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르슈의 질투는 귀엽지만, 때로는 손이 많이 가서 귀찮기도 하다. 스자쿠는 제 손목을 잡은 채로 앞장 서서 걷는 를르슈의 뒤를 따르면서, 귀엽고 귀찮은 연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술 기운에 붉어진 뺨이며 살짝 휘청거리는 다리, 사람을 겨우 피하면서 좁은 복도를 지나가는 모습은 조급해보였다. 술은 스자쿠가 더 마셨지만, 이성이 더 빨리 끊기는 쪽은 를르슈였다.
화장실은 운이 좋게 다 비어있었다. 맨 끝칸의 화장실로 스자쿠를 끌고 간 를르슈는 문을 걸어 잠그자마자 스자쿠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냉큼 들어오는 혀를 맞으면서 스자쿠는 를르슈의 분노한 눈동자와 마주했다.
‘또 뭐가 불만일까.’
스자쿠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를르슈는 불만을 숨기지 않고 표했다. 혀를 가볍게 깨무는 것에 스자쿠가 미간을 찌푸리자 를르슈는 그의 볼을 감싼 채로 다시 부드럽게 키스했다. 제대로 비위를 맞추라는 뜻이었다. 서로 얽히는 다리 사이로 를르슈의 것이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것이 느껴졌다. 술 기운에도 서는 를르슈라니, 진귀한 풍경이지만…… 귀찮다.
“하아, 스자쿠….”
“응, 를르슈. 왜 갑자기 이런 데서?”
“네가 그러니까 그런 거잖아.”
“내가 뭘?”
“몰라서 물어?”
그 말에 스자쿠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거지? 난 를르슈처럼 앙탈이나 재롱을 부리는 편은 아닌데. 스자쿠가 정말 알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으면 를르슈는 스자쿠의 손을 끌어다가 끌어내린 제 바지춤 사이로 밀어넣었다. 뜨끈한 열기가 피어오르는 속옷 사이로 스자쿠의 손을 부비고 있던 를르슈는 혀를 차며 말했다.
“너 진짜 몰라서 그래?”
“모르니까 이러고 있지.”
“넌 그게 문제야.”
“문제라고 하면 고칠게.”
“고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그렇잖아!”
넌 그게 문제야, 이 천연 자식아. 를르슈의 버튼이 어디서 눌렸는지는 모르지만, 스자쿠는 제 손으로 자위하기 시작하는 를르슈를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드물게 먼저 발정하는 를르슈와 드물게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스자쿠. 서로 이 드문 상황 속에서도 를르슈는 성실하게 제 발기한 아래에 스자쿠의 손과 제 손을 합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고, 스자쿠는 더 이상 한숨을 숨기지 않으면서 푹 내쉬었다.
‘대체 어디서, 뭐가 불만이길래, 이렇게 갑자기?’
오늘은 고등학생 시절 학생회 사람들과 마시는 날이었다. 알콜이 들어가도, 안 들어가도 화끈하게 즐길 줄 아는 미레이가 부어라 마셔라를 시작했고, 스자쿠도 그 분위기를 타서 많이 마셨다. 를르슈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고, 또 그가 아끼는 인물들이니 스자쿠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자리였다. 게다가 스자쿠와 를르슈는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연인 사이였기 때문에 거리낄 것도 없었다.
미레이가 건배사를 외치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들이붓기 시작했고, 를르슈도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웃으면서 사람들과 즐기는 것 같았다. 모두가 행복한 자리에서, 를르슈는 어느 시점에서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한걸까? 스자쿠는 발기는 했지만 제대로 흥분하지 못하는 를르슈의 굼실거리는 모습에 하아, 하고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있잖아, 나는 를르슈만 좋아하는 거 알지?”
“아, 알아….”
“알고 있는데 이러는 거야?”
“…입 닥쳐. 집중 좀 하게.”
를르슈는 스자쿠의 손으로 제 페니스 기둥을 훑으면서 아, 아, 하고 짧게 신음했다. 신음과 함께 서서히 굽기 시작하는 를르슈의 허리와, 동시에 스자쿠에게 가까워지는 그의 귓가에 스자쿠는 속삭였다.
“뭐 때문에 또 이러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제대로 도와줄게.”
“솔, 직하게, 후, 솔직하게…?”
를르슈는 흥분하는 숨 사이로 헐떡거리며 말했다. 솔직하게, 말할게, 그럼. 를르슈의 혀가 살짝 헛도는 것이 느껴졌지만, 스자쿠는 그것을 비웃지 않고 들어주었다.
“회장이… 네 잔에 술을 붓고, 네가 그걸 마시고.”
“응.”
“카렌이 네 옆에서 접시를 집어 달라고 했지. 넌 그걸 또 도와주고.”
“응.”
“니나가… 아니다, 리발이었나… 젠장,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네 옆에서 누가 술잔이 비니까 네가 또 따라줬잖아.”
“그랬지.”
“보기 싫어.”
“그게?”
“그래.”
“…….”
를르슈의 버튼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구석에서 눌린다. 회장과 카렌과 니나, 리발, 이런 사람들이 를르슈에게는 질투할 대상이던가? 아니지 않나? 아니면 내가 그들과 조금이라도… 그럴 틈 같은 건 없다는 걸 를르슈가 제일 잘 알텐데. 스자쿠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약속이랑 다르잖아, 스자쿠….”
“무슨 약속?”
“솔직하게 말하면, 제대로… 도와준다고.”
“아니, 솔직하게 말한 거 맞아? 학생회 사람들이랑 놀려고 온 거잖아, 우리.”
“…쓸데 없는 소리 할 거면 좀 닥쳐봐.”
쓸데 없는 소리라는 말에 스자쿠는 할 말을 잃었다. 를르슈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스자쿠의 어깨에 이마를 박은 채로 그대로 마스터베이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후, 후우, 하아, 으, 읏…. 쿠퍼액과 함께 찔끔찔끔 나오기 시작하는 정액으로 찌걱거리기 시작하는 소리가 울렸다. 이내 가볍게 덜덜 떨리기 시작하는 를르슈의 몸은 그가 이도 저도 아닌 절정으로 달한 것을 알게 했다.
를르슈의 정액으로 끈적해진 제 손을 보면서 스자쿠는 정말 귀찮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이대로 잠이 들기라도 하면 스자쿠가 를르슈의 뒷처리까지 해줘야하는 것이다. 스자쿠에게 거의 반쯤 기댄 채로 쌕쌕거리고 있는 를르슈의 얼굴을 살피려고, 스자쿠는 그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그를 살짝 밀어내고 몸을 숙였다.
“를르슈, 정신 차려……어억, 큿, 커헉!”
그리고 를르슈의 킥이 바로 들어왔다. 정확히 명치 쪽으로. 토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날카로운 킥이었다. 어디서 이런 걸 배운 거야?! 고꾸라진 스자쿠는 멍해진 머리 사이로 를르슈가 자신의 머리채를 붙잡고서 들어올리는 것에 눈을 부릅 떴다.
“거짓말쟁이한테는 벌을 줘야지.”
“뭐?”
“아무한테나 웃어주고, 술 따라주고, 네가 호스트야? 남창이야?”
스자쿠는 저에게 쏟아지는 질타에 어이가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라고 입을 벌리는 순간에 를르슈가 제 것을 스자쿠의 입에 틀어박았다. 자신의 입안 가득 채워진 정액 투성이인 를르슈의 페니스에 스자쿠는 토하고 싶었다.
아니, 잘 먹고 잘 마시다가 왜 갑자기 이러는데?! 어이가 없어서 그럴 쳐다보면 를르슈는 후우, 하고서 술 냄새가 섞인 한숨과 함께 스자쿠의 머리를 꽉 붙든 채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주 막나가기로 한 모양인 듯 싶었다. 누구 한 번 안아본 적 없는 그도 남자랍시고 허릿짓을 하는 모양새가 제법 나쁘진 않았지만, 스자쿠는 갑자기 들이찬 페니스며 정액 냄새 같은 것에 역해서 토악질이 올라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를르슈가 스자쿠에게 펠라치오를 받는 것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보통의 그라면 수치심에 목소리를 죽이면서, 집요하게 제 귀두를 괴롭혀오는 스자쿠의 애무에 훌쩍거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의 를르슈는 완전히 짐승과 다름 없었다.
“하아, 으, 스자쿠, 스자쿠, 스, 자쿠…!”
“큿, 흐읍, 큭…!”
“더 세게 빨아… 빨리….”
를르슈는 스자쿠의 뒷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면서도 스자쿠의 혀가 가만히 있는 것이 불만스러운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스자쿠의 손으로 했을 때보다 더 부풀어오르고 딱딱한 페니스가 입안에서 사정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를르슈의 헐떡거리고 애원하는 소리에 스자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혀를 움직여 그가 원하는대로 기둥부터 귀두까지, 그리고 깊게 삼키면서 그가 원하는 완급조절까지 해주었다.
“아, 아, 아아! 아, 흐으… 으… 으응… 아아아…!”
“를, 르슈… 소리, 좀.”
“후으, 읍… 읏, 으응!”
스자쿠는 를르슈의 허벅지를 붙잡고서 그의 페니스를 천천히 물고 빨았다. 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빨아들이는 것 위주로만 하게 되었다. 그러면 를르슈의 허벅지 안쪽이 덜덜 떨리면서 가볍게 사정을 했다. 방금 전보다 적은 정액, 그렇지만 맛없는 그것이 스자쿠의 입안으로 쏟아졌다.
매너도 개판이네, 를르슈. 갈 때는 간다고 말하라고! 그리고 남의 입에 싸지르는 건 또 무슨 심보야?! 그렇게 외치고 싶었으나, 스자쿠가 빼려는 것을 알아차린 를르슈가 그의 머리채를 다시 한 번 붙잡았다. 설마. 스자쿠는 그런 눈으로 를르슈를 바라보았지만, 취기에 달아오른 보라색 눈은 거의 풀린 채였고, 를르슈는 스자쿠의 입안에 발기가 풀린 페니스를 문질렀다. 물렁하고 미끄덩한 페니스의 느낌이 좋을 리가 없었다. 흥분도 안하는 것을 왜 자꾸 물게만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빨아, 스자쿠.”
“…하.”
“깨끗하게.”
명령하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페니스를 퉤, 하고 내뱉었다. 타액과 정액으로 젖은 를르슈의 페니스는 축 늘어진 채였다. 그러나 스자쿠가 목구멍으로 반쯤 넘어간 정액을 꿀꺽 삼키고 나면 를르슈는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지 퍽 기분 좋게 웃었다. 낮게 목을 울리며 웃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를르슈는 제 것으로 얼룩덜룩한 스자쿠의 얼굴을 만져주며 말했다.
“너는 이럴 때가 제일 귀엽고 예뻐, 스자쿠.”
“뭐?”
“박고 있을 때도 귀엽지만… 역시 이런 꼴이 잘 어울리는군.”
술 기운에 두 번이나 갔으면서, 를르슈는 제 아래를 휴지로 정리하고서 다시 얌전한 꼴을 갖췄다. 그리고 스자쿠의 가슴팍을 만지더니 눈웃음을 지었다.
“너도 해줄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펠라에는 펠라…? 스자쿠는 거의 뭐 강간과 다름 없었던 방금 전의 상황을 생각하면 그의 머리통을 한 대 후려쳐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주정뱅이 연인을 때려봤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자쿠는 이성으로 속을 다스리며 쥐어 짜듯이 그에게 말했다.
“됐어, 빨리 돌아가자. 사람들 기다리겠어.”
“하… 그렇게 사람들이랑 술 마시는 게 좋아? 정신 못 차렸어?”
“정신은 네가 못 차린 거 같은데, 를르슈.”
“여기서 내가 벌려주면 박을 거면서.”
“…….”
맹세컨대 스자쿠는 절대로 발기하지 않았다. 그건 은근슬쩍 스자쿠의 아래를 만지고 있는 를르슈가 제일 잘 알 것이다.
대체 학생회 친구들한테 왜 그렇게 질투하는 걸까. 멀쩡한 연인한테 호스트 남창 소리나 하면서. 스자쿠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입안에서는 정액과 타액, 술 냄새가 뒤섞여서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런 스자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를르슈는 그의 입술에 다가와 다시 키스를 하고, 그 역한 것들이 남아있는 입안 구석 구석까지 혀를 누비고는 스자쿠의 입술에서 떨어졌다. 술 기운으로 가물가물해진 를르슈의 눈가를 보고서 스자쿠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이제 자겠지. 졸리다고 떼를 쓰겠지.
를르슈는 스자쿠의 어깨로 몸을 기울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잘생기고 예쁜 그 입가에서 정액 냄새가 옮겨붙었다. 그리고 그는 스자쿠의 예상대로 쌔근쌔근 소리를 내며 자기 시작했다. 완전히 잠기운으로 를르슈의 몸이 무너졌다.
스자쿠는 그를 뚜껑을 내린 변기 위에 앉히고서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를르슈의 벌어진 입술을 살짝 만지면서, 자고 있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뜨뜻하게 달아오르는 제 아래춤을 풀기 시작했다.
“입 밖에 안 벌릴 거면서 뭘 벌려준다는 거야.”
그렇게 스자쿠는 자고 있는 를르슈의 얼굴 위로 제 페니스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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