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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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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팽킹 스자루루

DOZI 2023.08.05 21:14 read.361 /

* 제로레퀴엠 없는 세계관 *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는 지금 고민에 잠겨있다.

브리타니아 제 99대 황제가 되어 즉위한지도 어연 2년째, 세상은 평화로워 지루할 지경이다. 세상을 이롭게 다스리는 일에 대해서 힘쓰고 있는 것은 사실 피곤한 일에 속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즐겁고 유쾌하다. 원하는대로 움직이면 성과가 나오는 합리적인 이치에 따라 세상은 움직이니까.

그렇지만 인간의 감정이 섞인 문제는 ‘합리적’이라는 단어와 멀리 떨어져 있는 듯 했다. 오히려 불합리하고 평등하지 못한 문제는 감정에서 나온다. 를르슈는 이마를 짚은 채로 중얼거렸다. 불합리, 불평등, 이성적이지 못한… 모두 지금의 를르슈가 느끼는 감정들이었다.

 

“폐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저녁 노을이 지고 있는 풍경이 아름답게 보이는 집무실 안에서, 고뇌에 빠진 젊은 황제를 불러 세우는 것은 그의 기사 쿠루루기 스자쿠였다. 를르슈는 헤매고 있던 시선을 멈추면서 자신을 부른 스자쿠를 쳐다보았다.

스자쿠에게는 더 이상 숨길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를르슈는 세상 일이 또 쉽게 돌아가지 않는 것을 실감했다. 대답 대신에 한숨을 내쉬자, 나이트 오브 제로는 귀신 같이 알아차리며 물었다.

 

“저에게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십니까?”

 

그 말은 마치 너와 내 사이에 그런 게 또 있을 리가 없다고 꾸짖는 것이었다. 를르슈는 에둘러 대답하기에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우선 스자쿠가 원하는 말을 해주는 것이 첫 번째였다.

 

“그런 게 아니다. 너와 나 사이에 비밀은 없으니까.”

“거짓말 또한 없어야 합니다.”

“물론이지.”

“……그럼 무슨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까?”

 

고민하는 것까지 들켰나. 적당히 생각에 빠져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를르슈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품고 있는 것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심했다.

 

“너와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스자쿠.”

“……그건 공적인 관계에서인가요?”

“공적인 관계이든, 사적인 관계이든. 어느 쪽이든, 그렇다.”

 

를르슈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스자쿠는 꽤 충격을 받았는지 일순 숨도 멈추는 것 같았다. 그리고 굳은 시선으로 를르슈를 쳐다보더니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이트 오브 제로가 아니라 그냥 스자쿠로 말해도 될까?”

“물론이다.”

“…나와의 섹스가 불만이야?”

 

섹스.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스자쿠와 를르슈는 몸을 맞대는 사이였다.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 이상의 감정으로 서로를 얽매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고, 좋아한다고 말할 때에는 벅차올라서 그대로 울어버릴 정도이다. 섹스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면 지친 와중에도 끝까지 몰아붙이는 그 끈질김이 짜증난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섹스의 물리적 한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를르슈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감정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너와의 섹스는 좋아.”

“다행이다. 그럼 뭐가 문제야?”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대충 뭉뚱그려서 말하자면 감정적인 문제다.”

“감정적인 문제?”

 

스자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를르슈도 그 이상을 말하기가 어려웠다. 솔직하게 더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를르슈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이 불편함 감정을 무어라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다.

를르슈는 방금 전에 떠오른 단어들을 곱씹었다. 불합리하고, 불평등하고, 이성적이지 못한… 이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를르슈가 또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는 것에 스자쿠는 불안한 것처럼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저 얼굴. 어딘가 익숙하다. 를르슈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너 때문이다.”

“나 때문이라고?”

 

되묻는 스자쿠는 그런 게 뭐가 있냐는 얼굴이었다. 나는 너한테 감추는 게 없고, 거짓말도 안하는데? 스자쿠의 말은 진실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단 하나의 사실을 간과한 거짓이 섞여있었다.

스자쿠에게는 비밀과 거짓말로 점철된 시절이 있었다. 바로 그가 나이트 오브 세븐이었던 때였다. 를르슈를 팔아넘기고 손에 넣은 그 자리. 그 자리에 있었던 쿠루루기 스자쿠를 생각하면 를르슈는 이 감정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서 를르슈는 말했다.

 

“네가 나이트 오브 세븐이었다는 게, 난 불편해.”

“뭐?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어. 그때의 나에겐 그것만이 정답이었는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다만… 그래, 감정적인 문제라고.”

 

스자쿠가 나이트 오브 세븐이 되었던 이유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지금에서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를 그곳까지 몰고 간 것은 다름 아닌 를르슈였으니까.

아직 우리 사이에는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이 있다. 를르슈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오늘밤에 내 침실로 와라, 스자쿠.”

 

감정적인 문제에 대해서 깊게 토론을 해보자고, 스자쿠.

 

* * *

 

밤이 되었다. 허락을 구하는 세 번의 노크를 하고 스자쿠는 그의 침실에 찾아갔다. 평소라면 환하게 비추고 있을 황제의 침실이 어두웠다. 스스로 침실에 오라고 말했던 주제에 먼저 자고 있나? 의아한 기분으로 불을 켜려고 하면 를르슈가 다급하게 외쳤다.

 

“불은 켜지 말도록 해!”

“…무슨 소리야?”

“아직,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단 말이다.”

 

정말 무슨소리인가 싶어서 스자쿠는 우선 불을 켰다. 를르슈가 혀차는 소리를 하는 것에 어이가 없었지만, 더 황당한 것은 이 침실의 내부였다.

오늘따라 한가했던 를르슈의 오후 일정이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를르슈의 침실은 마치 예전 스자쿠가 나이트 오브 세븐일 때의 집무실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비슷한 걸 넘어서서 완벽하게 재현했다. 책상부터 벽에 그려진 파란색 나이트 오브 라운즈의 무늬까지 나이트 오브 세븐의 집무실을 옮겨놓은 것에 스자쿠는 잠시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 혼란스러움의 정점은 책상 옆에 다소곳이 개켜져 있는 파란 망토와 나이트 오브 라운즈의 정복이었다. 를르슈는 나이트 오브 세븐이었던 나에게 흥분하는 건가…? 스자쿠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말이 없는 스자쿠에게 를르슈는 번지르르한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네가 나이트 오브 세븐이었을 때의 집무실을 그대로 재현해봤다. 때마침 로이드가 가지고 있는 자료에 있었으니 일도 아니었지. 그나저나 너도 참 취향이 재미가 없어. 이런 지루한 집무실에서 일을 했단 말이지? 좀 더 화려하게 꾸며도 좋았잖아.”

 

를르슈가 말이 많아지는 것은 자신의 허세를 감추기 위해서라는 것 쯤은, 이제 스자쿠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평소라면 검은 파자마를 입고 있을 를르슈가 하얀 샤워가운 차림이라는 것에 스자쿠는 아직 더 놀랄 것이 남아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자신이 떠드는 사이에도 스자쿠가 말 한마디 없는 것에 불안해진 를르슈는 이내 주먹을 불끈 쥐고서 외쳤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어.”

“너는 나이트 오브 세븐이었잖아!”

“그래, 너를 팔고서 얻은 자리였지.”

 

스자쿠는 건조하게 말했다. 그런 스자쿠에게 를르슈는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으며 대꾸했다.

 

“나는 네가 나이트 오브 세븐이었을 때를 떠올리면 뭔가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지금의 우리는 비밀도, 거짓도 없는 관계지만 그때는 최악이었잖아?”

“그렇지. 계속 의심하고, 거짓말하고, 도망치고, 쫓고… 좋을 게 없었던 때군.”

“나는 그 시절마저도 사랑하고 싶어졌다, 스자쿠. 너를 너무 사랑하니까.”

 

뭐? 스자쿠는 귀를 의심했다. 를르슈는 조심스럽게 샤워가운의 띠를 풀면서 옷을 벗었다.

평소의 를르슈라면 상상도 못할 의상이 그 샤워가운 아래에 있었다. 가슴팍이 훤히 드러난 보랏빛 가죽 코르셋을 두른 채로 아찔한 T백의 속옷 한 장 차림—이른바 섹시 코스튬의 를르슈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자, 스자쿠! 아니, 나이트 오브 세븐! 나에게 남아있는 그 앙금을 풀도록 해라!”

 

대체 를르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당황한 스자쿠는 를르슈에게 다시 샤워가운을 입혔다. 아찔하다 못해 정신이 어지러워지는 그 모습에 스스로 머리를 몇번이고 저었는지 모르겠다. 옷을 벗기려고 했지만 드러나는 그 하얀 살결에 제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브리타니아는 비겁하구나…! 브리타니아 제국 최강의 기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를르슈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난 나이트 오브 세븐이었던 너에게도 사랑 받고 싶고, 또 사랑을 하고 싶어. 네가 어떤 사람이든 난 이제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아니,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있지. 너에게 용서 받지 못한 나의 죄는… 오늘 나를 매우 치는 것으로 갚을 수 있도록 해줘.”

“매… 매우 치라고?”

“그래, 이건 크롭Crop이라고 하는데 승마할 때 쓰는 채찍이다. 손으로 때려도 좋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너의 손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 도구를 쓰는 게 어떨까 싶어서. 아, 물론 오늘로 풀리지 않는다면 다음번까지 더 많은 도구를 준비해두지. 오늘은 급하게 준비한 것이 이것 뿐이다, 미안하다.”

 

미안한 건 그 부분이 아닌 거 같은데.

스자쿠는 크롭을 흔들어보이면서 해맑게 웃는 를르슈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있는 스자쿠의 모습에, 실컷 떠들던 를르슈는 이내 입을 다물고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나이트 오브 세븐이었던 너는, 그때의 제로였던 나를 사랑할 수 없는 모양이군.”

 

고개를 숙이는 를르슈는 샤워가운의 띠를 꽉 붙들며 중얼거렸다. 그래, 내가 미안한 부탁을 했어. 잊어줄래, 스자쿠?— 되묻는 목소리는 상처투성이었다. 자신만만했던 그는 어디로 갔는지…. 어쩔 수 없다는 듯, 스자쿠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의 손에 붙들린 크롭을 빼앗아 들었다.

 

“좋아, 를르슈. 내가 얼마나 널 사랑하는지 보여줄게.”

 

* * * 

 

얼마만에 이 옷을 입어보는 걸까. 최근 사이즈에 맞춘 것인지 불편함 하나 없이 느껴지는 나이트 오브 라운즈의 옷은 원래 제 것인 것처럼 느껴졌다. 스자쿠는 망토까지 두르고서 를르슈의 앞에 섰다.

가운을 벗은 를르슈는 그 망할 코스튬 차림대로 소파에 앉아서 스자쿠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자쿠는 팔짱을 낀 채로 를르슈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로가 그 꼴이라니, 우습지만 꽤 어울리는걸.”

 

냉랭한 목소리로 제로라고 불리자 를르슈는 몸을 움츠리며 시선을 피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벗은 어깨를 잡아 이끌었다. 갑자기 벽으로 내던져진 를르슈는 신음하며 스자쿠를 노려보았다.

 

“지금의 나에게 사랑받고 싶다면서?”

“…그래.”

“그럼 그때의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겠지?”

“…….”

“뒤로 돌아, 를르슈.”

 

를르슈는 불만스러운 눈을 내리깔며 벽을 짚고 뒤를 돌았다. 허리 뒤로 빼고, 엉덩이를 내밀어. 그 자세를 떠올리면 를르슈는 망설여졌다. 섹스를 할 때에도 뒤로 하는 자세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스자쿠에게는 다정함을 기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걸 원하는 것은 또 를르슈 자신이었으니… 를르슈는 얌전히 그가 시키는대로 엉덩이를 내밀었다.

스르륵, 크롭이 엉덩이의 굴곡을 타고 훑는 것이 느껴졌다. 를르슈는 벽을 짚은 채로 그 스산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그래,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 긴장감은 를르슈를 흥분되게 만들었다. 엉덩이를 둥글게 훑는 크롭의 느낌에 를르슈는 허리를 움츠리면서 스자쿠를 힐끔 쳐다보았다. 스자쿠의 눈동자는 평소보다 어두운 색으로, 정말 그 시절의 나이트 오브 세븐과 같이 를르슈를 경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찰싹, 소리가 나면서 스자쿠가 들고 있던 크롭이 공기 중을 가르며 를르슈의 엉덩이를 때린 것이다. 

 

“흐, 아앙!”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아픔과 동시에 따끔한 쾌락 속에서 를르슈는 신음과 같은 소리를 냈다. 그것에 스자쿠가 한 번 더 볼기를 때리고, 를르슈는 엉덩이의 구멍까지 움츠리며 발발 떨었다.

찰싹, 찰싹, 찰싹…! 횟수를 더할 수록 몸이 무너지면서 다리가 벌어졌다. 아프고, 이상하고, 뜨겁고. 를르슈는 알 수 없는 기분 속에서 눈앞에 있는 나이트 오브 세븐의 문양이 그려진 벽에 몸을 기댔다. 바짝 선 유두를 그 벽에 문지르고 있으면 더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섰네, 를르슈.”

 

선 것 뿐만이 아니라 쿠퍼액으로 T백은 완전히 젖어있었다. 빨갛게 부어오른 살결 사이로 구멍이 움찔거리면서 넣어주기를 바라는 것도, 스자쿠의 시선에는 모든 것이 보일 것이다.

 

“제대로 엉덩이 내밀어. 다리에 힘 풀지 말고.”

“스, 스자쿠우….”

“나한테 사랑받고 싶다며?”

“하, 아응! 아! 아아앙!”

 

피가 비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따끔한 아픔이 계속되었다. 벽에 문지르며 하는 유두 자위도 한계였고, 넣어주지 않으면 가지 못하는 몸뚱이는 스자쿠를 갈구하고 있었다. 를르슈는 울먹거리는 눈으로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이렇게라도 사랑받고 싶다. 그때의 나를 미워했던 그때의 너에게.

 

스자쿠는 그 시선을 알아차리고서 들고 있던 크롭을 내던졌다. 를르슈의 붉어진 엉덩이를 혀끝으로 핥고 문지르며 구멍을 풀기 시작했다.

갑자기 달려든 스자쿠의 애무에 를르슈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엉덩이를 치켜들었다. 엉망이 된 T백 사이를 가르면서 스자쿠의 타액으로 범벅이 된 구멍을 두 손으로 활짝 벌렸다.

야한 옷차림, 한껏 달아오른 몸, 그리고 애원하는 몸짓까지. 를르슈의 죄 같은 것은 기억나지 않았다. 나이트 오브 세븐이었던 시절의 그를 미워했던 감정은 아주 오래전에 내버렸다. 그런데도 그는 그것을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니. 크롭의 결을 따라 부어오른 엉덩이의 살갗을 만지작거리면 를르슈가 바르작거렸다. 

한참을 그를 몰아세우고 나서 한 차례 사정한 스자쿠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나이트 오브 세븐의 망토 아래에서 참지 못하고 사정하는 를르슈를 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애정이 계속해서 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