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월 일기도 흐지부지 올리지 않았는데 3월은 다 가기도 전에 3월 마무리 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는데, 여러분 사시는 곳은 어떠신가요? 낮에는 따뜻하고 푸근한데 새벽에는 추위가 매섭습니다. 그런 와중에 꽃은 핀다는 게 봄은 봄이군요. 게다가 이제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어두웠던 코로나19의 시대는 끝이 나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봄다운 봄을 맞이하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월의 저도 잘 지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다 적기에는, 좋은 소식만 전하려고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지만 일기를 적다보면 좋은 소식도 전하기도 하고, 우울한 일들도 적기도 합니다. 뭐, 한마디로 두서 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미리 예고합니다.
좋은 소식 먼저 전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그럴싸한 일들이 없어요.
삶이 그저 그런 느낌입니다.
뭔가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있었으면 좋겠기도 하면서도, 제 인생은 너무 다사다난해서 그런가 이제 그런 일 없이도 혼자서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비유를 하자면, 옛날에는 캠프파이어에 호일로 싼 고구마를 던지면서 노는 게 진짜 고구마를 먹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편의점에서 파는 군고구마를 사먹는 것으로도 만족해버리는 편이 되어버렸다— 정도입니다.
정말 재미없고 건조한 사람이 되지 않았나, 아니면 내가 도파민 중독?! 하면서 좀 염려되는 지점이 있지만... 그래도 결론은 고구마를 먹었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 하며 결론과 결과에 납득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열을 내고 열정을 품고 달리기에는... 이제 그럴 수 없게 된 거죠.
그렇게 된 이유에는 뭔가 복합적인 것들이 있을 거예요. 소위 말하는 가성비를 따지게 되면, 즐거움의 가치는 늘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귀찮음은 엄청나게 따지고 있어요. 이걸 하면 즐거울 테지만, 그렇지만 엄청나게 귀찮을 거다. 그렇게 되면 우선 하지 않게 되는 것 같고... 뭐, 이런 저런 이유에서 서서히 게을러지고, 그러다가 사람이 심연으로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부지런을 떨려고 노력합니다. 귀찮다는 말도 어지간해서는 하고 싶지도 않고요. 뭐, 욕은 입에 달고 살아도 ‘하기 싫다’는 말은 최대한 안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면 진짜 안하게 되니까 그런 거 같아요. (일하기 싫다는 예외로 칩시다.)
심연, 이라고 말하니 너무 거창하지만 아무튼 그런 우울의 구렁텅이는 너무너무 무섭거든요.
요 며칠 말이죠, 예전에 썼던 글을 봤습니다.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글들을.
그때나 지금이나 소재와 취향은 비슷하고, 문체도 비슷해서, 사실 저는 발전이 없는 편입니다. 한결 같다는 말이 칭찬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발전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래요, 발전이 없었다는 게 무섭더라고요. 나는 뭔가 나아진 게 없구나. 장르를 전전하면서 매번 불꽃같이 양으로 승부하는 연성을 했는데, 그런데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면, 나는 진짜 뭘한거지? 싶은 거예요.
그래서 처방을 하고자 좀 나아지려고 급하게 인풋을 넣고 있습니다. 안 읽던 소설책이나 시를 마구마구 읽고 있고, 영화나 애니도 밤새서 보고 있습니다. 뭔가 변하는 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어? 도지님 좀, 달라진 듯?’ 했으면 좋겠습니다.
글도 하루에 5500자씩 쓰고 있는데, 어느 날은 1만자까지 거뜬하다가도, 어느 날은 겨우 5500자를 채우는 날도 있습니다.
저는 사람이 한결 같으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한결 같은 글을 쓰고 있으니... 뭐라고 해야할까... 제가 10년째 김치찌개 집을 하고 있지만 올해부턴 마카롱도 팔고 싶다! 이런 게 아니라, (아니 사실 그런 마음이 조금 있었습니다) 맛없는 김치로 계속 김치찌개를 10년 내내 끓여왔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기분이라고 해야할까요... 내 김치 맛없는 걸 이제 알았다네... 하고 낙담 중입니다.
뭔가 음침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네요. 그래도 결론은 노력하고 있습니다!이니 좀 봐주세요.
그럼, 다들 산뜻한 봄 맞이하시고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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