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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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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를 좋아하시나요?

DOZI 2025.06.17 22:36 read.167 /

안 사귀는 기사황자 


 

 

“스자쿠는 츤데레가 좋은가?”

“…네?”

“츤데레가 좋냐고 물었다만.”

“글쎄요, 아무래도 솔직한 편이 좋겠죠?”

“솔직한 게 좋다…?”

“츤데레는 보통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런 피곤한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아…….”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는 최근에 들었던 말에 대해서 곱씹게 되었다.

발단은 요새 유페미아의 학교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들에 대해서 를르슈가 모르고 있다며 놀리는 일상이었다. 별 걸 다 줄여서 말한다며 를르슈가 유페미아와 나나리를 혼냈지만, 두 사람은 이내 를르슈가 너무 모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아니 멀쩡하게 부를 수 있는데 줄여서 말하는 거야말로 낭비잖아? 그 뜻이 뭐냐고 두 번 묻게 되는건 비효율적이야! 를르슈가 한차례 잔소리를 했다.

를르슈의 말에 유페미아와 나나리는 그냥 재밌으니까, 라면서 웃기만 했다. 이것도 줄여보고 저것도 줄여보자, 하면서 서로의 별명을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를르슈는 츤데레니까 츤츤루루 어때?’

‘그건 정말 불미스럽군.’

‘아니에요, 유피 언니. 오라버니는 늘 상냥하시니까 데레데레-루루 인거에요.’

‘그것도 불미스럽다, 나나리.’

‘츤데레를 줄이기는 어렵네.’

‘츤데레라니… 나는 츤데레가 아니야.’

 

츤데레가 아니라고 말하는 를르슈의 말에 유페미아와 나나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라버니가 츤데레가 아니라면 누가 츤데레지? 코우 언니도 약간 츤데레이긴 한데. 를르슈보다는 더 솔직하거든. 그러니까 황족 중에 제일 츤데레는 를르슈가 맞지 않을까? 괴상망측하고 불미스러운 대화가 오가는 중에 를르슈는 다시 한 번 재차 강조했다.

나는 츤데레가 아니야!

그러자 두 사람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츤데레가 나빠요?’

‘귀찮은 사람 같다는 거잖아. 두 번 말하게 한다는 거 아냐?’

‘아뇨… 그렇다기 보다는, 우선 귀엽죠? 솔직하지 못한 그런 부분이 귀여운 거예요.’

‘맞아, 그래서 츤데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구!’

 

그럴 리가 있나. 듣기만 해도 피곤한 성격인데. 를르슈가 그렇게 말하려고 할 때, 누군가가 를르슈를 찾는다는 하인의 말에 를르슈는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나이트 오브 세븐이 작전회의 관련으로 자신을 찾아왔다는 이야기였다. 곧 나갈 출정임무에 대한 이야기인듯 싶었다. 동생들에게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를르슈는 나이트 오브 세븐의 집무실에 찾아가겠다고 전했다.

그렇게 나이트 오브 세븐의 집무실에 들러서 회의에 대한 이야기를 마쳤을 무렵이었다. 다정하게 눈을 맞추면서, 나나리와 유페미아와 함께 티 타임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에 한껏 부럽다고 말하는 나이트 오브 세븐, 쿠루루기 스자쿠의 모습에 를르슈는 그도 츤데레이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전장에서는 브리타니아의 하얀 사신이면서도 저에게는 다정하게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스자쿠도 츤데레의 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츤데레가 그런 의미가 맞나, 잠깐 고민하고 있었을 때였다. 를르슈의 깊어지는 미간 주름에 스자쿠가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를르슈는 이내 고민하던 것을 말한 것이었다.

 

스자쿠는,

츤데레가 좋은가?

라고.

 

듣는 본인도, 물어보는 사람도 어이가 없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스자쿠는 딱 잘라 말했다. 별로 좋아하지 않고, 솔직한 게 좋다고. 를르슈는 어딘가 상처를 받은 기분이었다. 츤데레가 좋지 않다는 건 를르슈 스스로도 알고 있던 부분인데, 를르슈는 츤데레가 아닌데도 어딘가 가슴 한 구석이 아려왔다.

 

“근데 왜 갑자기 츤데레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딱히 인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 나나리랑 유피가 나보고 츤데레라는 거야.”

“전하께서 츤데레라고요?”

“…응.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러게요. 두 분께서는 전하의 어디가 츤데레라고 생각하셨을까요?”

“그건 모르겠지만… 아무튼 난 솔직할 땐 솔직하고, 감추는 편도 아니야.”

“그렇죠? 전하께서는 언제나 솔직하세요.”

“맞아, 난 언제나 솔직해.”

 

를르슈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츤데레는 싫다고 했던 스자쿠가 자신이 솔직하다는 걸 인정해주는 것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스자쿠가 말한 대로 자기는 츤데레도 아니고, 피곤하게 두 번 말하는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언제나 솔직해서… 스자쿠가 싫어할 만한 사람도 아니라는 게 좋았다.

 

“솔직히 방금 전에는 스자쿠가 조금 츤데레라는 생각을 했는데.”

“네? 제가요? 츤데레요?”

“응. 뭔가… 스자쿠는 전장에서는 무시무시하지만, 내 앞에서는 상냥하니까.”

“음.”

 

그러자 스자쿠의 얼굴이 붉어졌다. 뭔가 전하께 들으니까 쑥스럽네요. 를르슈는 자신이 부끄러운 말을 한 건 아니라고 했다. 이어지는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며 네네, 라고 대답했다. 건성으로 하는 것 같은 그 대답에 를르슈는 스자쿠가 츤데레라고 느껴지는 점을 더 말하려고 했다.

 

“너는 평소에는 어려운 표정을 지으면서, 내 앞에서는 잘 웃잖아?”

“네.”

“그리고 또 뻔한 황족의 이야기인 내 이야기를 들어줄 때에는 귀찮아 하지 않고.”

“뻔하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것부터가 넌 츤데레야!”

“뭐어…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전하께 이런 말을 들어서 기쁜데요.”

“……뭐?”

“한 가지 짚고 가자면, 그런 것들은 츤데레가 아니라 전하께서 느끼는 갭 모에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갭… 모에? 그게 뭐야?”

“평소와 평소가 아닐 때랑 차이가 있는 그 지점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겠죠.”

 

갭 모에라는 단어는 생전 처음 들어본 를르슈는 그 뜻을 가늠할 수 없었다. 를르슈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스자쿠는 신이 난 것처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전하께서도 평소에는 어려운 표정이지만, 저를 보면 자주 웃으시잖아요? 그게 갭 모에입니다.”

“그건 네가 그냥 편해서….”

“그리고 또 재미없는 제 나이트 오브 라운즈 이야기를 들어주시면서도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요.”

“재미 있어, 그런 이야기는.”

“지금도 이렇게 저한테 일일이 말씀해주시는 부분도 정말 갭 모에예요.”

“…어디가 그런 건지 전혀 모르겠는데.”

“나나리 전하와 유페미아 전하를 만나면 전하는 ‘츤데레’가 아니라 ‘갭 모에’라고 전해주세요.”

 

를르슈가 그런 걸 어떻게 말하냐고 물어보려고 할 찰나에 누군가가 나이트 오브 세븐을 찾았다. 나이트 오브 라운즈끼리의 정기 회의에 대한 건으로, 그는 곧 자리를 비워야만 했다. 집무실을 같이 나가자는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전하.”

“잘 다녀와라, 스자쿠.”

 

전하께서 저를 배웅하고 인사를 하는 모습이 어딘가 갭 모에예요, 라고 스자쿠가 또 말했다. 를르슈는 이제서야 스자쿠가 자기를 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그 단어 안 지 얼마 안 됐지? 그러니까 이렇게 막 쓰지? 스자쿠는 웃으면서 아니라고 했다. 그가 웃고 있다는 시점에서 지독하게 놀림을 당한 기분이었지만, 를르슈는 이내 저도 따라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