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도련님을 깨우는 일은 긴장으로 가득하다. 를르슈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도련님의 옆에 섰다. 가까이 다가가면 도련님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온몸이 다시 긴장으로 굳어버릴 것 같았다. 이런 걸로 도련님의 기상 시간을 늦게 할 수는 없었다. 를르슈는 긴장으로 굳은 입술을 뻐끔거리면서 도련님을 작게 불렀다.
“스, 스자쿠 도련님….”
“…….”
“도련님….”
작게 부르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았다. 를르슈는 도련님의 귓가에 다시 입술을 갖다대고서 중얼거렸다. 도련님, 일어나세요…. 그러자 도련님은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릴 뿐이었다. 이대로 계속 자게 내버려둔다면 정말 아침 식사 시간에 늦어버릴 것이다. 그러면 또 도련님이 늦었다는 이야기가 주인어른 귀에 들어갈 것이고, 다시 도련님은 혼나고 말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를르슈는 그 방법을 쓰기로 했다. 도련님의 입술에 제 입술을 부비고서, 살짝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넣었다. 도련님처럼 능숙하게 할 수는 없지만, 도련님은 키스로 깨울 때 제일 빨리 잠에서 깼다. 를르슈가 코로 호흡하며 차박차박 혀를 섞는 동안 도련님—스자쿠는 슬쩍 눈을 뜨며 저와의 키스에 집중하고 있는 를르슈를 바라보았다. 미간을 찌푸릴 정도로 키스에 매달리고 있던 를르슈를 감상하며, 이제 지친 를르슈가 스스로 혀를 빼낼 때까지 기다렸다. 떨어져 나간 를르슈의 입술을 다시 붙들면, 를르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스자쿠가 잠에서 깬 것을 안 를르슈는 입술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제 뒤통수를 붙잡고 더 혀를 깊게 섞는 스자쿠 때문에 벗어날 수가 없었다. 놀란 나머지 코로 숨을 들이쉬는 것을 또 잊어서, 스자쿠의 가슴팍을 살짝 밀어내고 스자쿠가 놓아주고 나서야 숨을 겨우 고를 수 있었다.
혀로 다 감지 못한 타액이 뚝뚝 떨어지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짓궂은 도련님의 미소에 를르슈는 무어라 화도 내지 못한 채로 그의 품에 안기는 수밖에 없었다. 좋은 아침, 를르슈. 기분 좋게 속삭이는 도련님은 지금 막 일어난 목소리가 아니었다. 일부러 를르슈를 놀리려고 또 다시 자는 척을 했던 것이다. 그 별 것도 아닌 속상함에 를르슈는 입가를 닦으며 중얼거렸다.
“왜 맨날, 도련님은….”
“이렇게 깨워주는 를르슈가 좋으니까. 를르슈도 키스 기분 좋았지?”
그 말에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도련님의 말대로 키스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 일만 계속 했다가는 도련님은 또 다시 아침 식사에 늦어진다. 를르슈는 그 생각에 입을 다시 열었다.
“아, 아침 식사, 빨리 가셔야 돼요. 안 그러면 또 혼나시니까.”
“아버지한테 혼나면 를르슈가 위로해줄 거지?”
“안 할 거예요. 도련님이 잘못한 거니까요.”
“…정말로?”
어딘가 상처받은 것처럼 유약하게 굴면 를르슈는 당할 수가 없었다. 도련님은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잃고 사람의 체온을 늘 갈구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했다. 저보다 어린 도련님의 그런 속사정을 알고 나서부터 를르슈는 도련님에게 한없이 약해졌다.
정말로, 라는 말에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를르슈가 고개를 젓자 스자쿠는 환하게 웃으면서 를르슈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도련님은 잘못하더라도 지적을 받으면 고치는 사람이니까. 를르슈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말했다.
“제가 위로는 해드리겠지만… 그래도 안 혼나는 게 제일 좋잖아요?”
“뭐… 맨날 혼나는 것보단 낫겠지. 그래, 얼른 준비할게.”
도련님은 오늘따라 얌전하게 를르슈의 말에 따랐다. 깨우는 일만 조금 복잡했을 뿐, 를르슈는 평소보다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스자쿠의 모습에 안도하며, 걸터 앉았던 침대에서 일어났다. 욕실로 들어간 스자쿠의 물소리가 들렸고, 를르슈는 조금 여유로운 손길로 침대를 정리했다. 오늘은 뭔가 술술 풀릴 것 같은 기분인걸. 를르슈는 그런 생각에 콧노래를 불렀다.
도련님은 오전 내내 정말 얌전했다. 평소라면 를르슈의 뒤를 따라와서 이건 뭐야, 저건 왜 하는 거야, 그건 왜— 같은 대화로 를르슈의 일을 방해하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얌전히 서재에 틀어박혀 있었다. 늘상 같이 따라다니는 도련님이 없는 것에 를르슈는 적적했지만, 그런 도련님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또 나쁘지 않았다. 어디까지고 메이드의 뒤를 따라다니는 도련님은 보기 흉하니까.
그런 를르슈가 점심의 간식을 챙겨들고 서재의 문을 두드렸을 때였다. 도련님, 간식이에요.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책에 박고 있던 고개를 들며 해사하게 웃었다.
“를르슈!”
“네, 도련님.”
를르슈는 책상 위에 스자쿠가 좋아하는 쿠키와 주스를 올려두었다. 를르슈, 이리 와. 스자쿠는 제 책상 근처를 가리키며 를르슈를 불렀다.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것처럼 를르슈에게 다가오라고 하는 것에, 를르슈는 망설이지 않고 그의 옆에 붙었다. 스자쿠는 쿠키를 반으로 쪼개 를르슈에게 내밀었다. 도련님이 주는 것에 를르슈는 우물거리며 그것을 먹었다.
“를르슈는 아기 키워 봤어?”
“아기요? 으음, 나이 차이가 있는 동생이라면 있지만.”
“있구나! 있지, 아기는 정말 젖을 가슴으로 먹어?”
“…으음, 대부분은 그렇죠?”
(그래서 대충 마미플 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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