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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2023년 12월 마무리 일기

DOZI 2024.01.02 20:22 read.69 /

안녕하세요, 2023년도 벌써 끝이 난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그래봤자 고작 이틀 지났다고 할 수도 있는데, 이틀 지났는데 바뀐 숫자가 20231231에서 20240102로… 엄청나지 않습니까?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엄청난 차이가 있는 이 2024년에 2023년을 반추하며 뭔가의 마무리 일기를 쓰려고 합니다만… 사실 그렇게 떠오르는 건 없어요. 요즘 들어 더더욱 이렇습니다. 뭔가 떠오르지도 않고 우울함에 침체되어 기쁠 일은 너무 적고 짜증만 늘어나는 참담한 심정이 몇 주째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 글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벌려놓기만 하고 제대로 마무리 못 지은 글들도 많은데요. 예전에는 빨리 마무리 지어서 완결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런 욕심은커녕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고 있다는 죄책감 조차 들지 않아서… 그냥 이대로 사라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제가 사라져도 제 갠홈은 2026년까지는 운영되니까 너무 걱정들 하지 마시고요. 어느날 갑자기 올라오지 않게 되는 마무리 일기에 가끔 저의 생사를 궁금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무리 일기…에 뭘 적어야 할까.

그것도 2023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의 일기에.

 

12월에는 많은 일이 있었고, 그런 것들을 다 적어나가기에는 이제 너무 힘에 부치고 지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포기하고 싶고 그만두고 싶고… 아무튼 우울의 구렁텅이가 상당히 깊지만, 그래도 나아가야겠죠. 언젠가 그만두고 싶을 때가 오면 그만두는 게 또 삶의 한 방식 아니겠어요?

삶을 그만두는… 그런 말은 우울해서 잘 쓰고 싶지 않은데요. 12월은 유독 그런 마음이 잘 드는 때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그런 거죠. 종현을 보내는 겨울을 견디는 게 쉽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요. 

저는 언젠가 종현이 떠난 나이와 같은 나이에 세상을 떠날 줄 알았습니다. 뭔가 살아있는 게 미안하고 죄스러워서요. 하지만 그 나이를 훌쩍 넘고 살아있는 것을 보면 저는 떠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는 걸지도 모릅니다. 이런 마음 마저도 종현에게는 부담이 될 거 같아서 그냥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가, 그냥 적어봅니다. 어쩌겠어요. 남겨진 사람에게는 이런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래요. 그러지 않으면, 너무 슬퍼요.

 

너무 슬퍼서, 웃을 일을 찾아다니는 데에도, 이젠 지쳐버린 기분입니다.

12월의 그날은 지났고, 이제 다가오는 신년의 날들을 맞이해야하는데, 그럴 기분조차 들지 않고, 그냥… 하염없이 우울함의 파도를 타고 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오타쿠 모임에 가거나, 아니면 새로운 물건들을 살 때의 기쁨은 너무 짧고 나의 남은 날들은 너무 길어서… 예전에는 이 지루함을 못 견디고 매일 같이 즐거운 인생을 보내려고 아등바등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마음도 들지 않고 그냥 지루함 속에서 죽어가는걸 선택하는 게 좋을지도… 상태입니다. 

 

재미없는 삶은 슬퍼요.

재미가 없다… 삶이 재미없다. 이제까지 지속 가능했던 나의 무언가가 다 멈춰버린 기분입니다. 다 그만두고 싶고, 관두고 싶고… 나는 직장 스트레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곤란함도 없는데, 그런데도 이렇게 재미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니 끔찍하다! 

 

끔찍한 삶이에요!

 

재미있는 것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기에는 이제 낡고 지쳐버렸습니다. 먹던 것이나 먹기에도 입에는 물기가 없고요. 저는 이제 끝장입니다. 아, 끝나버렸어요. 즐겁지 않고 재미있지 않은 삶을 지속하기에는 너무 너무 너무 끝장난 삶을 살아버리고 있습니다.

 

재미가 없는 삶에 어떻게 스자루루를 할 수 있나 생각해보니까

지금 하고 있는 스자루루는 과연 즐거워서 하는 걸까요?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 스자루루하고 있지 않나? 나는 스자루루가 아니면 재미있는 사람이 아닐텐데 그러니까 스자루루를 해야지 즐거운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런지? 무언가의 증명 때문에 하고 있는 덕질이라면 관두는 것이 맞지 않나?

하지만 이제까지 해온 것들을 뒤로 하고서 관둘 용기조차 없는 저는 대체 어디까지 최악인걸까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체로도 저는 충분히 쓰레기 아닌가요?

 

즐겁지 않은 것에 무게를 둔 삶은 정말 최에에아악입니다….

다시 즐거워지고 싶어요. 행복해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