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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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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데이 after 2022

DOZI 2022.05.30 01:29 read.147 /

지나간 5월 23일은 키스데이였던 모양이다. 그것을 이제 와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남자 넷이서 모여 칙칙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진절머리가 나서 그랬기 때문이었다. 구질구질한 직장 이야기는 관두고 좀 활기찬 이야기 좀 하자고, 리발이 꺼낸 화두였다. 

이야기는 왜 5월 23일이 키스데이인지부터 시작했다가,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그런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할 때 첫키스의 이야기가 나왔다. 어디까지가 노 카운트고 어디까지가 진짜 키스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분분했다.

 

“그러니까, 초등학생 때 사귀는 연애는 노 카운트잖아. 그럼 키스도 어렸을 때 하는 건 노 카운트지.”

“리발이 말하는 키스의 정의가 뭔데?”

“당연히 혀를 넣었냐 마느냐의 문제 아니야?!”

 

이런 이야기에 좀처럼 끼지 않던 를르슈는 흥미로운 듯이 리발에게 물었다. 리발은 당연히 ‘혀의 삽입 유무’라고 말하면서 그것이 아니라면 키스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술끼리 맞닿는 건 키스가 아니야? 굳이 혀를 넣어야만 해? 접촉하다는 의미만 있으면 키스는 성립하는 거 아닌가?”

 

를르슈는 술에 젖은 입술을 티슈로 닦으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키스란 어디까지가 키스인가? 그 이야기가 나름 심도 있는 듯 했지만, 이 이야기에 의외로 시큰둥한 인물이 있었다.

스자쿠는 지금 이 네 명의 남자들 사이에서 가장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 넷 중에 얼굴이 제일 붉고 약간의 고개를 꾸벅이는 감이 없잖아 있는 상태에서, 그는 이 화제가 달갑지 않은 것을 눈에 띄게 드러냈다. 

 

“를르슈, 혀 넣어서 키스 안 해봤어?”

“안 해봤을 리가 없잖아.”

“그래? 누구랑 해봤어?”

“그걸 왜 너한테 말해야 하지?”

“뭐야, 째째하게 그런 것도 말 못해?”

“째째한 게 아니라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뭐로 보고 그런 말을 해?”

 

를르슈의 당연한 반격에 스자쿠는 으응, 하고 테이블 위로 머리를 박았다. 제법 큰 소리가 나는 것에 옆에 있던 리발이 당황하며 스자쿠의 이마를 살폈다. 갠차나. 스자쿠는 리발의 손을 치우며 말했다. 뇌세포는 안 괜찮을 걸, 하고 를르슈가 비웃듯이 말했다.

 

“너도 참 취한 사람한테 야박하다, 그 정도 말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잘생긴 남자는 이렇게 막 대하는 것도 자기가 인기 많은 걸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 거지?! 정말 싫다, 미남, 미남, 미남은 망했으면 좋겠네!”

“리발이야말로 친구한테 야박한 소리를 하는구나….”

“지노도 미남! 망했으면!”

“갑자기 칭찬? 감사합니다.”

 

지노가 큰 소리로 웃는 것에 리발은 질린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옆자리에 있던 스자쿠는 리발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나는?”

“엉?”

“나는 미남 아니야?”

“…스자쿠도 훌륭한 미남이지. 됐어?”

“응. 고마워.”

“스자쿠는 리발 같이 훌륭한 우정을 가진 친구가 있어서 좋겠군.”

“그거 참 위로가 되네요, 람페르지 군.”

 

그대로 리발의 어깨에 쓰러져 버린 스자쿠를 보고서 셋은 낄낄대며 웃었다. 

그러니까, 왜 저렇게 마셨대? 모르지. 스자쿠도 연애가 순탄치 않나봐. 지난 번에 사귀었던 여자는? 아, 그 헬스 클럽에서 만났다는 여자? 그 사람이랑은 헤어진지 벌써 반 년이 넘었을걸. 그럼 지금 만나는 여자는?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이라던데. 아니, 그 대학생은 그냥 스자쿠를 좋아한 거고, 스자쿠가 지금 사귀는 사람은 같은 회사 사람인데… 뭐, 문제가 있다면.

 

“이혼녀라는 거?”

“뭐어… 유부녀가 아닌 이상 괜찮지 않을까?”

“근데 스자쿠는 결혼할 생각이 없는데 그쪽은 빨리 합치자고 하는 모양이야.”

“약간의 구속계열이군. 스자쿠도 임자를 만난 거지.”

“그런걸까?”

“그나저나 를르슈는 스자쿠에 대해서 정말 잘 아네….”

“아직까지도 서로 이웃에 살고 있으니까.”

 

를르슈는 빈 잔을 까딱이며 흔들었다. 때마침 모두의 술잔이 다 비어 있었다. 스자쿠 거만 빼고서 한 잔씩 하자고. 를르슈의 결론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쓰러져 있던 스자쿠가 비실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있는 맥주를 원샷으로 때려넣더니 잔을 흔들었다.

 

“나도.”

“너 지금 엄청 취했어, 스자쿠.”

“알아. 그러니까 더 취해야 해.”

“뭐라는 거야? 쉬어.”

“싫어. 취할 거야.”

“안 된다니까.”

 

옥신각신하는 스자쿠와 를르슈를 보고서 결국 보다 못한 지노가 스자쿠의 잔을 빼앗았다.

 

“선배 말이 맞아, 스자쿠는 좀 쉬어야 해. 억지로 취하지 않아도 이미 취할 대로 취했는데, 뭘.”

“지노까지…! 내 편은 없어, 내 편은…!”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선배도 너무 매정하게 말하지 말고요. 스자쿠, 무슨 일 있었어?”

 

이전의 술자리에서도 스자쿠는 대뜸 술잔만 비우면서 안주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오늘은 떠들면서 먹을 기분이 아닌가 보지, 하고서 남은 셋은 서로의 이야기를 할 뿐이었던 게 문제였을까. 하지만 스자쿠한테 뭔가를 물어보면 조금 낮은 텐션이긴 했지만 그럭저럭 이야기도 잘 따라왔었다.

하지만 술자리가 이어지고 이어질수록, 스자쿠는 말없이 술만 마시면서 휘청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잔을 빼앗긴 스자쿠는 옆자리의 리발에게 몸을 기대면서 훌쩍거렸다. 결국 그제서야, 모두 중에 지노가 대표로 스자쿠에게 ‘무슨 일’을 물어봤다.

 

“키스를… 키스를 했어.”

“응.”

“키스를… 했다구!”

“그래.”

“키스!”

“알겠으니까 이제 닥쳐, 스자쿠.”

 

결국 뭔가 말하나 싶더니 키스를 했다, 라는 말만 중얼거리는 스자쿠의 입에 를르슈가 어떤 것도 담겨있지 않은 빈 잔을 물려주었다. 맥주 거품만 말라붙은 잔을 스자쿠는 훌쩍거리면서 꼬옥 끌어안았다. 키쓰으으… 키쓰으으으……. 앓는 듯한 소리를 내며 결국 의자에서 와장창 소리를 내며 스자쿠의 몸은 무너졌다. 콰당탕, 하고 잔을 끌어안고 쓰러진 스자쿠의 몸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으악! 누가 스자쿠 좀 일으켜 봐.”

“리발이 제일 가깝잖아.”

“아니, 얘 무겁다고. 지노, 도와줘.”

“기다려 봐. 스자쿠, 으악! 잔 휘두르지 마!”

“으으으…! 지노는 싫어! 손대지 마! 이상한 놈! 삐삐 머리!”

“그렇다네요, 선배가 도와주시죠?”

“내가? 왜?”

“를르슈는 더 싫어!”

“나는 더 싫다는데? 리발, 너 밖에 없구나.”

“아니 왜 이럴 때만 저를 찾죠, 쿠루루기 씨? 으악! 무거워!”

“리이이바아아아아아알……. 나아아아아….”

 

결국 아무도 리발을 도와주지 않은 채로, 리발은 낑낑거리면서 스자쿠를 자리에 다시 앉혔다. 테이블 위에 머리를 박고 엎어진 스자쿠를 돌봐줄 여력 따위, 리발에겐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지노와 를르슈는 낄낄거리면서 남아있는 풋콩을 까먹고 있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로 낙하한 스자쿠는 더 이상 중얼거리는 것 없이 새근새근 잠을 자기 시작했고, 리발은 속 편하게 잠이나 자는 스자쿠를 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근데 스자쿠는 왜 갑자기 키스 이야기를 한 거지?”

“키스의 날 이야기를 해서? 젊은 애들은 기념일에 약하잖아.”

“솔직히 그거 다 핑게지. 마음만 먹으면 날 상관없이 키스도, 섹스도 하는 게 남자 아니겠어?”

“역시 좀 놀아보셨다 이거지, 바인베르그 씨는.”

“그렇죠, 선배?”

“왜 나를?”

“선배도 제법 날렸잖아요.”

“를르슈는 지금도 인기 많지? 요새도 만나는 사람 있지 않아?”

 

이젠 내 차례인가, 하고 를르슈는 입맛이 써졌다. 를르슈 역시 만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집안이 집안인 만큼 어렸을 무렵부터 약혼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고, 지금은 좋든 싫든 한달에 한 번 세팅된 맞선 스케줄을 소화해내고 있다. 를르슈는 술잔을 기울이면서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만나는 사람이야 있어도… 솔직히 잘 모르겠고.”

“어떻게 만났는데?”

“그냥 집안 사람들 건너 건너의 일이지. 딱히 좋아서 만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대놓고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어라, 그거 지난 번에도 그러지 않았어요?”

“그랬지.”

“헤에… 선배 의외로 효자군요. 부모님 얼굴에 먹칠하기 싫어서 만나는 거죠?!”

“효자라니,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마. 그냥 번거로운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거 뿐이니까.”

“부잣집 사정도 딱하구만. 지노는 그런 거 없어?”

“뭐,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막내라서 아직까지 놀아도 괜찮다고—.”

“부럽네.”

“프리덤이 최고죠.”

 

한 살 어린 지노의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에 를르슈는 진심으로 부러운 얼굴을 했다. 고작 한 살 차이인데도 이쪽은 이리저리 치여서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살아가고 있다. 일본 총리를 아버지로 둔 스자쿠 역시 비슷한 운명이다. 리발은 이런 두 사람의 일을 신기한 남일처럼 여기고 있을 뿐이고….

를르슈가 술잔을 다 비우고 한 잔 더 시키려고 할 때였다. 계속 자고 있던 스자쿠가 쾅, 하고 테이블을 내리쳤다. 엥?! 헉?! 하?! 모두가 놀라서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스자쿠는 풀린 눈으로 를르슈를 바라보며, 방금 전에 비척거리다가 엎어진 꼴과 다르게 터벅터벅, 하지만 조금 박력있는 걸음으로 를르슈에게 다가왔다.

 

“가자, 를르슈.”

“어?”

“가자고, 집에.”

“……이렇게 갑자기?”

“계산, 내가 할게. 다들 잘 가.”

 

스자쿠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 반짝이는 팔라듐 카드를 보고서 다들 질린 눈을 했다. 아니 동네 술집에서 저런 카드를 꺼내는 것도 참 제정신 아니야? 리발이 지노에게 키득거리며 말했다. 뭐어, 그 제정신 아닌 놈 옆에 같이 가는 사람이 안 말리는 거 보면 둘 다 제정신이 아닌 거겠지. 지노의 말에 리발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 보면,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허리를 붙들린 채로 가만히 따라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진 그렇게 면박을 주더니… 역시 소꿉친구는 소꿉친구인가. 

 

 

—라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때.

 

“아, 아으, 스자쿠, 잠, 잠깐.”

“혀 내밀어.”

“으응, 읏….”

“눈 감지 마, 를르슈.”

“흐으응, 응, 아, 으응!”

 

스물 일곱의 스자쿠와 를르슈는 서로에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술에 취해, 서로 술냄새가 섞인 숨을 주고 받으면서, 를르슈는 스자쿠의 말대로 눈을 감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썼고, 스자쿠는 저와 시선을 맞추며 혀를 섞는 를르슈를 기특하다는 듯이 등을 끌어안아주었다. 겨우 꿰어입은 수트 너머에 있는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을 느끼면서, 스자쿠와 를르슈는 키스를 멈추었다.

두 사람이 지금 서있는 곳은 쿠루루기 가와 람페르지 가 사이에 있는 좁은 골목길, 그리고 그 골목에는 가로등의 불빛 하나 들이치지 않는 사각지대였다. 누가 언제 이곳을 지나갈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를르슈는 스자쿠를 밀어내려고 했으나, 그 아무리 술을 마신 스자쿠라고 하더라도 스자쿠는 스자쿠였다. 그 힘을 이겨내기란, 를르슈는 어렸던 열 살 때부터 포기했던 것이다.

어딘가 가라앉은 스자쿠의 눈빛에 를르슈는 얌전히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가슴팍에 제 머리를 기대놓고서 숨을 골랐다. 조금 가쁜 템포로 했던 키스의 여파가, 술에 취한 두 사람에게는 약간 버거웠다.

 

“있잖아, 를르슈.”

 

스자쿠는 잠긴 목소리로 를르슈를 불렀다. 그가 이렇게 어두운 목소리로 부르는 것은 드물었다. 를르슈가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를 보는 것에, 스자쿠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술기운으로 얼굴부터 목까지 붉게 달아오른 스자쿠는 를르슈의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 여자랑 키스했지?”

“…그 여자?”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 말이야.”

“키스 정도는… 브리타니아에서는 인사고.”

 

스자쿠가 계속 술자리에서 ‘키스’에 대해서 이야기 했던 것이 이런 거였나? 를르슈는 별 거 아니라고 말하면서 제 넥타이를 만지는 스자쿠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스자쿠는 그 손에 힘을 더해, 를르슈의 멱살을 잡고서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었다.

따각, 하고 치아끼리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스자쿠의 혀가 타고 넘어들어왔다. 열 살 때부터 해온 서로의 키스는 익숙하게 느끼는 지점을 핥아올리고, 빨아들이며, 또 애태우고 있었다. 키스를 하면서 벽의 그림자로 서로를 몰고 들어가면서, 를르슈는 스자쿠의 허벅지가 자신의 다리 사이를 파고드는 것에 길게 신음했다.

 

“스자쿠, 다리, 넣지 마….”

“싫어.”

“닿, 닿잖아.”

“상관 없어.”

“나는, 상관 있어. 싫으니까…!”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를르슈의 넥타이를 풀고, 셔츠를 느슨하게 헤쳐서 그의 하얗게 드러난 목덜미에 이를 세웠다. 

열 살의 키스, 열 다섯 살의 섹스, 스물 일곱 살의 야외 섹스? 웃기지 마.

를르슈는 자기 다리 사이를 문지르는 스자쿠의 것에 거칠게 몸을 틀었다. 하지만 흥분한 것에 닿는 손길은 능숙하게 를르슈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하아…! 얕은 신음에 스자쿠가 킬킬거리면서 를르슈의 귓가에 혓바닥을 문질렀다.

 

“를르슈가 그 여자랑 키스하는 거, 보기 싫어.”

“…그걸 봤어? 기분 나쁘게.”

“맞아, 기분 나쁘더라. 그런 네가 누구랑 섹스까지 한다고 생각하니까 미치겠더라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나랑 하는 키스, 기분 좋지?”

“…….”

“솔직하게, 응?”

 

스자쿠의 말은 어딘가 꾀어내듯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아래가 문질러지고 키스로 멍해진 머리로 를르슈는 솔직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방식으로 스자쿠에게 몰리면,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래…. 기분 좋아. 너랑 하는, 키스.”

“그럼 섹스는?”

“…….”

“기분 좋지?”

“……아아.”

 

사실대로 토로하고 나면 스자쿠의 날이 선 눈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를르슈의 허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스자쿠는 를르슈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쪽, 쪽, 쪽, 하고 부딪히는 입술 소리에 를르슈의 얼굴은 뜨거워졌다. 익숙한 키스임에도, 이렇게 적나라한 소리가 들릴 때면 어쩔 수 없었다.

 

“키스도, 섹스도, 나랑 하는 게 제일 기분 좋은 주제에.”

 

스자쿠는 를르슈의 뜨겁게 달아올라, 분홍빛으로 물든 귓바퀴를 살살 혀끝으로 굴리면서 말했다. 를르슈는 히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틀었다. 스자쿠는 를르슈를 탓하고 있었다.

하지만 를르슈로서는 어이가 없을 뿐이다. 너야말로, 나랑 키스도, 섹스도 하는 주제에, 다른 여자를 계속 만나면서… 왜 나는 그러면 안 되는데? 그것이 억울해서 스자쿠를 노려보는 시선으로 쳐다보면, 스자쿠는 를르슈의 뺨을 만지면서 부드럽게 속삭였다.

 

“를르슈는 키스도, 섹스도 아직 형편 없잖아? 내가 도와주고 있는데… 도움 받는 처지에 그렇게 보란 듯이 굴면 곤란해.”

 

스자쿠는 키스로 열을 띤 를르슈의 입술을 손끝으로 만지면서 말했다.

 

“남자도 만족 못시키는데, 여자를 원하는 건 여자한테 실례잖아.”

 

그 말에 반박할 것을 찾기도 전에 스자쿠는 를르슈의 입술을 삼켰고, 쏟아지는 호흡과 타액을 삼키면서 를르슈는 처음 스자쿠와 키스를 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고 잘못된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피하지 않는 것은…… 를르슈는 가빠진 호흡으로 숨이 차올라, 눈물이 어른거리는 시야를 겨우 뜨며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저를 삼키고 있는 녹색 눈의 스자쿠는, 그때도,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를르슈는 그에게서 도망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