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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반역의 쇼타루 (곧 삭제)

DOZI 2020.11.07 02:06 read.56 /

1. 

스자쿠는 옆집에 사는 고등학생으로, 를르슈보다 열 살이 많았다. 처음에는 그 열 살 차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스자쿠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좁힐 수 없는 나이 차이에 초조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자쿠는 조금 짓궃지만 잘생겼고, 기본적으로 친절하니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편이다. 그래서 여자친구도 여러 번 바뀌는 편이었다.

처음 만났던 여자친구는 를르슈를 보더니 귀여운 여자아이네, 하고 칭찬을 하듯 말했다. 스자쿠가 웃으면서 ‘남자애야. 이름은 를르슈.’ 하고 덤덤하게 소개하는 것에 를르슈는 기분이 상했다. 어머, 예뻐서 몰랐어. 를르슈는 저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 여자의 손을 내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스자쿠의 앞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녀를 본 적이 없었다. 

다음에 본 여자친구도 비슷했고, 그 다음도 비슷했다. 스자쿠는 자주 집으로 여자친구를 데려왔고, 를르슈와 마주치면 꼭 그녀들을 소개했다. 를르슈가 가진 그녀들의 인상은 대체로 예쁜 편이었고, 귀엽게 처진 눈매가 인상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녀들의 특성과 저를 비교하면서, 를르슈는 스자쿠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다. 나는 스자쿠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은거야. 그러니까 계속해서 스자쿠의 옆에 있고 싶고, 그 여자들이 싫었던 거고. 를르슈는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날카롭게 올라간 제 눈꼬리를 만지작거렸다. 새삼 위로 뻗은 눈매를 아래로 쭉 잡아 당긴다고 해서 눈꼬리가 내려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조금이라도 스자쿠의 취향이 되고 싶은 것이다. 더 귀여움 받고 싶다. 예쁘다는 말은 싫지만, 스자쿠가 해주는 ‘예쁘다’는 좋았으니까.  그렇지만 를르슈는 변함없이 남자이고, 눈매는 순해지기는커녕 또 바뀐 스자쿠의 여자친구로 더 매섭게 올라갈 뿐이었다. 

사랑에 빠진 를르슈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었다. 스자쿠의 취향을 파악하고 싶지만, 그는 열 살이나 많은 고등학생이고, 를르슈는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되었을 뿐이었다. 어른이 되고 싶지만 한참이나 멀었다. 스자쿠의 허리 근처에 겨우 오는 키도 고작이었다.

가지고 있는 패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를르슈는 필사적이었다. 

 

 

2. 

그날은 스자쿠의 중간고사가 끝난 날이었다. 를르슈는 시험에 지친 스자쿠가 자고 있는 것을 몇번이고 단단히 확인했다. 쓸데 없는 곳에서 촉이 빠른 스자쿠를 알기 때문에 를르슈는 태어나서 있는 힘껏 제일 빨리 움직였다. 스자쿠의 옷장을 뒤져서 그의 셔츠를 꺼냈다. 를르슈는 입고 있던 옷을 벗으면서, 마지막 속옷까지 재빨리 벗었다. 그리고 한참이나 큰 셔츠를 뒤집어 쓰듯 입으면서 단추 몇 개를 잠갔다. 

긴장으로 살짝 상기된 몸은 춥기는커녕 열기가 돌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스자쿠의 위에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이불을 걷어내고 자고 있는 스자쿠의 아래로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