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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자쿠 X 사장님 를르슈

DOZI 2023.01.29 02:40 read.133 /

어릴 때의 스자쿠는 사랑이라는 것이 끔찍하다고 느껴졌다. 사랑한다는 것, 애정으로 감싼다는 것, 특별하게 여긴다는 것은 사람을 무리로부터 도려내는 것이었다.

스자쿠의 배경인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스자쿠를 외롭게 만들었다. 스자쿠는 스자쿠 자신이 무엇을 하더라도 스자쿠를 보지 않고 ‘쿠루루기’를 보는 사람들을 언젠가 없애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은 끔찍해. 스자쿠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를르슈가 나타났다. 그는 사랑의 현신이었으며, 마르지 않는 애정의 샘물이었고, 스자쿠의 세계를 너무 손쉽게 무너뜨렸다.

 

내가 사랑하는 를르슈에게. 

 

스자쿠는 자신이 써놓은 문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참으로 진부한 문장이었다. 미남 를르슈 람페르지가 받아온 수많은 러브레터의 첫문장 TOP 5에 들어갈 것이다.

나름의 소설가라는 작자가 이렇게까지 글을 못 쓴다는 게…. 스자쿠는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다시 문장을 고쳐썼다. 

 

나의 사랑하는

나의 소중한 |

|

 

나중에는 급기야 어디선가 떠오른 문장을 때려박기까지 했다. 

 

를르슈,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

 

나중엔 어이가 없어서 다 지워버렸다. 스자쿠는 텅 빈 자신의 유서를 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곧 있으면 이 카페에서 약속한 인터뷰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스자쿠는 아직도 유서 한 줄도 못 적고 두 시간 동안 담배 세 대와 커피 두 잔을 마셨을 뿐이었다.

에라이, 이번이 마지막이다. 스자쿠는 네 번째 담배를 물었다. 그는 유서 한 장 제대로 쓰지 못하는 머저리처럼 보이지만, 소설은 데뷔 7년 동안 27권의 소설책을 낸 천재 소설가였다.

담배를 뻑뻑 피우면서 스자쿠는 눈을 감았다. 좋아하는 를르슈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를르슈는 유명한 회사의 사장님이 되었고, 일 년의 50%는 일본에서, 25%는 일본 외의 나라에서, 25%는 비행기에서 보낼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도 스자쿠의 신간은 꼼꼼하게 챙겨보면서 ‘징그럽다’라는 감상을 다채롭게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