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드물게 두 사람이 식스나인 자세로 섹스를 하는 날이었다. 이제 막 씻고 나와 저와 똑같은 바디워시의 향을 풍기는 스자쿠의 몸은 어딘가 낯설기도 하면서, 제 혀끝에서 굴려지는 귀두 끝에서 나는 맛은 또 여전한 ‘스자쿠’ 였다. 를르슈의 것을 물고 있는 스자쿠는 솜씨 좋게 고환까지 타액으로 적셔서 부드럽게 애무하고 있었고, 를르슈는 옅은 신음을 흘리면서 스자쿠의 것을 있는 힘껏 입에 거두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사정을 앞두고서 떨리는 귀두 끝 구멍에서의 벌름거림이 느껴지자, 를르슈는 혀를 뾰족하게 세우고서 집요하게 그 안을 쪽쪽거리는 소리를 내며 빨아들였다. 스자쿠가 미간을 좁히면서 ‘를르슈…!’ 하고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괴롭히지 말라는 건지, 아니면 더 조르고 있는 건지 모를 그 목소리에 를르슈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떨었다.
를르슈의 것을 애무하던 스자쿠는 손가락으로 고리를 둥글게 말아서 그의 귀두부터 기둥까지 죽죽 훑으면서 이내 엉덩이 쪽으로 손을 거두었다. 물론 일찍이 젤로 풀어둔 애널은 언제든지 스자쿠의 손가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스자쿠는 부드럽게 제 손가락을 삼키는 를르슈의 구멍에 키득거리면서 손가락 두 개를 안쪽으로 밀어넣은 채로 찌걱거리는 소리를 일부러 냈다.
아, 그렇게 쑤셔지면.
를르슈는 스자쿠의 것을 물고 있던 입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꼈다. 벌어진 입 사이로 자신의 타액이 흐르면서 스자쿠의 기둥을 적시는 것이 보였다. 놓칠 수 없다. 섹스는 쌍방이 하는 것이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기둥부터 고환까지 매만지면서 엉덩이를 들쑤시는 쾌감에 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전립선을 둥글게 누르는 손길이 반복되면, 를르슈는 맥없이 스자쿠의 페니스를 뱉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 만, 계속 누르면…….”
“응, 를르슈가 제일 좋아하는 데잖아?”
“하, 으응, 읏….”
페니스를 붙잡고서 스자쿠의 음모 앞에 뺨을 부빈 채로 를르슈는 얼굴을 붉혔다. 애널의 주름을 한계까지 다 벌린 채로 스자쿠의 손가락 세 개가 들쑤시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크고 두꺼운 스자쿠의 것이 안을 처박아 올리면서, 뱃속을 적시는 것을 생각하면…. 를르슈는 침을 꿀꺽 삼키고 나서 애타는 목소리로 스자쿠를 불렀다.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노골적이라 스스로도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이쪽으로 와, 를르슈.”
“으응….”
를르슈는 다시 얼굴을 맞대자는 스자쿠의 말에 바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입에서 튕겨져 나가는 스자쿠의 페니스는 난폭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흉흉하게 발기하고 있었다. 그도 한계인 것이다. 를르슈는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스자쿠 쪽으로 고개를 향하고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펠라치오로 뻐근해진 턱으로 키스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지만, 혀끼리 뭉근한 체온을 주고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를르슈의 혀가 흐물텅대며 맥을 못추리는 것에 스자쿠가 소리 죽여 웃는 것이 느껴졌다.
“웃지 마.”
“안 웃었어.”
“웃었잖아.”
“귀여워서 그런 거야.”
“귀여운 건 너지.”
“내가 귀여워?”
스자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와중에 를르슈를 바닥에 깔아놓고서,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린 채로 허벅지를 붙잡아 벌렸다. 를르슈는 엉덩이가 벌어지며 구멍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자세에 조금의 수치심도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다가올 쾌락을 기다리는 몸이었다. 식스 나인도 하는데, 정상위가 뭐 대수라고. 를르슈는 엉덩이 끝에 닿는 스자쿠의 것을 느끼며 몸을 떨고 있었다.
“를르슈, 나 귀여워?”
“…귀여워.”
“어디가, 어떻게?”
를르슈는 스자쿠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자신이 귀여운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가끔씩 말도 안되는 어리광을 부려오는 것도 그 자신이 귀여운 것을 알고서 이미 써먹는 지점인 것이다. 그걸 일부러 알려달라고 말하는 것도,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이니 저러는 것이다.
그런 농간에 어울려줘야할 것인지, 잠시 고민을 했다가 를르슈는 조금 과감해지기로 했다.
를르슈의 손이 삽입하고 있는 중의 페니스를 살짝 어루만지는 것에 스자쿠는 킬킬거리면서 그의 둔덕을 더 벌렸다. 하얀 엉덩이를 벌리고 분홍색 구멍 안으로 천천히 밀어넣으면 를르슈가 숨을 삼키면서 나눠 내쉬는 것이 느껴졌다. 귀두를 다 삼킨 페니스를 더 집어삼키려고 를르슈는 애널을 자기 손으로 벌리면서 팽팽하게 벌어진 곳을 매만졌다.
“내 여기에 들어올 때… 은근히 떨리는 게 귀여워.”
“후, 를르슈도 떨잖아, 허벅지랑, 다리랑, 발끝이랑.”
“으응… 응, 아, 우읏…!”
사실 스자쿠의 페니스는 절대 귀엽다고는 말할 수 없는 크기였지만, 를르슈는 자신의 몸으로부터 오는 자극에 반응하는 스자쿠의 페니스가 귀엽다는 말 말고는 어울리는 표현이 없다고 생각했다. 스자쿠의 말대로 허벅지부터 다리 발끝까지 오는 오르가즘의 잔잔한 전율에 를르슈는 헐떡거리며 몸을 떨었다.
삽입이 완벽하게 다 끝나고, 음모 끝이 엉덩이 사이에서 닿는 것이 느껴지자 를르슈는 스자쿠의 목을 끌어안고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를르슈가 움직이면서 주는 자극에 스자쿠는 그의 골반을 쥔 채로 박자를 맞추어서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귀두가 전립선을 훑고 지나가면서 내벽을 문지르는 감각과 젤과 체액이 뒤섞여서 나는 질퍽한 소리에 를르슈는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수치심이 다시 생기는 것을 느꼈다.
몇 번이고 안긴 몸인데, 아직도 이런 것에 부끄럽다니. 를르슈는 제 신음이 높아지면서 스자쿠가 퍼붓는 키스 사이로 새는 ‘좋아’라는 말들도 부끄러웠다. 새삼스럽게 좋다는 것을 전하는 건, 좀 아마추어 같잖아?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를르슈는 스자쿠가 제 위에서 붉게 상기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그 초록색 눈동자 안으로 저를 뜨겁게 품고 있는 것을 볼 때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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