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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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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새우튀김

DOZI 2025.10.27 20:02 read.57 /

임신수 를르슈 주의

 

 

 

 

배가 부풀기 시작하면서 바로 누워자는 것은 힘들어졌다. 를르슈는 끙, 하고 부푼 배를 끌어안고서 옆으로 돌아누웠다. 머리카락을 말리고 있는 스자쿠의 소리를 들으면서, 를르슈는 하루 종일 먹고 놀고 잤음에도 불구하고 곤해진 몸에 또 잠이 오는 것이 신기했다.

나 말고 뱃속에 다른 한 사람이 더 있을 뿐인데도 이렇게 달라지다니.

오후 8시 45분. 보통의 를르슈라면 한참 독서를 하거나 스자쿠와 텔레비전을 보는 등, 아무튼 침대에 드러누울 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임신을 한 뒤로부터는 뭐만 먹었다 하면 감기는 눈과 밀려오는 졸음을 이길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자기 전에 스자쿠한테 인사는 하고 자야지. 를르슈는 반쯤 감긴 눈을 겨우 뜨며 스자쿠, 하고 그를 불렀다. 스자쿠는 아직 주방 쪽에서 물을 마시는지 멀찍이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와, 나 이제 자고 싶단 말이야. 를르슈는 투정을 부리듯 스자쿠가 눕는 자리를 손으로 슥슥 문질렀다. 하-암. 길게 하품이 나오고 나면 를르슈는 잠을 이길 수가 없었다. 옆자리에 스자쿠가 빨리 눕고, 불편하더라도 서로 꼭 끌어안고 자면 정말 좋은 꿈을 꿀 텐데. 

스자쿠는 언제 오는 거야…….

 

‘를르슈, 이거 봐! 새우튀김! 내가 맛있게 튀겨왔어! 요즘 를르슈랑 맛있는 걸 먹은지 오래 된 거 같아서 말이야, 내가 며칠 전에 낚시를 하러 갔는데 거기에서 새우가 잡히지 뭐야. 뭐? 낚싯대로 어떻게 새우를 잡냐고? 하하, 를르슈. 꿈이니까 뭐든지 가능해. 이 새우튀김 냄새 맡아봐. 응, 아, 냄새 맡는 모습 너무 귀여워. 근데 새우튀김 정말 크지 않아? 내 손바닥만 한 게 펄떡거리면서 잡히는데 이거 진짜 를르슈를 위한 새우튀김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를르슈를 위해서 새우튀김을 튀겨온 거야! 새우튀김, 맛있겠지? 진짜 맛있겠지?’

“새우튀김…….”

‘내가 만든 특제 간장 소스에 찍어먹으면 그렇게 느끼하지도 않고 단짠단짠 조합이 정말 완벽한 새우튀김이 완성! 를르슈를 위해서 만든 내 새우튀김 너무 맛있을 거야, 그러니까 를르슈 빨리 입 벌리고 한 입 먹어봐!’

“새우… 튀김…….”

‘를르슈, 새우튀김이 기다리고 있어! 자! 빨리! 아—앙!’

“맛…있겠다…….”

 

눈을 감고서 잠을 청하던 스자쿠는 옆에서 소곤거리는 소리에 감았던 눈을 떴다. 새우, 새우튀김, 맛있겠다, 아…앙. 꿈나라를 헤매는 중인 를르슈는 입술을 오물거리면서 입맛을 다시기까지 했다. 새우튀김 먹는 꿈이라도 꾸는 걸까? 우리 아기가 날 많이 닮았나봐. 먹고 싶은 게 아주 많나보네. 스자쿠는 오물오물 움직이는 를르슈의 입술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추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아랫배에 이불을 꼼꼼하게 덮어주었다. 손발이 유독 찬 를르슈의 발이 이불 밖으로 빠져나오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손은 느슨하게 잡아서 따끈따끈한 자신의 체온으로 온기를 나누었다. 이제 진짜 자야지, 하고 마음을 먹을 때였다. 

 

“뭐야아… 흐으윽… 그거 내 꺼야…….”

 

를르슈가 울기 시작한 것이었다. 스자쿠는 제 손을 꽉 움켜쥐는 를르슈의 손아귀 힘에 눈을 번쩍 떴다. 무언가를 빼앗긴 것인지 스자쿠의 손을 붙잡고서 를르슈는 훌쩍거렸다. 손톱을 세워서 살짝 꼬집기까지 하는 것에 스자쿠는 아프다고 작게 소리를 질렀지만 꿈을 꾸고 있는 를르슈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싫어, 바보, 바보 스자쿠, 빨리 내놔, 내 새우…….”

 

꿈속에서 내가 새우튀김을 들고 도망이라도 갔나? 스자쿠는 를르슈의 손을 겨우 풀어내고서 를르슈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꿈을 꾸다 우는 건 아기한테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감긴 눈 사이로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를르슈는 훌쩍훌쩍 울먹이더니 새우튀기임… 하고 말끝을 늘리면서 스자쿠의 품에서 눈을 떴다.

눈물로 촉촉해진 보랏빛 눈동자가 이렇게 반가울 때가 없었다. 스자쿠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 저를 쳐다보는 를르슈의 시선에 에헤헤, 웃으며 를르슈의 눈가에 맺힌 눈물들을 닦아주었다. 제 눈물방울을 닦아내는 다정한 손길에 를르슈는 몽롱한 기운이 서서히 깨기 시작했다. 정신이 좀 들어? 스자쿠가 묻는 말에 를르슈는 아직 잠에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상한 꿈 꿨어. 그 말에 스자쿠는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무슨 꿈?

 

“네가 나한테 새우튀김 만들어줬는데, 내가 한 입 먹으려고 하니까 안 된대…….”

“뭐?”

“아기한테 양보하라는 거야. 그래도 내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도 네가 아기한테 양보하라고 그랬어.”

“…그거 참, 내가 나빴다. 를르슈가 잘 먹어야지 아기도 먹는 건데.”

“맞아, 네가 나빴어.”

“를르슈를 괴롭히다니, 그런 놈은 혼나야 돼.”

“맞아, 너 좀 혼나야겠어.”

 

혼내겠다고 말한 를르슈는 일부러 스자쿠의 볼을 쭈욱 잡아 늘리고서는 피식 웃었다. 꽤나 아프게 꼬집힌 스자쿠는 웃기는 했지만 얼얼한 두 뺨을 문지르며 를르슈에게 기분이 풀렸냐고 물었다. 를르슈는 부푼 배를 끙차, 하고 받들어 앉고서는 중얼거렸다.

 

“나 새우튀김 먹고 싶어.”

“…응?”

“새우튀김 먹고 싶다고.”

“아… 응, 새우튀김.”

“어느 정도로 크냐면, 스자쿠, 손 좀 줘봐.”

 

스자쿠의 손을 쫙 펼친 를르슈는 중지 끄트머리부터 손목뼈가 이어지는 부근까지 한 번 쓸어보더니 ‘이 정도 사이즈였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스자쿠는 뭐가,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무조건 새우튀김 이야기겠지. 하지만 남자치고는 큰 손에 속하는 스자쿠의 손바닥만한 새우를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그것도 이 시간에, 어디서, 언제 손질하고, 어떻게 튀겨서…?

 

“꼭 이만한 새우튀김이어야 해.”

“…응.”

“그리고 특제 간장 소스도 만들어.”

“으응.”

“해줄 거지?”

 

하지만 해줄거라고 믿고 있는 를르슈의 눈빛 앞에서 스자쿠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예스, 유어 마제스티! 스자쿠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러 가는 사이에, 를르슈는 또 그 사이에도 밀려오는 잠에 하품을 했다. 새우튀김, 특제 간장 소스, 스자쿠. 정말 행복하다. 를르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대에 다시 누웠다. 끙, 하고 아랫배를 받치고서 눕고 나면 방금 전에 꿈을 꿨던 것도 또 잊고 잠에 빠져들었다.

스자쿠가 바깥 추위에 대비해 단단히 챙겨입고 나왔을 무렵에는 를르슈는 완전히 꿈나라로 향해있었다. 또 발 내놓고 자네, 를르슈. 스자쿠는 를르슈가 대충 덮고 있는 이불을 꼼꼼하게 덮어주고서는 그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새우튀김 꼭 구해 올게. 내 손바닥만한 걸로. 스자쿠의 결연한 목소리에 를르슈가 소리없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