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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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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평화로운 브리타니아 세계관 AU… 

그렇지만 이곳에서도 부활의 를르슈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섞어찌개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병에 걸려버린 도지는 그만 C의 세계 어쩌고 룰에 따라서 허무슈를 이 세계관에 섞어찌개 해버리고 만 것이죠…. 대충 이야기를 하자면, 이 세계관에서는 나이트 오브 세븐 쿠루루기 스자쿠와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 황자전하가 아름답게 사귀고 있답니다. 그런데도 허무슈는 똑, 하고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C의 세계의 기어스의 조각인지 뭔지에 따라서 허무슈는 아리에스 궁의 정원에 똑, 하고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때마침 를르슈 황자와 나나리 공주가 한가롭게 티 타임을 갖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디선가 불어치는 돌풍 사이로 남자 한 명이 꽃밭 위로 떨어지는 것에, 를르슈 황자는 눈을 부릅 뜨고서 그 풍경을 지켜보았습니다. 어머니 마리안느가 나이트 오브 라운즈라는 이유로, 그리고 C.C.의 유일한 친구라는 이유로 오만 가지 험한 일을 어렸을 때부터 당해왔던 를르슈 황자는 이번엔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진다는 설정에 기가 막혔습니다.

 

“이건 유피랑 겹치는 설정이잖아!”

“오라버니?”

“아니, 아니다. 나나리. 사람이 떨어졌으니 살피러 가야지.”

 

신기하고 괴상한 일들이 가끔씩 때때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아리에스 궁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것 정도는 이제 일도 아닙니다. 나나리와 함께 조심조심 허무슈의 곁으로 달려간 를르슈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 자신과 똑같은 키, 이제 목소리마저 똑같을 허무슈와 마주했습니다. 팔랑거리는 꽃잎 사이로 드러누운 허무슈는 가히 아방수 꽃수 미인수의 경지에 오르고도 남았습니다. 보통 지랄수의 비중이 80%인 를르슈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허무함 마저도 감탄하게 됩니다.

눈을 감고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허무슈를 보자마자 를르슈 황자는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습니다. 사실 를르슈 황자는 다른 세계의 를르슈를 만나는 것은 익숙했습니다. 를르슈 황자의 아리에스 궁에 얹혀사는 마녀, C.C.가 신통방통한 마술을 부려서 오만 를르슈를 섞어찌개 하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번 새로운 를르슈가 나타는 것에는 익숙하다고 해서 안 놀랄 수는 없었습니다. 

허무슈의 왼쪽 가슴에는 ‘허무슈💜’라고 적힌 명찰이 붙어있었습니다. 이름은 왜 또 이 모양이냐고 를르슈 황자가 기가 막히고 있었을 때, 저 멀리서 스자쿠가 당황한 얼굴로 뛰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100m 9초 58을 뛰는 스자쿠가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저대로 부딪히면 최소 골절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를르슈 황자는 피하려고 했지만 눈치 빠른 나이트 오브 세븐은 알아서 멈추었습니다.

 

“를르슈 전하! 이 남자는…! 갑자기 위에서 사람이 떨어지더니…!”

“그래, 유피랑 설정이 겹치기는 하지만 이 녀석도 다른 세계의 ‘나’인 모양이야. 이름은 허무슈.”

“네? 허무…허무슈요? 이름이 무슨.”

“…….”

“아, 이 명찰에 뭐라고 적혀있네요. ‘껍데기 뿐인 를르슈’ 라고.”

“…정말 괴상망측한 설정이야.”

 

스자쿠가 왔으니 허무슈를 옮기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이제까지 만났던 모든 ‘를르슈’들은 다들 자아가 있고 이상하게도 온갖 형태로 스자쿠와 사귀고 있다는 설정이 붙어있었기 때문에 를르슈 황자는 한 번도 ‘를르슈’들에게 질투해본 적이 없었지만, 새근새근 잠만 자는 허무슈를 번쩍 들어안고 아리에스 궁으로 향하는 나이트 오브 세븐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언짢아졌습니다.

그래도 저 허무슈에게도 그만의 스자쿠가 있겠거니, 하면서 를르슈 황자는 아리에스 궁으로 따라들어갔습니다.

 

“아, 드디어 왔군. 허무슈는 다른 세계관에서 온 너다. 곧 사라질 존재이긴 하지만 뭐, 확실하게 존재했던 공식 설정이니까 잘 대해주도록 해.”

“그게 제대로 된 설명이라고 생각하냐, C.C.?!”

 

허무슈를 데리고 를르슈의 서재에서 피자를 뜯고 있던 C.C.에게 데려가면 조금 황당한 설명을 들어버렸습니다. 나이트 오브 세븐은 C.C.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흐아아, 거리고 있는 허무슈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를르슈 황자는 지성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허무슈의 모습에서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얘한테도 스자쿠가 있을 거 아니야?!”

“놀랍게도, 얘는 스자쿠가 없어. 얘한테 딸린 설정은 나 뿐이야.”

“……뭐?”

“그러니까 허무슈는 스자쿠를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만의 스자쿠가 존재하지 않아. 다시 말해 지금 만난 나이트 오브 세븐, 쿠루루기 경이 인생 최초의 스자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

“그래, 그래, 허무슈. 스자쿠한테 한 번 가봐.”

 

C.C.가 짓궃은 미소를 지으면서 허무슈와 스자쿠에게 악수를 주선하는 모습에, 를르슈 황자는 갑자기 열이 받아버렸습니다. 인생 최초의 스자쿠라니. 이 세계의 나이트 오브 세븐 쿠루루기 스자쿠는 를르슈 황자만의 것이었는데 갑자기 이 허무슈라는 존재가 그것을 공유하겠다고 나타난 것이나 다름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말랑말랑 뽀짝뽀짝 큐웅큐웅 삐꼬삐꼬하는 허무슈가 나이트 오브 세븐에게 손을 뻗자, 를르슈 황자의 속도 모르는 스자쿠는 웃으면서 ‘아이 귀여워~’ 하며 허무슈의 손을 꼬옥 쥐어주려고 합니다. 를르슈 황자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싫어!”

“응?!”

“?!”

“푸하하핫…!”

 

싫다고 악다구니를 쓰는 를르슈 황자가 허무슈를 뒤로 밀쳐버리고 스자쿠의 품에 포다닥 안기는 것에 C.C.가 박장대소를 하며 쓰러졌습니다. 이런, 이런, 를르슈. 그래봤자 너는 세븐x황자 동인에 불과하고 이 허무슈는 “진짜” “리얼” “ㄹㅈㄷ공식” 이기 때문에 너는 줮밥이란다…. 

C.C.가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것에 를르슈는 눈물을 머금고 나이트 오브 세븐에게 외쳤습니다.

 

“나 말고 다른 를르슈한테 관심 주지 마, 스자쿠!”

“뭐?! 과, 관심 준 적 없어. 난 를르슈 뿐이야!”

“그럼 악수하지 마!”

“하… 오랜만에 피자 먹으면서 웃었더니 소화가 잘되는군. 를르슈 놀려먹기는 일종의 스포츠나 다름 없지….”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저 허무슈라는 거도 내보내! C.C.!”

 

C.C.는 웃으면서 어디선가 이상한 곳에서, 그것도 피자 박스 밑에서 메이드복을 꺼내왔습니다. 이전에 다른 세계관에서 왔던 메이드 를르슈가 입었던 메이드복과 똑같았어요. 그때 주인님 스자쿠를 모시던 메이드 를르슈의 다소곳하면서도 앙칼지고, 츤츤대면서도 데레데레 했던 모습에 나이트 오브 세븐이 쥐락펴락 정신을 못차렸던 것이 떠올라서 를르슈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 허무슈 메이드를 낋여와라, 쿠루루기 스자쿠.”

 

C.C.는 이제 스자쿠를 거의 뭐 챗지피티처럼 쓰기로 작정한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