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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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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자쿠가 그때 파티에서 만났던 여자는 구토 중추 화피성 질환에 걸린 것이 틀림없었다. 그때 스자쿠가 주웠던 그 꽃이 스자쿠를 구토 중추 화피성 질환에 걸리게 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정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지금 스자쿠가 꽃을 토할 때마다 괴로운 것처럼.

스자쿠가 를르슈의 곁에서 잠시 떠나 로이드의 옆에서 랜슬롯의 모의 전투 데이터 훈련에 참여하고 있을 때였다. 잠시 짬이 나서 구토 중추 화피성 질환에 대해서 검색해본 스자쿠는 그런 결과를 얻었다. 이 병이 맞는 것 같았다.

본 적 없는 꽃을 계속해서 토해내는 병. 염원하던 짝사랑을 이뤄야지 낫는다는 이 불치병.

스자쿠는 억울했다.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않는데, 이런 병에 걸리는 게 맞는 건가? 이 병은 사실 엉터리로 연구된 거 아닌가?

등 뒤에서 스자쿠의 검색 기록을 훔쳐보던 로이드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스자쿠에게 말을 걸었다.

 

“스자쿠 군, 구토 중추 화피성 질환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었던 거야?”

“아, 로이드 씨. 몰래 훔쳐보지 마세요.”

“다 보이는 데서 그런 걸 검색하는 스자쿠 군이 나쁜 거야. 나 같은 전문가를 두고서 굳이 그런 인터넷 검색을 믿어보려고 하다니!”

“이상한 병이에요. 저 진짜 짝사랑 같은 거 안 하고 있는데요.”

“흐음? 자각이 없는 건가.”

“그럴 수도 있는 거예요?”

“애초에 감염될 때 짝사랑하지 않으면 걸리지도 않는다는 게 이 병의 전제 조건인데?”

“…정말 전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요.”

 

스자쿠의 우울해진 목소리에 로이드는 기운을 내라며 그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그래도 상태는 꽤 심하지 않은 거 같은데? 랜슬롯을 타면서 토하진 않잖아? 로이드의 말 그대로였다. 랜슬롯에 타고 있을 때에는 전투에 집중해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보통 사람은 24시간 내내 랜슬롯에 탈 수 없다. 랜슬롯 없이 일상생활 중에 꽃을 토한다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우선 이 병에 걸렸다는 건 비밀로 하는 게 좋을까요?”

“글쎄…? 아예 소문을 내서 짝사랑 상대를 찾아보는 건 어때?”

“네? 그게 무슨….”

“스자쿠 군도 병이 낫고 싶을 거 아니야? 그럼 적극적으로 그 상대를 찾아야지.”

“제가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잖아요. ‘제 짝사랑 상대세요?’라고 물어보는 것도 뭔가 실례고.”

“아냐, 스자쿠 군이 그런 걸 물어보면 다들 좋아할 걸?”

“무슨 소리예요, 그건 또.”

 

로이드는 나름의 해결책이었는데 매번 퇴짜를 놓는다며 스자쿠를 타박했다. 스자쿠는 오늘 훈련이 끝났으니 돌아가라는 세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를르슈한테 돌아가야지, 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목구멍이 울컥거렸다. 속이 가볍게 꼬이는 듯한 느낌에 스자쿠는 입을 틀어막았다.

에, 설마 여기서 토하는 거야?! 스자쿠 군, 참아!! 로이드가 호들갑을 떠는 것에 스자쿠는 겨우 치밀어오르는 토기를 참고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머릿속에는 토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서 겨우 참을 수 있었다. 스자쿠가 급하게 파일럿수트를 갈아입으러 가는 것을 본 로이드가 세실에게 한마디를 했다.

 

“낭만적인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걸린 환자를 보니까 썩 좋아보이진 않아보이네.”

“아무래도 매번 토하는 기분이니까요…. 스자쿠 군도 힘들겠죠.”

“그래서 스자쿠 군의 짝사랑 상대는 누굴까?”

“결국 그게 궁금한 거죠?”

“저 컨디션으로 랜슬롯의 데이터를 모으는 건 불가능하잖아~ 세실 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연애에 방법이 어디 있겠어요?”

 

맞는 말이었다. 연애에 방법은 없었으며, 덕분에 스자쿠의 병은 차도가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익숙해지고는 있었다. 

처음에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억누르는 것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꽃잎을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는 정도로 익숙해지고 있었다. 꽃잎을 잔뜩 토해놓고 헬쓱한 표정으로 스자쿠가 돌아오면, 를르슈는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스자쿠, 아직도 그 병이 낫지 않은 건가?”

“아, 네. 전하.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하의 호위에는 문제가 없게 하겠습니다.”

 

스자쿠의 병은 이미 아리에스 안에서 소문이 났다. 스자쿠는 숨기려고 했다가,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토하러 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예 처음부터 양해를 구하자는 마음으로 제일 먼저 를르슈에게 밝혔다. 구토 중추 화피성 질환에 걸렸다고 말하면, 를르슈는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상당히 놀란 듯 했다. 아무리 박식한 그라고 해도 그런 병이 있다는 것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꽃을 토하게 되는데, 그 꽃에 닿으면 또 그 사람도 꽃을 토하게 되는 병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러니 를르슈의 앞에서 토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자신의 꽃에 를르슈가 닿아서, 를르슈가 꽃을 토하는 고통을 느끼는 건 민폐도 민폐이거니와 스자쿠 자신에게도 괴로운 일이었다. 스자쿠의 진지한 말에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스자쿠는 짝사랑을 하고 있지도 않은데 그 병에 걸렸고, 이런 케이스는 처음인 것 같으니 를르슈도 조심해달라고 몇번이고 당부했다. 다행히도 를르슈의 곁에 있을 때는 토하는 일은 드물었지만, 를르슈가 자리를 비우거나 스자쿠가 혼자 있을 때면 토할 것 같은 기분은 다시 찾아왔다. 아직까지는 를르슈의 호위에 문제가 없었지만, 만약 를르슈의 앞에서 토하느라 그가 다치게 되면 안되는 일이었다.

 

“내 호위는 아무래도 좋아. 네가 계속 힘든 게 걱정이야.”

“전하의 호위가 제일 중요하죠.”

“그보다 내 친구의 건강이 문제다. 계속해서 꽃을 토하는 건 몸에 좋지도 않을 거 아냐? 밥은 제대로 먹고 있어?”

“먹는 건 괜찮아요.”

“그건 다행이군. 그나저나 정말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군.”

“…….”

 

스자쿠와 를르슈는 10년을 넘게 함께 한 사이로, 보통의 주종관계라고 하기에는 그 유대감이 깊은 편이었다. 옛날에는 서로를 스스럼없이 이름으로 부르고는 했고, 지금도 사석이 되면 그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사와 황자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친구를 걱정하는 를르슈의 시선에 스자쿠는 어색하게 웃었다.

이런 병으로 를르슈를 걱정하게 하는 건 좋지 않은데. 나는 기사 실격일지도. 하지만 를르슈가 이런 이유로 스자쿠를 기사에서 해임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한 번 자신의 편에 돌아선 사람에게는 어디까지고 기회를 주는 다정한 사람이었으니까.

 

“이런 말은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예?”

“너는 네 짝사랑 상대가 정말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 그거요. 네, 없어요. 정말로.”

“호감을 가진 사람도 없어? 연애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냥 순수한 호의라도.”

“으음……. 없어요. 정말로 없어요.”

 

스자쿠의 대답에 를르슈는 미간을 찌푸렸다. 를르슈는 어떠한 힌트도 얻을 수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하지만 스자쿠를 이 상태로 두는 것은 를르슈도 걱정이 되었다. 매번 힘들어하는 스자쿠를 보는 건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스자쿠에게는 자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옆에 있어서 좋아하는 것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 그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 가정을 세우고 나면 를르슈는 어딘가 기분이 나빠졌다. 우울하거나 울적한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유치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스자쿠에게 이렇게 세운 가정을 한 번도 말해보지 않았던 것은, 스자쿠가 그 감정을 깨닫고 더욱 더 꽃을 토하는 고통에 시달리게 되거나… 혹은 그 무자각의 짝사랑을 이루게 될까봐, 그것이 두려워 를르슈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스자쿠의 첫 번째에서 물러서는 게 두려웠다. 연인이 생긴다면 그게 맞는 건데도, 를르슈에게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일처럼 느껴졌다.

이런 속내를 감추고 한 달 동안 꽃을 토하는 스자쿠의 옆에 있었다. 스자쿠의 병세는 깊어졌고, 깊어진 만큼 스자쿠도 병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토하는 게 힘들 법 한데도 를르슈의 앞에서는 내색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 우직한 자신의 기사를 본 를르슈는 이제 그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를 빼앗겨서 불안한 유치한 심정으로는 스자쿠를 구할 수 없을 테니.

 

“스자쿠… 이건 친구로서 말하는 건데.”

“네, 아니, 응. 를르슈.”

“좀 적극적으로… 네 짝사랑 상대를 찾아보는 건 어때?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정을 살펴본다거나.”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이래서야 신데렐라의 구두 찾기나 다름 없군.”

 

기껏 말했지만 맥빠지는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한숨을 내쉬었다. 신데렐라의 구두 찾기? 를르슈는 스스로 말해놓고서 눈을 번쩍 떴다. 아, 그러네, 그런 방법이!

 

“우선 아리에스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포옹을 해보는 게 어때? 정말 좋아하면 두근거리지 않을까?”

“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좋아하는 사람에게 닿을 때면 보통과 다를 수도 있잖아.”

“뭐, 뭐야, 그게. 난 모르겠어.”

“자, 스자쿠. 안겨봐라.”

“를르슈한테?!”

“그래. 빨리!”

“시, 싫어. 를르슈랑 포옹해서 뭐가 달라지는데?”

“나는 ‘보통’의 상대니까 확실한 비교군이 될 거다.”

“그런 말도 안되는…….”

“그럼 계속해서 꽃을 토해서 나를 혼자 두고 가는 일이 있는 건 괜찮고?”

“그건…….”

 

를르슈의 말은 사실이었다. 스자쿠는 눈을 굴리며 시선을 피했다. 를르슈의 말은 맞았고, 를르슈가 말하는 실험 수단도 어느 정도 나쁘지 않은 방법 같았다. 그렇지만 포옹을 해서 안아보고 진짜 달라지나 싶은 건 좀 불건전하지 않나?! 스자쿠가 머뭇거리면서 를르슈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렸을 땐 자주 포옹했잖아, 우리.”

“그건 어렸을 때고!”

“오늘따라 말이 많네, 스자쿠. 자, 이리 와라.”

“잡아당기지 마…!”

 

그리고 그렇게 스자쿠는 를르슈를 끌어안았다. 마른 몸의 선이 팔 안에서 생생하게 느껴졌다. 여자를 끌어안을 때와 다르게 딱딱하고 곧은 느낌이 를르슈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아침마다 뿌리는 향수의 냄새가 목덜미에서 진하게 났고, 스자쿠는 제 허리를 끌어안다가 등까지 더듬어보는 를르슈의 손길에 소리를 질렀다.

 

“를, 를르슈, 어딜 만지는 거야!”

“어때, 어떤 느낌이야?”

“모, 모르겠어.”

“흐음……. 그렇게 얼버무리면 진짜 짝사랑 상대를 어떻게 구분하려고 그래?”

“있잖아, 를르슈. 너 진짜 나를 모든 사람과 포옹시켜 볼 거야?”

“신데렐라의 구두 찾기 작전은 이론상으로는 완벽해.”

“그럼…… 나나리랑도?”

 

스자쿠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꺼냈다. 스자쿠와 포옹을 하고 있던 를르슈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 이거 분명 화났네. 스자쿠는 를르슈에게 ‘농담이야’라고 말하려고 했다. 불같이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던 를르슈는 이상하게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스자쿠의 몸을 꽈악 끌어안았다. 보통의 를르슈가 낼 수 없는 힘으로 옭아매는 것에 스자쿠는 커헉, 하고 소리를 냈다.

 

“자, 잘못했어! 거짓말이야! 나나리는 그런 상대가 아니니까!”

“알아.”

“그럼, 이제, 놔줘!”

“…알고 있다고.”

“를르슈, 나 숨 못 쉴 거 같은데 그만.”

 

를르슈도 남자는 남자였다. 그가 진심으로 숨통을 조르면 스자쿠도 죽는 것이다. 를르슈는 스자쿠를 풀어주었다. 그는 나나리의 이름을 꺼내서 그런지 기분이 나빠보였다. 미안, 잘못했어. 진짜 나나리는 그런 상대가 아니니까 용서해줘. 스자쿠가 용서를 구하는 것에 를르슈는 그게 아니라, 라고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까 신데렐라의 구두를 찾을 때에도 신분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신겨보았지.”

“으응?”

“너의 짝사랑 상대는… 어쩌면 황족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뭐? 그건 좀 멀리 간 생각 아니야?”

“그래서 네가 더 자각하지 못하는 거 아니야? 너 약간 우유부단해서 경외심과 연애감정을 구분 못하는 거 아니야?”

“그, 그럴 리가.”

 

를르슈는 고민을 하는 듯 하다가 스자쿠에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슈나이젤 형님과 클로비스 형님, 코넬리아 누님께는 내가 말씀드려볼게.”

“뭐?!”

“네가 아는 모든 황족의 이름을 대라. 내가 친히 양해를 구할 테니.”

“그건 아닌 거 같아!”

 

를르슈는 스자쿠를 아리에스의 모든 사람과 더불어 교류하는 모든 황족들과 포옹을 하게 만들 생각인 듯 했다. 스자쿠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를르슈는 이미 작전을 저 멀리 앞까지 세웠다.

 

“나나리는… 후, 걱정이 되긴 하는데 나나리를 후보군에 올리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나나리는 그런 상대가 아니라니까!”

“나나리를 그런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 건 또 뭔데?! 너야말로 나나리의 어디가 불만이야?!”

 

그리하여 스자쿠의 짝사랑 상대를 찾기 위한, 일명 ‘신데렐라의 구두 찾기’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스자쿠의 꽃을 토하는 그 병의 치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를르슈가 한 번 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스자쿠는 그것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