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나이젤에게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없게 하겠다고 말한 뒤에야 를르슈는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슈나이젤은 를르슈의 맹세를 믿지 않는 듯 했다. 어차피 너는 또 그러겠거니, 하는 그 시선에 를르슈는 반박할 수 없었다.
를르슈 자신이 나이트 오브 세븐에게 약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걸 보기 좋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도 속상하지만 사실이었다. 이렇게 놀림거리가 되는 사랑이 를르슈의 현실이었다.
나이트 오브 세븐의 서류를 아무 생각 없이 승인하고 허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들이미는 서류들은 대체로 로이드의 억지를 쓰는 내용이었고, 를르슈는 나이트 오브 세븐에게 ‘이런 건 무리다’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로이드가 서류를 들이밀 때에는 보기 좋게 거절하지만, 나이트 오브 세븐이 올 때에는 군말 않고 승인 허가를 내주는 이유는 하나 밖에 없었다.
이렇게라도 나이트 오브 세븐을 만나고 싶으니까.
그리고 를르슈는 그런 방법 외에 나이트 오브 세븐과 만날 수 있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로이드의 서류를 일부러 반려시키고 나서 나이트 오브 세븐이 올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나이트 오브 세븐이 오면 오늘은 뭔가 말을 더 붙여볼까, 하는 시도를 은근히 도전하고 있을 때 나이트 오브 세븐은 나타났고, 를르슈는 그에게 말 한 마디 붙여보지 못한 채로 허가 승인을 내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나이트 오브 세븐도 알고 있을 것이다. 를르슈가 그를 얼마나 열렬하게 사모하고 있는지. 를르슈의 소문은 날만큼 났고, 실제로 를르슈는 노골적으로 감출 생각도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나이트 오브 세븐은 모르는척 하며,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를르슈에게 서류를 내밀고 허가 승인을 받으러 올 뿐이었다.
속상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를르슈는 눈앞의 사진들을 정리했다.
사진 속의 나이트 오브 세븐은 시종일관 무표정에, 가끔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사진 뿐이었다. 웃는 얼굴이 보고 싶은데…. 를르슈는 속으로 한숨을 삼키면서 인화한 사진에 지문이 남을까봐 조심스럽게 담아서 앨범 안에 넣어두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지노 바인베르그가 툭 던지듯 물었다.
“전하는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하실 건가요?”
“죽을 때까지.”
“네? 그거 너무하지 않아요?”
“어쩔 건데.”
“……스자쿠한테 직접.”
“말 안 해.”
“왜요?”
“나이트 오브 세븐은 이런 걸… 기분 나빠… 하는 거 같아서.”
지노와 아냐의 도움으로 얻은 스자쿠 사진 컬렉션은 소중했다. 를르슈는 사진 모퉁이에 짧막하게 나온 스자쿠의 흔적마저도 다 보관하고 있었다. 지노는 그런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를르슈의 모습에 솔직하게 말했다.
“맞아요, 기분 나빠요. 지금 하는 건 완전 스토커잖아요.”
“…….”
“그렇지만 스자쿠가 진짜 기분 나빴더라면 전하를 계속 찾아갈까요? 알고 보면 스자쿠도 그거 다 알고서 이용하고 즐기고 있다니까요?”
“…….”
이용하고 즐긴다, 라는 말에 를르슈는 시무룩해졌다. 이용당하는 거야 알고는 있었지만, 즐긴다는 표현에서 스자쿠가 웃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웃는 얼굴 한 번만 본다면 몇번이고 이용당해도 되는데.
지노는 우중충한 분위기의 를르슈를 보면서 어휴, 정말, 하며 혀를 찼다.
“그러니까 제 말은, 스자쿠랑 대화를 더 해보라는… 그런 말이에요.”
“어떻게 해? 만나서 떨지 않으려고 하는 게 고작인데. 나한테는 무리다.”
“아니 겉보기에는 안 그래 보여요.”
“노력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 사진 모으는 것도 노력의 일환이다. 이렇게 나이트 오브 세븐 얼굴에 익숙해지다보면 나도… 나도 너처럼 말할 수 있게 되겠지.”
“그걸 누가 노력이라고 하나요?”
그냥 스토커라고요, 스토커! 지노가 당차게 못을 박아도 를르슈는 스자쿠 컬렉션의 책등을 손끝으로 살살 쓸어보고 있었다. 오늘은 황력 2019년 4월 7일의 나이트 오브 세븐이 보고 싶군…. 를르슈의 낮게 읊조리는 말에 지노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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