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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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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Unfair

master 2019.05.04 10:43 read.252 /

마리안느 X C.C. 

 

 

 

 

 

 

 

 사랑은 언제나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 같으면서도, 오지 않는다. 

 C.C.는 사랑을 받은 적이 없다. 사랑을 받고 컸다면 그녀는 이름을 버리고 살아가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랑 받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명 정도는 그 사람의 안녕을 바라지 않을까. 하지만 C.C.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살고 싶다면, 나와 계약을 맺자.

 

 기어스를 쓰지 못하는 계약자를 처음 만나는 것은 아니었다. C.C.는 그럴 때면 자기 존재를 지우고 홀연히 떠나버리곤 했다. 사실 기어스를 쓰지 못하는 계약자는 대부분 죽었다. 죽기 직전의 절박한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서 C.C.는 계약을 맺었다. 

 운명을 바꿀 힘. 그 힘은 삶에 대해서 절박할수록 강해졌다. 배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소녀는 곧 죽을 것 같았다. C.C.는 그녀에게 물었다. 살고 싶어? 창백하게 질려가는 얼굴과 피로 젖은 검은 머리카락은 부드럽게 굽이치면서, 헐떡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는 가슴팍이 그녀는 죽어가는 인간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았다. 

 살고 싶다면 계약을…. C.C.는 아름다운 소녀에게 그렇게 말을 했다. C.C.가 내미는 손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소녀는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웃었다. 죽어가는 사람이 지을 미소가 아니었다.

 

 그것이 마리안느 람페르지와 C.C.의 만남이었다.

 마리안느는 펜드래건의 변두리에서 살던 소녀였다. 아름다운 육체와 영특한 머리로 귀족들이 자기 집안에 시집을 오라며, 서민인 그녀를 지독하게도 괴롭혔다. 구애를 받아주지 않으면 죽이려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 C.C.가 만난 마리안느는 남자들의 습격을 받고서 도망치던 중이었다. 어두운 숲까지 들어가서 죽어가던 중이었다. 적어도 C.C.가 보기에는 그랬다. 살고 싶은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바라지 않던 사랑에 치여서 이렇게까지 쫓기는 것이 억울해야 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게 분명하니까, C.C.는 그녀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마리안느는 죽지 않고 살아났다. 계약이 성사된 것 같았지만, 마리안느는 기어스를 쓰지 못했다.

 

 —너, 기어스는 쓸 줄 모르는건가…?

 

 C.C.는 마리안느가 혼자 사는 집에서 머물던 사흘째 밤에 마리안느에게 물었다. 보통 살아난 게약자들은 ‘그 힘’은 대체 무엇인지,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기어스’가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물어볼 텐데, 마리안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기어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운이 꽤 좋았어. 살아난 거로도 모자라서 귀여운 친구도 생기고. 너도 조심해. 이 거리의 남자들은 여자라면 환장하니까. 

 

 마리안느는 맛없는 스프를 내밀었다. C.C.는 사흘째 같은 스프를 먹으면서 한 번도 투정을 부린 적이 없었다. 귀여운 친구. 마리안느에게 C.C.는 그런 존재였다. 

 이름은 마리안느, 성은 람페르지. 아버지는 용병이었고, 어머니는 선생이었다. 살던 나라가 브리타니아 제국에 흡수될 때, 아버지는 전사했고, 어머니는 스파이 짓을 하다가 총살당했다. 아름다운 소녀인 마리안느를 데려가려던 친척들은 많았지만, 마리안느는 모두 거절했다. 어머니의 유품을 모두 팔고, 집까지 팔아서 펜드래건의 변두리 마을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녀가 하는 일은 다양했지만, 요즘은 귀족 아가씨의 여기사로 자주 호출된다고 했다. 아가씨들의 모임에서 마리안느는 아버지에게 배운 검술을 가볍게 내보이면 모두들 환호성을 지른다고 했다. 야유회 같은 데에서는 끼니도 챙길 수 있고, 때로는 아가씨들의 선물을 받으며 생활을 영유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가끔씩은 집요하게 구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남자들이 치근덕대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한다고. 

 

 —사랑받는구나. 

 —자기들 좋을대로 구는 거지, 사랑받는 건 아니야. 진짜 사랑이라면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 리가 없어.

 

 C.C.는 사랑받았던 기어스를 손에 넣었던 때를 떠올렸다. 나중에 모든 사랑이 그녀를 괴롭게 했던 때에, C.C.는 마지막 한 사람에게도 버림을 받고, 원치 않던 영생을 얻었다. 그 긴 시간에 지쳐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누군가와 계약자의 관계가 아닌 그저 보통 사람의 관계가 된 것이 좋았다.

 마녀라고 불리는 것보다, 귀여운 친구로 여겨지는 게 더 좋다.

 

 —여기에 계속 있어도 돼. 

 

 마리안느는 C.C.가 원하는 말을 해주었다. 

 

 —대신 숨어있는 게 좋을걸. 내 방에서 지내는게 좋을거야. 손님 방에는 누가 들어오면 바로 티가 나서, 남자들이 눈치채거든. 

 —야만적인 곳이네.

 —펜드래건이? 아니면 브리타니아가? 아니면 내 집?

 —너는 그렇게 느껴?

 —내 집은 보통 사람이 머물기에는 피곤하니까.

 

 마리안느의 말대로, 그녀의 집은 늦게까지 낮잠을 잘 수가 없는 집이었다. 

 새벽에는 새벽 산책을 하다가 이슬에 젖은 장미가 아름다워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다던 공작가의 도련님이 찾아왔다. 마리안느는 긴 머리를 대충 쓸어넘기면서 고맙기는 하지만 장미보다는 돈이 좋다고 했다. 아침에는 갓 짠 신선한 우유로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싶다는 대목장의 아들이 찾아왔다. 소젖이 신선한거지, 당신이 신선한게 아니라고 마리안느는 쫓아냈다. 늦은 오전에는 오늘 애프터눈 티타임에 여기사 역할을 해주러 왔으면 좋겠다고 대부호의 아가씨의 시종이 전갈을 들고 왔다. 귀족도 아니고 대부호의 딸은 평판이 떨어진다고 마리안느는 거절했다. 계속되는 손님 방문에 마리안느는 이를 악물었다. 

 

 —받아주니 끝이 없군. 나가자!

 

 점심은 펜드래건 중심부에 있는 거리에 찾아갔다. 마리안느의 옷을 입은 C.C.는 마리안느와 손을 잡고 걸어다녔다. 죽어갈 사람이 누구 없나, 나와 계약해서 나를 풀어줄 사람, 그런 사람을 찾아다녔던 C.C.는 마리안느가 시킨대로 ‘맛있는 걸 팔 것 같은 가게’만 찾으려고 코를 킁킁거리며 거리를 둘러보았다.

 적당한 레스토랑 집에 들어갔다. 유로피아식 정식을 파는 곳이었다. 마리안느와 C.C.가 들어서자 또 시선이 느껴졌다. 끈적하게 닿는 시선에도 마리안느는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C.C.는 못 먹는거라도 있어?

 —아무거나 잘 먹어.

 —좋군. 많이 먹는 편이야?

 —먹어둘 수 있을 때 먹는 편이야.

 —그래서 내 요리를 끝까지 먹었구나. 다들 맛없다고 끔찍해하거든. 먹는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마리안느는 한 상 가득 차려먹을 정도로 요리를 주문했다. 마리안느의 말마따나 맛없는 요리를 나흘내리 먹고 있던 C.C.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으니 허겁지겁 입 안에 음식을 밀어넣었다. 마리안느는 삐진 얼굴로 샐러리를 아작아작 씹어먹었다. 

 

 —너무하네. 이제껏 이렇게 맛있게 먹은 적 없었잖아. 

 —맛있는 걸 먹는 거랑 생존을 위해 먹는 거랑 다르니까. 

 —내 요리가 생존식이라고?

 —너도 맛있는 건 아니라며.

 —다들 그렇다는거지, 나는 안 그렇다니까? 그래도 맛있는 걸 먹는건 기분 좋은 일이야.

 

 누군가가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에 다가왔다. 비싸보이는 와인과 두 개의 와인잔을 가져왔다. 이 레스토랑의 사장이라고 했다. 마리안느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이런 술을 받을 만큼의 돈은 없다고 했다. 사장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첫눈에 반했습니다. 드릴 게 이거 밖에 없지만, 저에 대해서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밖에서까지 그런 구애를 받은 마리안느가 화가 나지 않았을까, C.C.는 눈치를 살폈다. 마리안느는 환하게 웃으며 기꺼이 그러겠노라고 그랬다. 사장은 괜찮다면 오늘 저녁 펜드래건에서 열릴 불꽃축제에 함께할 수 있냐고 물었다. 옆에 있는 C.C.의 파트너도 자기가 준비할 수 있다고 말을 덧붙이면서.

 

 —여자 둘이서 보는 건 조금 불안했는데, 사장님 같은 분과 함께하면 든든하겠군요. 디너타임 한 시간 전에 오겠습니다.

 —아가씨의 에스코트를 할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저는 레너드라고 합니다. 아가씨의 이름은?

 —헬렌이라고 불러주세요. 

 —이름마저 아름다우시군요. 식사를 천천히 즐기다 가세요, 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가짜 이름을 대고서도 태연한 마리안느는 와인을 C.C.와 나눠마셨다. 그녀는 귀족들의 모임에 나갔을 때 어깨 너머로 배웠던 아가씨들의 몸짓을 따라하며 와인을 마셨다. C.C.는 두 잔까지만 마시고, 나머지는 마리안느가 다 마셨다.

 장밋빛으로 뺨이 물든 마리안느는 더 농염하게 빛이 났다. 하지만 반짝이는 눈망울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레너드의 배웅을 받고 레스토랑에서 나왔다. 

 

 —레너드랑 만날거야?

 —그럴 리가. 이제 집에 갈 거야. 와인을 공짜로 주길래 마셨지만, 난 원래 낮술은 하지 않아!

 —거짓말 잘하는구나, 마리안느. 

 —이럴땐 처세에 능하다고 하는거야.

 —불꽃축제는?

 —보고 싶어? 사람 엄청 많을 텐데. 브리타니아 황실에서 쏘는거라 엄청 화려해서 다들 보러오거든.

 —본 적 있어?

 —응. 대공작의 도련님과 데이트 할 때 딱 한 번.

 —어때?

 —그렇게 돈 뿌릴거면 그냥 나한테 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

 

 사람들은 왜 금방 사라지는 불꽃 같은 거에 집착하는 걸까? 한 번 보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데. 공기만 나쁘게 만들고. 시끄럽기만 한 그런 건 돈이 아깝잖아. 그럴 바에야….

 마리안느가 투정을 부리는 것에 C.C.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불꽃 보는게 즐거웠나보네. 계속 이야기하는 거 보면. 

 —너무 별로라서 이야기하는거야. 

 —……. 

 —아, 그래. 인정할게. 너무 좋았어. 화려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엄청 예쁘거든. 우리집에서는 소리만 먹먹하게 들리지만, 그 소리 듣는 것도 좋아. 엄청 설레고.

 

 한 순간의 설렘으로도 그렇게 기쁘게 만들 수 있는 건 처음이었거든. 마리안느는 C.C.의 손을 잡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이제 이야기 했으니까 집에 가자. 예쁜 건 한 번 보면 충분하고. 

 C.C.는 마리안느의 이끄는 손에도 가만히 멈추었다. 아직 파란 하늘을 바라보다가 마리안느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도 보고 싶어, 불꽃. 

 —뭐? 레너드랑 진짜 더블 데이트 하고 싶어?

 —…사람이 많으니까 우리는 그렇게 눈에 띄지 않을거야. 

 —내 얼굴 보고서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을걸? 레너드 말고도 다 귀찮게 다가올텐데. 

 —모자를 사자. 챙이 엄청 넓고, 깊게 푹 눌러쓸 모자.

 —밤에 모자 쓰는 사람이 어디 있어?

 —몰래 나온 부잣집 아가씨들이 그러잖아. 

 —난 부잣집 아가씨가 아니야.

 —……불꽃 보고 싶어.

 

 너, 귀엽게 생겨서 엄청난 고집불통이구나. 

 마리안느는 C.C.가 말한 모자를 사면서 그런 말을 했다. 얼굴까지 내려오는 망사가 유행이래서 더욱 좋았다. C.C.는 마리안느와 색깔만 다르고 같은 디자인의 모자를 눌러쓰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답례로 내가 요리랑 청소 할게. 너보다는 잘 할거야.

 —그래?

 —응. 나 집안일을 잘 하거든. 

 —좋아, 난 그런 건 싫어하니까. 내 집에 사는 동안에는 부탁하지. 모자값에 방값까지 해도 남는 장사다!

 

 마리안느는 생존식도 계속 먹으면 질린다고 키득거렸다. 둘은 모자를 눌러쓰고서 거리 구석구석을 쏘다녔다. 

 하늘이 점점 어둑해지자, 마리안느는 황궁 쪽 벽에 올라가서 보는 것이 제일 좋다고 그랬다. C.C.가 그래도 되냐고 물었다. 황실 사람들만 황궁에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니야? 마리안느는 멍청한 질문을 들은 것처럼 멍한 얼굴을 했다. 

 

 —누가 황궁에 들어가자고 그랬나, 그냥 벽에 올라타서 보는거야.

 —걸리면?

 —몰라서 그랬어요, 하면 돼.

 —벽에 올라탔는데?

 —불꽃 보고 싶다고 한 건 너야.

 

 마리안느는 벽의 울퉁불퉁 튀어나온 곳을 발로 딛으면서 올랐다. 높이가 제법 되고, 두께도 상당했기에 두 소녀들이 앉아도 거뜬했다. 어느덧 까맣게 변한 밤하늘과, 멀리서 들리는 음악소리에 마리안느와 C.C.는 손을 잡은 채로 하늘만 쳐다보았다. 

 

 —C.C.는 뭘하고 있었어?

 —사람을 찾고 있어.

 —어떤 사람?

 —내 소원을 들어줄 사람.

 —멋있네. 직접 찾아다니는거야?

 —응.

 —무섭지 않아?

 —예전엔 그랬어. 

 —지금은?

 —지금은 다른 게 무서워. 

 —뭔데?

 —그런 사람은 아예 없었고, 나는 계속 이러고 살아야할까봐.

 

 마리안느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갑자기 터지는 큰 웃음소리에 C.C.는 기분이 상했다. 

 

 —그렇게 되면 뭐 어때. 그때는 스스로 소원을 이루면 되잖아.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노력했어? 아, 혹시 나한테 말했던 그 기어스라는 게 그런건가?

 —그래.

 —그럼 나는 네가 찾던 사람이 아닌거네.

 —…….

 

 C.C.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에 고개를 겨우 끄덕거렸다. 마리안느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또 떠나겠네.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어야 즐거운건데, C.C.는 어때?

 —몰라, 이제 어땠는지 기억도 안 나고. 

 —오래 살았어?

 —응.

 —얼마나?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소원은?

 —죽는 건데…가 아니라, 왜 물어보는거야? 너는 내가 찾는 사람도 아닌데!

 —대답하는 건 C.C.니까. 그렇구나, 죽는 게 소원이구나. 죽지도 못하고 살아있는거군….

 

 비참함에 C.C.가 입을 열지 않자 마리안느는 혼자서 콧노래를 부르다가 입을 열었다. 

 

 —이루어지지지 않아도, 소원이 있고, 소원을 들어줄 사람을 찾는 것도 멋진 일이야. 멋있어. 나는 그런 적이 없어.

 —……. 

 —나는 여기에 왜 있는지 모르겠어.

 —너도 떠나. 

 —떠나서 온 게 여기인데, 아무렇지도 않아. 고향을 짓밟은 브리타니아가 미워야하는데, 밉지도 않아. 부모님이 죽었을 때도 슬프지 않았어. 원래부터 난 고장난거지.

 —……. 

 —가장 기뻤던 때도, 가장 슬펐던 때도 없어. 여기가 늘 허전해.

 

 아름다운 소녀는 제 손끝을 가슴팍에 갖다대며 중얼거렸다. 마리안느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제 머리색처럼 검게 물들고 있는 하늘을 가리켰다. 

 

 —C.C.가 떠나도 난 슬프지 않을거야.

 —살고 싶지 않아?

 —응. 그런데 당장에 죽고 싶지도 않아. 다른 사람 만큼의 본능으로 살고 싶은 정도야. 

 —……. 

 —아, 이제 곧 시작한다. 이 음악이 끝나면 바로 불꽃이 올라왔거든, 지금부터 봐야돼.

 

 섬광이 번쩍번쩍, 하늘을 몇 번이고 뒤흔드는 그때에, C.C.는 처음 불꽃을 놓쳤다. 마리안느의 커다란 눈에서 퍼지는 불꽃을 계속 쳐다보았다. 그녀는 C.C.의 시선도 잊고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색색깔로 터지는 불꽃에 마리안느는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녀가 울고 있다는 걸 안 C.C.가, 눈물을 닦아주려고 손을 뻗었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놀란 마리안느가 그녀의 손을 내쳤다. 아, 미안…! 마리안느가 대답을 하다가 멈춘 것은 C.C.가 앉아있던 벽에서 뒤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C.C.!

 

 C.C.는 보통 사람이라면 떨어져 죽었을 높이와, 자기가 떨어진 시멘트 바닥, 뒷통수에서 뜨겁게 느껴지는 통증에 눈을 감았다. 마리안느는 어떻게 움직일까. 마리안느, 도망가는 게 좋아. 그게 나을거야. 사람을 죽여본 적은 없던 거 같으니까, 슬퍼하지 말고.

 C.C.는 털썩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마리안느가 옆에 있는 것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젠장, 여긴 바로 황궁 안이잖아…. 마리안느는 C.C.를 등에 업으면서 주변을 훑어보는 것 같았다. 뭐하는 거야, 빨리 도망쳐! C.C.는 외쳤다. 하늘에서 터지는 불꽃 때문에 소리가 묻힌 것인지, 마리안느는 들리지 않은 것처럼 아무곳이나 향해 달렸다.

 피는 어느새 멎고, 상처도 아물고 있는 와중에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팠다. 마리안느가 업고 달려서 울리는 진동 때문이 아니었다. 온몸이 타들어가듯 화끈거리는 통증에 C.C.는 마리안느에게 잠깐만 멈춰달라고 말했다. 

 

 —걸리면 골치아파, 조금만 참고 의사한테 가자. 

 —아니, 잠시만…. 

 

 C.C.는 이를 악물었다. 이런 통증은 처음이었다. 고통이 폭주하는 와중에 마리안느가 혀를 짧게 찼다. 누군가가 나타난 모양이었다. 

 

 —나처럼 코드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보란듯이 나타날 줄은 몰랐네. 

 

 

 

 V.V.와의 첫 만남은 그랬으며, 

 C.C.는 그 이후로 한 번도 밤 하늘의 불꽃을 본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