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오브 세븐이 이런 모임에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 계산 착오다.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가 속으로 자신의 실수를 탓하는 사이에 나이트 오브 세븐—쿠루루기 스자쿠의 발걸음은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를르슈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눈치챌 게 틀림없다.
이 추태를 어떻게 설명해야하는지.
를르슈가 가열차게 머리를 굴리는 동안에 쿠루루기 스자쿠는 를르슈를 보고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에는 따악,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이 제대로 맞았다.
“처음 보는 레이디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쿠루루기 스자쿠입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너무나도 맹랑한 인사를 해버려서, 를르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로 내민 손에 키스를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다른 귀족 영애와 황녀들이 스자쿠를 부르는 소리에 금방 그곳으로 쫓아간 스자쿠의 모습은, 를르슈의 입으로 말하기엔 죽어도 부끄러운 말이지만, 정말 멋있었다. 손등에 남은 온기마저 아쉬울 정도로 부드럽게 웃는 얼굴이 좋았다.
“나나리 황녀 전하는?”
“어라, 스자쿠 씨!”
“여기 계셨네요. 를르슈 전하께서 걱정하실 겁니다.”
“싫어요, 오늘은 아리에스에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나나리 전하….”
돌아가지 않겠다는 나나리의 말에 멀리서 듣고 있던 를르슈도 상처를 받았다. 친구들끼리의 외박이야 나나리 또래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돌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를르슈의 상식으로서는 허락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학교에 보내주는 것도 겨우인데 멀쩡한 집을 놔두고 자는 것은 허락 불가였다.
처음 몇번이야 를르슈의 말을 듣는 듯 하더니, 나나리는 기어코 오늘 리 가의 ‘여자들만’ 모이는 모임에 가서 돌아오지 않겠다고 아예 못을 박은 메모를 남기고 가버렸다. 여자들만 모이는 모임이라는 말에 안심은 했고, 코넬리아와 유페미아가 있는 리 가의 황궁 안이라면 안전했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황궁은 늘 위험했다.
걱정에 시달리는 를르슈를 보고서 희희낙락 웃으면서 드레스를 꺼내준 것은 C.C.였다. 그 얼굴과 그 몸이면 드레스 한 벌이면 충분하다고? 빈정거림은 덤이었다.
‘바보 같은 소리 좀 하지 마라! 내가 여장을 하고 간다고 해서 나나리가 우스운 꼴을 당하면 어쩌려고!’
‘흐음, 마법을 걸어줄게.’
바보 같은 소리, 라고 말을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무슨 짓을 한거냐는 눈으로 쳐다보면 C.C.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마법을 걸었다니까? 그 목소리도 어지간하면 나오지 않을거고, 마법은 집에 돌아오면 풀리게 되어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목소리만 아니면 어딜 봐도 여자니까.’
‘…?!’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눈으로 말을 해도 입만 벙긋거리게 되었다. 를르슈가 앓아 누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자니 C.C.는 어쩔 수 없는 놈이라고 말하면서 한 번 더 마법을 걸었다고 했다.
‘어지간해서 널 알아볼 수 없게 하는 마법도 걸었어.’
그러니까 꼭 다녀오도록 해!
C.C.는 이 아리에스의 주인인 마리안느의 막역한 지인이기 때문에 사실상 그녀가 부재 중일 때에는 안주인과 다름 없었다. 를르슈는 저를 끌고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악 소리 한 번 못내고 드레스를 입고 리 가의 황궁 앞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그 마법은 정말인지, 를르슈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고, 목소리가 나와서 당황할 일도 없었다.
그래서 스자쿠도 를르슈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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