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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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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일기

DOZI 2020.04.02 18:22 read.205 /

“람페르지, 나이가 몇 개인데 그 노트는 뭐냐?”

“동생 건데?”

“죄송합니다, 실언이었습니다.”

“그래, 빠른 사과 고맙다.”

 

를르슈의 노트를 비웃는 같은반 친구의 목소리와 바로 연이은 사과에 스자쿠는 키득거리면서 그것을 보았다. ‘동생’의 것을 비웃는 일이라면 길길이 날뛰는 를르슈의 성질은 초등학교 때부터 유명했고, 어지간해서 를르슈의 일을 다 막는 스자쿠도 를르슈의 ‘동생’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를르슈의 ‘동생’ 이야기가 나오면 빠르게 사과했다. 사과하지 않으면 대체로 험한 꼴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정신적으로는 를르슈, 물리적으로는 스자쿠에게 보복을 당했다.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녀석들이 많은 중학교에 진학한 두 사람의 소문도 여전했으며, 그 진상도 여전했다. 를르슈의 핑크색 노트를 본 스자쿠는 어제 일이 떠올라서 ‘정말 동생 바보야!’ 하고서 를르슈를 놀렸다.

를르슈의 유일한 브레이크이자 유일한 액셀레이터인 쿠루루기 스자쿠의 도발에 모두가 잠깐 숨을 멈추었지만, 를르슈는 태연하게 넘어갔다. 그리고선 그 노트를 스자쿠에게 내밀었다. 

 

“자, 오늘부터 시작이지. ‘교환일기’? 네가 그토록 원하던 거다, 스자쿠. 감사한 마음으로 읽어라.”

 

교환일기. 

초등학생 때 여자애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그 단어가 를르슈의 입에서 부드럽게 흘러나와 스자쿠의 뺨을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교환일기? 교환일기라고? 람페르지랑 쿠루루기가 교환일기를 쓴대. 뭐라고? 둘이서 교환일기를 쓴다고? 웅성거리는 소리 사이에서 스자쿠는 를르슈의 노트를 받았다. 

 

“저 노트가 교환일기였다고…?”

 

제일 처음 그 노트를 비웃던 녀석이 제일 황당한 얼굴로 스자쿠를 쳐다보았다. 를르슈는 기세등등한 얼굴로 다시 책상 정리를 시작했고, 스자쿠는 두다다다 소리가 날 정도로 시끄럽게 교실 밖을 뛰쳐나갔다.

교환일기를 들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