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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스자루루 69

DOZI 2026.06.09 23:39 read.220 /

“정말 안 돼?”

“안 돼!”

“왜…? 를르슈는 해주잖아.”

“나는… 나는 괜찮은데 넌 안 돼!”

 

를르슈는 자신이 억지를 부린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평소라면 어긋나지 않을 를르슈의 논리가 무너진 것을 이용해서 기세 좋게 달려들 스자쿠였겠지만, 정작 스자쿠는 를르슈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그렇구나’하고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가라앉은 분위기의 스자쿠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팠지만, 그것과 별개로 스자쿠의 ‘그런’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를르슈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평소 섹스를 할 때에도 스자쿠는 자신이 원하는 ‘그것’을 하기 위해서 기회를 노리고 있는 편이었다. 그럴 때마다 를르슈가 강하게 거부를 하면서 그 사태를 막아왔다. 하지 마, 진짜 하지 마, 나 그런 거 너무 싫으니까! 를르슈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스자쿠는 ‘제발, 한 번만…’이라며 불쌍한 목소리를 냈다. 그렇지만 를르슈는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끈적한 분위기를 탄 스자쿠가 그럴 기미라도 보이면 를르슈는 답지 않은 반사속도로 대응했다.

를르슈의 ‘싫어’를 눈치껏 살피고 있는 스자쿠는 를르슈가 그것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를르슈가 싫다고 하면 안 하는 게 맞는거지. 억지로 하면 강간이나 다를 바 없잖아. 스자쿠의 신사다운 섹스 매너에 를르슈는 조금 감동을 받았지만, 그런 티를 냈다가는 스자쿠는 또 기회를 엿볼 게 분명했다.

아무튼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 막무가내 논리의 취약점을 드러낼 정도로 를르슈는 싫었다. 스자쿠가 더 이상 이 화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그럼 씻고 올게’라고 말하는 것에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이야기는 안 꺼내주면 좋으련만. 하지만 스자쿠는 항상 를르슈의 예상과 다르게 행동하는 남자였다. 오늘 이야기를 꺼낸 것은 분명 그럴 마음이 있었으니까 꺼낸 거겠지. 오늘 섹스도 방심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를르슈는 읽히지 않는 책을 꺼내들고서 스자쿠의 샤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 * *

 

를르슈의 입은 기분이 좋다. 키스를 할 때나 펠라치오를 할 때에도 스자쿠를 기분 좋게 만든다. 그가 스자쿠를 맛볼 때마다 스자쿠는 행복이란 를르슈의 입안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를르슈가 머리카락을 한쪽 귀에 걸어 넘기면서, 스자쿠의 페니스를 붙잡고서 애무를 해주고 있을 때면, 그것 만큼 행복한 게 없었다.

근데 나만 행복한 거면 어떡해? 를르슈도 이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는데.

스자쿠는 오늘은 ‘방금 전엔 미안했어’라면서 펠라치오를 해주고 있는 를르슈를 내려다 보았다. 스자쿠의 다리 사이에 얌전히 자리 잡고서 페니스를 입에 문 를르슈는 혀를 뾰족하게 세워서 스자쿠의 페니스 끝을 쿡쿡 찌르며 혀를 굴렸다. 아주 예전엔 입에 담기만 하고 핥아올리는 수준이었던 를르슈의 펠라치오는, 이제는 스자쿠의 약한 곳을 있는 대로 물고 빨면서 사정시키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게 되었다.

오늘도 지금의 페이스라면 스자쿠는 금방 사정하고 말 것이다. 를르슈의 작은 머리가 제 다리 사이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스자쿠는 하아, 하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를르슈는 스자쿠가 곧 사정할 것 같은 느낌에 입술 끝을 오므렸다. 그것은 입에 사정해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이었다. 더 참을 것도 없었다. 스자쿠의 사정이 끝날 때까지 를르슈는 페니스 끝을 입술 안쪽에 물고 있었다. 를르슈가 정액을 꿀꺽 삼키는 느낌에 다시 목구멍이 조이면서 스자쿠는 작게 신음했다. 아직도 발기한 스자쿠의 페니스를 쪽쪽 소리내어 빨아준 를르슈는 스자쿠를 보고서 씨익 웃었다.

 

“기분 좋았어?”

“응. 너무 좋았어.”

“다행이군.”

 

자리에서 일어나 스자쿠가 앉아있던 침대 위로 를르슈가 올라탔다. 성인 남자 한 명 분의 무게가 더해지면서 침대는 기분 좋게 흔들렸다. 스자쿠도 를르슈를 따라 침대의 위쪽으로 올라갔다. 서로를 붙잡고 끌어안고 있으면 두근거리는 소리가 서로를 타고 들려왔다. 스자쿠는 사정의 여운이 아직 다 가시지 않아 얼굴이 붉은 상태였다. 를르슈는 그런 스자쿠가 귀엽다면서 그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귀엽기만 해?”

 

상냥한 볼 키스로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면, 를르슈가 쿡쿡거리면서 웃었다. 괜찮겠어? 나 방금 전까지 펠라치오했단 말이야. 스자쿠는 그게 무슨 문제인가 싶었다. 앞으로 더한 것도 할 텐데, 내 자지 좀 빨았던 입이랑 키스한다고 해서 덜 느끼는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그런 말들을 입밖으로 내뱉었다가는 를르슈의 강경한 ‘싫어’가 나올까봐, 스자쿠는 눈치껏 그의 입술을 핥았다.

살살 입술 끝을 핥는 느낌에 를르슈는 입을 벌려주었다. 를르슈의 혀에서는 정액 맛이 났다. 방금 전까지 엄청 빨아줬지, 하고서 스자쿠는 혀를 섞으면서 낮게 웃는 를르슈의 웃음소리까지 삼켰다. 를르슈가 후후후, 하고 웃느라 맞닿은 입술 끝이 살짝 떨렸다. 스자쿠는 입술을 떼어내며 말했다.

 

“왜 웃어? 나 지금 되게 진지하고 야한 키스 했는데.”

“열심히 하는 게 귀여웠어.”

“그 말은 를르슈는 열심히 안 했다는 거네.”

“아냐, 집중했잖아.”

“웃었잖아.”

“네가 귀여우니까.”

 

스자쿠는 계속해서 자신을 귀여워하는 를르슈의 목덜미에 가볍게 이를 세웠다. 아파, 스자쿠! 를르슈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키득거렸다. 장난으로 깨무는 스자쿠의 애무에 를르슈는 얌전히 다리를 벌리고 스자쿠의 손이 제 아래를 파고들기를 기다렸다. 아프지 않게 이를 세우면서도 기분 좋은 자극이 계속해서 반복되자 를르슈도 참지 않고 신음하기 시작했다.

를르슈의 신음과 스자쿠의 입술이 살갗에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만 계속 들렸다. 를르슈는 자신의 위에 올라타서 열심히 입을 맞추는 스자쿠를 힐끔 쳐다보았다. 흥분한 스자쿠의 손끝은 뜨거웠고, 허리를 매만지는 그 손에 닿으면 땀이 살짝 묻어나는 것 같았다. 달아오르기 시작한 몸에 스자쿠가 자국을 남겼다. 이때만큼은 스자쿠 못지 않게 뜨거워지는 를르슈의 몸이 떨리는 것에, 이번에는 스자쿠가 를르슈를 귀여워했다.

귀여워, 를르슈. 알아? 너 귀여운 거?

귓가에서 속삭이는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알고 있으니까 적당히 해. 몇 번이고 들어온 귀엽다는 소리는 왜 섹스할 때만큼은 익숙해지지 않는 걸까. 를르슈는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그런 를르슈의 속내를 알고 있는 스자쿠는 다시 한 번 귀엽다고 말했다. 알고 있다고. 를르슈가 대꾸했다. 스자쿠는 모르는 것 같으니까 다시 한 번 알려줄게, 라고 말했다. 를르슈는 힘껏 감은 눈 안쪽으로 스자쿠의 얼굴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가 짓고 있을 짓궂은 미소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 * *

 

섹스를 그렇게 하고 나서 며칠 후였다.

스자쿠와 를르슈가 어떤 술자리에 함께 갔을 때였다. 그 술자리는 별 것 아니었다. 그냥 남는 시간이 맞아서, 오랜만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런 이유에서 갔던 술자리였다. 스자쿠의 옆에는 를르슈가, 를르슈의 옆에는 스자쿠가 앉아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면서, 한편으로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러고 보면 쿠루루기가 람페르지를 많이 참아주는 거 같아.”

“응?”

“대체로 람페르지가 ‘이렇게 하자’고 하면 쿠루루기가 ‘그러자’고 하는 편이지?”

“으음… 뭐어, 를르슈가 세운 계획은 대체로 완벽하니까 그런 편이지.”

“그런데 람페르지가 세운 계획이 별로면 어떡해?”

“음, 그런 일은 없는데.”

“만약에!”

“정말… 그럴 일은 없는데, 만약이라면…?”

 

스자쿠의 뒷말을 기다리는 것은 를르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면 스자쿠는 를르슈가 세운 계획에 한 번도 싫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항상 를르슈에게 맞추는 편이라면 맞추는 편이었고, 가끔 자기 의견을 이야기 할 때에도 를르슈의 의견과 비슷한 결로 말했다. 하지만 아니라고 할 땐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니까.

 

“으음…. 우선 를르슈가 세운 계획이 있으니까 그대로 하고.”

“응.”

“나중에 내가 추가로 보완하는 거지.”

“거봐, 거봐. 우선 람페르지가 하자는대로 하는 거 보면, 이거 쿠루루기가 다 참아주는 거잖아?”

“그런 말이 아니지 않아?”

“아니! 이건 거의 뭐 람페르지의 가스라이팅에 당한 거 아니야? 쿠루루기, 정신을 차리고 네 생각을 말해! 언제까지 람페르지가 시키는대로 할 거야?”

“지금까지 딱히 별 문제는 없었어.”

“그게 문제인 거야!”

 

를르슈가 하는 게 틀린 적은 없어, 라고 스자쿠가 계속해서 말했지만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들을 생각도 없어보였다. 그는 스자쿠와 를르슈를 붙잡고서 건강한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엔 들어줄 생각이었던 를르슈는 그의 입에서 술 냄새가 짙게 나는 것을 느끼며 멀어졌다. 를르슈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스자쿠도 일어나려고 했다.

 

“나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

 

스자쿠의 옷깃을 붙잡고서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는 남자를 보며, 를르슈는 질린 눈을 했다. 쟤 너무 취한 거 아니야? 주변에서 그런 소리가 들리고, 총무가 다가와서 스자쿠의 옷자락을 놓아주지 않는 남자를 떼어냈다. 그럼 우리는 들어가볼게, 라고 말하는 스자쿠와 를르슈에게 모두가 인사를 했다. 안녕, 조심히 들어가. 응, 너네도.

여기까지는 조금 웃기는 술자리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이후에 두 사람은 심하게 싸웠다.

 

“우리 사이가 네가 일방적으로 참아주는 관계는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근데… 뭐,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해서 들어주는 거겠지만, 너도 가끔은 네 의견을 피력해봐.”

“내 의견?”

“뭔가를 할 때… 예를 들면 놀이공원 같은 데에 갈 때 뭘 먼저 타고 싶다던지.”

“아, 그런 쪽도 괜찮아?”

“너 항상 나나 나나리가 타고 싶다는 거 먼저 타잖아.”

“그게 재미있으니까 그런 거 아니야?”

“너는 뭐를 하고 싶은데?”

“나는… 딱히…….”

 

스자쿠가 말끝을 흐리자, 를르슈는 뭔가 기분이 상했다. 예시로 든 놀이공원에서 뭔가를 할 때조차 를르슈의 의견을 우선하는 스자쿠의 모습은 정말로 술자리에서 그 남자가 했던 말대로 를르슈를 참아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너 정말 나한테 바라는 게 없어?”

“괜찮다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괜찮다는데 왜 자꾸 그래?”

“나한테 바라는 게 있으니까 지금 그런 표정 짓는 거잖아, 너.”

“내 표정이 어때서?”

“지금 불만 되게 많아보여.”

“그냥 넘어가면 되는 일을 를르슈가 계속 시비 걸잖아.”

“시비? 난 그냥 너를 걱정해서.”

“걱정이 아니라 이건 싸우자는거지. 괜찮다는데 자꾸 그러잖아!”

 

스자쿠가 큰소리를 내는 것에 를르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스자쿠는 이내 목소리를 줄이면서 ‘소리 질러서 미안’이라고 바로 사과했다. 를르슈는 바로 사과를 하고 눈치를 보는 스자쿠를 보면서 그가 정말로 자신에게 숨기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저런 식으로 과민반응하는 거겠지.

 

“내가 참고 있는 게 를르슈가 편한 거잖아.”

“그러니까 뭘 참는데.”

“말하면 를르슈가 들어줄 거야?”

“뭔지 들어나 보자.”

“아니, 그런 식이면 나도 말 안 해.”

“……!”

 

스자쿠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제 그만 이야기 하자’라고 말했다. 이런 소모적인 말싸움 그만 하고 싶어. 스자쿠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를르슈의 이성이 그 뜻을 따라가지 못했다.

—스자쿠가 나를 참아주고 있다고? 내가 편하려고 스자쿠가 원하는 걸 하지 못하고 있다고?

를르슈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 가만히 있을 테니까!”

“…뭐?”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가만히 있을 테니까. 이래야지 네가 뭘 말하던가 말던가 하겠지.”

“…….”

 

를르슈는 씩씩거리면서 스자쿠를 노려보았다. 이번에는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가 놀랄 차례였다. 그는 뭔가를 말하고 싶어했지만, 를르슈의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냐. 괜찮아. 진짜. 를르슈가 무리하는 게 더 싫어.”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정말?”

“그래!”

“진짜로?”

“할 수 있다고! 뭐든 해봐, 진짜 별 거 아니면 가만 안 둘 테다.”

 

를르슈가 쐐기를 박는 말에, 스자쿠는 내저었던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좋아, 를르슈가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나도 해볼게. 스자쿠가 무엇을 원하는지 를르슈는 이젠 기대가 아니라 짜증이 났다. 그래, 빨리 해봐! 를르슈의 다그침에 스자쿠는 심호흡을 하면서 를르슈에게 같이 샤워를 하자고 했다.

 

“갑자기 무슨 샤워야!”

“나 하고 싶은거 해보라며.”

“고작 샤워를 같이 하고 싶은 거였어? 엊그제도 같이 씻었잖아.”

“아니, 샤워 다음에 하고 싶은 게 있어.”

“섹스?”

“우선 섹스가 맞긴 해.”

 

를르슈는 더욱 스자쿠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우선 섹스하고 싶어서 이렇게 난리를 친다고? 를르슈의 황당하다는 듯한 시선에, 스자쿠는 ‘를르슈가 해보라며!’라고 소리를 질렀다. 섹스 중에 뭔가 하고 싶은게 있는 거야? 를르슈가 물었다.

 

“어. 있어.”

“뭔데? 눈 가리고 방치 플레이? 그건 했잖아.”

“그것도 해보긴 했지만 아무튼 좀 다른 거야!”

“네가 이렇게까지 말 안하는 거 보면 엄청나게 이상한 거구나.”

“따… 딱히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아!”

“근데 왜 말을 못해?”

“를르슈가 싫어하니까!”

“괜찮다니까?!”

“안 괜찮아!”

“괜찮다고!”

 

서로 소리를 크게 내면서 괜찮다, 안 괜찮다를 반복했다. 를르슈는 막무가내로 자신의 옷을 벗기려고 하는 스자쿠에게 똑바로 말하라면서 아랫배에 힘을 주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쩌렁쩌렁하게 욕실을 울리는 를르슈의 목소리에 스자쿠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질 수 없다는 듯이 내질렀다.

 

“나는 69자세로 를르슈 엉덩이 빨아보고 싶다고!!! 계속 이야기했잖아!!! 하고 싶다고 했잖아!!!”

 

69자세로

를르슈 엉덩이 빨아보고 싶다고

계속 이야기 했잖아

하고 싶다고 했잖아

 

스자쿠의 말이 귓가에 에코처럼 맴돌았다. 를르슈는 홀라당 벗겨지기 일보 직전인 자신의 옷을 추스르며 욕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어디 가!! 스자쿠가 날카롭게 부르는 목소리에 를르슈가 외쳤다.

 

“그런 걸 하겠냐?!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

“상식적으로 할 수도 있는 자세잖아! 왜 못 한다고 생각을 해! 해줄 수 있는 거잖아!”

“난 싫어!!”

“해보라며!!!”

“싫다고!!”

 

그렇게 싫다, 해보라며, 싫다, 해보라며—이 반복이 이어졌다. 지쳐버린 스자쿠가 욕실 바닥에 쓰러져 울고, 를르슈는 그의 눈물 어린 호소에도 싫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럴 거면 왜 그런 말을 해… 를르슈는 악마야….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코웃음을 쳤다. 악마도 69자세는 안 해줄 걸? 그러자 스자쿠가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를르슈는 달래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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