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스자쿠의 위에서 헐벗고 잘도 움직이는 를르슈지만, 그 이전에는 수많은 다사다난함이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 스자쿠는 감회가 새로웠다. 땀에 젖어서 미끈거리는 를르슈의 허벅지를 만지작거리던 스자쿠는 갑자기 그 감회에 젖어버렸다. 갸륵한 것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는 것에, 기승위를 하고 있던 를르슈는 스자쿠의 그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야, 너. 왜 그렇게 쳐다봐?”
“아니, 음…. 를르슈 많이 컸구나 싶어서.”
“뭐?”
스자쿠의 대답에 를르슈는 미간을 찌푸렸다. 잘 하던 중에 분위기를 깰 수 없지. 스자쿠는 제 위에서 움직이던 를르슈를 드러눕히면서 이번엔 제가 위에 올라탔다. 벌렁 눕게 된 를르슈는 제 오금을 붙잡고 벌리는 스자쿠가 깊숙하게 들어오는 것에 흡, 하고 숨을 들이켰다. 를르슈의 신음이 더 터져나오는 것을 기대했지만 를르슈는 아랫입술을 꾹 깨문 채로, 시선은 날카롭게 갈고서 스자쿠를 쳐다보고 있었다.
스자쿠의 대답에 대해서 제대로 된 해명을 듣기 전까진 이 분위기는 녹을 것 같진 않았다. 스자쿠는 허리를 움직이면서 를르슈가 느끼는 부분을 꾹꾹 눌렀다. 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눅눅하게 울렸지만 를르슈의 입술은 다물린 채였다. 지는 것은 결국 스자쿠였다.
“를르슈, 소리 내줘. 내는 게 더 편하잖아?”
“흐…. 내가, 뭐가… 많이 컸는데?”
역시, 그것에 신경 쓰고 있던 것이다. 스자쿠의 말에 오만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둘은 만났던 세월이 길었다. 열 살 때부터 줄곧 같이 붙어와서 결혼하여 서른 하나가 될 때까지의 세월이 있다. 서로 같이 성장했으며 다투기도 많이 하고 그만큼 화해의 시간도 가지기도 했다. 서로가 이렇게 하나로 붙어먹을 때까지의 밤도 많이 보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많이 컸다’는 말을, 그것도 동갑내기 성인 남자에게 할 말로 뭐가 있을까.
를르슈의 성에 차지 않는 대답이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시선에 스자쿠는 애매하게 웃었다. 그냥 어느 순간 떠오른 생각이었고, 갑자기 느껴지는 감회였을 뿐이었다.
“를르슈, 처음 섹스했을 때에는 엄청 울었는데.”
두 사람의 첫 섹스는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졸업식이 끝나고 나서 스자쿠가 어떤 이름도 모르는 여자애한테 교복 두 번째 단추를 줘버린 것에, 를르슈가 화나서 집에 바로 뛰어들어온 것을 달래고 달래다가 그만 섹스를 한 것이었다. 너는 그렇게 남한테 마음대로 줘버리기나 하고, 나한테만 그런 것도 아니면서! 그 이전에도 스자쿠가 를르슈 말고도 사귀어온 여자친구들에 대한 불만이 쌓여있던 때라 를르슈는 결국 화를 크게 내고 말았다. 스자쿠는 그 말이 조금 귀엽게 느껴져 를르슈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럼 를르슈한테만 줄게, 나를. 그리고 두 사람은 스자쿠의 방에서 섹스를 했다. 마지막으로 벗을 중학교 교복을 엉망으로 구겨버린 채로.
그날 섹스하는 동안 를르슈는 처음 느끼는 쾌락과 홀딱 벗겨져서 스자쿠에게 범해지는 수치심 때문에 저녁이 될 쯤에는 열이 나고 말았다. 너무 울어버린 탓에 열이 올랐다. 그때 안절부절 못하며 스자쿠가 병문안을 왔었다.
스자쿠의 그 말에 를르슈는 제 경험을 떠올렸는지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안에 넣고 있던 스자쿠의 것도 한차례 더 부풀어서 내벽의 압박을 높였다. 꾸욱꾸욱 눌러오는 뱃속의 느낌에 를르슈는 흐응, 하고서 신음했다.
“할 때마다 울게 만드는 게 누군데.”
“나지. 내 앞에서만 우는 를르슈 귀여우니까.”
“…이상한 놈.”
안쪽을 깊게, 그리고 를르슈가 느끼는 곳에 입을 맞추는 스자쿠 때문에 를르슈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 벗은 몸으로 스자쿠에게 닿아있는 것은 매번 새로운 감동이었다. 섹스하는 것을 처음엔 부끄럽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마음과 몸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하나의 애정 확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인정하기까지의 시간은 제법 걸렸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이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뺨에 입을 맞추면서 그의 허리에 두른 다리에 힘을 주었다. 를르슈의 다리가 덜렁 움직이는 것에 스자쿠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예전엔 AV만 봐도 울었는데, 를르슈.”
“…대체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
“아니, 그럴 땐 언제고… 지금은 섹스 좋아하는 거 내 취향이야.”
스자쿠는 를르슈의 입술 끝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입술끼리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에 를르슈는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안에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기억의 회상이었나보다. 하지만 스자쿠는 그때의 를르슈를 떠올리면 그것 또한 귀여워서 그답다는 생각을 했다.
“뭐가 또 불만이야?”
“이제 와서 괜한 이야기 하는 거랑… 그리고 섹스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응?”
“그냥 너랑 하는 걸 좋아하는 것 뿐이지.”
를르슈의 솔직한 말에 스자쿠는 이번엔 제가 더 부끄러워졌다.
너랑 하는 걸 좋아하는 것 뿐이지. 너랑 하는 걸 좋아하는 것 뿐이지. 너랑 하는 걸 좋아하는 것 뿐이지.
세 번이나 곱씹어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결정타였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면서 후우, 하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스자쿠의 안쪽을 문지르는 것이 크게 한 번 움직여 박히더니 안쪽에서 벌벌 떨리며 사정하는 것이 느껴지자 를르슈가 낮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스자쿠는 호흡을 고르며 를르슈에게 말했다.
“너 일부러 그랬지?”
“뭘?”
“일부러 그런 말 하는 거. 야한 말.”
“뭐가 야해? 네가 좋다는 게 야한 말인가.”
“네가 말하면 야하다구!”
아, 이렇게 빨리 갈 생각은 없었는데. 스자쿠가 이를 악무는 소리에 를르슈는 여유롭게 웃었다. 그렇게 웃는 것도 지금 뿐이야.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넘긴 스자쿠는 또 금세 발기해서 를르슈의 것과 제 것을 같이 쓸었다. 한 번 사정한 를르슈의 정액으로 질척해진 아랫도리끼리 만져지는 것은 자극적이었다. 그 사이에 를르슈의 구멍 안쪽에서 정액이 흘러나오는 것에 스자쿠가 침을 꿀꺽 삼켰다.
“아… 진짜, 를르슈는 윗입도 아랫입도 야해서 문제야.”
“문제가 아니라 좋은 거겠지.”
“맞아, 너무 좋아.”
를르슈의 아래는 다시 푹 박혀드는 스자쿠의 페니스를 무리없이 삼켰다. 분홍빛의 구멍이 꾸물거리면서 제 것을 삼키는 것을 본 스자쿠는 다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후우…. 숨을 고르면서 천천히 넣었다 빼는 움직임을 반복하던 스자쿠의 모습에 를르슈도 서서히 여유를 잃어갔다. 기세 좋게 매달고 있던 다리가 결국 허공으로 돌면서 스자쿠의 손아귀에서 덜렁거릴 때까지의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