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가끔 이상한 표정을 짓는 거 알아, 스자쿠?”
“…이상한 표정?”
“좀, 너 답지 않게… 생각에 빠진 모습이라고 해야하나.”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뭐야, 나도 생각은 하고 사는데? 스자쿠의 투정에 를르슈는 키득거리면서 눈앞의 커피를 홀짝거렸다. 여름 더위가 가시고, 가을 바람이 선선해진 날의 카페는 사람이 드문드문 한적했다.
“스자쿠 주제에 가을이라도 타는 건가?”
“내 주제는 또 뭐야….”
“단순한 녀석이 그렇게 심란한 얼굴 하고 있으면 좀 웃기거든.”
그래서,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를르슈의 묻는 말에 스자쿠는 고개를 저었다.
“고민은 없어.”
“내년에 수험인데 고민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
“목표가 확실하니까. 를르슈랑 같은 대학.”
“오, 그거야말로 네 주제에—아닌가?”
“내 를르슈 선생님은 확실하게 보내줄 거야.”
스자쿠는 꾸덕한 치즈케이크의 단면을 잘라내며 한입 먹었다. 달달하게 퍼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를르슈가 고른 케이크는 대체로 성공적이다. 겉은 살짝 태우고, 안은 꾸덕하고. 기분 좋게 디저트를 먹는 스자쿠의 모습에 를르슈는 자기 몫의 포크를 들었다.
“그 를르슈 선생님은 브리타니아로 갈 생각이다만.”
“브, 브리타니아?!”
“뭐…. 원래 그쪽 사람이잖아, 나.”
“그렇지만 계속 일본에 있는 거 아니었어?”
“집안일도 있고. 한번 쯤은 브리타니아에서 살아보고 싶기도 하거든.”
를르슈의 입술에서 떨어지는 말에 스자쿠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를르슈가 브리타니아로 간다고? 장거리 연애? 그런 게 가능해? 스자쿠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컨텐츠에서 보았던 장거리 연애의 불만과 그 이별의 후일담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니까 너도 브리타니아로 따라와.”
“…나 데려가주는 거야?!”
“그래. 넌 바보지만 멍청이는 아니니까.”
“음, 바보랑 멍청이는 같은 말 아니야?”
스자쿠의 바로 묻는 말에 를르슈는 쿡쿡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이런 점에서는 정말 바보다, 너. 스자쿠를 비웃는 듯한 말에 스자쿠는 표정을 찌푸렸지만, 를르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무튼 나에게는 작전이 있으니까, 너는 그대로 따라오면 돼. 확신에 찬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연하지, 우리 둘이라면 못 해낼 게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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