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의 시끌벅적함에 를르슈는 조용히 술을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다들 부어라 마셔라 하는 와중에도 를르슈는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서 맥주를 들이부었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마시고 있는 덕분에 취기가 돌았지만, 를르슈보다 더한 텐션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눈에 띌 리가 없었다. 슬슬 어지럽네. 를르슈는 천장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손목을 꺾어서 시계를 보면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면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지만, 최근 몇주간 바쁘기만 했던 일정들이 끝나고 모처럼 팀원들끼리 그간의 고생을 치하하는 자리를 빠지기도 어려웠다. 람페르지 씨가 있어야지 분위기도 산다니까, 미남은 술자리에서 필수라고!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를르슈는 이제 빠지는 것도 정도가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제 슬슬 일어나도 되지 않을까. 분위기를 적당히 맞출 때까지 마시기도 했고. 또 무엇보다… 를르슈는 한숨을 내쉬면서 집에 있을 자기 남자를 떠올렸다.
스자쿠가 보고 싶다.
거의 한 달 간을 아침에 잠깐 보고 저녁에 자는 모습만 바라보기만 한 것이 고작이었다. 섹스리스 생활이 보름이 넘어가면서, 를르슈는 자신을 위해서 참아주는 스자쿠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면서도 (왜냐하면 그 정력적인 스자쿠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고등학교 수험 이후로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이제 예전처럼 달아오르는 분위기는 아닌건가.
를르슈는 화장실로 가는 척 하면서 겉옷을 챙겨들고 나왔다. 람페르지 씨, 어디 가요? 이제 들어가보려고요. 를르슈의 말에 모두가 안타까워했지만, 이내 덧붙여지는 ‘남편이 기다려요’라는 말에 다들 아무말 않고 그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들은 결혼한지 만 1년도 안된, 연애 10년 생활을 청산한 신혼부부이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눈치가 없었네, 하고 떠드는 소리를 들으면서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전화를 했다. 여기가 어디 술집이고, 너는 나를 데리러 오라고. 그러면 스자쿠는 낮게 웃으면서 금방 가겠다고 말했다. 밖에서 부는 찬 바람에 술기운을 식히면서 를르슈는 스자쿠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천재적인 를르슈의 두뇌는 스자쿠가 백날 노력한다고 해서 그 뜻을 따라갈 수 없을 생각을 했다.
집에 오는 길에, 를르슈는 잠깐 졸았다. 스자쿠는 그 짧게 조는 사이에도 를르슈가 감기에 걸릴까봐 담요를 덮어주었다. 다정한 그의 배려가 기분 좋아서, 를르슈는 스자쿠가 입맞춰 깨워주기 전까지 일부러 자는 척을 하면서 차에서 내리기를 미루었다. 술냄새가 나는 옷이며, 바깥에서 식은 몸을 달래기 위한 목욕 같은 것이 그리웠지만, 스자쿠가 입을 맞추는 것을 기다릴 여유는 있었다.
“안 자고 있었지?”
가볍게 키스한 스자쿠가 눈을 뜬 를르슈를 보면서 말했다. 그도 를르슈와 사귄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이 아니었다. 를르슈는 입술을 당겨 웃으면서 대꾸했다.
“잠자는 자동차 속의 왕자는 어땠어?”
“귀여웠지. 빨리 집에 데려가고 싶을 정도로.”
“아예 안고 가지?”
“못 할 건 없는데, 를르슈가 다음날 이 길로 못 다닐걸.”
를르슈는 자신의 패턴을 그대로 읽는 쿠루루기 스자쿠의 당찬 대답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많이 취했네, 라는 말을 하는 스자쿠의 말에 입을 가려 술냄새를 확인했다. 그렇게 많이 취했나? 모르겠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를르슈를 보면서 스자쿠는 그가 어지간히 취했음을 파악했다. 저렇게 귀엽고 무방비한 행동은 철저하게 계산된 연출을 즐겨하는 를르슈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차에서 비틀거리며 나오는 를르슈를 부축하면서, 스자쿠는 그를 이대로 안아 업고서 집까지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살짝 허벅지를 만지려고 하면 를르슈가 찰싹 손을 내치며 말했다.
“진짜 이 길로 못 다니게 되니까 안을 생각 마.”
“부축하는 거보다 더 빨리 데려다줄 수 있는데.”
“알아서 걸을 수 있어.”
“내가 안아주고 싶으면?”
“내가 걷고 싶으면?”
“…뭐, 걸으셔야지.”
“그래, 알아서 걷게 해.”
대체로 를르슈에게 말로써 이겨볼 생각을 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스자쿠는 늘 한 박자 늦게 떠올렸다. 자신에게 몸을 기대며 두세 걸음에 한 번씩 허리를 빼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킬킬거리면서 다시 한 번 물었다. ‘안아줘?’ 그러면 를르슈가 고개를 저으면서 스자쿠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두 사람의 집에 도착하고 나면, 를르슈는 샤워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술냄새 나서 싫어. 씻고 싶어. 담배 냄새도 난단 말이야. 를르슈의 어리광을 부리는 목소리에 스자쿠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지금 샤워하다가 넘어지면? 사고나면?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가 ‘하?’하고 어이가 없다는듯이 한마디를 했다.
“너 지금 나 혼자 씻으라고 한 거였어?”
“나보고 지금 너 씻기라고?”
“당연히 씻겨줄 줄 알았지.”
“피곤하잖아, 그냥 자도 돼.”
“씻고 싶어. 씻겨줘. 씻기는 김에 너도 씻어.”
“난 이미 씻었어.”
“나 때문에 또 젖었잖아.”
“…….”
“말이 좀 야했다.”
“아는구나?”
스자쿠는 여러가지 이유를 댔다. 지금 씻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우선 그냥 자고 내일 아침에 씻어도 늦지 않다. 그러면 를르슈가 반박했다. 지금 안 씻고 자면 침대에서 술냄새 나는 이불이랑 일어나야하고 최악의 주말이 될 거라고. 스자쿠는 다시 한 번 상기했다. 말로써 를르슈를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그리하여 스자쿠는 를르슈를 벗기기 시작했다. 그가 느슨하게 풀어두었던 넥타이를 빼고, 셔츠를 벗기고, 벨트를 풀고, 바지를 내리면서, 검은색 속옷 한 장만 남겨두고서 스자쿠는 한마디 했다.
“를르슈, 내가 벗기는 중인데 흥분 안 해?”
“넌 샤워할 때마다 매번 발기하나 봐?”
“아니… 그건 아닌데.”
“빨리 씻겨줘. 피곤해.”
“아니, 그럼 그냥 자라니까.”
“씻고 싶어.”
를르슈의 투덜거리는 소리에 스자쿠는 한숨을 내쉬었다.
스자쿠가 입고 있던 셔츠를 느릿하게 벗는 모습에 를르슈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잘 짜여진 근육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왜인지 침이 고였다. 미치겠네. 를르슈는 괜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 스자쿠의 드러나는 등줄기를 시선으로 훑으면서 고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나 소리가 들릴까봐, 혹은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을 들킬까봐 고개를 숙였다. 스자쿠는 그런 를르슈의 기미를 눈치채지 못한 채로,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바지를 벗었다. 를르슈가 오늘 아침 제일 내놓았던 파란색 드로즈가 탄탄한 엉덩이를 감싼 모양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잘 수납된 페니스의 모양도 눈요깃거리였다.
주정뱅이 남편의 샤워 수발을 들어주던 스자쿠는 본인이 알게 모르게 무의식적 스트립쇼를 했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를르슈를 욕조 안에 밀어 넣은 채로, 따뜻한 물의 온도를 맞추고 있었다. 이정도면 되려나? 스자쿠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와중에 드러나는 턱선에 를르슈는 젠장, 하고 욕을 삼켰다.
완벽하게 발기했다. 하지만 난데 없이 스자쿠가 벗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그것도 샤워를 돕는 것 때문에 꼴렸다는 것을 알려지면 를르슈의 하늘 같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때나 꼴리는 남자다… 라는 걸 스자쿠에게 밝히면 스자쿠가 더 좋아할지는 몰라도, 일말의 수치심이 허락하질 않았다.
를르슈는 무릎을 세워 앞을 가렸다. 스자쿠가 아직 벗기지 않은 속옷 한 장이 답답하긴 했지만, 이건 최후의 보루… 라고 하기에도 이미 를르슈의 것은 훌륭하게 준비된 상태였다. 언제 들킬지는 시간싸움의 문제였다. 술에 꼴았는데 어떻게 서는 걸까… 이것이 피로 발기? 를르슈는 헛생각을 하면서 최대한 식히려고 노력했지만, 스자쿠가 샤워기를 들고서 콕을 돌리는 와중에, 샤워기를 놓쳐서 물에 젖어버리는 모습을 보고서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리는 것을 느꼈다.
물에 젖은 스자쿠… 속옷 한 장 차림의, 어딘가 피곤해보이는 듯한 그런 모습도 섹시함.
를르슈는 연애경력 10년을 넘게 붙어먹었지만 오늘도 섹시한 제 남편에게 크게 꼴려버리고 마는 자신의 성욕에게 지고 말았다.
“우와앗! 를르슈, 뭐, 뭐하는 거야?!”
욕실 바닥에 스자쿠를 눕혀버리고서, 를르슈는 그 위에 올라탔다. 스자쿠의 아직 반응하지 않은 것 위로 올라 앉아서, 자신의 검은 속옷을 힘차게 들어올리는 페니스를 꺼냈다.
스자쿠는 술냄새가 나고, 땀냄새에 젖었으며, 이젠 제멋대로 꼴려버린 욕구를 풀기 위해서 달려드는 남편 를르슈의 모습에 경악했다. 예?! 여기서요?! 여기 씻는 곳인데요?! 저는 좋은데, 아니, 좋은데, 너 여기서 이제 내일부터 이 닦고 볼일 볼 수 있겠어?! 너 수치심 평상시보다 10퍼센트 이상 올라가면 죽잖아?! 오만가지 말들이 튀어나오고 싶었지만 를르슈가 입을 맞추면서 모든 말들이 삼켜졌다.
를르슈는 피하려는 스자쿠의 턱을 붙잡고서 혀를 밀어넣고 자기 맘대로 들쑤시기 시작했다. 스자쿠는 헐떡거리는 숨 사이로 술냄새를 느끼면서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과 ‘여기는 미끄러워서 위험한데’라는 생각 사이에서 잠깐 정신을 놓았다. 미적지근하게 반응하는 스자쿠의 혀에 를르슈는 약간 심통난 표정으로 혀를 빼냈다. 길게 이어지는 타액의 타래를 닦아내며 를르슈가 말했다.
“너 무슨 생각해?”
“이래도 되는 걸까나…?”
“안 될 게 뭐있어. 우리가 나쁜 짓 하는 거도 아니고.”
“진짜 내일 내 얼굴 어떻게 보려고 그런 말 하는 거야?”
를르슈는 생각보다 이성적인 스자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네가 꼴리지 않는다면 내가 꼴리게 만들어주는 것도 재미겠다. 를르슈는 속옷을 내리고서 이미 쿠퍼액으로 젖은 자신의 페니스를 살살 만지기 시작했다. 민감한 귀두부터 기둥을 죽죽 훑고 있으면 야릇한 신음이 목을 울렸다. 남자라면 문질러지면 서는 것이 당연한 그곳만의 쾌락으로도 부족했다. 를르슈의 근 10년 간의 성 생활은 뒤로 가는 것에 맞춰져 있었기에, 를르슈는 재빨리 속옷을 완벽하게 벗어던지고서 스자쿠의 속옷 위로 자신의 엉덩이를 맞대었다.
갈라진 둔덕 사이로 를르슈의 애널이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지는 것은 그간의 섹스 경험에서 오는 착각인지, 아니면 그 사이에 스자쿠의 페니스도 발기해서 젖은 속옷의 무쓸모함에서 오는 실제 감각인지는 알 수 없었다. 를르슈가 스자쿠의 속옷을 슬쩍 내리면서 발기한 페니스를 만졌다. 딱딱하게 굳어오는 그것의 열기에 를르슈가 목을 울리면서 웃자, 스자쿠는 웃지 말라면서 투정 부리듯 말했다. 네가 그러는데 어떻게 안 서! 스자쿠의 조금 커진 목소리에 를르슈는 ‘누가 뭐래?’라고 말하면서 스자쿠의 페니스에 딱 맞게 애널을 대던 자세를 조금 낮추었다.
페니스끼리 맞닿게 되면서, 를르슈는 스자쿠의 것과 자신의 것을 동시에 붙잡고서 흔들기 시작했다. 물기에 살짝 젖어서 더 미끄러운 감각이 나쁘지 않았다. 불어나는 애액으로 미끌거리는, 페니스 두 개 분의 열기가 뜨거웠다. 스자쿠도 더운 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것과 를르슈의 것을 감쌌다.
하아, 아, 읏, 으응…! 읏, 아, 아으…. 스자쿠의 손아귀 힘이 일부러 더해지면서 두 사람의 것을 세게 쥘 때마다 를르슈는 허리를 떨며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 좋은데 싫고, 사실은 싫지 않은데 무섭고, 오만 생각이 들었다. 그런 를르슈가 자신의 위에 올라 타서 페니스로 가는 것을 보면서, 스자쿠는 이를 악물었다.
를르슈는 금방 사정했지만, 스자쿠는 가지 않았다. 숨을 헐떡거리면서 사정의 여운으로 눈물까지 뚝뚝 흘리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그에게 욕실 섹스의 위험함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욕실 섹스 판타지를 충족시키겠다는 큰 포부를 품어볼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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