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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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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가 열리는 궁의 정원 한 구석에서 어떤 여자가 울고 있었다. 

쿠루루기 스자쿠의 주인인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가 잠시 형들과 대화를 하겠다며 스자쿠를 떨어뜨려놓고 있었다. 그는 웃으면서 ‘너도 파티를 즐겨보는 게 어때?’라면서 말했다. 스자쿠가 파티 같은 것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샴페인 잔을 내려놓고서 스자쿠는 를르슈와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그러나 멀리 있는 것을 유지한 채였다. 를르슈는 형들과 함께 정원 쪽으로 나섰고, 스자쿠도 그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고 있던 때였다. 를르슈의 심기에 거슬리지 않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느긋한 걸음으로 정원에 나섰는데, 그녀가 울고 있던 것이었다.

를르슈는 스자쿠가 서 있는 구석까지 시선이 닿지 않은 모양인지, 형들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스자쿠는 그런 를르슈의 방해를 하지 않기 위해서 그녀를 달랠 심산이었다.

 

“괜찮으신가요?”

“마, 만지지 말아요…!”

 

처음 보는 여자였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스자쿠를 밀어내려고 했다. 스자쿠는 섣불리 그녀의 몸에 손을 대지 않으려고 하면서, 그저 괜찮냐고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스자쿠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쉴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드릴까요?”

 

스자쿠의 다정한 말투에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혼자, 혼자 갈 수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갈라져 있었고, 황족이 주최하는 파티에 온 것 치고는 들떠 보이지도 않았다. 스자쿠는 혼자서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가 연회장 안으로 겨우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녀가 떠난 빈 자리에 놓인 꽃잎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파란색 꽃잎이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모양으로, 활짝 만개한 꽃도 누가 따다 놓은 것마냥 놓여져 있었다. 그런 꽃과 꽃잎이 흩어져 있는 것을 손끝으로 만져보았다. 스자쿠는 이게 무슨 꽃일까 생각했다. 자신은 꽃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뭐든지 잘 알고, 꽃을 좋아하는 여동생들을 두고 있는 를르슈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한 개 정도 가져가보자. 스자쿠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파란색 꽃을 손수건에 싸려고 할 때였다.

 

“방금 전에 있던 레이디는 어디 가고, 왜 너 혼자 있어?”

“아, 전하! 그 분은 몸이 안 좋으신 거 같았는데… 혼자 들어가신다고 하셨어요. 억지로 데려다드리는 것도 좀 그래서….”

“그래? 형님들과 이야기는 끝났어. 난 이제 갈 거야.”

“네.”

 

스자쿠는 그를 따라 나섰다. 를르슈는 오늘의 파티를 주최한 슈나이젤과 이야기가 끝났는지 나가는 발걸음은 경쾌했다. 스자쿠는 기분이 좋은 듯한 주인을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 파티에 오기 전에는, ‘형님이 왜 이런 파티를 굳이 여는지 모르겠다’라며, 또 쓸데없는 것을 벌일 생각이라면 사양하겠다고 툴툴거렸던 를르슈였으니까. 스자쿠는 손수건으로 감싼 꽃이 어떻게 되었는지 잊어버리고 주머니 안에 넣어둔 채로, 를르슈와 함께 아리에스로 돌아갔다.

스자쿠가 꽃을 토한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를르슈를 방까지 데려다 주고, 그 옆에 주어진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을 때였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주머니를 비우다가 손수건에 감싸여진 그 꽃을 다시 보게 된 것이었다. 어떤 꽃인지 내일 물어볼까? 스자쿠는 거의 뭉개진 꽃잎을 보면서 소리없이 웃었다. 를르슈가 이 엉망이 된 꽃을 보면서 ‘이런 걸로 어떻게 알아보라는 거냐?’하면서 핀잔을 줄 것이 뻔했다. 하지만 그래놓고서 스자쿠와 함께 도감을 펼쳐서 무슨 꽃인지 찾아봐줄 것이다. 그는 상냥한 사람이니까.

를르슈의 생각을 하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가슴 한구석이 간질간질거리고 답답해졌다. 스자쿠는 옆방에서 자고 있을 를르슈와 함께 할 내일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이내 느껴졌던 가슴의 통증이 답답해지다 못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목구멍이 긁히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 느끼고, 속이 울컥거리면서 토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토기에 스자쿠는 입을 틀어 막았다. 뭔가 잘못 먹은 것도 아니고, 독에 당한 것도 아닌데, 어째서. 당황한 스자쿠는 목구멍을 치고 오르는 것에 입술을 깨물며 참으려고 했지만 울렁거리는 속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토를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지도 모른다.

결국 스자쿠는 토해버리고 말았다. 참으려고 했지만 참을 수 없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스자쿠는 헐떡거리면서 숨을 내뱉었다. 왈칵 쏟아져 나와야 할 토사물 대신에 틀어막았던 입술 끝에서는 꽃잎이 팔랑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스자쿠는 입술 안쪽에 텁텁하게 남아있는 꽃잎이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토해냈다. 다리는 힘이 풀려 바닥에 무너지듯 주저 앉아버렸다. 스자쿠는 자신이 토한 꽃들을 보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고 나면, 그제서야 입속에서 터져나온 꽃잎들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짙은 보라색의 꽃잎.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이 보라색 꽃은 스자쿠의 안에서 나온 것이었다. 스자쿠는 어느새 고여버린 눈물을 닦아냈다. 한껏 게워낸 꽃잎을 손끝으로 쓸어보면서, 스자쿠는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 인공적인 느낌이 물씬 날 정도로 검은 보라색의 꽃잎. 가슴이 아플 정도로 쓰린 통증. 스자쿠는 무슨 병에 걸려버린 게 틀림없었다.

 

‘를르슈가 걱정할 텐데…….’

 

를르슈의 생각을 하면 다시 한 번 가슴 안쪽이 긁히며 토기가 치밀어 올랐다. 팔랑거리는 보라색의 꽃잎이 입술 밖으로 후두둑 쏟아져 내렸다. 스자쿠는 또 다시 한 번 꽃잎을 토해냈다. 방 한 가운데를 꽃잎 범벅이 될 정도로 실컷 토해내고 나면, 스자쿠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오로지 를르슈의 생각만 할 수 있었다. 를르슈가 이런 나를 알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하고 나면 눈물이 났다. 가슴은 또 울렁거리고, 토하고 싶은 충동이 계속해서 일었다.

그날밤 꽃잎을 쓰레기봉투에 모두 담아둔 스자쿠는 겨우 잠에 들었다. 를르슈를 봤을 때 토를 하면 어떡하나 싶었지만, 다행히도 그러진 않았다. 다만 목구멍 안쪽이 울컥거리는 느낌은 있었지만 어떻게든 억누를 수 있었다. 를르슈와 함께 집무실까지 가고, 그가 부탁한 서류를 전달하려고 밖을 나서고 있을 때였다. 슈나이젤에게 가는 서류였다. 를르슈의 집무실에서 슈나이젤이 있는 곳까지는 멀지는 않지만 거리가 제법 되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집무실 밖을 지키는 호위병들에게 그를 맡기고 나섰다.

슈나이젤이 있는 곳까지 가려는데 선객이 있었다. 로이드 아스프룬드였다. 로이드는 스자쿠를 보고서 알은척을 해왔다.

 

“잘 지냈어, 스자쿠 군?”

“로이드 씨. 잘 지내셨나요?”

“아~니? 어디 사는 누구 씨가 전투에 나가질 않아서 데이터를 전~혀 못 모아서 잘 못지내고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네요. 재상 각하는 안에 계십니까?”

“아아, 계시긴 한데 먼저 온 손님이 있어서 말이야. 나도 기다리는 중이야.”

 

스자쿠가 를르슈의 기사가 된 이후로 전투에 나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랜슬롯의 데이터를 조금이라도 더 모으고 싶었던 로이드에게는 불만일 것이었다. 로이드의 투정을 받아주면 일이 끝이 없을 거라며, 스자쿠와 로이드를 만나게 하는 일을 줄여주겠다고 한 를르슈였지만, 이런 곳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 스자쿠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로이드와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로이드 씨 의사 면허 가지고 계시죠?”

“뭐어, 그렇지. 왜, 누가 아파? 를르슈 전하가?”

“아뇨, 를르슈 전하가 아니라 제가… 제가 좀 이상해서요.”

“무슨 일인데?”

“그…… 어젯밤에 토를 했는데, 음, 토가 아니라, 꽃이 나왔어요.”

“흐음, 꽃을 토했다고?”

“네, 환각 같은 것도 아니었어요. 독 같은 거에 당한 것도 아니었고요. 꽃잎도 전부 다 만져졌고.”

 

로이드는 턱끝을 괴면서 고민하는 듯 싶다가, 이내 기억이 났다며 스자쿠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구토 중추 화피성 질환이군! 그런 낭만적인 병에 걸리다니… 스자쿠 군은 정말 흥미로운 파츠야.”

“구토…중추 화피… 뭐라고요?”

“구토 중추 화피성 질환! 한 마디로 꽃을 토하는 병이라는 거지. 뭐, 드물긴 하지만 없는 병도 아니고 낫는 방법도 있으니까 그렇게 어려운 표정 짓지 마~”

“아, 그런가요? 어떻게 해야 낫나요?”

“방법은 쉬워! 짝사랑을 이루면 돼. 아, 근데 그 짝사랑 상대가 스자쿠 군과 같이 열렬한 마음이야 낫거든?”

“짝, 짝사랑이요?”

“그래~ 랜슬롯을 탈 때 갑자기 꽃을 토하면 곤란하니까 빠른 시일 내로 나아주면 좋겠는걸.”

“…….”

“스자쿠 군이라면 금방 나을 수 있어!”

 

짝사랑이라니. 그런 거 하지도 않는데.

스자쿠는 로이드가 혼자 신나서 떠드는 이야기를 흘려들었다. 이내 로이드도 안으로 들어가고, 스자쿠도 서류를 전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머릿속에서는 오로지 ‘짝사랑’ 생각 뿐이었다. 짝사랑을 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이런 병에 걸리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자쿠는 를르슈의 집무실에 들어섰다.

 

“전하, 다녀왔습니다.”

“아아, 다녀왔어?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인걸요.”

 

스자쿠는 를르슈의 곁에 서있었다. 옆에서 서류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를르슈를 바라보고, 그리고 를르슈가 가끔 묻는 말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서류를 보고 를르슈가 한숨을 쉬는 것에, 이제 차라도 한 잔 하는게 어떠냐면서 이야기를 돌리고, 그리고 차를 마시고 스자쿠는 평소와 같이 하루를 보냈다. 꽃은 토하지도 않았고, 속이 울렁거리지도 않았다. 구토 중추… 화… 무슨 질환이었던 그 병은 아무래도 로이드가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스자쿠는 짝사랑을 하고 있지도 않고, 그럴 이유도 없기 때문이었다. 를르슈의 곁에서 그와 함께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나면 그 병에 대한 생각도 사라졌다.

그러나 그날밤, 스자쿠는 또 한 번 꽃을 토해냈다. 보라색 꽃잎이 입술 끝에서 낱낱이 떨어지는 것에 고통스러워 하며, 스자쿠는 헐떡거렸다. 속을 게워내듯 토하는 수준의 고통이 계속해서 치밀어 올라왔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꽃잎들은 팔랑거리며 떨어지는데, 스자쿠의 가슴은 무너질 것 같이 아팠다.

스자쿠는 그제서야 자기가 정말 짝사랑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열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