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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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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의 연인

DOZI 2020.03.31 19:32 read.701 /

 

 

새삼스럽지만 스자쿠와 를르슈는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회사를 다니고 있다. 지긋지긋하게 붙어먹었다면 붙어먹었지만 결론적으로 결혼했으니까 천생연분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기는 하다. 서로의 관계와 그 관계의 역사에 대해서도 크게 불만을 갖고 있진 않다. 서로에 대해서 너무 자세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 가끔은 아쉬울 때가 있긴 하지만, 완벽하게 그때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또 이야기하면 색다른 부분도 있으니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다. 

친구로 시작해서 연인으로 지내고 부부로 발전한 사이까지 합치면 거의 20년이 넘는 시간을 공유해온 서른 두 살의 남자들은 지금 3월 31일의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틀어놓은 텔레비전에서는 내일 있을 에이프릴 풀, 즉 만우절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헤에, 만우절이구나, 내일.

그래?

스자쿠와 를르슈는 서로 ‘니가 싫어졌어, 우리 그만 헤어져.’ 라던가 ‘다른 여자가 생겼어.’ 같은 거짓말을 하기에는 퇴근 후의 낡고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가벼운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 내일은 3월 내내 이어졌던 주말 출근의 보상으로 두 사람 모두 쉬는 날이었다. 모처럼의 휴일을 앞두고 있다면 오늘밤은 더 말할 것 없이 섹스를 할 것이다. 누가 먼저 씻고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서 섹스를 시작할 타이밍도 정해질 텐데, 스자쿠는 먼저 씻기가 귀찮았고, 밖에서 저녁을 먹고 온 탓에 시원찮게 먹고 온 를르슈는 기운이 나지 않아 치일피일 미루고 있는 중이었다. 

텔레비전 속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최근 만우절 문화에 대해서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는 리포터는 를르슈의 눈에는 해괴망측하기 짝이 없는 영상을 틀어주었다.

누가 보아도 사회에 찌든 어른들이 청소년 시절에나 맞을 것 같은 교복에 몸을 욱여넣고서 영화관에 들어가서 학생 요금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최근의 문화인 모양이었다. 돈이 없나. 를르슈의 감상은 그러했지만, 스자쿠는 뭔가 그리운 눈으로 그 영상을 보고 있었다. 

 

“를르슈랑 어렸을 때 영화관 갔던 거 생각난다.”

“영화관은 최근에도 갔잖아.”

“아니, 그 학교 끝나고 영화관 갔었을 때.”

“언제?”

“그…… 언제지? 고등학생 때인가. 영화 제목은 기억이 안나는데.”

 

둘이 지내온 시간이 제법 있으니 같이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가 한두편이 아니었던지라 간단한 추억 회상에도 이렇게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기억이 나면 좋고, 안나면 다시 한 번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면 되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아쉽지도 않았다.

를르슈는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조금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정정했다. 매너리즘에 빠졌으면 섹스를 언제 할지 그렇게 각을 잡고 있진 않아. 난 스자쿠를 충분히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있어. 매너리즘은 무슨, 웃기는 소리! 

 

“아무튼 그때는 를르슈랑 사귀고 나서 막 본거라, 영화 내용은은 신경쓰이지도 않고 언제 손을 잡나 궁금했거든.”

“…영화를 볼 땐 내용에 집중해라.”

“아, 그때도 그렇게 말했어. 그리고 나서 오는 길에 우리 첫키스 했거든?”

“XX년 9월 27일?”

“우와. 기억하고 있어?”

“넌 왜 기억을 못해? 그때 본 영화는 ‘라스트 엠페러’, 기사와 황제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팩션 영화로 나중에 OOO 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한 영화인데!”

“그런 영화보다 를르슈랑 같이 있다는 게 더 좋아서…….”

 

흘리는 말로 또 를르슈를 홀려버린 스자쿠는 미안, 하면서 볼을 긁적거렸다. 귀엽고 잘생겨서 를르슈는 잠시 자신의 가슴팍을 꽉 움켜쥐고서 심호흡을 했다. 매너리즘은 정말 기가 찬 소리였다. 스자쿠의 철없는 소리에도 여전히 심장이 터질 것처럼 설렜다.

를르슈가 스자쿠의 귀여움으로 생사의 혼돈을 겪고 있을 때, 스자쿠는 텔레비전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우리 내일 교복 입고 영화관 갈까?”

“뭐?”

“아, 사실 영화는 됐고 교복 입은 를르슈가 보고 싶어.”

 

사랑에 빠진 남자는 어리석다. 어리석은 를르슈는 스자쿠의 말 한 마디에 멍청한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가, 바로 이어지는 스자쿠의 ‘나도 입을게’ 라는 말에 홀라당 넘어갔다. 교복을 입은 32살의 스자쿠는 어떨지 궁금했다. 워낙에 동안이니 아직도 고등학생 같을 수도 있을거다. 생각만해도 배덕감에 발기할 것 같아서 를르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쓰는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에 가서 교복을 황급히 찾았다.

잘 정리해둔 덕분에 교복은 금방 찾았고, 먼지투성이의 행거를 뒤적이느라 발기도 가라앉았기에 를르슈는 평온하게 스자쿠에게 교복을 건넸다.

 

“지금 입어?”

“지금 보고 싶어. 교복 입은 스자쿠.”

“흐음—. 바지 기장은 괜찮으려나.”

“글쎄, 바지 기장보다 허리 둘레를 걱정해야하는 거 아니야? 너, 요즘 살쪘으니까.”

“너무하네, 운동할 시간이 없긴 했지만 그렇게 많이 찌진 않았어!”

“핑계야.”

 

를르슈는 히죽거리면서 웃옷을 벗는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스자쿠에게 살이 쪘냐는둥 말했지만 여전히 군살 없이 잘 빠진 몸이 보기 좋았다. 근육이 늘었으면 늘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자쿠는 옷을 벗다 말고 좀 걱정되는 얼굴로 를르슈를 바라보았다.

 

“나 만약에 살쪄서 교복 안 맞으면 어떡해?”

“어쩔 수 없지. 교복 입고 학교 갈 것도 아닌데 무슨 걱정이야?”

“를르슈가 나한테 정 떨어지지 않아?”

“여기서 더 떨어질 정이 있어?”

“사랑해, 를르슈.”

“아아, 나도 사랑한다.”

 

그런고로 서로 교복을 입게 된 삼십대 초반의 남자들은 옷을 갈아입고, 서로를 애매한 표정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너, 키 엄청 컸구나.”

 

를르슈의 감상은 그러했다. 스자쿠의 껑충 올라간 바지를 보고서 를르슈는 설레기 보다는 그의 성장에 대해서 감격하고 말았다. 그런 한편, 바지 기장은 아슬아슬하게 맞지만 허리는 오히려 남아서 벨트 쪽의 버클은 안쪽으로 더 여민 를르슈를 보고서 스자쿠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를르슈, 옛날보다 살 더 빠졌어…!”

“아니, 요즘은 바빠서 잘 먹질 못했으니까.”

“하루 아침에 이렇게 마를 순 없어, 를르슈, 내가 잘 먹였어야했는데…!”

 

를르슈가 생각했던 것처럼 교복 차림의 스자쿠는 배덕감이 그렇게 들진 않았다. 오히려 배덕감을 느낀 것은 스자쿠였다. 교복을 입은 를르슈는 금방이라도 애쉬포드 학원의 고등부 학생회 부회장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더 널널하게 도는 가느다란 팔다리의 실루엣을 보면서 스자쿠는 하아, 하고서 패덕에 젖은 한숨을 쉬었다. 

 

“나 지금 생각한건데, 미성년자 를르슈랑 섹스하면 좋을 거 같아….”

“미성년자 시절에도 섹스했어, 우리.”

“를르슈는 그때보다 더 야한 거 같아.”

“뭐, 내공이 쌓이고 있으니까. 누구랑 계속 사랑하고 있거든.”

“누구?”

“쿠루루기 스자쿠.”

 

제 이름을 부르는 날렵한 입술에 손을 뻗은 스자쿠는 를르슈의 교복 웃옷의 단추를 풀면서 자꾸 심호흡을 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빠르게 뛰고, 손끝이 살짝 떨리는 게 스스로도 우스꽝스러웠다. 

 

“너 지금 되게 동정 같다, 스자쿠.”

“어, 나 살짝 그런 기분이야…. 고등학생 를르슈한테 나쁜 짓 하는 아저씨 된 느낌이라.”

“아저씨가 동정? 그런 사람한테 처녀를 주고 싶지 않은데.”

“그… 설정은 경험은 많지만 진정한 사랑은 를르슈가 처음인 아저씨로 해줄래? 잠깐만, 그렇게 쳐다보면 진짜 안 만지고 쌀지도 모르니까 눈은 감아줘.”

“지금까지의 설정이랑 다른 게 뭐야?”

“나이 차이 해쉬태그가……. 아무튼……. 안 되겠어, 를르슈! 눈 떠! 눈을 감으니까 지금 살짝 위험했어! 속눈썹 그림자가 야해!”

“가지가지 하는군.”

 

를르슈가 혀를 날름거리자 스자쿠는 더 이상 참지 않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러고 보면 스자쿠는 키가 컸다. 고등학생이 된 기분으로 어른인 스자쿠를 상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왜인지 모르게 바람을 피는 기분도 들고, 를르슈도 살짝 짜릿해진 기분으로 스자쿠의 교복 자락을 붙잡았다.

아, 벗기 힘들어, 움직이기가 어려워. 를르슈, 벗겨줘. 스자쿠가 를르슈의 옷을 벗기면서 제 옷은 벗기 힘들다고 칭얼거렸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옷을 벗기면서, 스자쿠의 벨트나 단추 같은 것들을 푸는 것이 거추장스러워져서 바지만 덜렁 벗겨놓았다. 쿠퍼액으로 질척한 스자쿠의 속옷을 보고 있자니 흔쾌히 내릴 마음이 들지 않았다. 

고등학생 스자쿠의 것은 좀 더 귀여운… 그런 맛이 있었던가? 하지만 이 아저씨랑 할 생각을 하니 귀여움 받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를르슈는 겁이 났다. 겁 먹은 티를 내는 를르슈를 보고서 스자쿠는 그의 손을 덥썩 제 속옷에 대놓고서 문질러 자위를 하다가 넣지도 않고 싸버렸다. 

제 손을 적신 스자쿠의 정액을 보고서 를르슈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너 혼자 즐기면 다야?”

“죄송합니다…. 설정은 동정 회사원 아저씨로 바꿔주세요…….”

 

그 이후로, 4월 1일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는 소꿉친구와 섹스를 20년 넘게 하고 있는 발랑 까진 고등학생 를르슈와 가짜 설정이지만 동정 회사원 아저씨 스자쿠의 섹스가 이어졌다. 스자쿠의 교복은 움직이다가 찢어졌으므로, 그 이후로 교복 플레이는 를르슈만 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