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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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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X 마피아 보스

DOZI 2020.07.27 23:41 read.659 /

 

그 남자의 취향이 남자, 그것도 동양인이었다는 사실은 브리타니아 사회에서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동양인 남자 정부를 두고 있는 그 남자, 를르슈 람페르지가 브리타니아 패밀리의 수장이 되고 나서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에게는 친애하는 두 쌍둥이 동생이 있었고, 그 둘을 맹목적으로 아끼는 것은 그가 수장이 되기 직전부터 아주 유명한 이야기였다. 패밀리 보스가 되고 나서부터는 둘 중 한 명에게 수장 자리를 내어준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어지간해서 이성과 냉정을 잃지 않는 보스가 두 동생과 관련된 일이라면 패밀리의 큰일을 앞두고서도 그만두는 것은 예삿일로 여기지도 않는다는 소문도 한몫했다.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과 별개로 말이다. 현실 속의 를르류 람페르지, 또 다른 이름으로는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는 두 동생들을 그런 위험에 내몰리지 않게 철저하게 자기 방어를 하고 있었고, 그 견고한 철옹성은 무너지지 않은 채로 브리타니아 패밀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가 이성을 딱 한 번 잃을 때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앞서 말한 동양인 남자 정부, 쿠루루기 스자쿠의 등장이다. 

 

쿠루루기 스자쿠가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는 어느날 갑자기 브리타니아 패밀리의 괴멸 징조처럼 하늘에서 똑, 하고 떨어진 사람 같이 등장했다.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가 그렇게 숨기고 숨겼음에도 어디선가 정보가 새어나갔으며, 그렇게 납치를 당한 쿠루루기 스자쿠가 유로피아 쪽에서 반시체가 되어 가고 있었을 무렵에, 브리타니아 패밀리도 같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브리타니아의 수장은 그 해 들어 가장 큰 무기밀매를 앞두고서 쿠루루기 스자쿠의 실종 소식을 듣고 이성을 잃은 채로 유로피아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그의 거래처는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하며 보복을 위해 그가 아끼는 또 다른 이복 여동생을 납치했지만 를르슈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서 쿠루루기의 탈환에 성공했다. 그 피가 반 밖에 섞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동생인 여자가 총구의 끝에 걸려 있어도, 브리타니아의 수장은 동양인 남자를 고른 것이다. 

그 이후부터 를르슈의 이름에는 ‘세기의 로맨티스트’라는 별명이 뒤따랐다. 그는 그렇게 납치 당한 자신의 정부를 피앙세라고 공식적으로 소개함으로써, 어디를 가던 자신의 것을 과시하였다.

하지만 브리타니아의 수장이기 때문에 그가 사랑하는 동양인이 가치가 있는 것이지, 모두들 떨떠름하게 생각하는 것이 쿠루루기 스자쿠의 가치이다. 상대적으로 어려보이는 얼굴과 감정이 훤히 드러나는 커다란 눈 같은 것은 그를 더 앳되게 보이게 만들고, 또 이 바닥에서 볼 수 없는 순진한 구석이 느껴지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 브리타니아의 보스가 물고 빠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한 번 돌기도 했었다.

쿠루루기를 보는 를르슈의 시선을 보면 누구든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동생들을 보고 있는 시선과 다르게 보는이로 하여금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만드는, 노골적인 소유욕을 드러내는 방식이었으며, 타인의 앞에서도 지지 않는 정욕을 비추는 뻔뻔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쿠루루기를 시선으로 범하고 있는 것 같았어,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나는 아예 없는 것처럼 둘이서 눈빛으로만 대화를 하더군.”

“눈빛으로만? 그게 뭐가 어때서.”

“눈빛으로만 하는 게 이야기라면 모를까…. 브리타니아 보스는 어려서 그런가, 쓸데없는 곳에서도 정력적이라. 별로 알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 이야기를 굳이 나에게 할 필요는 없잖아.”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사실이라.”

“공공연한 이야기지…. 남색에 미쳐도 적당껏 해야지.”

 

반쯤 열어둔 창문 사이로 들리는 소리에 를르슈는 뒤에서 치받는 것을 꾹 조이면서 목소리도 억눌렀다. 스자쿠의 손이 허리를 꽉 붙들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허릿짓이 격해지는 것은 분명 일부러 그런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큭, 하고 짧은 신음이 베개 위로 뭉개지면서 를르슈는 얼굴을 아예 베개에 문지르며 소리를 죽이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밖에서 다 들리는 이야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눈빛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지만 대체로 스자쿠를 달래는 를르슈의 하나의 수단일 뿐이었다. 콘실리에리도 들어올 수 없는 를르슈의 서재에서 스자쿠는 피앙세라는 이유로 상시 거주하고 있었다. 피앙세도 맞는 표현이지만 그보다 스자쿠가 하는 일의 본질은 경호와 호위에 가까웠다.

다들 스자쿠의 겉모습만 보면 를르슈의 사랑하는 정부에 불과하겠지만, 스자쿠의 본질을 알고 있는 사람은 브리타니아 내부에서도 극소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를르슈는 사랑꾼으로 소문이 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그것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를르슈를 얕잡아 보면서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은 이것 저것 다 숨기는 것보다 훨씬 상대하기가 쉬웠다. 하지만 이쪽이 얕잡아 보다가 를르슈가 되려 당할 때가 되면 스자쿠가 있기 때문에 효과는 확실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의미에서 스자쿠를 옆에 둔 것이냐는 질문이 생길 수도 있다. 를르슈는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다른 생각 하지, 를르슈?”

 

를르슈의 뒷머리를 거칠게 들어올리면서 키스를 퍼붓는 스자쿠는 가차없었다. 엉덩이 사이로는 이미 한참 전에 사정한 정액들이 줄줄 흐르고 있었고, 마르고 뜨겁기만 했던 내벽도  질척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오랫동안 섹스를 했다.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난 게 아니라, 더 이상 섹스에 집중할 힘이 없어서 다른 생각으로 빠지게 되는 것 뿐인데, 스자쿠는 사춘기 청소년도 아니면서 매번 이런 것에서도 툴툴거리면서 저에게 집중하라고 말한다. 

 

“아, 안 했어. 흐, 우읏, 응…!”

“거짓말 하지 마. 무슨 생각 했어?”

 

를르슈의 귓바퀴를 물고 빨면서 살짝 깨무는 그 입술에 를르슈는 가늘게 떨었다. 유두 끝을 지분거리는 손가락은 를르슈가 물고 빨면서 평소보다 부드럽게 닿아왔다. 그렇지만 섹스 중이다. 자극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를르슈는 엉덩이를 더 조이면서 고개를 저었다.

 

“말 안 할거야?”

“아, 무 생각도, 안 했으니까.”

 

너 말고는.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허릿짓과 움직이던 손가락을 멈추고서 후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잠깐 이쪽 봐. 스자쿠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를르슈는 등만 내보였던 몸을 돌려서 스자쿠와 마주하며 누웠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이마부터 코 끝, 입술에 키스를 하면서 피식거리며 웃었다. 그건 스자쿠가 를르슈를 귀여워할 때 하는 습관이었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페니스끼리 맞대면서 발기한 곳끼리 살살 흔드는 것도 그 습관의 연장선이었다.

 

“이번 일 끝나고 정말 일본으로 휴가 갈 거야?”

“응, 가야, 지….”

“난 정말 안 가도 되는데.”

“나는, 로맨티스트니까.”

 

약간 갈라지는 를르슈의 목소리에 스자쿠는 키득거렸다. 

밖에서는 스자쿠와 를르슈의 관계가 반대인 줄 안다. 귀여움 받는 강아지처럼 를르슈의 방 한 구석을 지키는 피앙세가 사실은 를르슈의 목에 잇자국을 물고 빨아 만드는 사람이라는 걸 누가 알까.

가끔 를르슈가 괜한 과시욕으로 스자쿠를 제 것처럼 다루는 때에 스자쿠는 알게 모르게 흥분했다. 를르슈의 허세를 볼 때, 그 허세 속에서도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를르슈의 진실을 마주할 때면 스자쿠는 그에게 키스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이번에도 스자쿠가 일본을 그리워하지 않도록, 아예 일본으로 먼저 가서 휴가를 즐기자고 말하는 를르슈는 얼마나 스자쿠를 좋아하는 걸까. 그의 사랑을 의외의 곳에서 확인할 때면 스자쿠는 밖에서 받는 사소한 오해는 오히려 관계의 스파이스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그 오해가 없으면 이제 섹스할 때 쉽게 흥분하지 못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