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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에 일어난 일

DOZI 2020.11.11 23:05 read.600 /

키스는 언제나 를르슈가 조르듯이 쳐다보면 스자쿠가 그를 끌어안고 시작하는 것이다. 아래층에는 부모님과 여동생이 있는데, 를르슈는 스자쿠의 목을 끌어안고서 허겁지겁 스자쿠와 혀를 섞었다. 스자쿠의 어린 연인은 늘 수줍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단둘이 되면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이 이상 하는 것은 안된다. 그것은 스자쿠가 정한 룰이었다. 스자쿠의 목덜미에 달라붙어 입술을 맞추는 를르슈를 살짝 밀어내려고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불만스러운 눈빛이었다. 를르슈의 검은 가디건을 살짝 잡아당기면 를르슈는 아쉬워하며 입술에 작게 키스를 하고 떨어졌다.

스자쿠는 저보다 한참이나 작은 를르슈를 끌어안았다. 작은 몸은 키스의 열락으로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마주보는 눈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스자쿠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았어?”

“응. 더 하고 싶어.”

 

를르슈가 더 하고 싶다는 것은 키스 뿐만이 아닐 것이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살짝 젖어있는 입술을 손끝으로 만졌다. 붉은 혀가 스자쿠의 손가락 끝을 핥았다. 고양이가 핥는 것 같다. 스자쿠의 손을 붙잡고서 그대로 검지부터 조심스럽게 핥기 시작하는 혀의 움직임은 야하기보다는 귀여운 느낌이었다.

스자쿠에게만 울어주는 고양이가 된 를르슈를 끌어안은 채로, 스자쿠는 그것을 즐겼다. 스자쿠의 손가락을 아프지 않게 깨문 를르슈는 정말 고양이 같았다. 더 즐기고 싶었지만, 집안에는 두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손끝에 입을 맞추는 를르슈의 입술과 다시 키스를 나누고 나면, 보라색 눈동자는 녹을 것처럼 휘어져 웃고 있었다. 꿈을 꾸듯 몽롱한 눈동자에 현실을 알리는 것은 꽤나 마음 아픈 일이었다. 

 

“이제 내려갈까? 나나리도 기다릴거고.”

“……응.”

 

스자쿠도 이대로 떨어지는 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를르슈는 방금 전까지 스자쿠의 위에서 입술을 맞추느라 흐트러진 옷차림을 가다듬고서 방문을 열었다. 먼저 나가는 를르슈는, 저보다 훨씬 큰 소꿉친구에게 밉지 않은 잔소리를 퍼붓는, 여동생에게 한껏 다정한 오빠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자쿠는 를르슈에게 질리지 않을 정도로만 조금 철없는 소꿉친구의 모습으로 뒤따라 나설 뿐이었다. 

 

오늘 람페르지의 집안에서 모인 이유는 다름 아닌 내일 있을 이벤트 때문이었다. 나나리는 막대과자를 나눠가지는 그 이벤트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에도 먹을 수 있지만, 그날만큼은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직접 만든 과자를 나눠주겠다고 예전부터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나리 혼자 과자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자연스럽게 를르슈가 중심이 되었다. 를르슈는 그런 이벤트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귀고 있는 스자쿠에게 하나 정도 주는 건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견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스자쿠에게 전달했다. 다음 주는 나나리랑 과자를 만들 거니까 못 놀아, 라고. 스자쿠는 달력을 보더니 ‘아, 그날이구나.’ 라고 말할 뿐이었다. 오랜만에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던지라 잔뜩 아쉬워하는 얼굴에, 를르슈가 같이 오겠느냐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래서 지금 막 밀회를 마치고서 부엌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길다란 비스켓에 중탕한 초콜릿을 입힌다는 간단한 작업 과정에 나나리는 재미를 붙였다. 부러지는 것은 스자쿠와 나나리의 입으로 쏙쏙 들어갔다. 가끔은 모양이 예쁜 게 나오면 를르슈에게 서로 먹여주려고 했다. 그때마다 저녁을 먹어야하니까 그만하라고 를르슈가 빠져나가면, 스자쿠와 나나리는 몰래 한 입 베어물고 말았다.

포장까지 마치고 나면 정말 저녁을 먹어야할 시간이었다. 과자로 배를 채운 나나리는 반찬 투정을 부렸다. 를르슈가 겨우 달래서 반 공기를 비웠다. 스자쿠도 조금 배가 불렀지만, 를르슈와 차린 밥상을 생각하며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칭찬할 를르슈는 나나리에게 신경을 쓰느라 바빠 보였다. 

 

‘나이는 내가 훨씬 많은데.’

 

를르슈의 관심은 늘 소중했다. 졸린 나나리를 씻겨서 먼저 침실로 보낸 를르슈는 스자쿠가 아직 가지 않은 것을 보고서 의아한 듯이 쳐다보았다. 

 

“아직 안 갔어?”

“를르슈한테 과자 안 받았으니까.”

“그건 내일 줄 거야.”

“내일은 내가 일찍 가는 날이라 미리 받을래.”

 

스자쿠의 재촉하는 말에 를르슈는 황당한 듯이 쳐다보면서도, 단정하게 분홍색 리본이 묶인 과자상자를 들고 나왔다. 를르슈가 가장 공들여서 만든 과자들이 담겨있었던 것이었다. 분명 나나리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자쿠에게 내밀어졌다. 

 

“이거, 정말 받아도 돼?”

“달라고 한 건 스자쿠잖아. 받기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나나리한테 주려고 한 거 아니었어?”

“뭐? 나나리 과자는 따로 준비했어.”

“…….”

 

오늘 하루 종일 공들였던 그 과자들을 떠올리면 코끝이 괜히 찡해졌다. 가장 예쁜 것들만 고르고 고르던 를르슈는 정말 귀여웠으니까. 

스자쿠도 가방 안에 넣었던, 제가 만들고 포장했던 과자를 꺼냈다. 그 사이에 조금 구겨진 것이 마음이 쓰였지만 직접 만든 것이니까, 를르슈는 받아줄 것이다. 물론 를르슈의 도움을 받아서 만든 것이지만. 마음 만큼은 100퍼센트 내 사랑이니까!

 

“내일은 많이 바빠?”

 

스자쿠가 내민 과자를 받은 를르슈가 물었다. 스자쿠는 내일의 일정을 떠올렸다. 아침에 동아리 연습이 있는 거랑 오후 중에 빨리 끝나는 강의를 생각하면, 그럭저럭 데이트를 할 시간은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에 조금 바쁘고, 저녁은 괜찮아. 어디 나갈까?”

“아, 아니, 나가는 건 괜찮아.”

 

집에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를르슈의 그 말은 대놓고 노린 유혹이었다. 그 의미를 증명하듯이 살짝 붉어진 얼굴을 숙이며 를르슈는 시선을 피했다. 몇 시간 전에 를르슈의 방에서 나누었던 키스를 떠올리면 스자쿠는 겨우 자기를 다스릴 수 있었다. 

 

“그럼 내일은 집 데이트 하자.”

“응. 스자쿠네 집에 갈래.”

“우리집?”

“안 돼?”

“안될 건 없는데….”

 

야하게 구는 를르슈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스자쿠는 솔직한 말을 삼키면서 그럼 내일 봐, 하고서 현관으로 나섰다. 손을 흔들고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를르슈가 스자쿠를 불렀다. 응? 뒤돌아보면 를르슈가 손끝에 입술을 맞춰서 키스를 보냈다. 

아, 정말 위험해. 

스자쿠는 그 귀여운 키스를 흉내내며 저도 키스를 돌려주었다. 그러면 를르슈는 만족한 듯이 다시 손을 흔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자쿠는 공원을 열 바퀴나 뛰었다. 

 

 

11월 11일. 

스자쿠는 가방 가득 들어찬 과자들 때문에 곤란해졌다. 처음엔 동아리 선배가 주길래 받았다. 근데 전 준비를 안 했는데요. 그럴 거 같았어. 그래도 줄게. 아침 대용으로 과자 하나를 비웠을 때가 최선이었다. 그 다음엔 언젠가 스자쿠와 말을 한 번씩 했던 여자들이 스자쿠에게 간식으로 먹으라며 과자를 안겨주고 갔다.

스자쿠는 이런 기시감을 다른 때에 느껴보았다. 발렌타인데이였다. 다들 이런 식으로 고백을 떠넘기고 말아버리는 이벤트. 이유 없는 호의와 주위에서 쏟아지는 시선에 스자쿠는 가방 안으로 과자들을 밀어 넣었다. 

오늘은 수업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었다. 빨리 교정 밖으로 나온 스자쿠는 이미 가득 찬 가방을 보고서 한숨을 쉬었다. 를르슈가 보기 전에 빨리 치워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가면 오늘따라 먼저 도착한 를르슈가 문을 열고 반겨주고 있었다. 

 

정말, 되는 게 없는 날이다. 

괜히 우울해져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면, 어깨에 매달려 있던 가방이 쏟아지면서 내용물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지퍼가 잠기지도 않을 정도로 가득 찬 과자상자들이 쏟아졌다. 를르슈는 인사를 하기도 전에 제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이거는.”

“과자인데…. 나는 안 받으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에 그냥 주고 가서.”

“피하면 됐잖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실은 피할 생각 없었지?”

 

를르슈는 바닥에 쏟아진 상자들을 한참을 노려보더니, 스자쿠에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를르슈! 스자쿠가 불렀지만 를르슈의 발소리는 2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바닥에 있는 것들은 둘째치고 스자쿠는 급하게 를르슈를 따라 올라갔다. 를르슈가 향한 곳은 스자쿠의 방이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침대 위에 힘없이 걸터 앉은 를르슈가 있었다. 불도 켜지 않은 채였기 때문에 스위치를 누르려고 할 때였다. 

 

“불 켜지마.”

“를르슈.”

 

그가 바라는대로 불을 켜지 않은 채로, 를르슈의 곁으로 다가갔다. 시선을 맞추기 위해서 그의 얼굴을 들어올리면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 뺨이 보였다. 시선을 피한 채로, 스자쿠의 손이 움직이는대로. 모처럼 둘이서 보내는 시간에 이런 얼굴을 하게 한 것이 속상했다. 

 

“안 받으려고 했는데, 거절할 타이밍을 놓쳤어. 진짜야.”

“알아.”

“정말로?”

“안다니까.”

 

를르슈는 스자쿠의 손을 밀어냈다. 그래도 그냥 싫어.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우는 를르슈의 투정은 드문 것이었다. 그렇게 빠져나가려는 를르슈를 품 안에 가둬놓고 끌어안으면, 를르슈는 반항하는 기색 없이 얌전히 안겨 있었다. 화가 좀 풀렸으려나. 스자쿠는 를르슈의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스자쿠의 부드러운 키스에 를르슈는 입술을 벌렸다. 키스를 하자는 신호였다. 스자쿠는 망설이지 않고 그의 입술을 삼켰다. 작은 혀가 스자쿠의 것과 맞물렸다. 스자쿠의 숨 사이로 를르슈의 신음이 새어나왔다. 잠깐의 떨어짐 사이에도 를르슈는 스자쿠의 품에 매달려 있었다. 완전히 스자쿠 쪽으로 몸을 돌린 를르슈가 그의 목을 끌어안고서 키스에 열중하면서도, 스자쿠는 를르슈가 제 다리 사이를 파고드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붉게 상기된 를르슈의 얼굴에는 이제 속상함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화는 풀린 것이다. 스자쿠는 안심하며 입술을 떼어냈다. 

 

“더는 안 돼. 알잖아, 를르슈.”

“싫어. 더 해. 스자쿠, 끝까지 다 해줘.”

“기다린다고 했잖아.”

“난 이제 못 기다려. 스자쿠는, 계속 다른 사람들이랑 만나면서, 나는 어리니까, 안 된다고 그러고.”

 

를르슈는 고개를 묻으며 스자쿠의 품에 매달렸다. 좋아하면 끝까지 해줘. 오늘 일이 미안하면 끝까지 해. 울음을 꾹 억누른 목소리에는 필사적임이 묻어났다. 를르슈의 몸을 끌어안은 채로 스자쿠는 한숨을 삼켰다. 

를르슈의 체향을 들이킬수록 그의 흥분은 더해갔다. 계속해서 끝을 조르는 모습에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욕정을 일게 했다. 정말로, 정말로? 하지만 한참이나 어린 몸이다. 스자쿠는 그 몸이 작고 여린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수치심을 누르고서 저를 범해달라고 말하는 그 눈과 마주하고 나면, 모든 것들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자쿠는 를르슈를 침대 위로 눕혔다. 갑자기 뒤로 눕게 된 를르슈는 그대로 이어지는 스자쿠의 키스와 겹쳐지는 몸에 당황했다. 를르슈의 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리던 스자쿠의 손끝은 망설임이 없었다. 벗겨지는 옷자락에 를르슈는 혼란스러운 눈을 했다. 

 

“그럼 섹스 할까?”

 

하얗게 드러나는 를르슈의 쇄골에 입을 맞추는 스자쿠는 지금부터의 행위에 대해서 말했다. 그래, 지금부터는 섹스이다. 스자쿠의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에 를르슈는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이제껏 계속 바라왔던 것이었다. 무서워도 피하는 것이 손해였다. 를르슈는 제 바지를 벗기려는 스자쿠의 손이 걸리적거리지 않게 허리를 들어올렸다. 그런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작게 실소를 터뜨렸다.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

“…안 배웠어.”

“그래? 를르슈는 의외로 거짓말을 잘하니까, 조금 있다가 확인해봐야지.”

“거짓말, 아니야.”

 

를르슈는 금방 알몸이 되었다. 스자쿠는 다 벗은 를르슈의 몸에 빠지는 곳 하나 없이 입을 맞추었다. 어디에 입을 맞춰도 를르슈는 부끄러워하며 새어나오는 신음을 참는 것에 급급했다. 다리를 벌리면 작은 페니스가 아직은 가라앉은 채였다. 스자쿠가 그 끝을 만지면 를르슈는 새된 소리를 내질렀다. 무서워? 스자쿠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에 를르슈는 고개를 저었다. 안 무서워. 스자쿠랑, 섹스할 거야. 

작고 경계가 아직 흐린 유륜을 혀 끝으로 굴리면서, 유두 끝을 빨아 올리면 를르슈는 훌쩍거리면서 울었다. 아래의 페니스는 손끝에서 만져지는 채로, 가슴을 빨리는 감각은 를르슈를 낯설게 만들었다. 히끅거리는 소리를 내던 를르슈는 제 울음소리에 스자쿠가 행위를 멈출까봐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입술을 깨물고서 울음을 참는 모습은 오히려 스자쿠를 더 자극했다. 처음인 를르슈를 생각하면 짓궃게 대하는 것은 나빴지만, 아직 어린 주제에 이런 것을 조르는 것은 너무 발칙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다리 사이를 벌리며 자리를 잡았다. 서서히 굳어가는 여린 페니스 끝을 보고 있으면 스자쿠는 그가 제대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더 기분 좋게 해줄게. 스자쿠의 흘리는 말에 를르슈는 고개를 들지도 못한 채로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를르슈는 제 아래를 삼키는 뜨거운 혀에 놀라서 꾹 참아왔던 소리를 터뜨리고 말았다. 

 

“뭐, 뭐하는 거야…! 스자쿠, 싫어, 핥지 마!”

 

요도 끝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스자쿠의 혀에 를르슈는 울음을 터뜨렸다. 싫어, 싫어…. 넘치다 못해 괴로운 쾌락이 를르슈를 덮쳐왔다. 흑, 흐윽, 아, 아읏, 이상해, 이상해…! 를르슈의 우는 소리에도 스자쿠는 펠라치오를 이어갔다. 를르슈의 몸이 쾌락의 한계치까지 달했을 때, 를르슈는 소리를 내지 못한 채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스자쿠는 아직 어린 몸이 사정 없이 오르가즘을 느낀 것을 알아차렸다. 

가볍게 떨리고 있는 를르슈의 허벅지를 더 벌린 스자쿠는 자신이 들어가야할 곳을 만졌다. 다물린 그곳에 윤활제로 쓰일 만한 것이 없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이드 테이블에 있는 핸드크림을 아쉬운대로 쓰기로 했다. 스자쿠의 손가락 끝이 제 아래의 구멍을 더듬는 것을 느낀 를르슈는 헐떡거리면서 제 아래를 확인했다. 

 

“스, 스자쿠, 으읏, 스자쿠.”

“왜? 그만 할까?”

“그만, 하지 마…. 계속 해줘.”

 

를르슈는 차가운 핸드크림이 아래에 발라지는 것에 몸을 떨었다. 다음엔 제대로 하자. 스자쿠의 낮은 목소리가 전하는 것에 를르슈는 나중에, 라는 말을 들으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또 섹스하는구나. 를르슈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스자쿠의 손가락이 하나씩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를르슈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이질감이 낯설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절대로 그만두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것이 괜히 사랑스러워서 입술을 가볍게 맞추고 있으면 를르슈가 혀를 내밀어 그 입술 끝을 핥았다. 혀가 얽히는 것은 금방이었다. 눈물의 맛이 나는 키스를 나누었다. 

스자쿠의 것이 구멍 끝에 들어차는 것에 를르슈는 제 팔로 잡아 벌리고 있는 다리를 덜덜 떨었다. 

아, 윽, 흐읏, 스, 자쿠, 아앗, 아, 하윽, 응…! 끊어지는 모음과 스자쿠의 이름 사이로 울음이 새어들어갔다. 를르슈의 좁은 안으로 파고드는 스자쿠도 작은 몸을 끌어안으면서 안으로 더 파고들었다. 배, 뱃속이, 이상, 해질 것 같아…. 를르슈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고통 보다는 요염함이 묻어났다. 

어떤데? 그만둘까?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었다. 스자쿠, 거로, 가득해져서, 안에, 계속, 문, 문질러져서…. 아이의 솔직한 감상에 스자쿠는 그대로 쳐넣고 올리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피는 나지 않았지만 뒤는 한계까지 벌어진 채였다. 

를르슈는 스자쿠를 할 수 있는 데까지 끝까지 받아들였다. 높아지는 신음은 이제 이질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스자쿠와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각에서 오는 충족감이었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아직 벗지 않은 옷을 끌어안으면서 눈물 자국을 지워냈다. 

스자쿠가 다 들어갔다고 말하는 말에, 를르슈는 고개를 겨우 끄덕거렸다. 움, 직여, 스자쿠. 아이의 끊어지는 음절에 스자쿠는 금방이라도 움직이고 싶은 허릿짓을 참았다. 조금만, 를르슈가 편해지면. 를르슈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나는, 기분 좋아. 스자쿠랑 하고 있으니까. 스자쿠도, 기분 좋아졌으면 좋겠어.”

 

섹스는 그런 거잖아. 

를르슈의 마지막 말에 스자쿠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움직였다. 안을 들쑤시는 열기에 를르슈는 신음도 못 내고 흔들렸다. 허공에서 덜렁거리는 제 다리를 보고 있던 를르슈는 울음 사이로 웃음을 지었다. 어느 한 곳을 찔리면 를르슈의 식어 있던 페니스도 다시 발기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스자쿠가 그곳을 집요하게 괴롭히면, 를르슈는 이젠 정말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로 스자쿠에게 애원했다.

서로가 정말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그것이 를르슈의 첫 섹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