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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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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자쿠는 를르슈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였다. 를르슈의 집까지 가본 적은 있었지만 스자쿠의 집에 그가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리가 되어있던가, 요새 제정신이 아니었어서 어질러져 있었을 텐데. 스자쿠는 를르슈를 자신만만하게 불러들인 것과 다르게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엉망인 모습을 보여줘서 를르슈 씨가 질려버렸을 지도. 상관은 꽤나 정돈된 스타일을 좋아했으니까, 를르슈 씨도….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 스자쿠 씨를 사랑하기로 결심했어요.”

 

그 와중에 를르슈는 스자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쐐기를 박았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알아요? 스자쿠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를르슈는 울어서 붉어진 눈가가 휘어져라 웃으면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통한다고 하잖아요.”

“…를르슈 씨는 귀여운 소리를 하네요.”

“그런가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를르슈는 귀여운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다고 말해놓고서는 스자쿠에게 방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조금이 아니라, 진짜 더러울 지도 몰라요. 스자쿠가 내빼듯이 말하면, 를르슈가 괜찮다고 말했다. 그럼 같이 치워요. 스자쿠는 그를 계속 현관 복도에 세워두는 것도 실례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더러운 거실 한복판에 를르슈를 기다리게 만드는 것도 싫었다. 타협책으로 나온 것은 침실이었다.

침실은… 좀 나을지도 모르니까 거기서 기다릴래요?

그러자 를르슈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끄덕였다. 스자쿠는 자신이 말해놓고서, 그 침실에서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에 대해 생각하고 나니 저도 말할 것 없이 얼굴이 뜨거워졌다.

 

를르슈가 거실을 보지 못하게 빠른 걸음으로 침실에 그를 데려다주었다. 기다려주세요, 좀 더 치우고 차를 준비할게요. 스자쿠가 그런 이야기를 하며 문을 닫고 나가려고 할 때였다.

 

“스자쿠 씨, 그럼 저… 씻고 있어도 될까요?”

“씻, 씻는다고요?”

“…하는 거, 아니었나요?”

“마, 맞아요.”

“그, 럼… 씻고 싶어요.”

“수건 갖다 드릴게요.”

“…네.”

 

를르슈에게 침실에 딸린 욕실을 알려주었다. 욕조가 딸린 욕실은 거실 반대편에 있어서요. 샤워부스라서 불편하지만 여기서…. 스자쿠의 설명이 이어지기 전에 를르슈는 붉어진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샤워부스로도 충분해요.”

“네, 그럼 또 필요하신 거 있다면.”

“…콘돔이랑, 만약 있다면 오메가용 피임약이랑.”

“콘돔, 피임약….”

 

스자쿠는 를르슈가 말하는 목록들이 제 집안에 있는지 고민했다. 콘돔은 늘 있고, 오메가용 피임약은 모르겠다. 베타용으로는 안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를르슈는 폭탄 발언을 했다. 

 

“…그리고 어, 억제제요.”

“억제제?”

“네, 히트 사이클용 억제제….”

 

를르슈의 마지막 말에 스자쿠는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를르슈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말했다. 그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비겁한 걸 알지만… 억지로 히트 사이클을 유도하는 약을 먹었어요. 그러면, 알파의 본능으로 저를 안아줄 거 같아서.”

“…제가 늦게 왔으면 무슨 꼴을 당했을 지 알아요, 를르슈 씨?”

“아, 알아요.”

“를르슈 씨.”

 

스자쿠는 를르슈의 알고 있다는 말에 버럭 화를 내고 싶은 것을 참았다. 억지로 맞이한 히트 사이클에, 프리 오메가 페로몬을 흩뿌리고 있을 를르슈를 탐낼 알파들이 어슬렁거렸을 걸 생각하면. 를르슈에게 크게 화를 내고 싶은 것을 참고 또 참고 있는데, 를르슈가 한 마디를 더 보탰다.

 

“그러면 스자쿠 씨가 책임을 느껴서… 나를 선택해줄 것 같았거든요. 저 진짜 못됐죠.”

“…못된 건지, 똑똑한 건지, 아니면 바보 같은 건지 모르겠네요.”

“못됐다고 해도 좋고, 바보 같다고 해도 좋아요. 그만큼, 스자쿠 씨가 필요했으니까.”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안 믿어도 되지만… 저, 이런 건 처음이라서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엇이 처음이라는 걸까. 유혹하는 것? 아니면 이렇게 히트 사이클을 유도하는 약을 먹었다는 것?” 

 

“섹, 스를… 처음 한다는 거예요.”

“……거짓말.”

“안 믿어도 된다고 했지만, 진짜 안 믿으니까 좀 섭섭해요.”

“섹스를 어떻게 처음해요, 그럼 지금까지.”

“이, 입이나 손으로… 했어요. 왜냐면, 내가 너무 무서워해서. 싫다고, 했거든요. 오메가의 형질로… 느끼는 제 자신이 너무 싫어서. 히트 사이클도 억제제로 계속 피해왔고, 그래서, 히트 사이클은, 지금, 태어나서… 두 번째에요. 첫 번째는, 오메가로 발현했을 때였고, 그 이후로, 한 번도… 안 와서. 솔직히 너무 무서운데.”

“…….”

“그만큼 스자쿠 씨가 갖고 싶었어요.”

“…….”

“나를 다시 달래주는 스자쿠 씨가 필요했어요.”

“를르슈 씨.”

“이제, 난 감추는 거 없어요.”

“…….”

“이제 씻을 테니까…—.”

 

를르슈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입술을 틀어막으면서 그를 다시 침대 쪽으로 이끌었다. 이제까지 쏟아진 모든 말들을 다 받아들이기엔, 그의 사랑이 너무 커서 아무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확실한 것은 그가 이제 완전하게 자신과 함께 사랑을 하기로 결심한 것. 

정신없이 입을 맞추면서 를르슈를 침대에 밀어뜨렸다. 씻으려고, 했는데. 를르슈가 떨어지는 입술 사이마다 하는 말은 씻고 싶었다는 말이었지만, 스자쿠는 그 말들을 낼름 삼키면서 그를 침대 위에 눕혀버리고서는 계속해서 혀를 섞었다. 

스자쿠는 를르슈와 닿았던 입술을 떼어냈다. 흥분으로 붉게 물든 를르슈의 눈가를 보면서, 스자쿠는 자신이 이제부터 를르슈와 어떤 관계에 놓이게 되는지에 대해서 실감하게 되었다. 괜찮냐고, 정말로 나로 괜찮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의 물음은 괜한 망설임만 부를 것 같아서, 스자쿠는 입고 있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고 있는 스자쿠의 손에 를르슈의 손이 겹쳐졌다. 

 

“제가 벗기고 싶어요. 그래도 되죠?”

 

그것은 를르슈의 ‘괜찮냐’는 말이었다. 스자쿠는 풀고 있던 셔츠 단추를 그에게 내어주었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단추를 하나 하나 풀어가고, 스자쿠의 어깨를 만지면서 그가 셔츠를 벗을 수 있게 움직였다. 목덜미부터 어깨까지, 를르슈는 손끝으로 선을 그어가며 스자쿠의 몸을 만졌다.

가까워진 몸의 거리 만큼, 를르슈에게서 느껴지는 오메가 페로몬이 짙어졌다. 스자쿠는 반쯤 발기했던 것이 아예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끌어안은 를르슈가 느릿한 몸짓으로 몸을 겹쳐오는 것이 애가 탔다. 를르슈는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스자쿠의 것에 소리 없이 웃으면서 눈을 맞추었다. 장난을 치듯 웃는 그 얼굴에, 스자쿠는 를르슈가 자신을 일부러 애태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맞춤이 깊어지면 곧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입술에 자신의 것을 갖다대며 혀를 섞었다.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오가는 혀가 뜨겁고, 섞이고 삼켜지는 타액은 달게만 느껴졌다. 스자쿠의 키스가 깊어지면 를르슈는 속절없이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를르슈가 키스로 정신이 없는 틈에 스자쿠는 버클을 풀고 바지를 벗었다. 발기한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드로즈 하나 차림으로 스자쿠는 를르슈의 옷에 손을 댔다.

를르슈처럼 벗겨도 괜찮냐는 말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스자쿠가 자신의 니트를 벗기는 것에 를르슈는 손을 들어 기꺼이 응해주었다. 옷을 벗기는 사이에 잠깐 떨어지는 입술이 아쉬워하며 삐죽이는 것이 귀여웠다. 를르슈가 입고 있는 바지를 벗기려고 하자 를르슈가 다리를 움츠렸다.

 

“왜요?”

 

이제 와서 싫다고 하는 걸까. 스자쿠는 긴장하며 를르슈에게 물었다. 를르슈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젓다가, 이내 빨개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뒤가, 많이 젖어서….”

“아직 키스 밖에 안 했는데.”

 

스자쿠는 입밖으로 말을 내놓고 나서 후회했다. 분위기를 깨도 너무 깨는 말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를르슈는 그 말에 뾰족하게 입술을 세우고서는 변명하듯 말했다.

 

“스자쿠 씨랑 하는 키스가 기분 좋았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그 말은 정말 반칙이었다. 솔직하게 직구로 날리는 말에 스자쿠는 이를 악물었다. 오메가 페로몬에 반응하느라 더 예민해진 몸에 독처럼 느껴지는 를르슈의 말을 어떻게 받아줘야 할까. 스자쿠는 자신도 더 숨기거나 돌려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많이 젖은 를르슈 씨 보고 싶어요.”

 

스자쿠는 를르슈의 바지를 내리면서 말했다. 드러나는 검은 속옷을 보고서 스자쿠는 작게 혀를 찼다. 이런 걸, 이런 걸 입고 다닌다고. 그것도 매일 입고 다니는 거겠지? 바지를 벗기고 나면 속옷까지 벗기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러나 속옷을 쉽게 벗기는 것은 무언가 아쉬워서, 스자쿠는 작은 엉덩이를 감싸고 있는 검은색 천조각 뒤로 손을 밀어넣었다. 애액으로 미끈거리는 느낌에 정말로 그가 ‘많이 젖었다’라고 말한 정도를 알았다. 검은색 천이 젖어서 손끝에 얽히는 느낌도 야릇했다. 

 

“버, 벗길거면 빨리 벗겨요.”

“많이 젖었네요, 정말.”

“…일부러 그러는 거죠?”

“그럴 리가.”

 

스자쿠는 를르슈의 둔덕 사이의 안쪽으로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애액이 흘러나오는 안쪽을 손가락 끝으로 문지르면 를르슈의 구멍이 움찔거렸다. 아, 하고 를르슈가 안타까운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곧 신호였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속옷을 벗기고 그의 다리 사이로 자리를 잡았다. 베개를 잡아 를르슈의 뒤에 받쳐준 뒤, 스자쿠는 벌린 다리를 더 깊게 밀면서 를르슈의 젖은 애널에 손을 댔다.

달아오른 내벽이 스자쿠의 손가락을 휘감는 느낌은 흥분 그 이상의 것을 느끼게 했다. 스자쿠의 손가락 두 개가 밀고 들어가도 를르슈는 그것을 맛있게 삼키면서 안을 채우는 느낌에 헐떡거렸다. 발기한 를르슈의 페니스를 만져주면 끝에서는 하얀 정액이 줄줄 흘렀다. 손바닥을 적시는 정액의 미지근함을 그의 애널에 덧바르면서, 스자쿠는 세 번째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아, 스, 스자쿠 씨… 이제, 넣, 넣어… 주세요. 아, 자꾸, 가는 거… 싫어…!”

“손가락으로는 싫어요?”

“네에… 싫어요. 스자쿠 씨랑, 기분 좋아지고 싶어요.”

“키스할 때처럼?”

“정말… 일부러…!”

 

이윽고 스자쿠가 속옷을 벗었다. 스자쿠는 발기한 성기를 를르슈의 아래에 맞춰서 천천히 밀어넣었다. 를르슈는 처음이니까 성급하게 나가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 스자쿠는 를르슈의 몸에 긴장을 풀게 해주려고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움직였다. 

자신의 좁은 내벽을 스자쿠의 것이 뚫고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를르슈는 입을 틀어막았다. 필사적으로 소리를 죽이려고 하는 를르슈의 모습에 반쯤 밀어넣은 스자쿠가 결국 그의 손을 떼어내고 물었다.

 

“왜 소리 안 내요?”

“…흑, 너무, 커서. 아, 파요.”

“뺄까요?”

“그럴 거 같아서, 소리, 안 낸 거예요….”

 

스자쿠 씨랑 빨리, 짝이 되고 싶은데. 를르슈는 제 목을 더듬거리면서 초커를 풀려고 했다. 땀으로 젖은 손이 미끈거려 잠금쇠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필사적으로 초커를 풀려고 하는 손짓에, 스자쿠는 이내 울고만 싶어졌다.

 

“아직 절반이에요.”

“스자쿠 씨, 다 들어온 게, 아니라고요?”

“네, 너무 긴장한 거 같아서 말해주려고… 한 거 였는데.”

“나 너무 아픈데….”

“히트 사이클이어도 아프구나…. 이렇게 젖었는데도.”

“…….”

“초커, 풀어줄게요. 다 넣으면.”

“…빨리 넣어주세요.”

 

를르슈의 조르는 말에 스자쿠는 자신이 하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너무 조급하게 굴면… 진짜 큰일 나요.”

“스자쿠 씨를 사랑한다고 생각한 이상 더 이상의 큰일은 없어요.”

“……를르슈 씨.”

 

스자쿠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조금씩 밀어넣고 있던 허리를 더 크게 움직였다. 를르슈가 히끅거리면서 스자쿠의 부름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를르슈 씨는 내가 첫 상대로, 섹스가 처음인 게 사실이다. 이렇게 버거워하고, 힘들어하는데,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이제 나의 짝이 될 오메가다. 그의 초커를 푸는 것도, 그 목덜미에 이를 세울 수 있게 되는 것도, 온전히 모두 나의 역할이 되었으니, 조급하게 굴지 않아도 된다.

스자쿠가 그렇게 생각하며 절반을 다 밀어넣고, 자신의 오메가—를르슈를 끌어안고 있을 때였다. 를르슈는 계속 흘려왔던 눈물을 빛내면서 웃고 있었다. 가득 들어찬 스자쿠의 페니스가 아프고 힘들 텐데도 웃고 있는 를르슈가 너무 좋아서, 스자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한 번이라도 돌리면 꿈결처럼 사라질 것 같은 를르슈의 모습에 두려운 것은 오히려 자신이었다. 용기를 내서 눈을 감았다 뜨면, 를르슈의 모습이 흐리게 보여서 스자쿠는 두 눈을 깜박였다. 그제서야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황한 스자쿠가 눈물을 닦아내며 를르슈에게 미안한다고 말했다. 뭐가 미안한지, 어째서 미안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인지, 무슨 맥락인지 를르슈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신 눈물에 젖은 스자쿠의 손을 자신의 초커로 가져갔다.

 

“이제 각인해줘요. 제가 스자쿠 씨의 짝이 될 수 있게.”

 

눈물에 젖은 손으로 초커를 푸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스자쿠와 를르슈는 포기하지 않고 그 초커를 풀었다. 를르슈의 안에 들어찬 스자쿠의 페니스는 터질 것 같이 부풀었고, 자궁 안쪽까지 꾹꾹 찔러오는 압박감에 를르슈는 힘들어했다.

히트 사이클로 넘치는 애액과 체액의 질척이는 소리가 커지고, 를르슈의 입에서 아프다는 말 대신에 스자쿠의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는 소리가 이어질 무렵에, 스자쿠는 그의 뒷목에 이를 세웠다. 

 

앞으로도 힘들고, 괴롭고, 부끄럽고, 속상한 이 사랑을 

당신과 함께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