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이라는 날짜는 괜히 사람을 설레게 한다. 스자쿠의 감상을 들었을 때 를르슈는 쥐고 있는 볼펜을 움직이며 그의 말을 흘려들었다. 여름방학 직전까지 해야할 일이 산더미였고, 기말고사가 끝나기 전까지 훑어야할 서류가 많았다. 그놈의 학생회 이벤트 횟수만 절반을 줄여도 일이 이렇게 불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유능한 부회장의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동안, 스자쿠는 그의 옆에서 속터지는 소리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7월 7일이라는 날짜가 되게.”
“알겠으니까 적당히 해.”
“7이 두 번 들어가잖아?”
“7월 7일 7시 7분도 기념하시지 그래?”
“그럴 예정이야.”
팔자 좋군. 를르슈는 영수증들을 모아놓은 서류들을 날짜별로 구분해놓으라며 스자쿠에게 내밀었다. 다른 학생회 멤버들은 오늘따라 개인 사정이 있었고, 학생회장 미레이는 그간의 보충이 밀렸다며 솜씨 좋게 일에서 내뺀지 오래였다. 고통 받는 것은 를르슈 뿐이었다.
그 고통 속에서 날짜가 7월 7일이니 7이 두 번 들어간다느니, 그런 것의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었다. 스자쿠도 날이 선 를르슈의 분위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가 시킨 일을 묵묵히 해낼 뿐이었다.
빨리 귀가하라는 종소리가 한 번 울리고 나서야 를르슈는 코를 박고 있던 서류에서 고개를 들었다.
“슬슬 갈까.”
“그럴까?”
스자쿠의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한참을 앉아있던 지라 몸이 찌뿌둥했다. 가방을 챙기는 손도 느릿느릿했지만, 둘 중 누구도 서로를 재촉하진 않았다.
“스자쿠, 저녁 먹고 갈래?”
“그래도 돼?”
“새삼스럽게.”
“그럼 갈게. 장 보고 갈까?”
“그럴까…. 냉장고에 아직 먹을 만한게 있을 거 같기도 하고.”
문을 바로 앞에 두고서 나가기만 하면 되는 때였다. 스자쿠가 아, 소리와 함께 를르슈를 손짓으로 불렀다. 뭐야? 를르슈의 시큰둥한 반응에도 스자쿠는 ‘잠깐만, 여기로!’의 손짓을 할 뿐이었다. 쓸데없는 거면 가만 안 둬. 를르슈의 낮은 소리에도 스자쿠는 웃었다.
“를르슈도 정말…. 오란다고 하니까 또 오네.”
“이게 진짜.”
“고양이들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놈한테 고양이가 갈 리가 있나.”
“그냥 부른 건 아니야.”
스자쿠는 를르슈의 뺨을 가볍게 쥐었다. 키스의 신호였다. 대체 왜? 학생회실에서 키스를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 뜬금없는 때에 키스라니. 를르슈가 어정쩡하게 몸을 빼고 있자, 스자쿠는 빨리 키스를 하자고 재촉했다. 왜?
“7시 7분이야. 빨리!”
그래서 두 사람은 7시 8분이 될 때까지, 기분 좋게 키스를 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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