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깔기~
벌써 8월도 끝입니다.
9월의 첫날도 의미있는 하루로 마무리 했음에도 어쩐지 피곤한 기분이 듭니다. 끝도 없는 더위에 지쳐서 그런 건지, 아니면 여러모로 지쳐있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다들 잘 지내셨나요? 저는 그럭저럭 잘 지낸 것 같습니다. 8월이 어떻게 끝나는지도 모르고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매년 8월 31일은 기사황제 기념일이라고 스자루루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은데, 올해는 그런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은 것은 느낌이 아니라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감정 또한 한결 같을 수 없다는 것도 이제 피부로 와닿는 시기가 온 듯 해요.
아직도 스자루루를 좋아하냐, 고 묻는다면… ‘좋아한다’라고 대답하는 게 맞는 거겠죠.
제가 썼던 글은 다시 보면 재미있기도 하면서, 그때 이런 글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아서 그런가, 그래서 그런지 더 낯설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도 듭니다. 이런 글을 잘도 썼구나, 싶은 거죠.
한편으로는 좋아했던 존잘님의 글을 읽어보는 것도 즐겁기도 합니다. 근데 신기한 건, 이제 더 이상 존잘님들이 써주시는 글들을 읽어야 한다거나, 그림들을 강박적으로 봐야한다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자루루 기념일을 챙겨야 한다는 압박감도 거의 없어지고 있고요. 제 인생에서 제법 중요해서 스자루루 기념일을 전부 다 캘린더에 적어놨는데도, 이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흐려지고 있어요.
아쉽지 않아져서 이러는 걸까요? 스자루루에 아쉬움이 남지 않게 되다니, 정말 상상한 적도 없었는데. 뭘 놓치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아버리는 마음이 이제는 당연하고, 또 아무렇지도 않아져서 스자루루를 좋아하는 마음이 줄어들고 있는 게 아닌가……. 무섭습니다.
스자루루는 제 인생에서 두 번째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제가 외롭고 힘들었을 때 가장 의지했던 스자루루가 이제 아쉬울 게 없는 것이 된다는 게 저는 슬프기만 합니다. 예전처럼 더 좋아하고 싶고, 불타오르고 싶고, 날밤 새어가며 썰 풀고 소설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데 그게 이제 되지 않는다는 게 저는 견디기 힘든 거 같아요.
스자루루를 오래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제가 나이가 들어서 힘에 부쳐 그러는 건지 모르겠네요. 여러 번의 큰 풍파를 겪어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올해 <Summer> 회지를 내려고 했습니다.
원고도 마쳤고 업로드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생각 외의 일에 부딪쳐서 의욕이 정말 사라져버리더라고요.
트위터에도 썼지만… 그때의 감정을 조금 갈무리하고, 상황을 좀 더 자세하고 간략하게 적어보자면 이렇습니다.
1. 통판 윗치폼에 <무료 웹공개 예정이 있다.>라는 문구를 달고 통판을 시작함.
2. 통판 신청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음.
3. <무료 웹공개 예정> 때문에 통판 신청이 들어오지 않는 거 같아서, 트위터에 <무료 웹공개 유지하기vs회지로 팔고 끝(어디에도 올리지 않기)투표 폼을 올림. 무료 웹공개가 있기 때문에 통판 신청이 들어오지 않는 거라면, 통판에 참여한 사람들을 위해서 무료 웹공개를 중지할 생각이었기 때문임.
4. 투표는 <무료 웹공개 유지하기>가 압도적인 표를 얻고 종료.
5. 통판 신청 0건에 투표 결과를 통해 제 연성을 봐주시는 분들은 무료 웹공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됨.
6. 그러나… 무료 웹공개를 한다고 해서 회지 감상이 들어오는 것도 아님.
그러니까 저는 좀, 화가 났던 거 같습니다.
제가 낸 회지에 대한 RT 수도 현저하게 적었고, 택배비 포함 300페이지를 15,000원에 파는 나름 파격적인 가격에도…… 통판 신청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도 제게는 무료 웹공개를 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반응들이 돌아오니까,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스자루루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뒤늦게 후회하는 일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는 무료 웹공개를 하고 있었습니다. 갖고 싶었던 회지를, 샘플만 보고서 그 뒷내용을 영원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정말 절망적이거든요. 그런 일들이 줄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저는 제가 낸 회지에 한해서는 무료 웹공개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장르에서도 무료 웹공개를 하고 있는데, 그 장르에서는 회지를 사주시는 분들이 30명이 훌쩍 넘었거든요. 무료 웹공개 예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회지를 사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는 게 저는 감동적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진심으로, 전력으로 다하고 있는 스자루루판에서는 그런 감동을 느끼기는커녕 매번 실망하게 되는 것 같아서… 이 상황에 대해서 화가 나는 제 자신이 싫고, 또 이런 상황을 일부러 만드는 제 자신이 싫고, 그냥 제가 너무 미워지고 그 부분에 대해서 화가 났습니다.
왜 회지 같은 것을 내서, 왜 무료 웹공개 같은 걸 해서, 왜 이런 일을 벌려서, 혼자서 벽 보고 덕질이나 할 것이지 왜 남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건지, 제 자신이 너무 싫었어요. 애당초 제가 회지도 안 내고 글도 안 쓰고 무료 웹공개도 안했으면 이런 사단이 나지 않았을 텐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첫 디페 행사를 나갔을 때도 그랬죠. 수요조사에서는 다들 실컷 참여해주시고, 행사장에는 아무도 찾아와주시지 않았으니까요. 저 혼자 한 권도 팔리지 않은 회지들을 묵묵히 싸들고 돌아오는 서러움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그냥 그때 그만뒀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회지를 낸다거나 하는 일들을… 스자루루 관련으로 동인활동을 그만뒀어야 했었죠.
그런데도 스자루루가 좋아서, 그 좋아하는 마음이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 나는 살아가는 거 같아서, 계속해서 그 힘을 잃지 않고 그 덕으로 웃고 싶어서.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는데도 스자루루가 좋다는 생각으로 계속 버텼는데, 뭔가 이제 한계가 온 것 같았어요.
제가 무료 웹공개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저한테 감상을 적어주시는 분들이 계셨나요? 잘 봤다는 말 한 마디 남겨주시는 분들은 극히 드물고, 요즘 감상을 전하지 않는 시대에 더 드물어지고, 피드백이 더 어렵고 소위 말하는 눈팅만 하기 쉬운 이 개인홈페이지라는 공간에서는 이제 기대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어주시는 분들도 반응하기 쉬운 포스타입으로 옮겨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저는 차라리 그냥 제 갠홈의 방명록 란을 아예 삭제해서 애초부터 감상을 받을 수 없는 공간으로 바꾸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저 감상 받는 거 되게 좋아하고, 들어오는 피드백들은 정말 보석같이 여기고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몇번이고 곱씹는 사람인데도, 그냥 방명록을 없애는 게 맞다, 라는 결론에 다다를 정도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음 같아서는 포스타입도 다 없애버리고 내려버리고 싶을 지경입니다. 다 때려부수고 싶어요. 갠홈도 없애버리고 싶고요.
방명록을 남겨둔 것은 언제든 편하게 감상을 남겨 주셨으면 했기 때문에 만들어둔거고 남겨놓은 것이었는데. 이제 이걸로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갠홈도 없애버리고 포타도 없애버리고… 그냥 애초부터 연성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스자루루를 하시는 분들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어서 그렇다고 한다, 라고 하기에는… 제가 트위터에 올렸던 <무료 웹공개 유지하기> 투표는 23분이나 참여해주셨는데, 그중 17표가 <무료 웹공개 유지하기>였기 때문에 저는 이 수치를 결코 무의미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물론 대형 메이저 장르에 비하면 23표가 뭔 의미가 있겠나 싶겠지만…….
제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개인홈페이지는 일평균 100명 정도가 들려주시는데요. 월로 따지자면 지난 8월만 해도 6,156명이 들렀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럼 8월 내내 200명 정도가 들린다는 것인데, 이 수치에 대한 신뢰도가 얼마나 유효한지는 몰라도 저는 아무도… 아무도… 거의 아무도 와주지 않는 방명록 란을 보고 있으면…… 그 숫자들이 정말 의미가 있나 싶은 거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이제 잘 모르게 되었는데, 확실한 것은 저는 여기서 꺾인 기분이 들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뭔가 꺾이게 되었습니다. 그냥 지쳤다는 마음이, 더 열심히 해서 더 활기찬 덕질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스스로도 충격적입니다.
아무튼 말이 길었네요.
8월 내내 좋지 못한 마음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도 떳떳하지 못한 기분이었고요.
죄송합니다. 저의 일기가 가면 갈수록 어두워지는 기분이 드는데… 더위에 지친 탓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을이 오고 선선해지고, 덕톡회도 한 차례 열고 나면 저도 어느새 기운 차리겠죠, 뭐.
쉽지만은 않네요.
<괴담출근>도 봤고 여러 장르를 봤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저 이야기로 4천자 가량을 썼더니 기운이 딸려서 더는 못 쓰겠습니다.
아무튼 다들 9월 파이팅 하시고, 저도 감정 잘 추스르고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볼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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