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을 앞둔 캠퍼스는 고요했다. 그 전까지 축제니 뭐니 하면서 들떠있었던 분위기는 중간고사 앞에서 모두 차분해졌다. 축제를 좋아하는 미레이 덕분에 신나게 휘둘렸던 스자쿠와 를르슈에게는 모처럼의 평화였다.
그렇지만 평화를 즐기기에는 시험이라는 산은 꽤나 높았고, 평소 를르슈를 믿고 공부하지 않는 스자쿠와 평소 ‘미래의 나’를 믿고 공부하지 않는 를르슈에게는 그 대가가 꽤나 컸다. 그 결과, 일주일 후의 중간고사를 위해서 며칠 동안 도서관에서 밤샘을 하고 있었다. 스자쿠는 운동부의 동아리 활동을 쉬고 있을 정도로 절박하게 매달렸고, 를르슈 역시 사랑하는 동생들과의 만남을 뒤로 한 채로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였을 때였다.
금요일 오후 강의는 저녁 7시에 끝이 났다. 교수의 늘어지는 설명과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 사이로 스자쿠와 를르슈는 모처럼 같이 들을 수 있는 교양이 꽤나 피곤한 탓에 지친 눈으로 인사를 하고 마쳤다. 그럼 수업은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런 인사들 사이에서 스자쿠가 제일 먼저 책상 위로 엎어졌다. 금요일 저녁을 불태우러 가는 학우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를르슈도 한숨을 내쉬었다.
“이 수업도 다음주에 시험이지?”
“아아, 아마 오늘 배운 랑시에르까지다.”
“뭐라는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미학은 대체 뭘까?”
“그러게….”
를르슈 역시 예술이라고 하면 이복형제 중에 유달리 미술에 뛰어난 클로비스를 떠올리는 것 밖에 못했다. 를르슈보다 못하면 못했지 잘하지는 않는 스자쿠 역시 오늘 보았던 프린트물을 살피면서 혀를 내둘렀다. 를르슈의 기계적인 필기들이 빼곡한 것과 비교되게, 스자쿠의 것은 깨끗하기 그지 없었다.
“나 분명 안 졸았는데.”
“알아.”
“근데 왜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
“나도 그래.”
“거짓말, 다 적어놨으면서.”
“프로이트 이야기로 빠지면서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
“에, 오늘 프로이트 이야기도 했어?”
“응. 수업과 무관했지.”
스자쿠는 책상 위로 퍽, 하고 엎어졌다. 남은 학우들이 몇 남지 않았고, 교수 역시 짐을 챙겨 나갈 때였다. 뒷정리를 하던 조교가 스자쿠와 를르슈 쪽을 보면서 남아있을 거냐고 말했다. 를르슈는 손목시계를 보고서는 ‘금방 나갈게요.’ 라고 말하면서 스자쿠의 옆에 다시 앉았다.
“다시 도서관으로 가야겠지. 이게 사는 걸까, 를르슈?”
“이제껏 논 것도 죄라면 죄겠지. 하, 집에 가고 싶다.”
“가고는 있잖아. 샤워도 맨날 하고 있고.”
“그래, 정확히 말하면 로로와 나나리랑 같이 모여서 차 한 잔 하고 다같이 보드게임이나 했으면 좋겠군.”
“그거 참 평화롭고 좋네….”
나도 그 보드게임 껴줄래? 그러던가. 스자쿠와 를르슈는 킬킬거리면서 서로 속삭였다. 조교까지 나가고 문디 닫히고 나면 텅 빈 강의실에서는 스자쿠와 를르슈 뿐이었다. 바깥은 어둠이 어둑하게 내린지 오래였고, 환한 강의실은 불빛만 봐도 피곤했다.
제 옆에 앉아서 창문 밖의 돌아가는 학우들을 부럽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를르슈의 모습이 꽤나 예쁜 것에, 스자쿠는 입맛을 다셨다. 새삼 예쁘네. 하얀 피부와 검은색 머리카락의 콘트라스트는 물론이고 그 사이를 채우는 보라색 눈동자가 무엇보다도 반칙이다. 고양이 같은 눈매가 저를 향할 때면 부드럽게 휘어지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내리깔 때의 속눈썹이 만드는 그림자도 사람을 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뭘 그렇게 봐?”
“아니, 새삼 를르슈가 좋아져서.”
“…….”
그러자 이번엔 를르슈가 스자쿠를 빤히 쳐다보았다. 를르슈 역시 스자쿠의 얼굴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었다. 커다란 녹색의 눈동자가 저를 향하고 있을 때면, 그 눈에 저만이 온전히 비쳐있을 때의 충족감은 말할 수 없이 기뻤다. 늘 애교를 부리듯이 저에게 기대어 오는 듯한 표정이 가끔은 제멋대로의 욕망을 내비치기라도 하면 를르슈는 어떻게 해볼 틈도 없이 늘 함락당했다. 자신이 요구되는 일에 대해서는 나쁘거나 싫다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흥분되는 일이었다.
“무슨 생각해, 를르슈?”
“아무 생각도 안 하는데.”
“내 얼굴 보고 있잖아!”
“아아, 그래. 내 취향이군.”
“으음… 그런 게 아니잖아. 아무튼 취향이라고 하니까 고맙기는 한데.”
스자쿠는 를르슈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중얼거렸다. 사락거리면서 흩어지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느낌에 스자쿠의 눈매는 가늘어졌다. 자신의 귓바퀴를 만지작거리면서 머리카락의 느낌을 즐기고 있는 스자쿠의 손길이 어딘가 야하게 느껴져서, 를르슈는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야한 느낌은 나만의 착각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과 동시에 간질간질한 느낌이 귓가를 계속 맴돌고 있었다.
“를르슈 귀 빨개졌다.”
“네, 네가 만지니까.”
“그냥 만지는 거 뿐인데도?”
“…너 말이야.”
를르슈는 자신의 머리카락과 귀를 만지작거리는 스자쿠의 손을 잡아채며 그를 노려보았다. 어딘가 수치로 붉어진 를르슈의 시선을 마주하고 있으면 스자쿠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오랜만에 만져지니까, 좀 흥분된단 말이야.”
“오, 를르슈 답지 않네. 솔직한 답변.”
“어차피 할 거 아니면 만지지 마. 시험 끝날 때까지 참아.”
“아… 그래야겠지만…….”
스자쿠를 떼어낸 를르슈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스자쿠는 그의 눈치를 살폈다. 를르슈는 깊게 심호흡을 하면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고, 그 모습이 꼭 정신통일이라도 하는 모양 같아서 스자쿠는 우스웠다. 솔직하게 말해놓고서, 여기까지 다 했는데도 여전히 그 싸인을 잡을 줄 모르는 그 모습이 를르슈다웠다. 돌아가려는 를르슈를 따라서 짐을 챙기던 스자쿠는 여전히 를르슈의 얼굴이 은은하게 달아오른 것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를르슈, 어차피 할 거였다면 어떡할래?”
“뭘?”
“뭐겠어, 섹스지.”
“……지금 당장 러브호텔이라도 가자고?”
“뭐… 그러면 좋겠지만, 여기도 좋잖아?”
무슨 말이야, 라는 말을 하려는 를르슈의 입술을 삼킨 것은 순간의 타이밍이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허리를 붙잡고, 그의 뒤통수를 붙잡고서 깊게 혀를 묻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넣고 그 안에 숨어 있던 를르슈의 혀와 함께 뒤섞여 그의 타액을 홀짝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혀를 혀대로 섞고, 그 밑의 몸까지 만지작거렸다. 를르슈가 입고 있던 셔츠를 마구 더듬으며, 그 밑에 있을 유두를 찾아 일부러 손끝을 세우면, 흥분으로 달아오른 를르슈의 몸은 솔직하게 반응했다. 다른 손으로 허벅지를 더듬고 그 다리 사이를 파고들면 를르슈는 흐읏,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을 떼어냈다. 키스 한 번에 순진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를르슈의 반응은 파격적이었다.
“스자쿠, 여기, 사람들….”
“으응, 어차피 우리가 마지막 수업이었으니까 아무도 안 들어와.”
“그래도, 누가, 들어오면.”
“소리 안 내면 되지 않을까….”
“뭐야, 그런 적당한 말은…!”
를르슈의 버클을 풀어내리고 속옷을 내려 그의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성기를 한 손에 감은 스자쿠는 키득거렸다. 민감한 부위가 만져지자마자 드는 쾌락에 를르슈는 하악거리면서 몸을 덜덜 떨었다. 조금만 더 하면 갈 것 같기도 하고…. 를르슈의 몸에 대해서는 어쩌면 본인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스자쿠는, 를르슈의 귀두 끝을 살살 만지작거리면서 그의 입술에 다시 짧게 키스를 했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에 맞닿는 느낌은 축축하면서도 부드러워서 더 맛보고 싶었다.
“문, 이라도 잠그면.”
“안 돼, 떨어지기 싫어. 그리고 를르슈의 여기도 떨어지면 안 돼, 라고 하고 있잖아.”
“말이 되는 소리를…! 아, 응, 만, 만지지 마, 아, 지금, 지금, 만지면, 응, 아, 아!”
“봐, 이렇게 소리 내면서.”
를르슈의 쿠퍼액으로 젖어가는 페니스 끝에서 나는 소리를 부러 크게 내며 흔들어대면, 를르슈는 허리를 비틀면서 스자쿠의 가슴팍에 매달렸다. 음경을 훑고 고환 아래까지 부드럽게 감싸면서 살짝 쥐어주면 를르슈는 금방 사정했다. 한 손을 가득 적시는 정액은 그간 를르슈가 오랫동안 참아온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하, 아으, 읏, 스, 스자쿠….”
“응, 이제 내 차례.”
“여, 기서 넣으려고…?!”
“이 정도면 젤도 필요 없을 거 같은데…. 아니면 입으로 해줄까?”
“싫어!”
“뭐가 싫어, 입으로 하는 게?”
“어느 쪽도 싫어, 이런 데서 섹스하고 싶지 않아.”
“이미 자기는 갔으니까 됐다 이거야?”
스자쿠는 를르슈의 손을 붙잡아 발기한 제 바지 사이를 만지게 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그 느낌과 손 안에서 커지는 그 볼륨감에 를르슈가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을 스자쿠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가까워진 를르슈의 귓가에 속삭였다.
“너 혼자만 가고, 치사하게. 나도 를르슈처럼 기분 좋아지고 싶은데.”
“소, 손으로 해줄게. 넣는 건, 조금.”
“싫어.”
“그럼 입으로… 입으로 할 테니까.”
“안에 넣게 해줘.”
를르슈는 스자쿠의 애원에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간청하는데도 를르슈가 고개를 젓는 것이 의아해서, 스자쿠는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것처럼 말했다. 를르슈도 지금 하고 싶잖아, 지금 여기서 손으로 하든, 입으로 하든, 그건 다 넣는 것보다 별로인 거 알면서. 스자쿠의 노골적인 말에 를르슈는 입술을 깨물고서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지, 지금 스자쿠 꺼 넣으면… 엄청 커서, 찌, 찢어질까봐.”
“잘 풀어줄게.”
“너 엄청 참았잖아. 못 할 거야. 진짜로, 몸이 터질 지도 몰라.”
“그럴 리가 없잖아, 를르슈. 잘 할테니까, 응?”
정액으로 흠뻑 젖은 손을 다시 페니스로 가게 하면, 를르슈의 누그러진 페니스가 다시 힘을 되찾고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스자쿠는 를르슈를 책상 쪽으로 밀었다. 를르슈는 뻣뻣하게 몸을 굳히고 버텼지만, 스자쿠의 힘에는 당해내는 수가 없었다. 반항하듯 구는 를르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반항 사유가 귀여웠다. 엄청 커서 찢어질까봐, 라니. 를르슈는 이런 구석에서 의외로 겁쟁이인 것이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몸을 뒤집으면서, 깨끗한 손으로 그의 셔츠 단추를 풀고 드러나는 하얀 가슴팍의 유두를 만지작거렸다. 페니스와 유두가 동시에 만져지는 것에 를르슈는 책상에 몸을 기댄 채로 몸을 움츠렸다.
“스자쿠, 넣지 마, 응? 넣지 마아….”
“잘 풀어줄게. 를르슈는 지금처럼 느끼기만 하면 되니까.”
“으, 싫어, 아, 아플 거 같아.”
를르슈의 바지를 아예 내려버린 스자쿠 때문에, 를르슈는 제 드러난 몸에 닿는 한기에 신음했다. 스자쿠의 정액으로 젖은 손이 엉덩이 사이를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두 사람 치고는 꽤 오랫동안 섹스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물린 구멍은 정액으로 젖었다 할지라도 로션과 다른 점성으로 푸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았다. 를르슈는 좀처럼 빠지지 않는 힘에 불안하면서도, 스자쿠의 손가락이 안을 더 넓히며 들어오는 것에 고개를 저었다.
“아, 스자쿠, 안, 안 되겠어.”
“오랜만이라 그런가….”
입으로 할 테니까, 라는 소리가 다시 한 번 나오려고 할 때였다. 를르슈는 제 구멍을 덧그리는 혀의 느낌에 책상을 붙든 손에 힘을 잔뜩 주었다. 스자쿠의 혀가 제 뒤를 핥고 있다는 생각에 를르슈는 눈물이 차올랐다. 다른 건 몰라도 스자쿠가 혀로 푸는 건 싫었다.
“시, 싫어, 더, 러운데…. 스자쿠, 더, 러우니까아…!”
“안 더러워. 그리고 이렇게 하니까, 더 낫지?”
“하아, 응, 으응! 으으응…!”
엉덩이를 두 손으로 벌려서 더 안쪽을 파고드는 스자쿠의 혀가, 내벽까지 핥는 감각에 를르슈는 허리를 떨어댔다. 정액과 타액, 그리고 를르슈의 맛이 느껴지는 것에 스자쿠는 손가락을 하나둘씩 밀어넣으면서 만족스럽게 웃었다. 안 해본 것도 아닌데, 를르슈는 이럴 때마다 늘 신선한 반응이었다. 더럽다고, 싫다고 말하면서 를르슈의 페니스는 이미 한계치까지 서있었다. 정액과 쿠퍼액의 방울이 맺히면서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으으, 응, 아! 스자쿠, 스자, 쿠! 아, 안에, 안에….”
“더 깊게 박아줄까?”
“하으, 깊, 깊게 박으면, 으, 아, 아!”
“손가락으로는 여기까지인데. 더 박아줄까?”
손가락으로 들쑤셔지면서 페니스 끝을 둥글게 만져지고 있으면 를르슈는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다. 엉덩이 사이는 이미 질척하게 젖어 있는 것이 느껴졌고, 완전히 풀린 구멍은 벌써 세 개의 손가락을 삼키고 있었다. 가장 긴 중지가 느끼는 곳을 마구 긁어대며 흥분을 유도하는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무언가가 부족했다. 를르슈는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다물리지 않는 턱을 타고 흐르는 타액이 책상 위를 적시는 것을 바라보았다. 지금 강의실에서, 문도 잠그지 않은 채로, 섹스를…. 그 생각을 하고 나니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그런 와중에도 더 박아달라고 말하고 싶은 부끄러운 쾌락이 를르슈를 뒤흔들었다.
“를르슈, 내 자지로 박아줄까?”
스자쿠는 일부러 그런 말을 했다. 자기 스스로도 한계일 거면서, 일부러 를르슈에게 선택지를 주는 척을 한다. 자기가 원하는 말을 하길 바라는 스자쿠의 이기적인 모습에 를르슈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언제든지 다정한 남자친구지만, 단둘이서 있을 때만큼은 이런 점이 짓궃었다.
“너, 넣어.”
“뭐를?”
“스자쿠….”
“응.”
“스자쿠, 자지… 넣어줘.”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의 바지춤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엉덩이골 사이로 뜨거운 것이 닿아왔다. 스자쿠의 성기라는 생각을 하자, 를르슈는 훌쩍거리는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흥분으로 달궈진 그의 페니스가, 이젠 성기가 다 되어 벌름거리고 있는 구멍 사이에 넣어지길 원하고 있었다. 얼른, 얼른… 그렇게 야한 말도, 스자쿠가 원하는 것이니 다 했으니까. 를르슈는 소리 없이 애원하며 스자쿠 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쳐다보면 안 돼, 를르슈.”
“너, 넣어달라고, 했잖아…!”
스자쿠의 페니스가 엉덩이골만 훑고 있는 것에, 를르슈는 그를 재촉하듯 허리를 흔들었다. 스자쿠 역시 사정을 참고 있는지라 쿠퍼액으로 점철된 성기 끝이 미끈거렸다. 그의 단단한 것이 안쪽을 파고들 때의 감각을 떠올리면 를르슈는 견딜 수가 없어졌다. 얼른, 넣어줘…! 이내 참지 못하고, 스자쿠 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제 손으로 구멍을 벌리는 흥정까지 하게 되었다.
“찢어질 지도 모르는데? 몸이 터질 것 같다며.”
“사, 상관 없으니까, 얼른 자지 줘…!”
“야하네, 를르슈.”
그렇지만 솔직하게 말해줬으니까, 라는 말과 함께 스자쿠는 자신을 밀어넣었다. 를르슈는 자신의 내벽이 스자쿠의 것을 꽉꽉 조이면서 그의 모든 것을 삼키려는 그 욕망에 부끄러워졌다. 하얀 몸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르는 것에 스자쿠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보이지 않는 얼굴을 돌려 키스를 했다. 갑자기 넣었지만 혀와 손가락으로 잘 풀린 구멍은 찢어지지도 않았고, 그렇게 큰 무리도 하지 않은 듯 했다.
를르슈는 가득 채워지는 충족감에 헐떡거리면서, 입술이 떨어지자 삼키지 못한 타액을 줄줄 흘리면서 훌쩍거렸다. 자신의 정액으로 더러워진 스자쿠의 손이 가슴팍 끝의 유두를 꼬집고 문지르는 것이 느껴지고, 방금 전의 삽입으로 또 한 차례 사정한 자신의 페니스가 보였다. 그렇지만 기분이 너무 좋아서 모든 것이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는 침대도 아니고, 책상에 기대서, 누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강의실인데. 를르슈는 누군가에게 들킬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으로 뒤를 꽉 조였다. 죄여오는 압박에 스자쿠는 를르슈의 뒷목에 혀를 기며 물었다.
“왜 또 조여, 를르슈. 내 자지 줬는데, 모자라?”
“아, 으, 그런 말, 하지 마…!”
“솔직하게 말하면 더 기분 좋게 해줄게.”
“더, 기분 좋게?”
를르슈는 눈물에 젖은 눈을 들어올리더니 곧 자기 팔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입밖으로 내기엔 부끄러웠지만, 기분이 더 좋아진다고 하면 그 거래에 응하고 싶어진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단 한 순간이라도 흔들렸다는 것에 를르슈가 입을 다물려고 하자, 스자쿠는 그를 재촉하듯이 타액으로 젖은 손끝으로 유두를 튕기고 페니스를 감싼 손에 힘을 주었다. 예민한 부분들이 애무되는 것에 를르슈는 울먹거렸다. 결국 그는 사실을 토로하는 수밖에 없었다.
“누, 누가 들어오면… 응, 어떡해, 스자쿠….”
“걱정한 거 맞아? 걱정이 된 건데 왜 느꼈어?”
“아, 안 느꼈…!”
를르슈는 자신이 말하는 것과 동시에 스자쿠의 피스톤질이 점점 격해지는 것을 느꼈다. 앞뒤로 흔들리고 있는 몸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책상을 붙잡고서 덜덜 떨리는 몸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흐응, 응, 아앙! 아! 우읏, 흐으으… 아, 아, 아! 아! 를르슈의 소리가 커지려고 하자 스자쿠의 손이 입을 틀어 막았다. 제 입 안을 가득 들어찬 스자쿠의 손가락을 물고 있으면서, 를르슈는 울면서 신음을 참는 수밖에 없었다.
“아, 오랜만에 하니까, 되게 좋다, 를르슈.”
“우응, 응, 으읏…!”
“더 안까지 넣어볼까? 여기도 오랜만이지?”
“아, 안 돼, 아, 으응! 거기, 안, 돼…!”
스자쿠가 뱃속 깊은 곳을 쿡쿡 찌르는 것에 를르슈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었다. 안 돼, 안 돼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그 눈빛은 절박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아랫배를 감싸면서 더 안으로 치받기 시작했다. 철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살갗끼리 닿는 마찰음이 더욱 크게 울렸다. 를르슈는 제 안을 뚫고 더 들어차는 스자쿠의 페니스가 그곳을 여는 것에 눈을 부릅 떴다.
결장까지 닿은 페니스가 단숨에 그 끝까지 들이박는 것에 를르슈는 신음도, 숨도 내쉬지 못한 채로 책상을 붙들고서 달달 떨었다. 부릅 뜬 눈과 함께 하얗게 번지는 시야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물이 떨어지는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아서 무서웠다. 느껴지는 것은 오로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스자쿠의 체온, 를르슈의 귓바퀴를 물고 있는 스자쿠의 입술 같은 것이 고작이었다. 하으, 으… 으응…! 짐승 같이 앓는 소리를 내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가장 깊은 곳까지 넣었을 때 를르슈의 반응은 격렬했다. 페니스를 잔뜩 압박하는 내벽의 조임에 금방이라도 갈 것 같았다. 결장 안팎을 서서히 들쑤시면 를르슈는 히끅거리면서 책상을 붙잡았던 손이 힘없이 흔들리게 되었다. 를르슈의 다리 사이에는 투명한 액체의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분수를 뿜으며 체액을 질질 흘린 를르슈의 페니스 끝은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분홍색의 성기가 있는 힘껏 분수를 내뿜었다고 생각하면 스자쿠는 그것마저도 사랑스러웠다.
“그래도 나, 아직 한 번도 안 갔으니까… 조금만 더 하자?”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의 초점 없는 눈이 깜빡거렸다. 를르슈의 허리를 붙잡고 흔드는 스자쿠의 몸짓은 방금 전보다 부드러워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정신이 아닌 를르슈에게 그것이 다행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흔들리는 몸, 머리를 뚫고 지나가는 듯한 쾌락, 계속해서 위로 몰려나는 그 느낌에 를르슈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스자쿠가 조심스럽게 혀를 섞어서 호흡을 나눠주듯 입을 맞추는 것에, 를르슈는 훌쩍거리면서 겨우 그의 쪽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 키스가 끝난 사이에 제 뒤를 적시는 느낌에, 그제서야 스자쿠가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족스럽게 웃는 스자쿠의 모습에 를르슈는 밉다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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