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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2021년 7월 마무리 일기

DOZI 2021.07.28 02:03 read.76 /

술을 혼자서 까버린 밤이다. 벌써 7월 28일이다ㅜ 말도 안돼… 뭘했다고 또 7월이 끝나는 건지 모르겠네. 일 년의 절반이 썩둑 잘려나간 기분이다. 지키겠다고 세운 계획의 절반이 대부분 무산되었고 제대로 지켜진 게 하나도 없다. 내 의지가 부족해서? 욕심이 과해서? 대체 뭐가 문제였는지 곱씹어보면 문제가 되는 것들은 너무 많다. 이대로 아무것도 못할 거 같은 기분이 자꾸 자꾸 든다.

우울한 기분은 한 번 느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요즘은 한껏 기분 좋은 일들만 일어나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올림픽이라서 들떠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 혼자 우중충하게 있고 싶지도 않다. 억지로 나에게 기분 좋은 일들을 시키기도 한다. 갖고 싶지도 않은 것들을 억지로 사게 하거나, 가고 싶지 않은 곳들을 억지로 가게 하거나. 그러면 뭔가 나에게 기분 전환 같은 것이 되니까, 결과적으로 좋은 일들이라고 생각을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매번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나름의 방법도 찾고 있다. 운동을 나름 꾸준히 하고 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링피트도 꼬박꼬박하고 있고… 달리기도 꾸준히, 등산도 갈 수 있을 땐 꼭 가고. 몸을 움직여서 머리에 쌓인 잡된 생각을 비우는 것도 중요하다.

손으로 쓰는 일기와 플래너도 꾸준하게 쓰고 있다. 놓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조금이라도 잡아두기 위한 기록이다.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흔적이 없으면 나는 꼭 금방 그만둘 거고, 포기하게 될 거니까,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내가 세운 계획의 절반은 대부분 X표로 끝이 난다.

계획의 절반은 글쓰기다. 세운 계획의 절반 밖에 글을 쓰지 못한다. 요즘 들어 정말 큰 고민이다. 글을 못 쓰겠어. 예전처럼 막 떠오르지도 않고, 떠오른다고 해도 체력이 안되어서 끝까지 붙어서 쓰기도 힘들고, 나눠서 쓰면 싫증이 쉬이 나버리고. 그래서 글을 쓰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번에 Summer는 플롯대로 다 짜놓고 쓰고 있는데도 한 번 쉬고 나니까 손에 잡히지 않아서 또 쓰는 것이 중단된 상태이다. 이렇게 쓰다 만 글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과연 무슨 글을 완결 지을 수 있는 사람이긴 한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다. 나는 용두사미, 아니 용두사망이다. 책임감도 없고, 글러먹었고, 자기 중심적이고, 이런 자기 혐오를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우울덩어리.

그래도 이런 수렁에 빠지기 전에 내가 이전에 하고 있는 노력들이 나를 붙잡아 준다. 운동하기, 친구들 만나기, 사람들 사이에 섞이기, 멀리 떠나기, 나를 위한 소비. 그러고 나면 한결 나아진다. 이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야. 계획의 절반을 지키지 못한 게 아니라, 계획의 절반을 해낸 거라고. 그렇게 나를 달래듯이 칭찬해주고 다시 할 수 있다고 기합 넣고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다.

7월은 그렇게 버텨왔던 것 같다.

 

7월 10일은 스자쿠의 생일이었다. 작년엔 생일파티를 열어주었는데, 그때 모였던 멤버들의 삼분의 일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른다. 다들 잘 지내시겠지. 계폭하신 분도 계시고, 이제 기어스를 안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입안이 좀 쓰지만 그래도 다들 자기 덕질에 만족하고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괜히 쿨한 척도 해보고…. 솔직히 말하면 디엠창 찾아가서 왜 기어스 안하세요ㅠ 하고서 쾅쾅 두드리고 싶은데…ㅋㅋ 2년 전 쯤이면 쌉가능인데 오늘 해보려고 하니까 너무 기운 빠진다. 

사람들이 떠나는 거야 당연한 이치이다. 언제나 한결 같을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사람과 사람도 쉽게 질리는데, 사람과 장르는 오죽할까. 장르는 심지어 피드백이 오가지 않는 사물의 일종이다. 사람은 나름대로의 리액션이라도 취해주는데. 장르에 대한 애정이 한결 같을 수는 없다. 더 깊어지거나, 더 멀어지거나, 이런 쪽으로 언젠가는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그만두시는 분들께 내가 무슨 자격으로 왜 그만두냐고 물어볼 수 있을까 ㅋㅋ 그냥… 나도 떠나고 싶은 한 사람으로써, 한편으로는 더 재미있게 즐기고 싶은 이율배반적인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으로써, 그냥 이 자연스러운 순리의 이별을 씁쓸하지만 그냥 보내는 수밖에 없는거지.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속이 좀 시원하다. 같이 재미있게 보냈던 시간과 그 추억들을 반추하면서 다들 즐겁게 지내고 있기를, 언젠가 만날 때에도 즐거운 사람으로 서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니 무슨 이야기 하다가 이렇게 구질구질해졌지? 아 스자쿠 생일.

스자쿠 생일에는 쓰다만 글을 올렸다. 쓰다만 글… ㅋ 지겹다ㅋ 저거 결말도 정해져있는데 대체 언제 올리지… 이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스자쿠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도 벌써 3번째? 인 것 같다. (기어스 입덕은 2018년 10월 11일이니까)ㅋㅋㅋ 후… 해바라기의 남자 스자쿠의 연성이 쏟아지는거 보고서 너무 행복했다. 스자쿠가 행복하게 웃으면서 를르슈를 꼭 끌어안고서 축하받는 날이었길~! 

 

그리고 이틀 뒤에 내 생일이었다.

많은 트친들이 축하해주셔서 기뻤다. 코로나 때문에 만날 수 없는 친구들과도 많이 연락하고, 연락이 뜸했던 친척들도 생일을 챙겨줘서 우와~?! 했다.

 

그리고 사흘 뒤에 할아버지 생신이었다.

급하게 시골로 내려가서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해드렸다. 이제 100살이 넘으신 할아버지는 여전히 정정하시고, 오랜만에 본 나를 너무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그동안 못 찾아뵌 것이 죄송했다. 할머니는 연락도 없이 찾아왔다고 하면서 그래도 만나니 좋다고 안아주셨다. 가족들끼리 술에 떡이 될 때까지 술파티를 하고 나서 겨우 잤다. 

 

그리고 사흘 뒤에 아버지 생신이었다.

케이크 비싼 거 한 판 맞춰놓고 나서 옹기종기 모여서 먹는데 맛있었다. 아버지 생신인데 남동생1이 첫 소개팅을 나가는 날이라 생일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빠가 아버지보다 여자냐고 하면서 엄청 비아냥댔지만… 남동생1은 자기한테 관심 가져주는 그 여자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나도 걔가 잘 됐으면 좋겠다ㅋㅋㅋ

 

그렇게 난리법석의 7월 생일파티 릴레이를 끝마치고 나니까 워크샵 신청이 머지 않았다. 

해야할 일도 많다. 출간해야하는 작품도 있어서 그거에 집중하느라 Summer도, 커미션도 중지되었다. 돈도 벌어야한다. 이래저래 할 일이 너무 많다… 

8월은 바짝 벌고, 9월에는 있는 힘껏 달리고, 10월에는 페이스를 잃지 않고, 11월엔 스퍼트를, 12월엔 마무리를 짓고 나면 이제 한 학기가, 일 년이 지나는 것이다.

 

바쁜 와중에도 스자루루는 꼭 하고 싶다.

스자루루, 하니까 생각난 건데. 7월에는 <아리에스의 호위>를 찾아주신 분이 계셨다. 정말 오래전에 쓴 글이라서, 2019년? 정도였을 것이다. 아직까지 기억해주시고 있다는 게 너무 기뻤고 감사했다. 딱 한 권 남은 책을 기꺼이 드리고 싶었고, 그대로 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 작품을 썼다는 게 뿌듯했다.

근데 문제는 <아리에스의 호위>가 이제 나한테 없어서, 한 권 정도 다시 뽑아야할 거 같은데 한 권만 뽑을 수 있나… 고민이 된다. 프린트매니아가 최소 4권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 이번에 Summer책 통판하면서 한 권만 되냐고 물어봐야지. 안되면 그냥 4권 다 끌어안고 살아야지…ㅋㅋ ㅠ 

Summer는 2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의 전연령가, 혹은 19세 미만 구독불가의 소설 회지가 될 것이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서 준비된 소재도 나름 있고 그런데 우선 홈페이지에 연재분을 다 올리고 나서 재록본 형식으로 묶어낼 생각이다… 라고 계획은 있지만 8월에 할 수 있을까. ㅎㅎ; 8월에 일이 너무 많아ㅠㅠ 그래도 도전한다. 만약 보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웹박수를 쳐주십시오…

 

말 나온김에 웹박수와 페잉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고 싶다.

페잉은 바로바로 메일 알림이 와서 답장하기가 빠르다는 점에서 편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받은 페잉도 사라지고 만다. (페잉은 6개월 이상 된 질문글은 삭제가 됩니다) 웹박수는 내가 달마다 일기 쓰면서 꼬박꼬박 저장해두니까… 사라질 염려는 없지만 솔직히 웹박수에 글 남겨주시는 분도 몇 없고, 박수를 치러 와주시는 분들도 드물다. 웹박수라는 개념 자체가 이젠 예전 같지 않으니까 그런 걸까… 

그래서 웹박수를 지우고 페잉만 남겨둘까 하다가ㅋㅋㅋ ㅠ 페잉도 맨날 들어오는 게 아니고, 웹박수는 가끔씩 박수 쳐주시는 분들의 흔적만으로도 난 응원이 되니까~! 하는 마음으로 둘 다 남기기로 했다. 그런고로, 심심하시면 웹박도 페잉도 편하게 남겨주십쇼 ^^!! 

 

이번달 일기는 여기서 끝.

당분간은 마감노예로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