업 때 입었던 저지 차림도 훌륭한 눈요깃거리였다.
농구공 소리가 체육관 바닥을 탕탕 울리면서, 이윽고 시합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가 울렸다. 다들 넉다운된 채로 스자쿠를 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스자쿠는 를르슈 쪽으로 손을 흔들면서 ‘오래 기다렸지!’ 라며 강아지처럼 웃고 있었다.
“교복으로 안 갈아입어?”
“더워. 그리고 샤워하려면 더 기다려야된대서…. 를르슈도 지겹지?”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풍기위원이 그래서야 되겠어?”
“부회장이 눈감아주면 괜찮겠지.”
용병으로 활약하는 스자쿠는 여름마다 있는 인터하이에 나갈 때 입을 유니폼이 한두 벌씩 있다. 1학년 때는 배구부가 뽑기로 이겼고, 2학년인 지금은 농구부가 기를 쓰고 있다. 벌써 스자쿠의 유니폼을 맞춰놓았다고, 그러니 제발 농구부에게 기회를 달라고 했던 농구부 부장을 떠올리며 를르슈는 입맛이 썼다.
땀을 대충 닦아내긴 했지만, 아직까지 운동을 한 탓에 상기된 얼굴인 스자쿠에게서는 그의 체향이 짙게 났다. 사내놈들끼리 부대끼는 라커룸에서는 역겨울 것 같으면서도, 스자쿠라고 생각하면 를르슈는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로 흥분했다.
요즘의 문제는 이것이다.
운동 후의 스자쿠는 너무 섹시하다. 를르슈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오늘 저녁에 우리집 올래? 나나리랑 로로도 늦게 오거든.”
“나나리랑 로로가 없는데 나를 부른다고?”
“뭐야, 싫어?”
“아니…. 뭔가 불순한 의도가 느껴져서.”
“불순하다니, 무례하군.”
“그럼 불순하기 보다는…. 유혹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여기까지 했는데 그렇게 이해를 못하면 헤어지자고 할 뻔 했다.”
“너무하네.”
를르슈의 집까지 가는 길에 스자쿠는 샤워를 하고 싶다고 말을 했다. 샤워하는 스자쿠도 좋다. 를르슈는 최근의 자신이 욕구불만인지 생각을 해보았다. 스자쿠와 주 4회 (평일 포함 주말 필수) 섹스를 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성욕이 거의 성직자 수준(이라고 리발이 놀려댔기 때문에)이었던 걸 생각하면 욕구 불만이라고 하기보다는 과한 욕구 충족이 문제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욕구를 충족시킬 기회를 줄이는 것은 비효율적이지만, 일상 생활을 방해할 정도라면 과한 것인가….
샤워를 하고 싶다는 스자쿠를 위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욕실에 밀어넣고, 집에 늘 있는 스자쿠의 여벌 옷가지들을 준비해서 욕실 앞까지 가지고 갔다.
“스자쿠, 옷 가져왔는데.”
“아, 문 열게.”
를르슈는 열리는 문과 함께 더운 수증기 사이로 드러나는 스자쿠의 알몸을 훑어보았다. 새삼 보는 몸뚱이가 오늘따라 더 야할 수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괜히 눈을 둘 곳이 없어서 바닥 타일의 무늬 어딘가를 쳐다보면서 속옷과 갈아입을 옷을 건네었다.
“부끄러워?”
“뭐가?”
“뭐겠어?”
스자쿠는 를르슈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아직 샤워 중인 몸에서는 체향과 비누 냄새가 섞여 있었다. 옅어진 스자쿠의 냄새가 아쉬워서 를르슈는 모른척 똑바로 씻으라고 잔소리를 했다. 스자쿠는 자신의 품에서 빠져나가려는 를르슈를 단단히 붙잡고서 웃었다.
“로로랑 나나리도 늦게 온다며?”
“그게 네가 씻는 거랑 무슨 상관이지?”
“무슨 상관이겠어? 를르슈가 유혹해준 만큼 상관이 있겠지.”
“너, 남의 집 욕실에서 잘도 하고 싶구나.”
“욕실에서 할 생각은 없었는데 를르슈는 하고 싶어?”
나는 정말 상관 없지만…. 말끝을 흐리던 스자쿠는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를르슈에게 말을 걸었다.
“아! 그래도 여긴 다른 가족들도 쓰는 거 생각하면 를르슈가 좀 부끄럽겠다.”
“스자쿠!”
“미안, 빨리 씻고 방으로 갈게. 기다려.”
를르슈를 그대로 욕실 밖으로 내보내려는 스자쿠의 손과, 떨어지는 그의 냄새에 를르슈는 스자쿠의 팔을 다시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어? 진짜 여기서 하게? 스자쿠의 의아한 목소리에 를르슈는 아니야, 라고 낮게 중얼거렸다.
스자쿠의 냄새가 가득할 때, 그 땀으로 끈적거리는 피부에 닿는 느낌이 좋다. 그걸 표현하는 것은 죽을 때까지 어렵겠지만, 좋다고 말하는 것 정도는 나쁘지 않잖아. 를르슈는 스자쿠의 팔을 붙잡고서 욕실 밖으로 그를 끌어냈다. 를르슈, 나 추워. 스자쿠의 투정에 를르슈는 들고 있던 수건을 대충 던져주며 방으로 그를 이끌었다.
“어차피 다시 땀 흘리면 씻을 거잖아?”
“결과적으론 그렇겠지만…. 그래도 나 지금 냄새 엄청 나는데. 더럽잖아?”
“……괜찮아.”
“응?”
“괜찮다고…! 오히려, 그쪽이 더…….”
아무래도 땀투성이의 냄새가 나는 네가 좋다고 말하기엔 를르슈의 수치심이 앞섰다. 입을 다문 를르슈를 보고서 스자쿠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쪽이 더, 뭐? 대답을 재촉하는 스자쿠는 이제 완전히 태도가 바뀌었다.
스위치가 들어간 것이다. 를르슈는 자기가 원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부끄러워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성적 수치심이란 늘 를르슈를 의미불명 언노운 상태로 만들었다. 그것에 익숙해져 가는 것도 사랑의 한 단계라고 생각하고 납득하면 를르슈는 아주 작은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스자쿠의 아래에 깔리면 사라질 여유라는 것 말고는 훌륭한 마음가짐이었다.
“더 흥분되니까, 그 상태로 하는 게 좋아.”
“를르슈 취향 참 특이해.”
“네 놈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괜찮아, 나는 너그러운 남자친구니까. 를르슈는 이럴 때 나를 어떻게 하고 싶어?”
를르슈의 침대에 걸터 앉아, 수건 한 장으로 가린 아랫도리를 감출 생각 없이 드러낸 스자쿠의 행동에는 의도가 다분했다. 를르슈는 그의 벌어진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약간 수치심이 또 다시 그를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한 번 쯤은 해보고 싶었고, 스자쿠 만큼은 아니지만 를르슈도 성욕 왕성한 고등학생이라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했다.
그랬더니 스자쿠의 아래를 가린 수건을 치울 용기가 생겼다. 좋아, 조건은 클리어다. 를르슈는 아직 물기로 젖어있는 스자쿠의 페니스를 손에 쥐었다. 그의 높은 체온 만큼 따뜻한 그곳을 손바닥으로 감싸면서 를르슈는 스자쿠의 다리 사이로 아예 자리를 잡았다.
“펠라 해주게?”
“…싫어?”
“아니, 진짜 의외다 싶어서.”
“……의외?”
“를르슈는 깨끗한 상태가 아니면 섹스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그 말에 를르슈는 아니라는 걸 반증하듯이 스자쿠의 귀두 끝에 입을 맞추었다. 혀를 살짝 내밀어서 그 끝을 핥고 손바닥으로 기둥을 훑으면 스자쿠는 기세 좋게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늘 안쪽을 훑고 박고 찍어내릴 때를 생각하면 허리가 흔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스자쿠를 맛보고 싶었다.
“운동하고 난 다음의 스자쿠를 보면….”
혀에 타액을 얽혀서 혓바닥으로 기둥과 그 끝을 애무하고 나면 스자쿠의 붉어진 얼굴이 보였다. 운동을 할 때와 다를 바 없이 땀이 서서히 베어나오는 피부에 손을 대면, 손바닥에 감기는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운동할 때의 그 페어 플레이를 외치는 눈빛과 다르게 를르슈와의 섹스를 할 때는 완전히 달라진다.
를르슈의 위에 선 스자쿠는 법도, 규칙이 없다. 무법자가 된 스자쿠는 를르슈를 난폭하게 대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반칙을 저지른다. 그것에 대한 죄의식을 갖지도 않는다. 왜냐면, 우리 서로 사랑하잖아. 사랑하니까 섹스하잖아? 강아지 같다고 생각했던 두 눈이 정욕으로 반짝거리면서 그렇게 물어오면 를르슈도 울음에 젖어 퉁퉁 부은 눈을 감으며 나도 널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 때의 쾌감을 똑같이 돌려주고 싶다. 를르슈도 승부욕이 있다. 섹스는 스포츠라고 하지 않았던가. 받은 만큼 돌려주지 않으면 를르슈도 자존심이 상했다.
스자쿠의 것을 목구멍 너머로 천천히 삼켰다. 스자쿠는 귀여운 얼굴과 다르게 난폭한 몸짓, 그리고 그 몸짓을 더욱 흉폭하게 느끼게 만들 페니스로 를르슈와 섹스를 했다. 펠라치오를 할 때면 늘 페니스와 테스티클 정도로만 물고 핥는 것이 끝이었던지라, 이렇게 목구멍 안쪽까지 벌어지면서 스자쿠를 받아들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아마 스스로 이렇게 해본 것도 처음일 것이다. 처음 치고 잘하는 게 아닌가. 를르슈는 스스로를 기특히 여기면서, 스자쿠의 음모가 코 끝에 닿아 숨쉬는 것이 괴롭지만 곧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아, 를르슈 목구멍, 엄청 기분 좋네.”
“…으읏.”
“움직이고 싶어.”
를르슈는 스자쿠의 것을 물고 있는 채로 고개를 저었다. 흥분으로 스자쿠의 것이 목구멍 안쪽에서 부풀고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혀로 느낄 수 있는 질척한 쿠퍼액의 맛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점액질에 가벼운 토기를 느꼈지만, 스자쿠의 것을 더 깊게 물고 음모에 코를 박을 정도로 한참을 있고 나면 견뎌낼 수 있었다.
오히려, 스자쿠의 냄새를 먹고 있다는 생각에 를르슈도 발기하고 말았다. 서서히 일어선 를르슈의 아래를 보며 스자쿠는 흐응, 하고서 낮게 신음했다.
“를르슈, 섰네.”
를르슈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머리채를 가볍게 그러쥐는 손끝에서는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목구멍 너머로 삼킨 스자쿠의 끝이 다시 입 안에, 혀 끝에 닿았다가 다시 목구멍 뒤로 콱, 하고 넘어갔다. 커헉, 하고 를르슈가 소리를 내도 스자쿠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하아, 하악. 흡, 흐으, 윽…! 를르슈가 내쉬는 숨 사이에는 스자쿠의 이름이 군데 군데 섞여들어갔지만 스자쿠는 그의 머리를 잡고 흐드는 손과 같이 흔들리는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다. 목구멍이 얼얼했다. 하지만 동시에 머리는 스자쿠의 냄새로 가득 차서 쾌감으로 통증마저 마비된 기분이었다. 를르슈는 눈을 질끈 감고 헐떡거리는 스자쿠의 숨소리와 제 숨소리를 들으면서, 스자쿠의 정액이 목구멍과 혓바닥을 오갈 때까지 그 시간을 즐겼다. 저도 모르게 바지를 벗고 속옷 사이로 손을 넣고 자위를 했다.
스자쿠의 것을 물고서, 스자쿠에게 억지로 당하는 기분으로, 하지만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일에,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자위를 하고, 또 뒤에다가 박아주길 기대하는 자신을 수치스러워 하면서.
끊이지 않는 수치심과 혐오 그리고 쾌락 사이에서 를르슈는 스자쿠의 정액을 얼굴로 받아냈다. 반은 입에, 반은 얼굴에 쏟아진 정액에 를르슈는 손으로 그것을 닦아내려고 했다. 그것을 막은 스자쿠의 손이 를르슈의 입을 막았다. 조금 남아있던 정액의 비린 냄새가 올라오면서, 이제껏 맡았던 스자쿠의 냄새 중에서 가장 강렬한 것이 제 혓바닥에 남아있다는 걸 자각시켰다.
꿀꺽 삼키는 를르슈의 얼굴에 스자쿠는 엄청난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를르슈가 이렇게 야한 얼굴을 한다는 걸 아는 건 스자쿠 뿐이다.
하지만 스자쿠도 모르는 것을 를르슈만이 알고 있는 것도 있다. 운동부 녀석들은 스자쿠의 이런 점을 모르겠지. 이 녀석은 스포츠와 가장 멀리 떨어진 반칙덩어리인 것을 아는 건 나 뿐이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정액이 아직 남아있는 입가를 혀로 훔치면서, 그것을 아는 자신이 얼마나 우월한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자부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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