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일기의 존재는 로로와 나나리 덕분에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지금은 건강하고 를르슈보다 체력도 좋지만, 어렸을 때는 몸이 안 좋아서 자주 입원을 했다. 지금보다 조금 어렸을 때의 를르슈도 매일 병원에 가는 것이 일상이었던 적이 있었다. 동생들은 를르슈가 들려주는 스자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친구에 대한 환상을 품기도 하면서, 그러는 와중에도 서로를 의지하며 유일한 친구라고 말했다.
서로가 심하게 아플 때는 얼굴도 보지 못하는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를르슈가 두 사람 사이에서 전서구 역할을 하며 두 사람의 아기자기한 편지를 서로에게 전달해주었고, 그것이 교환일기로 발전하여 로로와 나나리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쓰고 있다는 걸 스자쿠는 어제 알게 되었다.
“헤에—. 그래서 일기장은 를르슈가 고르는거야?”
“응.”
“를르슈는 안 껴준대? 셋이서도 사이 좋잖아.”
“로로와 나나리는 서로 힘들 때 같이 견뎌낸……. 아니, 동생들 노는데 끼어드는 형이 어딨어?”
동생들의 미담에 자기는 끼어들어 봤자 방해꾼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를르슈에게, 스자쿠는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를르슈만 따돌리는 거잖아.”
“그런 뜻이 아니라니까!”
“내가 를르슈면 섭섭할거야.”
“다행히도 너는 내가 아니네. 정말 다행이다.”
“아, 그럼 를르슈, 나랑 교환일기 쓸래?”
하필 그 대화를 나누고 있던 때는 문구점에서 로로와 나나리의 교환일기로 쓸 노트를 고르고 있던 중이었고, 물건을 다 고른 나나리가 그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오라버니랑 스자쿠 씨, 교환일기 쓰시나요?”
“응!”
“아니, 아직 쓰겠다고 이야기도 안 했는데!”
“나나리가 골라줄래?”
“정말요? 제가 골라도 돼요?”
“를르슈도 괜찮대!”
“괜찮다고 말한 적 없어!”
“아, 그럼 오라버니가 고르시겠어요…?”
갑자기 풀이 죽은 나나리를 위해서 를르슈가 교환일기를 쓰겠다고 말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결론이었다. 그날 저녁, 스자쿠와 쌍둥이를 위해서 저녁을 한상 거하게 차린 중학생 주부 를르슈 람페르지는 나나리의 선물인 노트를 받고서 잠깐 현기증이 났다.
핑크색 하트
하얀색 하트
홀로그램 박
LOVE DIARY 라고 적혀있는 문구.
“그, 나나리, 스자쿠와 나는 남자인데.”
“로로랑 저도 이거랑 색깔만 다른 거 써요! 하늘색!”
“……핑크색보단 하늘색이 낫지.”
스자쿠도 약간 질린 얼굴을 했다.
“제가 아끼는 건데 그냥 드릴게요! 두 분의 우정을 위해서!”
하지만 스자쿠도 나나리에게 약했음을 를르슈도 간과하고 있었다. 로로만이 포테이토 샐러드를 먹으면서 ‘하늘색으로 고르길 잘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로로 역시 하늘색 하트와 홀로그램 박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에서는 교환일기장을 봉인하고 있었던지라 형과 형의 친구가 가엾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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